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08 두바이 the 2nd·그리스

그리스여행1(두바이→아테네)

코렐리 2008. 7. 29. 12:35

2008. 7. 3(목)~7.4(금)

정작 가고싶은 곳을 포기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차순위로 생각했던 여행지까지도 포기하고 삼순위 이하로 밀려있던 후보지로 급선회 했기 때문일까. 소풍갈 아해처럼 맘설레며 기다리던 그동안과 달리 이상하리만치 이 번 여행에는 기다림의 지루함이 없었다. 가장 가고싶은 차마고도는 어차피 최소 한달은 잡아야 하니 휴가를 내서 간다는 것은 어림 반푼어치요 팔일동안 삶은 호박에 이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쉰소릴진대 다른 곳을 물색하지 않고 어찌 가할까. 차마고도 포기는 그렇다 치고 그러잖아도 관심이 많은 남미에서도 마추픽추가 있는 페루를 가고싶었다. 막상 조사를 시작하고 보니 시간적으로도 열흘만으론 좀 무리다싶었고 경유지 공항을 거치는데 미국 비자를 받아야 한다는 설도 있어 실제로 알아보기도 전에 기분부터 상해 차후에 생각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모래알처럼 많이 남은게 날이질 않은가. 두 달 전에 항공권을 미리 예약해 놓고 무슨 배짱인지 이 번엔 첫날 숙박지를 제외하곤 아무것도 예약을 하지않았다. 그동안의 노하우가 쌓여서인지 그동안의 조사를 통해 배편이든 숙소든 현지에서 바로 수배할 수 있다는 결론과 확신을 얻었다. 아무것도 예약을 안하고 현지에서 모든 것을 수배하면 금쪽같은 유동성이 확보되니 가고싶으면 가고 뭉개고싶으면 하염없이 뭉갤수도 있으니 남의 경험담과 의견을 기준으로 삼은 계획표에서 마음가는 대로 아작내면 된다. 설사 방이고 배편이고 못구하면 또 어떠리. 세상에 해결되지 않을 일은 아무것도 없질 않은가. 7월 3일 아침 일찍 출근한 나는 이미 여행 짐을 들고 나섰다. 퇴근시간이 지난 7시가 되어 반바지로 갈아입고는 콧구멍만한 륙색이나마 한 쪽 어께에 둘러메고 야구모자를 주워쓰니 실감이 들기 시작한다. 간다 간다 나는 간다. 입가에 은근히 찢어지는 미소를 얼굴 옆구리에 하나가득 머금고서 말이다.

지하철 2호선 회현역에서 내려 20시에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21시가 조금 넘었고 뭔가를 팔던 이들은 죄다 문을 닫아 먹을게 없었다. 이런 젠장. 곱창이 허전한 뱃속의 서글픔을 달래기 위해 허리띠를 약간 바싸기 매고 에미레이트항공의 23:55 비행기를 주워 탔다. 2년 전 터키를 가기 위해 같은 시간의 같은 항공사 비행기를 탔던 그 때가 새삼 떠오른다. 그 때 그 인원 중 시간이 맞지 않아 합류하지 못한 아싸군만 빼고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폭격기 아닌 폭격기에 폭탄 아닌 폭탄 셋이 탔다. 폭격지 아테네, 체크포인트 하나 두바이, 출격!

 

세상에서 가장 좋은 반찬은 시장기. 눈빠지게 기다리던 기내식이 무지하게 맛이 있었다. 사실 에미레이트 항공은 싱가폴항공 못지 않은 서비스와 시설이 있고 게다가 기내식이 비교적 좋은 편이다. 두바이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4시. 2년 전에 와 본 적 있는 이 곳 면세점은 불이 꺼지지도 않고 셔터도 없다. 2년 전과 달라진 거라곤 진열대 위의 물건들이 그 때를 비교해 최신상품으로 교체되어 있다는 사실 뿐이었다. 어쨋든 이 곳은 남는 시간동안 우리가 관심을 기울일 곳은 아니다. 아랍에미레이트로 입국승인을 받은 시간은 05:00 정도.

 

출구로 나가는 길은 2년 전에 와봤음에도 불구하고 졸라 헤맸다. 암튼 이 곳은 경유지로 거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입국을 하는 돈푼깨나 있는 인사들은 다른 구멍으로 다니는지 입국장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무쟈게 찾기 어렵고 후미진 곳을 돌고 돌아야 했다. 가진 오일달러를 주체못하며 외국인을 무시하는 이들이 돈벌러 오고 나가는 해외 동남아계 노동자들을 위해 일부러 마련한 통로였을까.(사진제공 : 리유군)

 

 

입국 직전 디람이라는 낯선 단위의 돈으로 유로화를 환전 한 뒤 바깥으로 나간 우리는 택시를 한 대 잡아 탔다. 버스를 타보고 싶었지만 6시 30분인가에 첫차가 다닌다던가. 현지인들은 어차피 벤츠나 비엠더블유 같은 차들을 굴리고 다니니 버스 안에 현지인은 없고 대부분 해외 노동자들이 타고 다닌다고 하니 현지인과 부대끼는 체험도 불가능하다. 택시는 신나게 달려 두바이 시내로 들어섰다.

 

이 날 두바이에서의 체류시간은 불과 5시간이었다. 따라서 주메이라 비치와 그 주변을 둘러보는 것 정도가 이 날의 계획이이었다. 주메이라 비치와 그 주변은 과거 터키에 갈 때 이미 들러 본 곳이다. 추억을 함 되짚어 본다고나 할까...

 

가다 보니 엄청 높은 깃대 끝에 펄럭이는 아랍에미레이트의 국기가 인상적이었다.

 

전에는 본 기억이 없는 회교사원도 보이는데 운전기사의 말로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사원이라고 한다. 주메이라 비치에 가자고 하니 오픈비치를 말하는건지를 물었다. 2년전 왔을 때 들렀던 곳이 사유지는 아니었던 것 같고 그렇다면 그곳이 그곳이라고 생각하고 가자고 했다. 도착하고 보니 버즈 알 아랍이 보이는 그곳이 아니었다. 도대체 비치라고 하면서 그 비치 규모가 얼마나 크길래 버즈 알 아랍이 보이지도 않는걸까. 그래서 방향을 다시 잡아 그리로 가자고 했다.

 

그는 다시 도로로 나와 신나게 달렸다. 주변은 부촌인지 아랍식 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는데 역시 지은지는 그리 오래되어 보이지 않는다. 가면서 듬듬이 보이는 버스 정류장에는 아래의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은 에어컨 부스가 설치되어 있다. 돈이 많으니 뭔들 못하랴.

 

 

도착한 곳은 버즈 알 아랍 호텔의 입구였다. 사실 버즈 알 아랍이 보이는 비치를 원했던건데...  

 

어쨋든 도착했으니 기념으로 사진 한 장 박고 다시 이동했다.

 

우리가 탔던 택시(사진제공 : 뜀도령)

 

 

이 번에는 버즈 알 아랍을 지나쳐 가장 가까운 비치에서 내려 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는 택시 기사질만 하면 될 일이지 여행사 직원놈모냥 여기는 어디고 저기는 어디고 해가면서 계속 오버만 했다. 물론 어느 호텔의 환상적인 정원을 보는 기회도 그 덕에 얻기는 했지만 그건 그냥 지나치며 보는거고(사진제공 : 뜀도령)

 

그의 속셈이 들여다 보여길래 계속해서 멀리 벗어나지 말고 가장 가까운 비치로 가자고 했지만  알았다고 하면서 계속 여행 안내만을 했다. 내가 보기엔 주메이라 비치는 완전히 벗어났고 그는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제 나름대로 구경시키고 요금이나 챙길 심산이었던 것 같다. 이제는 다리를 건너 전혀 엉뚱한 곳으로 가고 있었다. 나는 짜증을 내며 버즈 알 아랍 방향으로 다시 되돌리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썰렁함을 느끼고 차를 되돌렸다. 아래의 사진은 차를 돌렸던 지점의 한 아파트 밀집지역인데 이 곳 역시 부촌이라고 한다.  

 

이미 들어섰던 도로는 고속도로같은 크고 긴 도로여서 한참 가서야 차를 돌릴수 있었고 되돌아와 거대한 규격의 IC를 거쳐 차를 돌리는데만도 동선이 무척 컸다.

 

바로 이곳에서 내려 2년 전 들렀던 주메이라 수크로 걸어서 갔다. 택시비는 100 디람 정도가 나갔다. 90유로를 환전해서 550디람이 조금 안되는 정도를 받았으니 택시비로는 적지 않은 지출이다. 원래는 아테네로 가는길에는 2년 전 들렀던 곳을 다시 가보고, 인천으로 돌아갈 때는 전혀 가보지 않은 쇼핑센터 밀집지역 등에서의 쇼핑이나 아라비아 카페에서의 심야 분위기 체험(뜀도령과 나는 이집트에서 해봤지만 리유군은 경험이 없으니 겸사 겸사...)도 할 것을 감안하고 있었다. 서울로 돌아갈 때는 아테네로부터 두바이행 항공기 출발시간이 1시간 당겨졌다는 말에 두바이 체류시간이 길어졌다고 좋아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나중 얘기지만 오히려 1시간이 더 늦어진 상태에서 이륙했다. 결국 서울로 돌아갈 때는 두바이에서의 체류시간이 겨우 3시간이 남으니 두바이 시티 재방문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각설하고...

 

2년전 날씨와는 확연하게 차이가 있었다. 당시는 차량 밖으로 나와 잠시만 서있어도 비 오듯 땀을 흘렸다. 이 날은 한국의 더위와 비교해도 그리 심한 수준이 아니었다. 뜀도령과 리유군의 걸음이 짱짱하다.

 

아침 6시쯤 도착한 주메이라 수크와 호텔 입구

 

다시 와서 보니 감회가 무척 새롭다.

 

아직 이른시간이라 문은 아직 열지 않았지만 상품들이 바깥에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는 모습은 그 때나 이 때나 마찬가지였다. 청소원이든 이 곳 직원이든 누구 하나 이 곳을 돌아다녀도 제지하거나 관심을 두는 사람이 없다.

 

가게 간판이 아주 예뻐서

 

몇 컷 찍었다.

 

2년전에 보았던 사자는 아직도 팔리지 않고 그대로 진열되어 있었다.

 

페르시아 병사처럼 보이는 인형들은 당시엔 못보던 물건이었던 것 같은데 무척 재미가 이다. 하지만 기념품 치곤 후져 보이는데 이런 것도 팔리긴 하나보다.

 

뒤쪽으로 나오면 호텔과 레스토랑이 나온다. 인공으로 만든 호수에는 주방 직원으로 보이는 이가 보트를 운전하며 이동하고 있는데 여기선 나름 내부의 교통수단인가보다.

 

인공호수에서 내다 보이는 버즈 알 아랍.

 

이를 배경으로 한 컷.

 

일단 공공비치는 아닐테지만 해변으로 나가 보았다. 가다 보니 낙타인형도 하나 설치되어 있어서 기념촬영.

 

비치로 나가 보니 이 곳에는 "For Residents only"라는 까칠한 문구가 쓰여 있었고 다른 한 쪽에서는 트랙터를 이용해 모래사장의 발자국을 모두 지워 아무도 다녀간 적 없는 해변처럼 만들고 있었다. 이 이런 새벽에 고객을 위한 봉사를 하고 있으니 돈은 역시 쓰는 만큼 대우를 받는 모양이다. 우리는 그 곳을 밟아야만 다음 코스로 이동할 수 있었다. 약간의 눈치를 보며 트랙터가 긁고 간 자리를 최초로 밟으며 지나갔지만 별 소리 없다.

 

가다가 어느 한 곳에 설치된 휴식공간에서 셋이 기념촬영을 했다.

 

 

다리 밑을 통과하여

 

지나 가면 도로로 향하는 길이 금방 나와 줄 줄 알았다. 뜨거운 모래사장을 계속 걷는 것도 슬슬 싫증이 나기도 하고 이젠 공항으로 갈 교통편을 알아보자면 도로로 나가야 했다. 그런데 가도 가도 호텔 옆 호텔, 울타리 옆 울타리만 이어지지 길 하나 뚫린 것이 없었다.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다. 해변은 투숙객을 위한 호텔 소유지인데 이 곳으로 통하는 길을 뚫어 놓는다면 어중이 떠중이가 해변으로 들어와 물을 흐려 놓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결국 우리는 무단 침입자인 셈이다. 우리는 주메이라 호텔을 통해서 나가기로 했다. 호텔 안쪽으로 들어서니 경비원이 지키고 있었고 나가는 길을 물으니 당연히 투숙객인지를 묻는다. 투숙객이 아님을 확인한 그는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무전기에 대고 뭐라고 뭐라고 떠들기 시작했다. 조금 지나니 골프장에서 쓸법한 탈 것이 늑달같이 달려온다. 이걸 타면 출구까지 태워다 주겠다는거다. 확실하게 내쫓자는건지 아님 친절을 베푸는건지 모르겠지만 경비원의 얼굴은 분명 친절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자 ^^; 차량을 타고 이동하면서 찍은 사진이다. 저 멀리 바로 그 경비원과 청소부가 보인다.

 

우릴 태워 출구에 내려 준 친절한 기사양반과 차량.

 

나와서 보니 이 호텔은 5성급이다. 5성급 이상으로 보일만큼 럭셔리하게 보이는 호텔이었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에어컨 부스로 들어갔다. 리유군이 택시를 타고 가자는 말에 뜀도령이 동의하니 택시를 잡고 공항으로 다시 들어가 08시쯤 돌아왔다. 택시비 50디람 정도 썼다. 환전해서 쓰고 남은 돈은 다시 서울로 돌아갈 때 두바이 재방문경비로 쓰기로 하고 일단 배가 고파 패스트푸르 형식의 중국음식을 시켜 먹었다. 어마어마한 공항 청사내에 앉아 밥을 먹는데 에어컨을 어찌나 세게 틀었는지 얼어죽을 지경이었다. 점심 먹고 나서 곧바로 이동해 아테테행 비행기로 09:50에 갈아탔다. 

한국인은 우리 외에는 아예 없는 것 같고 한국인 여승무원이 우릴 보더니 반가와 하며 무척 친절하게 이 것 저 것 챙겨준다. 이 노선은 어차피 오전 단거리 노선인 관계로 아침 비행기면 오후에 곧바로 다른 노선 비행이 예정되어 있을거라는 뜀도령의 말에 저녁식사에 초대하겠다느 선심성 발언으로 생색한 번 내봤다. ㅋㅋ. 10시쯤 출발한 비행기는 오후 두 시경 아테네에 도착했다.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곧바로 청사를 나와 신타그마로 향하는 3.5유로짜리 버스 티켓을 사서 

 

X95번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를 타면 사진에서처럼 티켓을 박스에 넣으면 찌리릭 하며 날짜가 찍힌다.

 

공항을 벗어나 대충 30분정도 가니

 

신타그마 광장에 도착한다. 막상 도착해서 본 신타그마 광장은 아테네 시내 번화가의 중심광장이고 보면 좀 엉성하고 초라하다는 느낌이 든다.

 

(사진제공 : 뜀도령)

 

우리는 익일 크레타 섬으로 이동할 참이었기에 여행사부터 찾아 배편부터 예약을 했다.(사진제공 : 리유군) 

 

쾌속선으로 가자니 꼭두새벽에 도착하고(그 시간에 아깝게 숙박비를 지불하고 들어가 잘 수도 없고 아님 그시간에 어디가서 뭘 구경하겠나) 경비도 비쌀테니 일반 페리로 예약했다. 어쨋든 침대칸은 못구했지만 21:00시 출발의 좌석표는 구할 수 있었다. 다 좋은데, 고객상담을 할라치면 고객을 향해 모니터를 보여주던지 아님 자료라도 내놓고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 당연한 얘기겠지만 모니터는 자기만 보고 종류는 뭐뭐뭐가 있고 시간대는 뉘뉘뉘가 있다며 뭘로 선택하겠느냐고 물어보면 나는 천재냐 이 배나온 지중해 돼지야? 다시 말해달라고 하면 그노무 아가씨 은근히 틱틱거린다. 역시 나중에 안 일이지만 여행사에서는 배표 판매에 수수료 마진이 거의 없어 일만 늘리는 셈이란다. 그래도 그렇지 이걸 확, 훈련을 시켜버릴까 하다가... 쩝. 나중에 한국인 숙소 주인에게 들어보니 여기는 원래가 손님은 졸이고 파는 놈이 왕이랜다. "살램사고 말램꺼져"가 이 곳 상거래의 기본 베이스란다. 어이 없음. 아닌게 아니라 입국할 때도 입국승인 도장을 콱 찍고는 여권을 휙 던져 준다. 기분 상하는걸 눌러참고 고맙다고 했더니 대꾸도 없었다. 어쨋든 아래 사진이 바로 그 여행사 입구다.

 

이 번엔 우체국을 다시 찾았다.(사진제공 : 리유군) 

 

 

프랑스에서 공부하는 지인을 위해 담배를 부치려고(프랑스의 담배값은 워낙 살인적이어서...) 들렀던 이테네 중앙우체국. 먼놈의 중앙우체국이 이렇게 콧구멍만할까. 역시 별로 안친절했다.

 

상담해 준 여직원은 섹시한 외모의 소유자였지만 전형적인 지중해 여인인지라 배가 엄청 나오고 엉덩이는 리카비토스 언덕을 두리뭉실하게 깎아 놓으면 영락없었다.(사진제공 : 뜀도령)

원래는 숙소에 먼저 들러 짐을 놓고 대충 여장을 푼 뒤 나오는게 맞지만 여행사고 관공서고 일찌감치 문을 닫으면 곤란했다. 익일 저녁의 크레타행 배편을 확보하고 우체국 일도 간단하게 보고 나서야 그 주변을 둘러 보기 시작했다. 숙소에 지금 들어갔다 나오면 저녁시간이니 시간만 낭비다. 아래 사진의 건물이 국회의사당이다. 한국의 국회의사당하고 비교하니 이건 소박하다고 해야되나 아님 한국국회의사당이 너무 사치스럽다고 말해야 하나. 어쨋든 민주주의 태동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니 유서깊은 곳인 것만은 틀림없다고 봐야겠지.

 

무명용사의 비

 

의사당을 지키는 병사.

 

이 건물은 아파트인 것 같다. 시내 중심가 위치라면 비싸겠군.

 

우리는 영국교회와 러시아 교회부터 둘러 보기로 했다.

 

이 곳이 러시아 교회다. 문은 굳게 잠겨 있어 바깥에서 보는 것이 전부다.

 

종탑에서 한 컷.

 

이 곳에도 하드락 카페가 있군. 바로 러시아교회 건너편이다.

 

영국 교회. 교회의 외양과 굳게 닫힌 모습을 보고 여기가 들러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인지 나름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여기서 대로로 나가 길을 건너면 국립정원이 나온다. 양쪽으로 나무만 잔뜩 심어놓고 가운데 길을 뚫어 놓은게 국립정원이란다. 느그덜 광릉 수목원에 와서 견학 좀 하고 안갈래? 싫음 말구. 이 곳에 있는 오아시스란 카페에서 맥주 한 병씩 마시고 일어났다. Mythos(미도스)라는 맥주인데 가는 곳마다 맥주 맛을 보길 좋아하는 뜀도령과 나는 개성 없는 그 맛에 실망했다. 리유군은 부드럽다며 후한 점수를 줬다. 리유군이 백점 줘봐야 셋이 평균내면 33점 밖에 안되니 낙제점이다 그말이지.(사진제공 : 뜀도령)

 

얼추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어간다는 생각에 숙소로 가기로 했다. 야시장 구경이라도 하고 좋은 식당에서 여유라도 부려볼려면 짐부터 부려 놓아야 했다. 신타그마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두 개 역을 가서 내리면 된다.(사진제공 : 리유군) 

 

 

 

역(Station) 이름이 아주 느낌이 고약하다. 메가로 무시키스(Megaro Moussikis)라나? 욕같기도 하고 무식하다는 비난으로도 들린다. 도둑의 제발저림일까.

 

숙소 홈페이지에 공항으로부터 찾아오는 길을 상세히 일러주었지만 그 반대방향에서 오던 우리들은 출구방향을 착각하고 반대방향으로 나갔지만 이내 뜀도령이 잘못된 방향임을 알아체고 다시 길을 건넜다. 이 길을 따라 들어가니 금방 숙소가 나온다.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아가페라는 민박집이다. 1일 트윈룸 60유로다. 숙박비가 비싼 그리스에서 이만한 가격에 이만한 시설이면 훌륭하다. 바깥으론 공용 정원이라고 해야 하나 큰 나무를 공간에 심어 은근한 분위기가 있다. 민박집 사장은 고등학생 딸을 둔 인상좋은 아줌마였다. 한 때는 이 곳 그리스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했던 경력의 소유자로 이 곳 그리스가 너무 맘에 들어 결혼해서 눌러 앉았단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도 무척 좋아하시는 듯. 아침마다 한국음식을 먹을 수도 있으니 아테네에 누군가 간다면 권할만 하다. 

 

비행기 안에서 에어컨에 너무 시달렸었는지 리유군이 감기 기운이 있어 잠을 자고 싶단다. 잠을 자려는 리유군에게 뜀도령이 준비한 감기약을 건네 주고는 숙소를 나섰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가이드 책자에 나오는 식당을 찾아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모나스티라키(Monastiraki)역에서 내렸다. 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가지 생각지도 않았던 보너스가 있었다. 

 

내 기억에 이 유적은 지하철을 환승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역내의 유적지였고

 

모나스티라키 역에서 나가자마자 아드리아누스 도서관 외벽이 우아한 자태를 뽑내고 있었고

 

 

민예박물관은 바로 왼편에 있었다. 우리는 도서관의 일부로 남아 있는 외벽을 감상하고 민예박물관은 생까고 지나갔다. 이 곳에서는 언덕 위 아크로폴리스도 올려다 보인다.

 

민예박물관 왼편으로는 기념품가게가 즐비한 골목이 나오는데 운치도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안으로 더 들어가서 좌로 도니 야외 카페가 즐비한 카페촌이 나오는데 역시 분위기가 그만이다. 여자들이 정말 좋아할만한 분위기였는데 뜀도령과 나는 리유군이 같이 오지 못한 것이 안쓰러웠다.

 

밥을 기다리는 뜀도령

 

 

맥주부터 주문했다. 그리스에선 어딜 가나 기본으로 빵부터 나오는데 그 빵이 맛있는 경우가 별로 없지만 이 집 바게뜨 맛은 좋다. 그리크 셀러드와 맥주.

 

주요리로 먹은 모듬 구이. 터키와 비스므리하게 밑에는 빵을 깔고 그 위에 구운 몇가지 고기를 얹었다. 양은 지겹게 많고 짜기는 어찌나 짠지 먹기가 지겨울 정도였다. 그나마 양파하고 함께 먹으니 그나마 좀 낫구만 양파 양도 무척 적다. 그리스에서 맛 본 또하나의 맥주 Stella Artois 역시 개성이 없는 맛이었다. 맥주 두 병씩에 주요리를 먹고 나니 1인당 30유로 정도가 깨졌다. 이 곳의 음식값에 놀랐다.

 

다른 때 같으면 첫날이니 맥주를 계속 마시며 기분을 냈을테지만 장거리 비행기 여행과 단시간이지만 사막의 뜨거운 환경 등이 만만치 않게 피곤한 강행군이었던가보다. 피곤함이 갑자기 몰려오기 시작하자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일어났다. 10시가 조금 넘은 그리 늦지 않은 시간이건만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언덕 위 아크로폴리스의 불이 밝혀지고 아드리아누스 도서관도 지하철 역사의 조명의 영향으로 은은한 모습을 하고 있어 첫 날의 감흥을 더욱 깊게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하철을 타고 1개 역 신타그마 광장에서 갈아타고 2개 역만 가면 되는데 그 길이 엄청 멀게 느껴지는것을 보니 보통 피곤한 것은 아니었던가보다. 가게 문들이 모두 닫혀 리유군 먹을 것도 살 수가 없었다. 리유군은 많이 힘들었던지 잠만잤다. 첫 날 밤은 이렇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