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 10(수)
어차피 이 섬에서 볼건 이미 다 보았고 배시간은 어차피 14시가 넘어서 출발예정인고로 일찍 일어나 봐야 할 일도 없었다. 이 날 아침도 늘어지게 잠만 잤다. 느즈막히 일어나 짐을 꾸리고 체크아웃을 한 시간은 12가 거의 다 되어서였다. 호텔을 나온 일행은
택시광장을 지나 작은 베네치아로 나온 뒤 잠깐 거닐며
남은 시간이
아쉬웠을까
사진을 몇 장 찍은 뒤
다시 골목으로 들어 섰다.
전날 해변을 갔다가 돌아오면서
저렴한 식당을 보아 두었는데
그리로 가기로 한 것이다.
짐을 잔뜩 꾸린 우리는 짐을 들고 아래의 식당으로 들어갔다.
스필리아라는 이름의 식당은 바깥에서부터 메뉴와 가격을 너절하게 잔뜩 써 놓았다. 들어가서 보니 미국인으로 보이는 여고생들이 수학여행이라도 왔는지 몇 명이 떼로 들어와 밥을 먹었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핥아가며 먹던 친구들이 들어와 합류해 주위에는 아랑곳도 하지 않고 잔소릴 실컷 하고는 또 나가고 다른 애들이 들어오면 밥먹다 말고 수다떠는 철부지들이었다. 아줌마들의 수다는 용서 못해도 청소년들의 수다는 그래도 풋풋함이 뭍어나서 그럴까 우리는 신경쓰지 안았다.
메뉴판 사진으로 크게 벽에 붙어 있었다. 그저 엉성하게 써 놓은 가격 옆에 붙여진 번호만 말하면 된다.
이 곳 그리스는 도대체 음식가격과 맛이나 질은 비례관계가 전혀 없었다. 나는 엔초비 튀김을 먹었는데 적다싶은 양도 먹고보니 결코 그렇지는 않았고 맛도 감격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다른데 뒤지는 맛도 아니었다. 배고파서 허둥거리며 먹다가 생각나서 찍었다.
민생고가 해결되자 이젠 슬슬 걸어 항구로 가서 배만 기다리면 되었다.
나는 우리가 확보한 아테네행 배표가 쾌속선인줄 알았다. 눈앞에 일반 페리가 진작부터 대기중에 있었다.
나는 이 배가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확인해 보자는 말에 일어나 물어보니 2시 15분 출항 아테네행이 맞다네? 또 못탈뻔했다.
배에 올라타고 나니 정확히 2시 15분에 출항했다.
7시가 넘어 피레우스항구에 도착해으니 다섯시간 정도 소요된 셈이다.
도착하자마자 민박집에 전화한 우리는 여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어 도착을 알리고는 취사를 해도 되는지를 물었다. 얼마든지 하란다. 이 번에도 리유군의 방과 남자들의 방 2 개 얻었다.
장을 이곳 항구에서 보면 신선한 해산물도 살 수 있을 것 같아 제안했더니 일단 짐도 있고 피곤한지 숙소로 들어가잔다. 며칠 전 묵었다가 다시 묵을 곳으로 돌아오니 집으로 돌아오는 듯한 묘한 기분도 든다. 숙소에 도착한 시간이 21시 5분전. 민박집 아주머니는 우릴 보고 장보려면 근처 식료품 가게가 있으니 지금 당장 나가란다. 9시면 문닫고 그 외에는 대안이 없단다. 나는 내일 가 볼 여행지인 델피에 관한 정보를 좀 얻으려고 작심하고 있었는데 지금 곧 퇴근해 집으로 가려고 하는 참이란다. 나는 리유군에게 아줌마한테서 정보를 좀 얻어 놓으라는 당부를 하고 뜀도령과 함께 뛰어 나갔다. 나중에 얻어 놓은 정보를 보니 내 생각과는 다른 불필요한 정보들 뿐이었다. 그럴 수 밖에... 어쨋든 쌀 감자, 양파, 오이, 상추, 샐러드용 치즈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맥주를 샀다. 가게 문을 막 닫으려던 참이라 야채는 싱싱하지 않았고 그 이상 사려도 살 물건도 없었다. 고추장이 있어 다행이었다. 반찬 없을 때 해먹는게 바로 비빔밥이 아니던가. 대충 해먹는데도 먹을만하다. 이런 방식으로 살인적인 밥값을 저녁마다 피해갔다. 덕분에 여행경비 좀 세이브 했다. 아직 집으로 돌아온 것도 아닌데 긴장도 어느정도 풀리고 피곤도 했다. 샤워를 하고는 에어컨은 빵빵하게 튼채 푸근하게 잤다. 새벽에 목이 말라 방에서 나와 냉장고의 물을 찾아 주방으로 나갔다가 거실의 인기척에 은근히 긴장했다. 나의 복장은 타잔이었다. 어걱! 뒤즌게 들어온 투숙객이었나? 샤워실에서 나왔는지 머리를 말리던 여인네와 마주쳤다. 으악! 나 타잔이잖아! 졸라 당황. 도로 들어가 옷입고 나와서 젊잖은척 다시 나와 물먹고 화장실 들러 생까고 들어가 잤다. 친화력 강한 나도 적이 쪽팔려서 인사도 못나눴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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