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 8(화)
휴가를 떠날 때 당겨서 처리할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당겨서 처리하고 내가 없는동안 이루어질 업무들과 발생 가능한 일들에 대하여 이미 인수인계는 빠짐없이 했다고 생각하고 떠났다. 그래도 혹시나 내가 없으면 처리가 불가능한 급한 사안은 없지 않은지 은근히 걱정된다면 좀 문젠가? 뜀도령은 직업병이라고 말한다. 그럴지도 모르지. 좌우간 장기휴가를 나오면 그래도 한 두 번쯤은 별일 없는지 확인 한 번 해보고 싶었다. 한국과의 시차를 고려해 새벽 다섯시도 되지 않아 자다 말고 나갔다. 동전을 넣고 전화를 거니 서비스되지 않는 지역이라는 멘트가 나온다. 섬이라 그런가? 여러번 시도해도 마찬가지였다.
숙소로 돌아오니 같은 방에 머물고 있던 한국인 학생이 정보를 준다. 여기선 동전으론 거의 전화가 안되고 카드를 사서 써야 한다는거였다. 동전을 갈취할 목적으로 새벽에 맛있게 자고 있던 뜀도령을 미안스럽게 깨운 보람도 없이 실패. 결국 아침 먹고 나가서 전화카드를 사서 다시 시도한 끝에 성공했다. 이 날은 산토리니에서의 이틀째 되는 날이다. 원래는 하루만 묵으려다가 마을 분위기가 마음에들 들었는지 여유있게 쉬고 가자는 데 모두 동의하고 하루를 더 묵기로 했다. 오늘 아침은 자고싶으 만큼 잠을 자고 최대한 Relex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아침식사는 데드라인이 있어 아침 9시 30분에 했다.
아침식사는 무척 소박했다. 바게뜨 두 조각과 스폰지 케익 한 장, 치즈와 잼, 홍차와 가루를 물에 탄 오렌지 주스 각 1잔. 카운터에서 아침식사를 챙겨주던 콜롬보 사장은 빵을 집어 접시에 담아주며 아침인사를 한다. 한국에서 온 내 친구들을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했다는 등 약간의 오버성 멘트를 하니 까칠한 뜀도령 "오나가나 개나쥐나 다 친구면 친구 아닌 시키는 도대체 누구며, 내가 언제 친구하�다고 니맘대로 친구운운하냐"며 면전에서 투덜거렸다. 콜롬보 사장은 영문을 몰라 눈을 끔뻑였다. 까칠 대박이다. ㅍㅎ!
아침을 먹고 11시에 피라 마을로 가는 버스를 탔다. 피라에 도착해서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유람선이 떠다니는 바다였다.
이 곳 피라는 이아와 비교해 좀 더 상업적이 분위기를 띠고 있다. 피라 마을은 전체가 기념품 가게와 식당, 옷가게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을 입구에는 그리스정교회의 교회가 있어 함 들어가 보았다. 입구 위쪽의 벽화
사원 규모에 비해 샹들리에의 크기가 무척 크고 장식이 많다.
돔과 아치를 이루는 원형 구조에는 빈틈없이 벽화가 들어차 있고
돔과 아치에 뚫린 작은 아치형 창으로는 과하지 않은 빛이 유입되어 실내에서는 어둡지도 그렇다고 밝아서 눈이 부시지도 않은 기분좋은 채광으로 은은하고 경건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벽에는 어디를 보아도 문양이나 벽화로 채워져 있어 교회 안을 둘러 보는데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궁륭천정에는 그리스도와 천사들이 그려져 있고 아름다운 샹들리에를 달고 있다.
입구로부터 정면에는 제단이 있고 제단은 나무로 배경을 만들어 각종 문양을 새겨 넣고 예수수난의 역사와 최후의 만찬, 성인과 천사들의 그림을 그려 넣었고 가운데는 문을 놓았다. 그리스 정교의 예배 장면을 크레타에서 본 적이 있다. 교회당의 내부는 이와 흡사한데 사제는 바로 이 문을 통해 나왔는지 열려있고 성서를 낭독중이었다.
예배는 없고 이따금 관광객들이 들어와 둘러보곤 했다.
교회는 작지만 경검함과 엄숙함, 그리고 아름다움이 가득한 곳이어서 뜀도령도 이 곳을 들른 것이 무척 만족스러운 눈치였다. 뜀도령은 이 곳의 방문이 완전 대박이라고 표현했지만 리유군은 바깥 마을 풍경에 빠져 이 곳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듯.
입구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나무 함이 있는데 무척 공을 들인 작품이었다. 비둘기가 아닌 봉황인가?
교회를 나오니 개성넘치는 가게들이 즐비했다. 상어가 튀어나오는 가게는 감각적이고 기발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무슨 가게였을까. 아트갤러리란다.
위쪽으로는 앉은 사람의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온다. 모양새는 완벽하지 않지만 앉은 폼새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얼핏 보면 사람으로 착각할 만큼 감각적이다.
레스토랑의 독특한 게이트도 눈을 끌고
가게들만 즐비한 골목도 재미가 있다.
조금 올라가다 보니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카페들이 나온다.
일행은 식당부터 찾았다. 눈 앞에 보이는 곳이 이 곳의 유일한 중국음식점이라는 둥 아니라는 둥 설왕설래 하며 2층에 위치한 중식당으로 발을 옮겼다. 중화대반점이라고 쓰여 있는데 간자체가 아닌 번자체를 쓰는걸 보니 대만인 식당인가보다. 사진은 뜀도령의 블로그에서 퍼왔다. 이 곳에서 먹은 건 볶음밥과 이름을 기억할 수 없는 해물 철판 요리. 그리고 닭육수로 맛을 낸 국수와 맥주.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이 곳 말고 중국요리집이 한 군데 더 있었다. 뜀도령이 마을 초입에서 본 중국음식점 광고판에는 이런 이름이 없었다는 주장이 맞는 셈이었다. 나와 리유군은 이 곳의 유일한 중국집이라는 불확실한 자료에 속아 넘어갔다. 볶음밥과 철판요리의 맛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기스면을 기대했던 나는 내 온 국수의 맛에 적이 실망했다.
식사 후 소화도 시킬겸 겸사겸사 다시 싸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구항구로 이어지는 가파른 경사의 계단
내려다 보이는 구항구의 낭만적인 정경
호화 유람선과 모선으로 들락거리는 소형 보트들이 새끼처럼 보인다.
이 곳은 레스토랑인데 입구가 낭만적이고 예쁜 곳이라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이 곳을 카메라 칩에 담았다. 찍고 지금 보아도 예쁜 곳이다.
골목 골목이 깨끗하고 예쁘다. 간간히 보이는 파란 하늘도 감동적이다.
교회당
이 곳은 마을 분위기가 상업적이라는 이유 외에도
이아 마을보다는 아주 약간은 다양한 색깔을 도색하여 마을을 꾸며
그런 탓에 분위기는 이아 마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 마을도 규모가 작은 탓에 조금 돌아다니다 보니 안가본 곳 없이 결국 다돌아보았다.
아래의 사진 골목에 기념품 가게가 밀집되어 있다. 그 곳에서 각자 기념품도 사고 구경을 한 뒤
16시 30분경 이아로 돌아왔다. 거참 이상하다. 겨우 하루 묵었을 뿐인데
이아로 돌아오니 집은 아니어도 최소한 아지트로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든다.
우리가 수시로 들러 맥주를 사가던 수퍼는 단골 아닌 단골이 되었다. 여기서 아래의 테라코타 기념품 중 크레타섬에서 구입한 것이 두 종 있다. 포세이돈과 아테나. 그곳에서 분명히 개당 7유로 부르는 것을 깎아서 5유로씩에 샀다. 이런 젠장, 이 곳에서 호기심에 값을 물어보니 개당 2.5유로랜다. 깎아서 사고도 배의 바가지를 썼으니 열이 안받을 수가 없질 않은가. 남성호르몬이 넘치는지 수염이 더부룩한 할매였다. 지금부터 먹는 밥은 더도 말고 포세이돈만큼 자랄때까지만 수염으로 다 가버려라. 에이 못된 할망구 같으니. 억울해서 몇 개 더샀다. 나 바보 아냐?
가게에서 맥주를 사서 숙소로 돌아와 마시고는 시에스타를 즐겼다. Relex 하기로 한 날이 아니던가. 이아마을 버스터미널에서 구입한 피스타치오는 소금덩어리를 씹는것모냥 지독하게 짰다. 내가 말리지만 않았으면 큰 걸로 살뻔했다. 결국은 이 곳을 떠나 아테네로 돌아가 뱅기 탈 때까지 갖고 다녔지만 못 다 먹었다. 지겹게 짠 피스타치오. 기억하기도 지겹다.
해질녁이 되자 야행성 동물들모냥 슬슬 일어나 먹잇감을 찾아 나섰다.
바주가포같은 물포를 들고 지나가는 우리를 보고 왠놈들인가 의아해하는 이아 마을의 토박이 어린이.
어제 다 싸돌아다닌 골목 골목은 지금 다시 다녀 보아도 재미가 있어 해질녁까지 또 싸돌아 다녔다.
드뎌 해가 졌다.
해가 지고 난 뒤의 벼랑끝에 떨렁 한 채 지어진 작은 집은 당장이라도 백설공주와 한패인 난장이들을 곡괭이와 삽을 들려 튀어 내보내기라도 할 것 같다.
해진 뒤의 교회당. 이 곳 산토리니 섬 작은 마을 이아에는 교회당이 상당히 많이 보인다. 두 사람 들어가면 꽉찰 것 같은 작은 교회들이 대부분이다.
만일 이곳에서 산다면 어떨까.
마을 전체가 이리 꾸불 저리 급경사인 골목을 매일 다니자면 지겹지 않을까. 마을 이 콧구멍보다 조금 커서 갈 데도 없다.
하기는 이곳은 관광시즌에는 인구가 엄청 불어나고 시즌이 끝나서 비수기인 겨울이 오면 태반이 빠져나간다고 한다.
고정인구는 아주 적고 뭍에 살던 사람들이 이 때만 영업하러 들어온단다.
이아 마을에서 만난 여류 행위예술가
발 두 개가 간신히 올라가는 자작 무대에 올라 느린동작으로 모션을 취하는 이 행위예술가는 배가 나오지 않은걸 보면 이 곳 지중해 여자는 일단 아니고
목에 깊은 주름이 패인걸 보면 젊지는 않은 것 같다.
눈이 마주치면 한동안 눈을 계속 맞추며 �소까지 날려주곤 한다. �소에 녹은 나는 1유로를 바구니에 넣었다.
이 곳을 떠나 우리는
탈라미라는 식당을 찾았다.
맛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고 일단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절벽위 식당 중 괜찮아 보이는 곳이고 안가본 곳이니 이 곳을 선택했다.
테이블 바로 옆 등이 켜지니 운치가 배가된다.
어느 식당을 가나 항상 기본으로 딸려 나오는 빵.
음식을 기다리던도중
이 번 여행을 다니며 그녀보다 뛰어난 미인은 많이 보았지만 이제껏 아테네를 돌아다니며 본 인물 중 가장 편안하고 참한 인상의 여인이 앞쪽 테이블에 연인과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는 순간 이 여인을 허락 없이 카메라에 담았다. 초상권 운운하지는 않을 것 같은 인상이지만 싫으면 내려 드릴테니 말씀 하시지요 마드모아젤.
나는 양갈비를 시켰다. 이 곳 그리스의 음식은 전통음식이라고 할만한 것이 거의 없다. 자기네 전통음식이라고 주장하는 수블라키는 터키의 식민지를 겪으면서 전래되었을 법한 케밥에 불과하고 가는 곳마다 이탈리아 식민지를 겪으면서 전래되었을법한 파스타만이 대부분의 식단을 차지했다. 그리크 셀러드도 독특하다고 보긴 어렵다.
이집에서 키우는 고양인지 몰라도 뭔가를 얻어먹으려고 왔는지 우릴 향해 두리번거리는 어린 깡패가 한 놈 있었다. 어찌나 까칠한지 저를 향해 플래시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자 성질을 내며 앞발을 마구 휘두르며 엉긴다. 이 사진은 이미 한 두 차려 팔을 휘둘러 엉겨보고도 분이 남았는지 다시 앞발을 들려는 찰나의모습이다. 꼴에 성질은 잔뜩 났다. 콧구멍에 넣으면 상반신이 다 들어갈 놈이 까부는것도 못봐줄 추억은 아니었다.
느긋하게 식사를 마친 우리는 끔찍하게 시원한 바닷바람을 만끽하기 위해 전망대 쪽으로 걸었다.
가다 보니 지독하게 못생긴 놈이 동정심을 자극한다. 불쌍해서 쓰다듬어 줬더니 킁킁거리며 내뿜는 콧김을 타고 사방으로 파편이 튀는 통에 경계심을 불러 일으키는 묘한 놈이었다. 이런 놈을 키우고 싶을까. 아무리 애호가라도 이런 놈은 절대 맛이 없을 것 같다.
전망대에서 절벽 아래 구항구를 내려다 보며 바닷바람을 맞다 보니 자리를 뜨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가운데 뜀도령과 리유군은 이미 자리를 떠 어디론가 가버렸다. 불켜진 구항구를 내려다 보니 카페들이 내뿜는 희미한 불빛에 바로 앞 바닷물의 희미한 찰랑과 정박중에 물에 쓸려 건들거리는 소형 모터보트까지 보이는게 보통 운치가 있는게 아니었다. 한 번 내려가 보고싶었다. 계단 개개의 크기와 높이가 만만치 않았고 절벽 위로부터 내려가는 계단은 무척 구불구불해서 항구까지 내려가는데는 상당히 긴 시간이 걸렸다. 재보다 잿밥이라고 구항구에는 정박의 기능보다는 관광식당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물은 식당으로부터 나오는 불빛에 바닥까지 비추일만큼 투명하고 깨끗했다. 당장이라도 뛰어들고싶은 충동이 들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운치있는 이 곳을 혼자 거닐어보고는 다시 올라갈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당연히 되돌아 올라가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숙소로 돌아오니 야외 테이블에 앉아 데킬라를 마시고 있던 뜀도령과 리유군은 갈데가 어딨다고 여태 돌아다니다 오냔다. 나도 샤워한 뒤 데킬라 한 잔 얻어 먹고 잤다. 내리고 오르는 길이 고단했던지 잠도 잘온다. 내일 아침엔 미코노스 섬으로 떠난다. 이아도 빠이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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