음악여행/공연전시후기

(2004. 7. 28)

코렐리 2007. 5. 9. 16:37
7월 2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있었던 오페라 공연 리골레토 보았을 때의 감동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다.
사실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리골레토 레오 누치가 온다는 말에 저눔의 공연은 꼭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제가 가장 싫어하는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이었다.
허우대만 무식하게 크고 음향은 개판인 70년대 공연장.
게다가 오페라를 제대로 감상하자면 특히나 세종문화회관에서 볼라치면 로열시트에서 보아야 하는데 티켓이 자그마치 30만원이나 되고
값싼 좌석을 보아도 5만원. 이런 자리는 노래를 감상하기엔 정말 어려운 자리이니 그것도 고민스러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어정쩡한 자리에서 20만원 안팎의 경비를 지불하는 것도 내키지 않고...

그 와중에 재중형님(릴리수님 부군)의 배려로 초대권을 얻을 수 있었다.
그 덕을 본 사람들은 마리용님, 애플님, 케모마일님, 코렐리였다.

대충의 내용은 이러하다.
여자를 밝히는 만토바공작이 총애하는 늙고 흉한 꼽추광대 리골레토는 여자를 잡아다 바치는게 일이다. 이미 몬테로네 백작의 부인을 데려다 농락시키고 채프라노 백작부인까지 손을 뻗치려 한다. 몬테로네의 저주를 듣고 괴로워하는 리골레토 앞에 자객 스파라푸칠레가 나타나 자객이 필요하면 자기를 찾아 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리골레토의 딸인줄도 모르고 질다를 유혹하던 만토바는 리골레토가 나타나자 황급히 도망치고 그날 밤 채프라노 백작과 마룰로는 리골레토를 따돌리고 숨겨둔 딸을 동거녀로 알고 납치해 만토바에게 바친다. 뒤늦게 알고 달려온 리골레토가 절규하고 겁탈당한 질다를 안고 복수를 다짐한다. 마침 스파라푸칠레의 주막을 찾은 만토바를 제거해 달라는 청탁을 리골레토로부터 받은 스파라푸칠레는 제거대상에게 매료된 자신의 여동생의 사주로 질다를 죽인 뒤 자루에 담아 리골레토에게 건네준다. 이를 받은 리골레토는 절규하며 막을 내린다.

리골레토로 분한 레오 누치의 연기와 노래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주지하다시피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리골레토이다.
질탕한 파티장을 누비며 미소짓는 그의 첫 등장시 표정연기부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남의 아내와 만토바의 간통을 주선하는 추악하고 기분나쁜 기의 연기와 노래는 무대를 압도했다.
몬테로네의 저주에 괴로워하는 인간적 나약함과 딸을 숨겨놓고 보호하는 부성애는 눈물에 호소한다.
만토바의 저택에서 딸을 찾아 반 제정신을 놓은 리골레토의 연기와 노래는 그이상의 호연이 없을 것처럼 처절하였다. 복수의 이중창에서는 관객들의 그칠줄 모르는 박수갈채로 인해 연기를 중단하고 답례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 갈채에 대한 화답으로 복수의 이중창을 앵콜로 하였다.

질다로 분한 조수미는 여타의 리리코들과 달리 부분부분 콜로라투라의 기교를 가하는 노련한 연기와 노래를 선보였다. 살아있는 가수들 중 이만한 가수는 없으리라 생각될 정도였다.
국내에서는 그녀에겐 최초의 오페라 공연이었다고 한다.
노래 실력과 연기는 다시 보기 어려울만큼 매우 훌륭한 것이었지만 내가 그동안 음반으로 들어온 질다(코트루바스, 그루베로바, 궤덴 등)보다 마음에서 끌리지 않는 이유는 조수미란 가수가 그들보다 못해서가 절대 아니라 내가 그녀의 노래 스타일을 개인적으로 썩 좋아하지 않기때문인 것 같다.
어쨋든 그녀의 오페라 공연을 본다는 것은 뜻깊은 일인 것만은 틀림없다.

만토바로 분한 쿠바추신의 A. 마르차도는 평작이었다. 눈에 띠게 잘한다는 평은 과분하고 그렇다고 못한다는 소릴 하기에는 넘 인색한 느낌이다. 대부분의 가수들이 40대에 최전성기를 구가한다고 볼 때 32세인 그에게 발전의 여지는 있다고 생각되지만 얼마나 클지는 미지수가 아닐까 한다.

스파라푸칠레로 분한 베이스 마리오 루페리는 엄청난 장신인데다 리골레토의 노래와 연기를 집어 삼킬듯 에너지와 성량이 엄청나게 느껴졌다.
오케스트라를 뚫고 포효하는 그의 목소리는 바그네리안으로 나서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았고 만일 파프너로 등장시킨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보탄을 시켜본다면...?

이 번 공연은 샤를르 뒤트와, 이다 헨델의 공연과 더불어 내가 이제까지 본 최고의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