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9.30.(일)
기분 좋게 가볍게 마시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어서였는지 아침엔 일찌감치 눈이 떠진다. 프레디와 아침 식사를 마치고 09:00경 숙소를 나섰다. 이 날의 방문지는 국립역사박물관과 문화인류학 박물관.
이 곳에선 아직도 레슬링이 인기인지 지하철역에서도 광고판이 보인다. 마스크와 입고 있는 옷이 조잡하고 유치하다.
가이드북에는 차풀테펙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가면 멀지 않은 곳에 차풀테펙공원이 나온다.
소년 영웅들의 기념비. 1847년 미국과의 전쟁에서 차풀테펙성이 포위당하고 어린 사관생도들은 항복 대신 멕시코기를 몸에 감고 성에서 뛰어내려 죽음을 택했다고 한다. 이 기념비를 빼면 공원은 크게 볼거리는 없다.
어마어마하게 큰 이 공원의 이정표는 그닥 친절하지 않은 탓에 엄청 헤맸다.
간신히 입구를 찾으면 국립역사박물관과 차풀테펙성에 이르는 오르막길이 나온다 거리가 가깝다고 할 수는 없었다. 대중교통으로부터의 접근성은 좋지 않다.
이 곳른 막시밀리안 황제의 거주지였으나 후에 멕시코 대통령의 관저로 사용되던 곳이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면 역사내용을 담은 벽화부터 눈에 띤다.
당시 사용되던 마차도 전시되어 있는데
신데렐라가 탔음직한 호박형 마차.
전시물들은 당시의 호화생활을 볼 수 있는 복식과
생활용품 등이 주류를 이룬다.
전시물도 볼거리지만 차풀테펙 성의 테라스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이곳에 올라오면 탁 트인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이곳의 실내장식과 가구는 유럽의 어느 귀족이나 왕족이 누리던 것과 비교해 손색을 찾기 쉽지 않다.
공원의 녹지 규모가 커서 회색 보다는 녹색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박물관과 성을 본 뒤 다시 내려와 이번에는 국립인류학박물관 방향으로 걸었다. 가이드북의 지도를 보고 거리가 어지간한 줄 알았다. 하지만 걷기 좋아하고 버스 2~3 정류장 정도는 차를 타기보다 걸어 다니길 좋아하는 나로서도 어마어마한 공원규모에 질리고 말았다. 국립인류학박물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다리가 있는 대로 혹사당한 뒤였다. 이튿날 관광버스를 타고 주요관광지를 순회했는데 그걸 이 날 했어야 했다. 두 박물관은 인접해 있는 것 같지만 거리는 상당하다. 관광버스를 탔으면 두 곳에서 각기 한 번씩 내리고 구경한 뒤 정거장에 도착하는 다음 버스를 타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으면 이렇게 혹사당할 일도 없었다.
박물관 전시물과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사람도 어마어마해서 하나씩 차례로 보기도 쉽지가 않다. 1층에 12개실이 있는데 표기도 친절하지 않아 가이드북을 계속 봐가며 다녀야 했다.
사람은 왜이렇게 지지리 많냐. 나 사람구경 온거 아니다. ㅠㅠ
눈길을 사로잡는 전시물이 지천에 깔렸다.
다리는 혹사당하고 있지만 눈은 정말로 호강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볼거리로 생각되는 것들은 카메라에 담아왔다.
박물관 관람이 끝나고 나오면 반드시 봐줘야 하는 볼라도레스 쇼.
30미터 높이의 기둥 꼭데기로부터 발하나만 묶은채로 거꾸로 매달린 사람들이 기둥을 중심으로 회전하며 내려온다. 아래에서는 이들이 내려오는 동안 피리를 연주를 한다. 이는 베라쿠르즈 지방에서 비와 풍요를 기원하는 의식이었다고 한다.
여기까지 보고 나오니 오후 두 시정도 되었다.
시장기가 엄청 몰려오면서 갑자기 매콤한 음식이 간절해지기 시작하더니 감당하지 못할 수준까지 왔다. 외국여행 나가면 어지간해서 한국음식 찾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나지만 이 날 한 끼니 만큼은 나의 신조에 배신을 때리기로 했다.
한인촌인 소나 로사로 갔다. 가이드북에 추천하는 음식점으로 갔다. 문 안열었다. 일요일이었다. 닫은거냐 안열은거냐. ㅠㅠ 15:00
또 다른 한인식당. 육개장을 주문했다. 150페소.
다 좋은데 여기다 계란은 왜 풀어주냐. ㅠㅠ 얼큰한 국물에 밥을 먹고 나니 어느 정도 한국음식에 대한 갈망을 해소할 수 있었다.
소깔로로 돌아와 숙소가 있는 카테드랄 뒤쪽으로 가다보면 볼 수 있는 시장에서 쿵작쿵작 난리가 났다.뭔가 해서 가보니 록밴드의 공연이다. 손님을 끌기위한 이벤트인 것 같다.
바로 근처에 한 성당으로 들어갔다. 마침 미사가 집전될 참이었다.
이곳에서 미사를 드리는 동안 오르간을 연주하며 성가를 부르는 여인네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내내 넋을 잃었다. 미사를 마친 후 허락을 받고 한 컷 찍었는데 해상도가 왜이러냐. ㅠㅠ
다시 시장으로 돌아오니 록밴드의 공연은 끝나고 마리아치들의 연주가 한창이었다.
우리네 사람들과 다를게 하나도 없었다. 음악이 흥겨우면 춤을 추는 건 세계 어딜 가나 다 똑같은가 보다.
숙소로 돌아온 시간은 17:00가 다 되어서였다. 점심을 늦게 먹고 배가 그들먹하니 저녁은 좀 천천히 먹기로 했다. 20:00가 되면 음식을 치운다. 19:45에 올라가 저녁식사를 마쳤다. 이 곳의 음식은 아주 맛있다.
하루 종일 즐기다 돌아온 한스 영감님도 이 날 국립 인류학박물관에 갔었다고 한다. 만날뻔했다고 하니 웃으신다. 영감님은 이 곳에 오랫동안 머물며 여유 있게 돌아다니시니 급할 것도 없고 하루에 하나씩 슬슬 다니시는 것 같다. 결혼도 하지 않고 지금은 연금으로 생활하며 여행을 다닌다고 했다. 부럽기도 하면서 한 편으로는 나의 계획이기도 한 5년 뒤 모습을 미리 보는 것이기도 했다. 앉아있는 시간보다 걷거나 서있었던 시간이 많아서였을까 피곤함이 밀려왔다. 비교적 이른 시간인 10:30에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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