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몇 차례나 다녀갔지만 그 때마다 시간이 맞지 않아 이제서야 공연을 보게 되었다.
이제 2007년과 2008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고 하니 이 번 공연은 마지막이 될 듯하다.
멤버 프로필이 내가 알고 있던 멤버 프로필과는 약간 차이가 있었다.
Günter Pichler, 1st Violin
Gerhard Schulz, 2nd Violin
Isabel Charisius, Viola
Valentin Erben, Violoncello
비올라가 바뀌었다. 내가 알고 있던 비올라 멤버는 Thomas Kakuska 였다.
2005년에 건강상의 문제로 그의 제자인 이자벨 카리지우스로 교체되어 있었는데 그해 카쿠스카는 사망했다고 한다.
엘피 음반만 구입하고 CD음반은 등을 돌린지 오래인데다 요즘은 귀를 귀울일만한 아티스트도 거의 없고 음악잡지도 맨날 그얘기가 그얘기로 반복되다보니 역시 외면했더니 이 소식도 이제야 처음 듣는 것이었다.
이 번 공연의 레퍼토리는
하이든, 현악 사중주 27번
볼프강 림, 그라베
베토벤 현악 사중주 13번"대푸가"
사실 현악 사중주는 나로서도 듣기 위해 상당히 노력중인 장르다. 현악 사중주 대부분의 음악들은 들으면 들을수록 귀에 쏙 와 닿지만 이상하게도 베토벤에서는 항상 브레이크가 걸린다. 사실 좀 난해하다. 브람스는 음반도 아직 구하지 못한 관계로 아직 들어보지도 못했다.
로열시트로 자리를 구했지만 맘에 드는 자리는 아니었다. 중앙열 앞에서 5-7번째 자리를 구하고싶었으나 그 자리는 이미 나갔고 12번째 자리를 구했다. 팜플렛을 구입해서 자리를 찾아가 대충 읽고 나니 공연시간이 되었다. 시계는 안차고 있고 휴대폰을 꺼 놓아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거의 정시에 공연을 시작한 것 같았다. 이런 경우는 대개 드물다.
작은 체구의 주인공들이 악기를 들고 나와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아 첫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회색이었던 것으로만 기억하고 있던 리더 귄터 피클러의 머리는 이미 거의 백발이 되어 있었다. 그만큼 많은 세월이 지난 것이다.
얼마 전 세종문화회관에서의 보로딘 현악사중주단의 공연때처럼 곡이 끝나기도 전 악장간에 박수를 치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었다. 관객들은 무척 진지했다.
하이든의 그 많은 곡들 중에서도 27번은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곡이었다. 그래서 뭐라고 논평하기도 뭐하지만 이 곡을 듣는 동안 낯설게 느껴지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왔다. 연주는 깔끔하게 느껴졌다. 팜플렛을 보니 얼마전 한 공연에서 멤버들이 나이가 들어 손가락도 무뎌지고 앙상블도 전같지 못하다는 평이 나왔었다고 한다. 항상 완벽이라는 수식어를 몰고 다니던 그들로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다음 곡으로는 볼프강 림의 그라베(Grave)라는 곡이다. 카쿠스카가 죽자 볼프강 림이라는 작곡가에게 그를 위한 곡을 써 달라는 피클러의 요청에 의해 작곡된 곡이라고 한다. 단악장의 이 곡은 현대음악에 관심이 어느정도 있는 나로서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대음악에서의 불협화음에 반대하여 협화음이라는 개념 아닌 개념을 들고 나왔다고 하는데 내가 듣기에는 이날 연주된 곡은 불협화음에 가깝게 들렸다. 그 외에도 전에는 보지 못한 희안한 연주법을 선보였는데 활을 현에 대고 긁어냄으로써 음을 내지는 않고 금속성 소리만을 내는데 거부감이 느껴지는게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당황스러웠다. 그렇다고 아방가르드로 보기에도 곤란하고... 게다가 악보에 그렇게 지시되어 있을테지만 과도하게 비브라토를 넣어 연주하는 것도 그렇고, 피치카토는 거의 악감정으로 뜯어내다시피 하는 과격한 연주법으로 선을 보였다. 내가 이해를 하지 못하니 호불호가 없었다.
다음 곡으로 베토벤 현악 사중주 13번 대푸가가 연주 되었다. 여느 곡과 마찬가지로 베토벤의 곡에서 느껴지는 힘과 역동성이 느껴지는 곡이다. 그러나 이 곡 역시 몇 번 들어 보았을 뿐이다. 그래도 베토벤의 현악 사중주에는 취약한 나였지만 현장에서 듣는 생생함의 도움을 받아 성큼 이 곡에 다가선 느낌을 받았다. 더군다나 바로 직전에 골때리는 희안한 곡을 듣고 나니 상대적으로 쉽게 다가옴을 느꼈다. 베토벤 전곡 사이클 도전을 부다페스트사중주단의 전곡음반을 구해 다시 시작해보겠다는 생각으로 미루던 나의 게으름과 무지를 탓하기 보다는 새롭게 다시 시도해 볼 기회를 얻은 것으로 생각해 볼까 싶다.
박수소리가 멈출줄을 몰랐고 앙코르 곡이 연주되었다. 여기서 다시 무력감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리 난해한 곡은 아니었지만 어쨋든 모르는 곡이었다. 실내악에 내가 얼마만큼 무지한지 다시금 느끼는 순간이다. 어쨋든 그들의 마지막 공연에 내가 함께 했다는 사실이 뿌듯하고 그들의 연주를 눈앞에서 들었다는 사실 하나로도 가슴 벅찬 일이다. 앵콜곡이 끝난 뒤에도 반수 이상이 기립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한국의 공연문화도 이젠 상당히 성숙한 단계에 와 있음을 실감했다. 어쨋든 만족스러운 공연관람이었다.
7월 6일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지휘자 샤를르 뒤트와가 온다고 한다. 게다가 그의 장기인 라벨의 곡과 스트라빈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예정하고 있다고 한다. 요즘은 귀귀울여 들을만한 연주자가 없다고 공연장에 관심을 끄고 있던 내게 왜 이런 기회가 한꺼번에 몰려 오는지 모르겠다. 또 가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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