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08 두바이 the 2nd·그리스

그리스여행7(미코노스)

코렐리 2008. 8. 27. 13:10

2008. 7. 9(수)

 이 날은 산토리니를 떠나 미코노스로 가는 날이다. 아침 6시 20분에 일어나 밖에 나가서 삼실에 전화해 보니 특별한 발생 사안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심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잠시 휴식을 더 취하고 나서 같은 방 사람들의 수면에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충 짐을 들고 나와 밖에서 부산을 피웠다. 8시 30분에 식사를 한 뒤 체크아웃을 했다.  밖으로 나와 피라행 버스 시간에 �춰 밖으로 나갔다. 나가다 보니 하얀 목도리를 두른듯 흰 가슴털을 한 검은 고양이 한마리가 암상스럽게 다소곳이 앉아 졸고 있었다. 어찌나 귀엽던지 사진 한 장 찍고 살짝 머리 한 번 긁어주고 자리를 떠났다. 버스에 올라탄 우리는 20분이면 충분히 도착할 피라 버스터미널에서 항구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기사 아저씨가 뭔놈의 여유가 남아났는지 느리적거리며 천천히 운전해 갔다. 다 좋은데 어라? 어제와는 다른 코스로 가는데 이건 무슨 조화지? 결국 피라만 도착하면 되니 다른 길로 가더라도 피라만 도착하면 된다는 생각에 별 신경을 안썼다. 그런데 이케 모야? 가다가 어느 순간에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게 아닌가. 낯익은 길로 다시 되돌아 도착하니 그 때부터 다시 아는 길로 가는 것이었다.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한 것이었을까? 차내에 불만 제기자는 전혀 없었다. 나처럼 뭘 모르는 사람들만 있나? 아뿔싸. 갈아탈 버스시간에 �춰 도착하긴 틀렸군. 까이꺼! 택시타면 되지 머가 문제야. 그 때 그 상황은 탓하지 않았지만 곧 발생할 골때리는 문제는 예상도 못했다.

 

피라에 도착했다. 당근 항구행 버스는 이미 떠났다. 다음차 기다리다간 배가 떠나버리고 만다. 택시를 타기로 했다. 문제는 택시를 잡을 수가 없다는 거였다. 택시승강장에서 순서를 기다리려고 보니 이미 대여섯 사람 또는 팀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고 택시가 뜸하게 오는걸 보니 10시 30분에 떠나는 배를 타는데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생겼다. 우리는 승강장에서 기다릴게 아니라 거리로 나가서 택시를 잡기로 했다. 그러나 택시들은 서주지 않았고 간신히 잡은 택시는 전화예약 손님만 탑승이 가능하다며 승차를 거부했다. 그제서야 택시가 예약제로 운영된다는 감이 잡혔다. 아닌지도 모르지만 어쨋든 택시 믿고 뱃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다는 생각은 완전히 틀린 생각인 것만은 틀림 없는 것 같다. 전화로 택시를 불러봐야 소용이 없는 시간임을 알고 아무 승용차나 소형 트럭 등을 붙잡고 항구에 데려다 주면 50유로를 주겠다고 해도 움직여 주는 사람이 었었다. 차도 낡은 차에 돈도 별로 없어보이는 사람에게 100유로를 주겠다고 해 보았다. 그래도 싫어? 바로 10분도 안걸릴 코앞의 장소인데? 불법인데다 단속이 심해 안된다는 답변이었다. 할 수 없이 배는 이미 놓친셈 치고 일단 다음 버스를 타고 가보았다. 혹시 시간의 마술로 연착이라는 기대 이상의 선물을 바라면서 말이다. 이미 우리가 표를 가진 배는 떠났고 환불이 일부라도 가능하거나 다음날 이 표를 쓸 수 있는지를 물어보니 짤이 없다. 오늘 중 가는 배가 있는지를 물었더니 정박중인 배가 곧 떠난단다. 표를 달라고 했더니 일반석은 1개 밖에 없고 나머진 비지니스 클래스 뿐이란다. 일반석은 리유군에게 양보하고 뜀도령과 나는 비지니스칸으로 울며 겨자먹기로 표를 구입해서 승선했다. 다시 표를 사는 것만도 억울한데 일반석보다 20유로나 더 비싼 58유로자리 표라... 

 

배를 일단 탔다. 비즈니스 클래스는 아무래도 서비스도 다르겠지 하며 리유군을 일반실에 남겨두고 올라가 보았다. 아래의 사진이 비즈니스 클래스다. 이 곳에 앉아서 간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매리트도 없었다. 하물며 간단한 음료와 스낵이라도 주겠지... 그런건 전혀 없었다.

 

11시 50분이 되자 항구를 떠난 배는 미코노스를 향해 뱃머리를 틀었다.

 

쾌속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는 시간은 적지 않게 걸렸다. 

 

오후 4시가 다 되어서야 미코노스에 도착했다. 비지니스 클래스는 공간이 따로 있다는 것 외에는 전혀 매리트가 없었으니 그래도 하선할 땐 비행기에서도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이 먼저 내린 뒤에 이코노미석 승객이 내리는 것처럼 여기서도 그러겠지 하는 기대도 완전히 빗나갔다. 오히려 가장 나중에 내려야만 했다. 이거 도대체 머냐고?

 

우리는 미코노스타운의 광장인 택시스퀘어로 가는 길을 확인하고 그리로 걸어서 갔다.

 

가다 보니 거북의 형상을 한 바위가 나왔다. 나는 아무생각 없이 "거북바위 아냐?"하며 사진을 찍었다. 리유군도 따라 찍었다. 나중에 왈. "이거 오빠가 찍길래 무심코 지역 명물인줄 따라 찍었는데 알고 보니 아무 것도 아니더라"나. 내가 의미를 부여하면 그게 명물이지 뭐.

 

우리는 이미 점찍어 두었던 델피니 호텔에 체크인 하고 들어갔다. 주변 호텔 중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곳으로 알고 갔다. 기대했던 것보다 리유군이 숙박하려 했던 독방의 값이 비쌌다. 리유군은 그러잖아도 종종 독방을 쓰는 통에 금전상의 부담이 있을 것 같아 가격 협상을 해서 적잖이 깎았다. 인상좋은 이 아저씨는 그러잖아도 손님이 별로 없어서 그랬는지 선뜻 깎아주었다.

 

방은 그런대로 깔끔했지만 전망같은건 전혀 좋지 않았다. 이웃 가게인지 호텔인지 몰라도 창 밖에 내다 보이는 옥상에는 술병과 쓰다 남은 모래와 건축 폐자재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까이꺼, 문제될거 없다. 창밖이나 내다보며 턱궤고 멀건히 있을 시간도 없이 바쁘게 싸돌아 다닐테니 그런건 별 의미도 없었다.

 

대충 짐을 풀고는 내일 아침에 탈 배편부터 알아보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선박회사의 사무실은 여기저기 눈에 띠니 굳이 애써서 찾지 않아도 되었다. 배표를 구입한 우리는 택시스퀘어에 바로 보이는 안토니니라는 식당을 찾았다. 리유군과 뜀도령은 싫어하는 음식인데 이상하리만치 내 입에는 너무너무 맛있는 양갈비 스테이크를 또 시켰다. 아무도 안뺏어 먹는다. 감자튀김도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게 씹히는 감촉이 일품이었다. 맥주와 함께 먹는 양갈비의 맛은 최고였다. 늦은 시간이라 지금 먹는 밥은 점저(점심겸 저녁)였다.

 

택시광장에 있는 안토니니 식당에서는 아래 사진에서와 같이 운치있는 식당가가 보이는데 이 곳은 작은 베네치아로 불린단다. 바로 보이는 바닷물에는 모터보트들이 정박되어 일렁이는 파도에 넘실거리고 물은 바닥이 다 보이도록 깨끗했다. 관광지이니만큼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을테니만 오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깨끗한 바다가 너무나도 부러웠다.

 

점심을 먹고 나자 리유군은 쉬고싶다며 숙소에 남고

 

뜀도령과 나는 지도를 살펴가며 감으로 버스터미널을 향해 복잡한 골목을 쑤시고 다녔다. 지도상으로 보자면 골목길로 직행하는게 가장 가까운데 문제는 이리 꼬불탕 저리 꼬불탕 다니다 보면 방향감각을 잃는 다는게 문제였다.

 

골목이 예쁘고 운치있는건 사실이었지만 좁아터진 골목골목과 똑같은 색의 건물과 창문들들로 인해 거기가 가기같아 엄청 헤매게 된다. 

 

헤매다 들른 막다른 골목에 엄청 큰 선인장과

 

흐드러지게 핀 등나무꽃은 우리를 이 골목에 잠시 머무르도록 유혹했다.

 

알고 보니 개인집을 들어가기 위한 골목이었다. 이런 집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무척 궁금했다.

 

다시 그 골목을 빠져 나온 우리는 또다시 헤매기 시작했다.

 

사실 헤맨 것 도 사실이었지만 이렇게 운치있는 골목골목을 유람하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이 골목은 그 자체가 중요한 관광코스이기도 하다.

 

등나무로 치장한 식당

 

 남자인 나의 눈까지도 사로잡는 수예점의 상품들.

 

다니다 보면 여기 혹시 왔던데 아니냐며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이런 널찍한 골목은 자주 나오는게 아니니 왔던 곳은 아닐테고...

 

그래도 계속 짐작되는 방향으로

 

가고 또 갔다.

 

인도의 바라나시 골목을 헤매던 기억도 살짝 되살아난다.  

 

뻔한 곳에서 길을 잃는 곳이 바로 이 곳 미코노스 타운의 골목길이라나 쉬지 않고 물어물어 가다가 그것도 싫증이 나서 일단 마을 최외각인 바닷가로 나갔다.

 

이 마을은 언젠가 어디선가 달력에서 본 곳임에 틀림이 없었다. 이건 분명코 데자뷔 현상은 아니고 기억에 의지한 판단이다.

 

그곳에서 바로 보이는 미코노스으 명물 중 하나인 여섯개의 풍차 중 다섯개다. 나머지 하나는 둥근 원통모양의 콘크리트 벽만 남고 지붕과 바람을 받는 틀(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바람개비?)이 없어 빼고 찍었다.

 

바닷가로 나와 외곽길로 가니 가기도 쉽고 가다가다 물어볼 사람도 많이 눈에 띠었다.

 

드디어 마을 반대편 끝에 위치한 버스광장에서 발견한 버스 시각표. 대충 기억에 30분 단위로 버스가 출발했던 것 같다.

 

바로 옆 가게에서 물과 버스표를 구입하고는

 

올 때의 막차시간이 늦게까지 있어 맘편하게 파라다이스 비치를 향해 떠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비치 이름이 좀 야릇하다.

 

누드 비치라나? 말만 그렇다.

 

아프리카풍의 이 건물(?)은 래커로 사용중이다. 재미있다.

 

여기가 입구다.

 

들어가면서 가장 먼저 눈에띠는 금속원판. 이 비치의 엠블럼이라도 되는 것 같다.

 

아직 본격적인 여행성수기가 아니라서 그럴까. 초저녁이라 대부분 돌아갔기 때문일까. 사람들이 별로 없다.

 

가까운 곳에 돛을 내린 배가 어슬렁거린다.

 

주변 경관으 특별히 볼건 없었지만 무척 물이 깨끗하다.

 

차양 아래에선 많은 선남선녀들이 스테이지에 올라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이 곳에 대충 한 두시간 머물며 수영을 좀 즐긴 뒤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옷을 다시 갈아입었다.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도 안한채(여긴 이상하게도 샤워실이 없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면서 깜빡하고 수영복은 휴지걸이함 위에 두고 나왔다. 다시 돌아가 보니 마침 내가 나오자마자 들어갔던 남자가 그 곳에서 일을 보고 나오고 있었다. 염병앓 놈. 내 수영복을 후장 닦은 휴지가 가득한 통에 넣어 버렸다. 제꺼 아니라고 그 짓을 해 놓은게 괘씸해서 쫓아 나가 Hey, You! 하고 불렀더니 들은척도 안하고 총총걸음으로 바삐 간다. 쫓아가 지랄 한 번 해보려다가 참고 돌아섰다. 남이 입던 수영복이 유쾌할 리 없고 흘린 내가 잘못이니 그냥 돌아서서 수영복을 세면대에 대충 빨아 봉지에 담았다.

 

버스에 올라탔을 때는 이미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버스 안에서 보는 석양은 무료한 버스 안에서 볼거리를 선심좋게 제공했다.

 

미코노스 타운으 버스 광장으로 돌아온 우리는 안가본 골목을 가보기 위해 골목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한 기념품점 입구에 세워둔 큼직한 세라믹 인형이 재미있어 사진을 찍었더니 물건은 안사고 공짜로 사진찍어 가는게 심사가 뒤틀렸는지 쥔 아줌니가 쫓아나와 사진 찍지 말란다. 오히려 사진을 찍어가면 홍보효과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싫음 말구.

 

해가 지고 난 뒤의 마을 골목은

 

낮에 보았을 때의 분위기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운치가 조금 더 있다고 할까.

 

기념품 가게들은 낮보다는 오히려 저녁때에 더 많은 활기가 보인다. 일단 숙소로 돌아왔다. 우리가 묵었던 델피니호텔 입구

 

숙박하던 호텔에서 내다 본 바깥풍경

 

 

 

우리는 밖으로 나가 작은 베네치아라고 불리는 곳으로 나가 바닷바람과 파도소리를 즐기며 맥주를 마셨다. 리유군이 좋아하는 미도스 맥주.

  

 광장에서 바라다 본 저녁바다

 

 

 

어둠이 내린 뒤의 레스토랑. 점저(점심겸 저녁)를 먹은 통에 저녁은 건너 뛰었다.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리유군이 챙겨온 컵라면에 고추장을 풀어 먹고 잤다.(--->라면이 뜀도령거였단다) 어쨋든 5시 정도가 되어 점저를 먹고 저녁먹기가 어정쩡해 라면으로 건너 뛰기가 심히 섭섭한건 사실이었지만 이 곳 음식이 입에 잘 맞음에도 불구하고 이노므 라면에 고추장 풀어 먹으니 칼칼한게 새삼스럽게 좋다. 내일은 미코노스를 떠나 아테네로 다시 돌아가는 날. 아테네에서 처음 머물렀던 집에 다시 전화해서 추가로 예약했다. 뱃시간도 그렇고 이래 저래 늘어지게 늦잠 자며 여독을 조절할 참이다. 왜? 여기선 볼거 다봤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