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08 두바이 the 2nd·그리스

그리스여행4(크레타→산토리니)

코렐리 2008. 8. 17. 18:54

2008. 7. 7(월)

아침이 밝아온다. 아직 시간은 해뜨기 전. 아침 일찍 산토리니 섬으로 향하는 쾌속선을 타러 나가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배를 놓치지 않으려고 약간의 긴장한 상태의 잠을 자서 그랬는지 일찌감치 잠이 달아났다. 그 시간이 새벽 5시. 세면 후 짐을 정리하니 5시 30�. 기왕에 잠을 날려보낸 나는 일출을 놓치기 싫어 전날밤 미리 싸둔 짐들 둘러 메고 구항구에서 배타기 전 1시간 전에 일행과 만날 것을 약속하고 먼저 나왔다. 먼동이 트기 시작하는 쾌적한 크레타 구항구의 앞바다는 조금 후 성채를 배경으로 멋진 여명의 장관을 선사했다.

 

 

성채 쪽으로 나가 보았다. 밤에 비추어 놓은 조명은 어둠이 가시기 시작하는 그시간까지 방치되어 있어 은은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바닥에는 전날밤 불꽃놀이를 하고 난 폭죽 껍데기들이 어지럽게 여기저기 나뒹굴고 폭약 냄새도 살짝 남아 있었다.

 

아침 여섯시에 리유군과 뜀도령이 구항구쪽으로 나왔다.

 

걸어서 이 곳을 떠나 여객 터미널로 가 샌드위치로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쳤다.

 

6시 40분에 쾌속선에 승선했고 7시에 산토리니를 향해 출발했다. 쾌속선이라 갑판에서 맞는 바람이 무척 거세 모자가 훌러덩 훌러덩 벗겨진다. 

 

리유군이 사준 그리크 커피. 매우 진한 맛이지만 에스프레소와 달리 쓴 맛이 훨씬 덜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들면서도 입 안은 더욱 텁텁한 맛이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커피를 내주던 종업원은 2002년 지인의 초청으로 한동안 부산에서 지낸 적이 있다며 반가운체 했지만 까칠한 뜀도령은 개나 쥐나 아는 척이라며 시큰둥해했다.

 

그리스 국기는 거의 일직선으로 펄럭일 정도로 바람이 세고

 

스크류에 말려 허옇게 변한 물보라는 지평선 끝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을만큼 속도를 낸다. 몇 노트나 달렸을까.

 

가다가다

 

수시로 섬이 보인다. 지중해의 삼다도라? 썰렁!

 

드디어 도착해했다. 섬 절벽 위의 작은 마을 피라가 희끄므리하게 보인다.

 

배에서 내리면 피라로 가는 버스가 바로 있을줄 알았다.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인지 아가씨인지 아래 사진의 아가씨에게 물으니 버스는 한참이나 있어야 온다며 뭐 도와줄 일 없느냔다. 순간 카페에 앉아 아침을 먹으며 맥주도 한 잔 걸치고 싶어졌다. 우리는 아가씨가 장사를 잘한다며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자그마한 체구에 무척 귀엽게 생긴 아가씨지만 몸매는 전형적인 지중해의 여인. 밑으로는 내려다 보지 마이소.

 

우리는 택시를 탔다. 피라의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그 곳에서 포카리스웨트 광고로 유명해진 마을 이아(Oia)로 가는 버스를 탔다. 20분 정도를 가니 귀여운 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아 마을에 도착한 것이다. 아래의 사진은 버스에서 내리면 보이는 자그마한 광장으로 버스의 종점이기도 하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마을 중앙으로 통하는 골목이 나온다. 유스호스텔의 위치를 물으니 바로 이 길로 들어 가란다.

 

골목으로 들어가면서 너무나도 예쁜 골목이 이어져 있어 걷는 기분이 무척 좋다.

 

유스호스텔 이정표가 바로 나와 준다.

 

오른쪽으로 돌아 조금 내려가니

 

이아 유스 호스텔이라는 이름이 하얀 벽에 도안되어 있다.

 

들어가는 문이 새파랗고 벽은 새하얀게 청량감이 느껴진다. 포카리 스웨트다.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 무척 감동했다. 이렇게 예쁘고 운치있는 유스호스텔은 처음이었다.

 

옥상과 계단을 을 향해 뻗은 등나무는 흐드러지게 꽃을 달고 나봐라 버티고 있고. 가운데는 물은 없지만 자그마한 연못과 분수가 있었다. 계단을 올라가

 

옥상으로 오르면 식당 건물과 주인이 사는 방만 떨렁 있었다. 주인은 2층에 있었다. 방이 있는지 물었다. 푸른 눈동자에 살이 오동통한 귀여운 아가씨였다. 그녀는 이 곳 사람이 아닌게 틀림 없었다. 사장은 아닌 것같고 종업원인지 아님 사장과의 친분으로 머무는 사람인지 알길은 없다.

 

1인당 25유로란다.

 

숙박비 �나게 비싼 이 곳에 이렇게 싼 곳이 이렇게 분위기 좋은 곳이라니..  이만하면 감격이다.

 

안내된 방은 14인실이었던 것 같다. 남자방 여자방이 따로 있고 연인이나 남녀혼성 단체손님은 이 방을 내주고 있었다. 들어가 보니 벌써 침대 한 쪽 구석에선 침대에 두 연인이 누워 누가 들어오거나 말거나 정열적인 주둥아리 접선을 하고 있었다. 이 곳엔 이미 세 쌍의 양코 커플이 있었고 우리 세 사람이 합류한 뒤 한국인 커플이 또 한 쌍 들어왔다. 대부분 서로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 서로의 대화는 최소한의 필요한 정도만 이루어지고 자기들의 일만을 생각하고 말하는 분위기였다.

 

방으로 안내한 이 아가씨는 방을 안내받은 뒤 이 곳 저곳을 데리고 다니며 

 

10시가 넘으면 문을 잠그니 뒷문으로 들어오되 열쇠는 어디에 달려 있는걸 어떻게 사용하라는둥, 몇 시부터 몇 시까지는 시에스타(낮잠)시간이니 조용히 해야 한다는둥, 인터넷사용 시간과 주의사항, 욕실 위치와 사용방법, 수영하러 해변 가려면 눈앞에 보이는 곳은 금지구역이니 가지 말고 어디로 어떻게 돌면 � 분정도 걸린다는둥, 아침식사 시간과 장소, 뱃시간과 버스시간, 체크아웃 시간과 방법이나 숙박하는 동안의 각종 주의사항 등 피곤하다싶을 정도의 친절한 안내와 설명이 장황했다. 짐을 방에 내려 놓고 구경을 나갔다. 마을 구경을 하고 돌아온 초저녁엔 형사 콜롬보를 한 외모의 반백 두발의 사장이 설명을 들었느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했더니 이해를 했느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했더니 다시 한 번 설명해 주랴고 묻는다. 어이가 없어서 필요 없다고 했더니 대답이 골때린다. "한국인들은 알아 듣지도 못하면서 설명할 땐 알았다고 연신 고개만 끄덕여 놓구선 막상 뭔가 필요한게 생기면 시도 때도 없이 사람을 불러 성가시게 한다"나? 그가 한 말투는 그리 기분 나쁜 투는 아니었지만 영어를 못하니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새는군. ㅡ,.ㅡ 

 

짐은 공용으로 쓰는 방이니 짐은 대충 풀어놓고 지갑과 카메라만을 들고 숙소를 나섰다. 해외 여행을 올만큼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쓸데없이  남의 물건에 손대는 짓은 안할거란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가는 골목 골목이 환상이다.

 

여기선

 

아무데서나

 

아무 카메라나 기냥 들고

 

아무 곳을 향해 

 

아무렇게나 찍으면

 

근사한 사진이 나온다.

 

마을이 무척 예쁘다.

 

마을 한쪽 끝에서

 

반대편 끝으로

 

걸어가는데

 

15분이면 되지 않을까.

 

우리는 골목 골목을

 

 한군데도

 

빠뜨리지 않고   

 

죄다 싸돌아 다녔다.

 

교회는 물론

 

일반인의 집이나

 

 

가게도

 

예쁘게 꾸며져 있지만

 

마을 전체는 예뻐도

 

인위적인 통일성으로 인해

 

개개의 집들이

 

별로 개성은 없다.

 

하지만 어디에 가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와 단순함은 그 안에 존재하는 나 자신이 동화의 나라까진 아니어도 졸라 요상한 나라의 엘리스 정도 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싸돌아 다니다 보니 배가 고파졌다. 바다와 절벽이 내려다 보이는 로짜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을 하나 잡았다.

 

들어가면서 보니 입구에 어르신 한 분이 팔자좋게 자빠져 코까지 고신다. 어르신의 시에스타를 방해하지 않기위해 조심스레 카페 안으로 들어가

 

테라스 끝의 테이블로 가서 앉았다. 캐나다에서 함께 여행온 4명의 할머니들이 우리를 쳐다보며 미소짓는다. 어디에서 왔는지 휴가를 왔는지 뭐 그런 시시콜콜한 질문을 하며 우리가 대화속에 서 주먹이 오가거나 얘기중 한사람이 언성이 높아지거나 하면 뭐가 그리 우스운지 계속 주시하며 웃곤 했다. 인상 좋은 할머니들이었다. 이 사진을 찍어준 사람은 역시 마음씨 좋은 캐나다인 할배. 혼자서 여행 오셨는지 혼자 식사를 하며 친구를 찾고 있었지만 긴 대화를 나누기에는 영어 실력이나 우리가 가진 시간의 한계가 있어 고맙단 인사만 하고 우리끼리 식사를 했다. 그 할아버지는 옆 테이블에 앉은 가족들과 대화가 시작되었고 결국 할배 또래의 가장과 악수를 하며 잔을 수시로 부�히며 친구가 생긴 것을 기뻐했다. 우리가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캐나다인 할머니들은 우리에게 눈인사를 하며 자리를 떴다.

 

어둠을 틈탄 개폼 한 컷.

 

이 곳 산토리니는 토질이 포도재배에 적합해 와인이 유명하다며 시음을 권하는 책에서 본대로 비싼 와인은 아니었지만 종업원의 추천대로 하나 주문했다. 난 레드와인을 선호하는데 추천해 준 것은 와이트 와인이었다. 그런대로 마실만은 하더만 잔이 두껍고 무거운데다 깨끗한 투명함이 없는데다 레드와인용 잔이라 좀 거시기하다. 이 말 쓴거 보면 뜀도령이나 리유군은 "그냥 먹지 까칠하게 군다"고 잔소리 했겠지. 취소다 취소!

 

새파란 바다가 까마득히 내려다 보이고 바다바람에 마시는 와이 맛은 그냥 분위기나 즐기자는 걸로 보면 그래도 만족스럽다.

 

7월 7일 일정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