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여행/공연전시후기

플라워파워콘서트(2008.5.4-5)

코렐리 2008. 5. 6. 15:49

제목부터 특이한 플라워파워콘서트는 평생에 기회가 한 번 올까말까한 대단한 기획이었음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과거의 걸출한 포크 뮤지션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해서는 바로 이 땅 한국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플라워 파워라는 것이 샌프란시스코의 여인들이 월남전에 나가는 연인이나 배우자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기 위해 머리에 꽃을 꽂았고 히피 가수들이 플라워 파워라는 단체를 결성한 것이 유래라던가 어�다던가. 

나는 이번 공연 기획에 과거 있었던  "A Concert for the People of Campucha"를 연상하였다. 당시 퀸, 후, 폴 매카트니, 존 레논 등 같은 거물들이 출연한 것은 물론 1회성 공연 후 해체하는 기획 그룹 등장까지 대단했던 이벤트였다. 당시 공연의 취지는 캄퓨차 난민 구호기금을 위한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이 공연은 일부를 발췌해 2장의 LP로 출반된 바 있어 나의 엘피렉 한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다.

그 공연을 연상했던 것은 이번 플라워파워콘서트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원의 메시지가 담겨 있어 왠지 모르게 공통점으로 느껴진 탓이다.  멜라니 사프카의 경우 DMZ까지 방문하고는 명예 평화홍보대사로 위촉이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공연에서 아티스트들은 게런티에 연연하지 않거나 전액 또는 일부를 기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공연이 이 곳 한반도에서 한국 기획사에 의해 치러지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그러한 이유때문이라는 진행자의 설명이 잇었다.

그런데 플라워파워콘서트 출연자들은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이제는 알아보기조차 힘들만큼 모습도 많이 변했고 목소리도 많이들 변해 있다. 그러나 아직도 굉장한 역량을 가진 거장들이었음은 분명한 사실이었고 그들의 공연내용에 �어도 준치라는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Brother's Four, Dr.Hook, Judy Collins, Crytal Gale, Don Mclean, Donovan, Melanie Safka, Blood Sweat and Tears 등이 바로 그 출연자들이다.

후술하겠지만 이 번 공연은 많은 기획사의 운영상의 미숙함과 일부 아티스트들의 펑크 등이 있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나는 잠실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이루어지는 두 회의 공연 모두를 보았다.

 

첫날은 아주 조금씩 비가 오고 있었다. 내가 가서 앉은 좌석은 A석으로 스탠드 아래층이었다. 그 다음날은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많아 R석에서 공연을 봤다.

Brothers Four가 가장 먼저 나와 연주와 노래를 들려 주었는데 그들의 모습은 환전히 할아버지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노래를 들은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들의 하모니는 정평이 나 있다. 균형감 넘치는 하모니는 젊은 시절의 그들과 비교해 조금도 퇴색하지 않았다.

 

하모니 위주의 음악이기 때문에 그렇게 느낄 수도 있어 독창부분에서는 뭔가 퇴색한 느낌이 들거라는 나의 짐작은 완전히 빗나갔다. 아직도 낭낭한 목소리를 내는 할아버지들의 노익장. 정말 대단하다. 

 

500 miles, Green Field 등 누구의 귀에도 익은 곡들로 선곡했고 그들의 공연 후반부에는 벤조를 위주로 한 렉타임 연주까지 선사했다. 재기 넘치는 렉타임 연주에 다시 한 번 그들의 역량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 출연자는 닥터 훅이었다. 포크라기 보다는 컨추리락. 컨추리 음악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닥터훅만은 조금 듣는다. 출연자들이 나와 대형 화면에 보컬리스트의 모습을 보고는 역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잡티하나 없이 새하얗게 변한 그의 머리와 수염, 하얀 카우보이 모자 속에 검은 안대가 두드러져 거칠게만 보이던 젊은 날의 모습하고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역시 귀에 익은 곡들로 구성이 되었지만 걸걸하던 과거의 목소리는 세월의 흐름으로 인해 매끄러워진 원숙미가 보이기도 하지만 노쇄함이 느껴진다. Rolling Stone 같은 곡에서는 목소리가 올라가지 않아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던것도 사실이었지만 익살스러운 무대매너와 돋구어지는 흥에 무척 재미있는 연주와 노래였다.

 

주디 콜린스가 나왔을 때는 엄청 달라진 모습이었다.  역시 잡티 하나 없는 백발이었다. 얼굴을 보면 역시 70이 넘은 노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70이 넘은 노구임에도 불구하고 늘씬한 몸매에 기타를 메고 꼿꼿하게 서서 연주하며 노래하는 모습은 아직도 우아하다. 그러나 목소리는 이미 젊은날의 목소리와는 많이 다르긴 했어도 가창력은 여전히 좋다.

 

하이힐 바로 위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크리스탈 게일은 하늘하늘 거리는 머리를 흩날리며 무대를 누비고 다니며 노래했다. 데뷔 당시 워낙에 어린 나이였기에 그 세월이 흘렀어도 아직도 한미모 하는 그녀다. 워낙에 유명한 곡이지만 이미 한국영화 쉬리에 삽입되어 한국에서 더욱 유명해진 When I Dream 을 부를 때는 그녀의 가창력에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박수 짝짝짝!

 

돈 맥클린이 나왔을 때는 이미 많은 비가 오고 있었다. 비에 젖은 노인네는 내색하나 하지 않고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그는 외모를 보아도 그렇고 목소리를 들어도 그렇고 이 사람이 정말로 돈 맥클린인지 의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가끔식 그의 목소리가 돈의 목소리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이미 젊은 날의 애상적인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래도 그는 좋은 공연을 펼쳤던 것으로 기억된다.

 

두번째날에도 Brother's Four, Dr.Hook, Judy Collins, Melanie Safka, Crytal Gale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중복출연했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Donovan, Blood Sweat and Tears, Alan Parsons Project가 출연하는 날이고 따라서 오늘 공연에 잔뜩 기대를 하고 왔다. 그러나 Alan Parsons가 해외 투어중 여권을 잃어버려서 올 수 없다는 믿기 힘든(진짜셔?) 소식을 접하고 나니 좀 허탈한 생각이 든다. 그래도 도노반이 있지 않은가.

 

여전한 실력에 노익장을 과시하는 도노반의 공연도 무척 만족스러웠지만 그는 공연 도중 내내 그리 밝은 얼굴이 아니었다. 다른 출연자들도 마찬가지였겠지만 텅 빈 스택드석과 그나마 제대로 차지 않은 VIP, R, S석을 보고 그리 기분이 좋지는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게다가 게런티도 한반도 평화 기원 콘서트였으니 그리 많지 받고 온 것도 아니었을테니 더욱 허탈감이 들지 않았을까.

 

아무튼 나는 도노반의 이 날 공연에 무척 만족한다. 도노반같은 대가수가 다시 한반도를 찾는 일은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줌마들은 오빠를 연발하며 도노반에 열광했다.

 

전날 공연에서는 돈 맥클린까지 보고 10시 반이 조금 넘어 멜라니 사프카의 공연은 뒤로 하고 교통편 끊기기 전 공연장을 빠져 나왔다. 멜라니의 공연중에는 비가 하도 많이 와서 조명 앵글에 천막을 덮고 공연을 계속했다는 후문이다. 공연이 끝난 시간은 11시 50분으로 지하철도 끊긴 상태였단다. 내가 공멜라니의 공연을 보지 않은 이유는 비가 와서 춥기도 했지만 멜라니는 사실 내가 그리 좋아하는 가수는 아닌데다 양일 중복출연 예정이었으니 낼 보면 된다. 그녀는 기타리스트인 아들과 백보컬로 두 딸을 대동하고 무대에 나타났는데 옛날의 예뻤던 모습은 남아 있지 않고 체구는 완전히 헤비급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역시 진정한 예술인이었다. Sadest Thing을 부르는 그녀의 눈은 진정으로 슬퍼보였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Blood Sweat and Tears 는 그야말로 멋진 대미의 장식이었다. 조금도 녹슬지 않은 그들의 역량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그들의 음악에 무척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연주곡들은 하나같이 낮익은 곡들이었다.

 

 

재즈락 연주자들 답게 엉덩이 무거운 나를 일으켜 세워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흥을 맞추게 만들으니 최고의 만족감을 준 셈이다. 그들의 연주실력은 단연 전 세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싶다. 음악성과 상업성을 겸비한 그들의 음악이지만 이렇게 흥이 나는 연주와 노래를 이전에도 보고들어본 적이 없다.

 

마지막 앵콜에도 인색하지 않게 흔쾌히 나와서는 즉흥연주를 들려주는데 특히나 나를 압도한 연주자는 기타리스트였다. 그의 연주는 재즈락이 아니고 거의 헤비메틀에 가까웠는데 그의 기교와 역량은 재즈락 한 방면에 그치지 않는다는 일종의 과시였다. BST의 공연은 기대 이상이었고 가장 기대했던 알란 파슨스에 대한 아쉬움을 단숨에 잊도록 만들었다.

 

이 날 공연은 10시 45분경에 모두 종료가 되었다.

첫날 공연이 늦게 끝난 탓인지 둘째날은 다음출연자를 위한 무대 준비 공백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이 번 공연은 특히 둘째날의 것이 만족도가 높았다. 이러한 대스타들을 하나도 아니요 그 많은 팀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아니고선 불가능할 것 같다.

그런데 기획사의 졸속운영으로 객석이 텅 비고 출연자들은 맥빠지게 만드든데다 여러 아티스트가 출연에 펑크를 내니 표값을 이미 지불한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키기 충분했다. 막간 해설 및 진행자로 출연한 DJ 김광한이 말같잖은 소리를 쉬지 않고 하는 것까진 그렇다 쳐도 공식석상에서 관객에 대해 반말을 찍찍하는 것은 무척 거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표가 너무 비싸서 안팔리자 막판엔 50% 할인해서 팔았다. 물론 나도 나중에 표를 구입해 싼 값에 공연을 보게 되었다.

한국땅에서 전무후무한 이러한 대기획이 이미 대실패사례로 남겨졌으니 두 번 다시 이런 공연은 없을거라는 많은 사람들의 우려가 있고  나도 그렇다.

하지만 이 번 공연은 나 나름대로 황혼기에 접어든 대가수들을 한꺼번에 목전에서 만났다는 의미를 두고 있어 만족스럽다.

출연자들 모두의 건강한 삶에 축복을 기원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