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여행/공연전시후기

베를린도이치 오페라"피가로의결혼"(2002.5.24)

코렐리 2007. 5. 9. 16:01
베를린도이치오페라단의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을 어제 보았습니다.

기회가 흔치 않았기에 두 달 전부터 기다렸던 공연입니다.

오페라 부파의 전형적인 스타일로 내용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웃음이 가득한 그런 오페라이지요. 소개해 볼까 합니다.

줄거리.
알마비바 백작의 시종 피가로와 백작부인의 여종 수잔나의 결혼 전에 알마비바 백작은 수잔나에게 흑심을 품고 수작을 걸어오고 백작 부인은 남편의 사랑이 식었음을 서러워 한다. 수잔나와 피가로, 백작부인은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백작의 질투를 불러 일으키고자 이성에 갖 눈 뜬 소년 시종 케루비노를 끌어 들이고 일단 백작이 부인에 대한 의심과 질투를 불러 일으키게 하는데 성공한다. 여기에는 눈치 없는 정원사 안토니오가 개입하여 들통날 위기도 생긴다. 음악교사 바질리오, 의사 바르톨로, 마르쩰리나 등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피가로와 수잔나의 결혼식이 무사히 치루어진다. 피가로가 의사 바르톨로와 마르쩰리나 사이의 사생아였음이 확인되면서 극적인 화해도 이루어진다. 그 날 밤 상황을 마무리하기 위해 수잔나는 백작에게 으슥한 곳에서 만날 제의를 하고 현장에는 백작부인이 대신 기다린다. 백작은 결국 망신을 당하고 부인과의 사랑을 재확인하고 피가로와 수잔나를 축복하는 것으로 끝난다.

원래 지휘자는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아서 피셔라는 생소한 지휘자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그는 반주는 모차르트 음악 해석에 더 없이 좋은 연주를 들려준 것 같습니다. 우아하고 세련된 반주였지요...

피가로(요한 로이터)는 금세기 최고의 피가로였던 체자레 시에피 못지 않은 노래와 연기를 선보였지요. 정말 잘하더만여.

알마비바 백작(마르쿠스 브뤽)도 나무랄데 없는 가창력과 연기력으로 청중을 압도했습니다.

음악교사 바질리오(부르크하드 울리히)는 그 느끼한 인간의 역할을 어쩜 그렇게도 곰살맞게 잘하던지... 저는 그날의 공연 커튼콜에 최고의 찬사를 소리 높여 그에게 보냈습니다. "부라보! 돈 바질리오! 부라보!"

정원사 안토니오(클라우스 랑)의 눈치 없는 사건 개입에서는 어찌나 웃음이 나오던지. ㅎㅎㅎ... 단역에 가까운 사람들이 기막히게 잘하더라구요.

의사 바로톨로(페터 클라베네스)는 가창력과 연기력에 조금 어색한 느낌이 있지만 그런대로 훌륭히 임무를 완수한 듯 했습니다.

이상 남자 성악가들의 연기와 노래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지요.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수잔나(신영옥)은 모차르트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벨리니의 루치아로 한 칼 날리던 그녀가 여기서도 잘 해 주길 기대했는데 영 아니군요. 어색한 연기력도 문제가 좀 있구요. 성량도 드라마티코 치고는 그리 크지 않더라구요. 1막에서는 노래가 오케스트라 반주에 묻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더만여. 일부러 신영옥 출연하는 날로 맞추어 표를 예매 했는데 조금 실망스럽군요. 그래도 3막부터는 페이스를 제대로 짚어 나가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 그녀에겐 부라보를 외쳐 주지는 않았습니다.

백작부인(카타리나 코스테아)은 여자 성악가 출연진의 체면을 그래도 세워 주는군요. 흘러간 남편의 사랑을 안타까워하는 아리아는 정말 아름다왔지만 덩치가 좀 헤비급인게 눈에 부담을 줍니다.

케루비노(클라우디아 만케)는 노래실력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케루비노 배역으론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군요. 도데체가 귀여운 맛이 없더라구요. 노래할 때 비브라토를 좀 억제했더라면 그나마 좀 나았을거 같은데(이 소리 들으면 발끈하겠지요. 알지도 못하는게...너가 다해 먹어라...)

마르첼리나(이본 비드스투룩)도 그런대로 훌륭한 가창과 연기를 보여 주었습니다.

합창단의 노래도 좋았는데 단원들의 연령이 고령이더라구요. 백작의 관대함을 찬양(?)하는 농부들의 합창 도중에 아가씨들의 꽃 뿌리기는 할머니들로 대체되었습니다(어이가 없어서...)무대 디자인도 제가 느끼기엔 과한 것도 부족한 것도 없는 훌륭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으로 좋은 공연이었지요.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이 만큼의 자질을 갖춘 성악가는 많다고 생각합니다.
몇년전 우리나라에서 오페라축제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첫해에는 3편 모두 다 보았지요) 당시 오디션으로 선발된 가수들의 실력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지요. 리골레토와 질다의 듀엣에서는 눈물까지 쏟았었걸랑요.
당시 카르멘을 불렀던 김현주도 완벽했고요.
그런데 지금은 오페라축제가 처음의 취지와 달리 실력도 없는 대학교수들의 터세로 다시 가리워져 빛을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지만요.

원래 표를 두 장을 예매했었는데 결국 한 장은 반환했지요. 같이 갈려고 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걸랑요.
공연갈 때마다 왜 꼭 이런 일이 생기는지 원. ㅎㅎㅎ...
어제의 공연관람은 나름대로 만족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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