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1.(월)
서울로 돌아가는 날의 아침이며, 동시에 멕시코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08:30에 일어나 대충 씻고 옥사의 식당으로 올라갔다.
이날의 아침식사도 역시 훌륭했다
한스영감님은 아침일찍 놀러 나가시고 인사는 잠자리에 들기 전 나누었고, 짐을 싸들고 나가며 룸메이트 프레디와 인사를 나누었다. 말이 서로 통하지 않으니 영어로 말하고 에스파뇰로 지레짐작으로 대답하는 인사를 마치고 짐을 챙겨 프론트로 내려갔다.
프론트 직원인지 주인인지 친절했던 그의 이름은 인사를 나누며 그제야 알게 되었다. 그의 이름은 레오나르도 크루즈. 친절에 보답할테니 한국에 혹시 오게 되면 연락할 수 있도록 명함을 내줬다. 그는 그러잖아도 조카인 레이몬도가 한국으로 여행을 간다고 했다. 그가 와도 저녁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했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어쨌든 레오나르도와 작별인사를 한 뒤 카테르랄 쪽으로 나와 투어버스표를 구입했다.
버스표는 팔찌형.
코스는 두가지. 그 중 짧은 것으로 택했다. 말로는 1시간30분 소요된다고 했지만 1시간 정도였던 것 같다.시간이 없어 들르지 못했던 주요 장소들 다 돌아볼 수 있는 패키지였다.
출발
시간이 없어 건너 뛰었던 국립미술관. 건물 봤으니 가 본거다. ㅋㅋ
이거시 모시다냐. 개냐?
혁명기념비
레포르마 대로
셀카 한 컷.
한스영감님이 말씀하신 천사상이 이거였구만.
그는 어딘가 찾아 갈 때 루트를 설명하면서 천사상을 자주 들먹이곤 했다.
특이하고 아름다운 건물들이 눈에 많이 띤다.
이 호텔은 모양새만으로도 멕시코시티의 명물이라 불릴만했다.
알메라다 공원
국영전당포와 금은방 거리
예술궁전
이 날은 마지막 날인데다 밤늦은 항공편을 타야 하는 관계로 공항에 가까운 게스트하우스에 예약을 해두었다. 묵을 곳이 아니라 남는 시간 쉬기 위해서였다.
가는 길에 노상 케사디아 가게가 있어 두 개를 먹었다. 점심으로 그만이었다. 마지막 3일간 제한된 돈으로 궁상을 떨었지만 궁상이 아니면 길거리 음시긍로 끼니를 떼우는 재미는 느껴보지 못했을테니 그 나름의 좋은 추억이었다.
얼마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엄청 지불하기에 흐믓할 정도로 값이 쌌다. 역시 길거리 음식 우습게 보면 안된다는 교훈 되새겨 본다.
이 집의 특이한 점은 철판에 구운 고기를 쓰는게 아니라 삶은 고기를 썼다. 우리가 흔히 먹는 제육을 밀전병에 싸서 주는 셈인데 식감이 아주 훌륭하다.
지하철 역에서 그리 가깝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숙소를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입구부터가 범상치 않은 곳이다. 15:00. 독특한 화풍의 벽화가 멋들어지고 출입문도 아름답게 채색했다. 가정집을 개조한 것으로 보이는 이 게스트하우스는 거실을 프론트로 꾸몄는데 실내 장식과 분위기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새벽 이른 시간이나 밤늦게 떠나는 항공편이 부담스럽다면 떠나기 전 쉴 장소로 강추할만한 곳이다. 바우처를 내밀어 체크인을 하는 동안 프론트에 흘러퍼지던 음악이 끝을 보고 다음곡으로 넘어가면서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에서도 좀처럼 듣기 어려운 김정미의 "햇님"이 흘러나온 탓이었다.
"어? 이 노래 어떻게 알고 틀었어요? 이 노래는 한국에서도 들을 기오히가 결코 흔치 않은 곡이라 아는 사람도 별로없는데...?"
"저 이 곡 몰라요. 이 음악은 유료로 송출해 주는 곳으로부터 받아서 나오는거예요."
"아, 예..."
반가움이 급실망으로 바뀌긴 했지만 워낙 좋아하던 노래인데다 오래간만에 듣는 곳이기도 하고, 이 곳에서까지 들을 수 있다는 것이 한국문화의 세계적 확장의 한 페이지를 본다고 생각하고 흐믓해 한다면 지나친 해석인건가?
가정집을 게스트하우스로 개조한 것으로 보이는데 리셉션은 과거 응접실이었던 것 같다.
공용 휴식공간이나 정원에도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어 좋다.
참으로 짖궂다. 불교신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법도 한 이 연출에는 주인장의 무슨 의도가 담겨있을까.
응접실 겸 공용 휴식공간
터세를 부리며 가운데 자리를 꿰차고 버티는 이 곳의 터줏대감 흑표범 인형
감각적으로 칠해진 복도와 게스트룸 출입문.
개 눈엔 똥만 보인다. 한 쪽 구석에 여부에 부정적 의심이 가는 오디오와 레코드 음반들이 대충 방치되어 있어 나의 눈은 그곳에 쏠린 채 떨어질 줄 몰랐다.
음반은 대충 쌓아 놓았다. 허접한 보관상태의 음반들이 눈에 들어오자 갑자기 레퍼토리가 궁금해졌다. 남의 음반을 구경하는 것만큼 짜릿한 것도 없다. 그 중 마음에 드는게 있어 살 수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보관상태는 완전히 개판인데다 음반이 제 집에 찾아들어가지 못하고 남의 집에 들어간 것들이 상당히 많았다. 오지랖이 발동했다. 정리를 해서 세웠다. 음반을 쌓아놓는 것만큼 미련한 짓도 없다. 음반이 휘어지는 지름길이다. 알멩이들은 제집을 찾아 넣고 알파벳 순으로 정리해 가지런히 세워 놓으니 주인도 좋아한다. 이걸 정리하고 있으니 음악을 좋아하는 내가 신기한지 2층 시멘트 집수리를 하다말고 한 남자가 다가와 이것저것 묻는다. 방치해 주었던 것을을 소중히 다루는 나를 보고 다시 시작해 볼까 하는 생각을 갖는 것 같았다. 하지만 플레이은 ㄴ완전히 맛이 갔고 음반들은 제대로 플레이나 될지 의심스러운 지경이었다. 그냥 소품으로 전시하는 정도가 옳을 정도.
탐나는 음반은 요거 하나뿐이었다.
주인집 아줌니와 루마니아 출신의 여행자? 직원? 뭐 그런 굉장한 미모의 처자가 있었다.
게임을 한다기에 끼어봤다. 어린애들 학습수준이라 길게 가지 못함. 아, 재미없어. ㅋ 늦은 점심 먹고 난 뒤여서 밥생각도 없고 침대에서 뒹굴며 쉬다 보니 어느새 11시가 다 되어간다. 01:55발 항공편 탑승을 위해 나서기 위해 체크아웃을 했다. 주인 아줌니와 루마니아 출신의 처자는 매우 친절했다. 나가서 택시를 잡겠다고 하니 이 곳은 택시 잡기가 그리 용이하지 않은 곳이라며 우버를 타는 것이 조헸단다. 우버 계정이 없다고 하니 루마니아의 처자가 자기가 대신 해주겠단다. 미안할 정도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 잘 안잡힌단다. 겨우 잡아준 우버를 타기 위해 나가는데 이들이 문앞까지 배웅을 나와준다. 이래저래 인상깊은 곳이었다.
두시간 정도 남아 공항에 도착해 여유있게 체크인 했다. 알아서 항공권을 해 줬으리란 생각에 내용은 확인도 안했다. 그런데... ㅠㅠ 멕시코시티발 도쿄와 도쿄발 인천행을 줬어야 했는데 고문관 처자가 멕시코 시티발 도쿄행과 멕시코시티발 몬트리얼행 두 장을 줬다.
항공기에 탑승할 때까지도 몰랐다. 탑승한 뒤 무심코 본 또하나의 항공권이 인천행이 아닌 몬트리얼행인것을 확인하고 그제야 눈을 이심하지 않을 수없었다. 나는 승무원 한 명 붙잡고 상황 성명을 했다. 침착하게 듣던 그녀가 다른 승무원을 데리고 왔다. 영어에 서툴렀던 모양이었다.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했다. 다시 설명했다. 이 번엔 승무원이 아닌 직원(항공기 객실 이상유무를 체크하러 올라온 항공사 직원인 것 같았다.)을 데리고 왔다. 또 다시 상황설명을 했다.(화낼수도 없고 얘네들 왜이러냐. ㅠㅠ) 그는 잘 못 발권된 항공권을 받아 가며 바로 항공기에서 내려 출발 전까지 새로 항공권을 끊어 출발 전에 넣어 주겠다고 했다. 한국에서라면 충분히 가능한데 멕시코인들이 그렇게 민첩하게 움직여 줄까... 항공기가 출발하도록 아무 소식이 없었다. 혹시 누군가 받아 놓고 항속고도에 이르러 주려는가 아니면 출발전 항공권 발권이 늦어지는 건지 알 수가 엇었다. 항속고도에 오른 뒤 더 기다릴 수 없어 최초 문의했던 그 승무원에게 어떻게 된건지를 물었다. 이 웬수는 무얼 묻느냐고 내게 묻는다.(죽여버릴라 ㅠㅠ)
아까 이륙 전에 항공권이 잘 못 발권되어 물어본건 기억이 나느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갸웃거린다.(하긴 얘가 영어에 시원치 않아 다른 승무원을 데리고 왔었지. 너 왜이러냐. ㅠㅠ
다른 승무원이 왔다. 인내력 테스트 이렇게 완벽하게 하는 사람들 정말 처음봤다.
모든걸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고 직원이 잘 못 발권된 항공권을 받아 들고 나간 뒤 다시 발권해 출발 전 넣어 주기로 한 상황까지 추가로 설명한 뒤 항공권이 왔는지 물었다. 모르겠단다. ㅡ,.ㅡ; 아 진짜 쥐롤을 떨 수도 없고 ㅡ,.ㅡ;
알아봐 달라고 하자 출발 전 반입된 항공권은 없단다. 그래 느덜 잘났다. 여기서 항의해 봐야 나만 이상한 놈 될 판이었다. 한국 승무원들 같았으면 일본 지사에 전화해 어디어디서 새로 항공권 발권해 대기해 달라고 연락했을거다. 예라이... ㅠㅠ
도쿄 도착해서 다시 알아보기로 했다.
도쿄에 도착해 환승게이트로 가는데 짐검사를 다시 한다. 환승게이트 이동 전에 짐검색은 왜 다시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물론 그런 곳이 아주 없진 않았지만 일본에서 환승하는건 처음이다 보니 일본에서도 환승시 집검사를 하는데다 복잡하기까지 한건 이 날에야 알았다. 종이 항공권을 내밀었다. 고개를 갸웃거린다. 출발 전 멕시코시티에서 구입한 양주가 문제가 되었다.
"승인을 받으세요."
"무슨 승인요?"
"이 술 통과하려면 승인을 받아야 됩니다."
혹시나 물었다. 멕시코 시티에서 이미 승인 받은건데 또받아요?"
그는 어이가 없어했다.
"여기서 출발 전에 받아야 돼요."
나는 탑승용 항공권이 아닌 여행사 발권의 A4 프린트지가 문제가 되는가 싶어 혹시나 해서 물었다.
"혹시 항공권이 탑승용이 아닌게 문제가 됩니까?
이런 멍청한 질문은 내가 공항 직원이라 해도 탑승용이 아닌 여행사 종이쪼가리만 갖고 여기까지 이동해 환승하려는 시도가 수상하게 느껴지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서였다. 내 질문을 받은 그는 그건 상관없고 양주는 새로 승인을 받아 가라는거였다.
"어디서요?"
"아라이바로 가세요"
아라이바라뇨?"
"아라이바! 몰라요? 아라이바!"
"아라이바?"
나는 수첩과 펜을 내밀었다. 답답하다며 가슴을 두어번 친 뒤 수첩에 적었다.
"Arrival"
이런 염병. 그런 발음을 나보고 못알아 듣는다고 타박이냐. 으휴~~~ 쩝.
나는 결국 도착 창구로 되돌아가 입국장으로 다시 가서 일단 입국한 뒤 항공권을 다시 발권을 받았다. 양주에 대한 승인을 다시 받으려면 일단 입국부터 해야했다. 그걸 설명해 주었으면 간단했을텐데 그들의 영어는 나보다도 시원치가 않아 그럴 정도가 되지 못했다. ㅡ,.ㅡ;
좌충우돌 끝에 입국했다가 다시 출국절차를 밟았다.
환승 항공기는 아시아나 항공.
국내의 기내식은 전에도 중얼거린 바 있지만 국적 불분명이다. 맛도 별로고...
기내에서 마지막으로 마신 맥주. 우글우글 쭈글쭈글...
오는동안 영화 한 편 제대로 감상이 안된다. 영화 중간에 도착해 항공기에서 내림. ㅋㅋ
그동안 기대했던 멕시코 여행을 무사히 마쳤다.
이상하리만치 별다른 사건이 없는 여행이었다. 팔렌케에서 오아하까로 가는 중에 엉뚱한데서 내리고 헤맨 일과 마지막 날 고문관 항공사 직원이 이상한 항공권 을 발권해 준 것 빼고는 그런대로 무난하고 사건사고 없는 여행이었다.
그동안 문화적으로 강렬한 곳부터 여행을 다녀서 그럴까. 이 번 여행은 전에 비해 임팩트가 그다지 크지 않다. 다른 때에 비해 사건사고가 별로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멕시코 땅 정말이지 땅덩어리 어마어마하게 크다. 도시간 이동은 통일 후 평양에서 부산까지 여행하는 것 보다도 멀다. 전라도 지방이나 경상도 지방에 가면서 장거리 간다는 말만 나오면 웃기지도 않는다. 한국의 땅덩이는 너무 작다.
땅떵이가ㅓ 크기 때문에 도시마다 기후는 천차만별이다. 남쪽 지방은 습하고 덥다.
멕시코 시티에 도착하자 날씨는 갑자기 서늘해진다. 뭥미?
마야의 유적은 분명 대다한 것은 사실이지만 피라미드나 타지마할 정도의 감동을 기대했다면 내가 너무 지나친건지 아니면 이해를 못한건지... 그리스에서 파르테논 신전을 보고 크게 감동받지 못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제 중앙 및 남부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를 빼면 크게 관심가는 곳도 별로 없다. 이젠 여행도 서두르지 않고 1년에 한 군데 가는걸로 만족할까 한다. 멕시코여 내게 추억을 주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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