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여행/공연전시후기

제 1회 서울 레코드 페어 참가 후기

코렐리 2011. 11. 21. 13:10

2011.11.19(토)

국내에서 처음으로 레코드매니아들의 축제가 열렸다. 이름 하야 "제 1회 서울 레코드 페어" 레코드 업자들이 참가비를 내고 비장의 희귀음반들과 염가음반들을 들고 나와 내놓는다. 희귀음반도 구경하고 평소 찾던 음반도 구입하기 위해 매니아들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다. 유럽에서는 종종 열리는 행사이지만 국내 매니아들의 적지 않은 숫자에도 불구하고 첫 열림에 늦은 감이 있다. 논현동 소재의 플래툰 쿤스트할레라 불리는 그런 이상한 이름의 전시공간은 처음 들어 보았지만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그 안에는 적잖이 유명한 Pub도 있어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꾀 알려진 곳인 모양이다.

 

행사장은 생각보다 작았고 전시 장소가 협소한 관계로 참가 업체는 생각보다 많지는 않은 편이었다. 건물은 컨테이너를 쌓아 놓은 형태지만 감각적이고 현대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나는 리빙사 사장인 블루노트님의 도움으로 얼리버드(10:00부터 입장 20,000원)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다. 12:00부터는 일반 입장(10,000원)이 이어졌다. 월리를 찾아라! 아래 사진은 연합통신에서 쌔벼온 사진. 여기엔 블루노트님도, 바람소리님 내외도 나도 보인다. 펍에서 맥주 가져다 마시며 잡담을 즐기는 중.

 

행사장에는 지방에서 일부러 올라와 작은 규모와 볼거리의 부족함에 적이 실망하는 매니아들도 보였고 사실 나도 처음엔 좀 실망했다. 하지만 얼리버드로 입장한 이후 블루노트님이 배정받은 부스에서 느긋하게 하는 사람 구경 역시 은근히 재미있다. 이 곳의 펍에서 수시로 생맥주를 갖다 마시던 중 오후로 접어들어 이정선의 공연이 이어졌다.

 

이정선은 한국 가요사에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포크 가수였지만, 이 날은 로다운 30이라는 걸출한 실력의 블루스 트리오와 함께 공연했는데, 이정선의 포크곡들은 블루스곡으로 멋지게 재탄생했고 생맥주 한 잔 입에 물고 부스 한켠에서 즐기는 공연은 취고의 흥을 돋궈줬다. 이 공연 전에 캐나다 출신의 포크 가수 제니퍼 웨이셔의 공연도 있었고 뒤에는 유능한 젊은이들로 구성된 인디밴드... 이름이 뭐였더라...? 암튼 공연 모두 멋졌고 즐기기에 좋았다.

 

공연 후 포크가수 이정선씨와 함께 찍은 사진. 바람소리님 내외 사진찍는데 꼽살꼈다. 바람소리님 들고 있는 저 음반. 이정선 데뷔음반인데  장발 초반이넹? 질투난다. 난 이거 머리 깎고 다시 만든 재반 밖에 없는데 초반을 들고 염장을 지르다니. ㅠㅠ

 

 

나는 그래도 이 날 운이 좋은 편이어서 참가 업체 중 한 곳에서 홍보 목적인지 중가반들을 아주 저렴하게 내어 놓아 적잖은 횡재를 했다. 반질은 한 두 장 빼곤 거의 대부분 아주 좋은 편이었고 가격은 거의 대박 수준이라 생각된다. 클라라 하스킬 할머니가 연주한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13번 도이치 그라모폰 케젤샤프트 튤립반 (5,000원)

 

피에르 푸르니에가 연주한 드보르자크 첼로 폅주곡 독일 데카 청색 레이블의 스테레오반(5,000원)

 

요한나 마르치가 연주하는 드보르자크 바이올린 협주곡 헬리오더 레이블 독일 재반(5,000원)

 

다비드 오이스트라흐가 연주하는 바이올린 소품집 구소련 멜로디아 블루 레이블 초반(5,000)

 

레오니드 코간이 연주하는 바흐, 비발디 바이올린 협주곡 독일 오이로디스크 재반(2LPs: 10,000원). 여기에는 피아니스트 에밀 길렐스의 누이이자 코간의 부인인 엘리자베트 길렐스가 두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에서 함께 연주했다.

 

나탄 밀슈타인이 연주한 비발디 바이올린 협주곡 도이치 샬프라텐반(5,000원)

 

클라라 하스킬 모차르트 협주곡 13번, 빌헬름 캠프 모차르트 협주곡 27번 70년대 독일 재반(5,000원) ---> 안사도 되는걸 샀다. ㅡ,.ㅡ;

 

핀커스 주커만과 다니엘 바렌보임의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와 비올라 소나타를 묶은 전집 . 도이치 그라모폰 독일 초반(3LPs). 핀커스 주커만도, 다니엘 바렌보임도 내게 있어 그다지 선호하는 아티스트는 아니지만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는 엄청 좋아한다. 그러니 일단 집고 볼 물건인데 값도 착하다(15,000)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가 연주하고 카라얀이 반주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망명했던 에밀 길렐스가 '소련에는 나와 비교도 되지 않는 엄청난 피아니스트가 있다'고 했던 바로 그 주인공의 서방녹음이다.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먹었던 음반으로 이 곡에 관한 한 불세출의 명반이다. 도이치 그라모폰 케젤샤프트 튤립반인데 이런 재킷은 처음 보는 물건이다. 일련번호도 6자리 수가 아닌 네 자리 수인데다 레이블도 조금 다르게 생겼고(스테레오 표기가 휘어진 흰색 리본 안에 들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이 STEREO라고만 적혀 있고 CLUB-SONDERAUFULAGE라는 표기도 있다) 재킷 뒷면에는 독일어로 표기되어 있고 레이블 테두리에는 Alle... 로 표기되어 있다. 그러면 초반인 것 같은데... 국적은 스템퍼 자국으로만 "Made in Germany"라 표기되어 있다. 스템퍼 표기 내용도 일반적인 케젤샤프트와는 좀 다르다. 도대체 이건 뭐임? 동독반인가?(5,000원) 어쨌든 도이치 그라모폰사 음반 치고는 음질이 상당히 좋다.

 

스트라빈스키 병사의 이야기/프로코피에프 오중주. 곡 조합이 좀 이상하다. 관현악곡과 실내악곡을 동시에 묶어 놓으니 흔치 않은 조합이다. 어쨌든 지휘자는 겐나디 롯제스트벤스키. 구소련의 멜로디아 녹음을 오이로디스크에서 출반한 골드라벨반.(5,000원) 여기까지가 한 부스에서 집어온 균일가반. 이 정도면 대박.

 

예프게니 므라빈스키가 지휘하고 레닌그라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튤립 초반. 이 음반은 블루노트님이 팔려고 갖고 나온 음반있데 레이블을 보니 Alle 초반이넹. 이런 이런 젠장, 집에 모노 초반을 이미 갖고 있건만 스테레오 초반을 보니 기냥 꼭지가 돌아 값은 나중에 치르기로 하고 집어 오고 말았다. NM급.

 

블루 노트님이 이것저것 경험삼아 들어 보라며 거저 집어 준 j-pop. 라이브 앨범인데 걍 평이한 음악이다.

 

다른 음반 부스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한 음반도 있다.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 2번과5번. 내가 알기론 로스트로포비치의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 LP로는 이게 그나마 유일하고 전곡반은 없다. 디지털 시대가 되어서야 전곡을 녹음했지만 CD는 그닥 안 땡긴다. 아래 사진은 일본 멜로디아-RCA반(13,000원). 구 소련 멜로디아 음원을 미국 RCA에서 판권을 사갔는지 일본에서 출반했음에도 불구하고 멜로디아와  RCA의 레이블이 모두 표기되어 있다. OBI가 없는 것이 흠이지만 그게 있으면 이 값 밖에 안하겠나... 반질은 민트급.

 

역시 같은 부스에서 구입한 스티비 레이번의 In Slep(7,000원). 반질도 아주 좋다. 사진부터가 강렬한 이 음반은 정통 백인블루스를 담고 있어 이 값이면 그래도 아주 잘샀다.

 

이 번에 처음 열린 레코드 페어에서 나의 경우 그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었고 만족도도 높은 편이었다.

사실 처음엔 플래툰 쿤스트할레라는 행사장 규모를 알지 못했던 탓에 거의 모든 레코드샵 업자들이 다 참가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의외로 참가 업자 수가 많지 않았지만 전시공간 규모상 더 많은 업자들이 참가하려 해도 수용이 불가능했다. 처음엔 작은 규모에 실망했고 참가업자들이 가져 온 음반들이 의외로 희귀반은 많지 않아 손으로 만져보고 침이라도 흘려 보겠다던 욕심은 물건너 보내야 했다. 하지만 쓸만한 음반들을 훌륭한 가격에 집어왔고 이정선의 공연내용이 훌륭해 올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 함께 했던 동호회 가족인 마리용님, 바람소리님, 민이님, 우리에게 아지트를 제공해 준 블루노트님과 함께 공연을 보며 음반을 구경하며 수다떨며 쉬지 않고 행사장 내 펍(Pub)에서 갖다 마시는 맥주 맛도 최고였다. 내년에 이 행사가 다시 열린다면 좀 더 확장되고 더욱 성숙해진 행사가 되어 우리 매니아들의 놀이터 역할을 톡톡히 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