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10.(화)
방은 2층으로 바뀌었다. 좀 더 비싼 곳으로 옮긴만큼 수용인원도 아래층 보다는 적고 이래저래 이 곳이 더 나았다.
이 날의 아침식사는 메뉴를 좀 바꿔봤다.
이 날도 음반가게를 돌아보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옥스포드 서커스역에서 내렸다. 이건 또 뭐냐. 공사중 현장을 막아놓은 시설에는 레코드가게의 전시물 사진이 노촐되어 있었다. Reckless의 전시물들인 것 같다.
첫번째로 찾아간 가게는 Sound of Universe. 찾아가서 보니 대다수의 음반들이 180g의 최근 발매반으로 테크노음악, 소울, 재즈가 주된 장르였다. 빈티지 음반은 거의 없었다. 이 곳에 오기 전에 조사해 온 레코드 가게 정보들 중 나와 취향이 전혀 맞지 않는 전문점이 많았다. 영양가 없는 정보가 많았다는 얘기다. 어쨌든 영양가를 떠나서 이 곳 말고도 이 주변엔 레코드 가게가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왔다.
Record Store Day가 여기 어디인것 같은데... 실체 없는걸 쫓는건가?
If Record는 11:30 오픈한단다. 아직 11시도 안됐고만...
여기도 11:30~ 오픈
골목이 주변 골목 운치는 예술이다.
Harold Moore's Record(?)는 이 곳에 있어야 정상인거 같은데...
Vinyl Factory Publishing(?) 이것두 지도상으론 여긴데... 아 젠장...
The Vinyl Factory Soho(?) 이것두 지도상으론 여기고...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레코드 가게가 문을 닫은 모양이다. 못찾은건가?
맥주 한 잔 생각이 난다. 펍 Shaespear's Head.
가게 문여는 시간까지 시간 때우기 위해 방문했다. 소호의 거리에 위치한 펍이다. 청색차양을 드리웠고, 바깥에 단정하게 늘어놓은 테이블이 인상적이다. 창문을 통해 내려다 보는 셰익스피어의 모습과 간판도 인상적이고. 모서리 벽면에 Cask Ale 취급 알림 표기가 눈에 띤다.
안으로 들어갔다. 실내에는 고급스러운 가죽소파, 나무의자를 골고루 배치했다. 테이블은 원형에 높은 의자, 4각 테이블에 낮은 의자 다양하게 포진했다. 펍을 갓 연 시간이어서 아직 오전이었지만, 실내에는 조명을 약간 어둠침침하게 설치했다. 역시 술은 약간 어둠침침해야 제 맛이 나는 모양이다. 펍 안에는 주인으로 보이는 50대 정도의 아줌니와 직원 으로 보이는 20대의 처자와 나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TV에서는 테니스 경기를 중계이었다. 직원들은 청색과 녹색의 체크셔츠를 입어 왠지 스코틀랜의 분위기를 풍긴다. 주인아줌마는 편안한 인상의 소유자였다.
맥주를 고르기 위해 카운터를 보니 4가지 캐스크 에일을 취급한다.
Timothy Taylor's사의 맥주 Landlord 한 파인트 주문. 알콜 농도 4.3%. 가격 5.1파운드.
사진에 찍힌 맥주는 탁해 보이나 따른 직후여서 안정되는 중이어서 그렇다. 안정된 뒤의 맥주 색은 밝은 호박색으로 투명하다. 거품은 비교적 섬세하게 올라오는 편이며(지금까지 런던에서 맛 본 에일 중 거품은 가장 섬세하다) 목넘김은 당연히 좋다. 잔모양은 항아리 형태로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다가 다시 완곡하게 넓어지다가 다시 완곡하게 좁아지면서 오므려지는 스타일. 향을 코쪽으로 모으기에 좋은 구조다. 과일향 많이 나는편이다. 오홋. 홉의 상쾌한 쓴맛이 상쾌한 기분 좋은 맥주다. 살짝 시큼한 맛이 나고, 몰트의 살짝 단맛이 혀끝을 즐겁게 한다. 피니시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중간정도. 조금만 길면 더 좋을듯 한데... 결론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맥주다. 캐러멜 향이 조금만 가미된다면 정말 좋은 맛일 것 같은 개인적인 바램 내지 아쉬움.
11:30 넘어 문열었을 시간에 맞추어 Phonica로 이동했다. 레퍼토리는 내 취향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들 뿐이어서 실망스러웠다. 장르는 힙합, 테크노, DJ용 음반 등이 180g의 중량반으로 구비되어 있었고, 중고음반은 반질이나 취향에 안맞는 것들이 일부 있을 뿐이었다.
12:05쯤 If Music로 가봤다. 문이 굳게 닫혀 있어 언터폰을 눌렀다. 레코드를 보고 싶다고 했더니 말투는 무관심 내지 귀찮다는 반응이었다. 취향에 안맞을거란다. 장사를 하겠다는건지 말겠다는건지... 어쨌든 문이 열리고 가게를 들어가 보긴 했지만 Soul이나 힙합 등 역시 내 취향은 아니었다. 주인장은 이민자인 것 같았다. 음반을 보여줘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나왔지만 그는 듣는둥 마는 둥이었다. ㅡ,.ㅡ;
식사 시간이 되어 민생고 해결하기 위해 적당한 식당을 찾아 보았다.
어느 한 골목으로 들어가니 광장이 나오고 광장에 면한 가게들은 대부분 식당이었다.
라멘집 쇼류로 가봤다. 라멘 값 15파운드면 상당한 값이다. 맛은 평범하다. 왠지 돈만 아깝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옥스포드 서커스에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노팅힐로 이동했다. 13:30. 지도상으로는 이 곳이 Music & Soul Dance Exchange여야 맞다. 지도가 정확하다면 없어진 것 같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곳으로 왠지 상호명을 보면 음반을 제대로 구비한 곳은 아닐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곳이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Music & Video Excahnge라는 가게였다. 기대 안했지만 실적은 기대 이상이었다. 가격은 그리 만만치는 않은 곳이었다. 42장 구입
핑크 아일랜트 스테레오 초반. 반질도 좋은데 아쉽게도 한군데 튄다. 구하기 어려운 비틀스 데뮈앨범 모노반도 구했지만 잡음이 심했다. 상단한 값 줬는데. ㅠㅠ 이메일로 문제를 제기했더니 일부 환불로 친절하게 보상해 줬다.
모노 초반
초반
모노 초기 프레싱.
초반.
후에 집에 가져와 음반을 플레이했을 때 문제가 있는 음반이 두 장이나 나왔다. 이메일을 보내 영수증, 문제가 되는 부분의 동영상을 담아 보냈더니 친절한 응대 끝에 일부를 기분 좋게 환불해 줬다. 어쨌든 이는 나중 얘기고...
근처 맥주 한 잔 마시기 위해 이미 봐 두었던 Pub Prince Albert에 잠깐 들렀다. 15:50 외관이 펍보다는 카페같은 분위기. 실내에는 목재 테이블과 가죽의자, 가죽소파를 골고루 배치. 펍과 카페 중간 분위기다.
나의 관심사인 캐스크 에일 탭은 4가지.
탭에 붙여진 상표 색깔이 왠지 특이해 보여서 Ilkley 브루어리의 메리 제인을 주문해 봤다. 알콜농도는... 애걔? 3.5%. 탭색깔과 알콜 함량으로 미루어 여성을 의식한 제품인듯 하다. 페일 세션 에일? 세션은 뭐임? 나도 맥주를 즐기기 위해 공부 좀 한 편이지만 처음 보는 용어다. 내가 무식한건가?
얼핏 보면 필스너가 아닐까 의문이 드는 밝은 황색이어서 페일 에일이 맞는지 의심이 들지경이었다. 환상적으로 부드러운 거품 하나는 일품이다. 당연히 목넘김 매우 좋다. 잔모양은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넓어지는 형태. 호프향과 쓴맛, 몰트의 약간 단맛이 함께 느껴지는 맛으로 과일향 중에서도 굳이 따지자면 청포도맛. 흔한 향은 아니다.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괜찮은 맥주다. 이 곳에서 맥주를 마시며 쉬다가 16:40 쯤 나섰다.
그 후로 레코드 가게를 더 찾아 보았지만 헤매기만 했던듯하다.
헤매다 만난 냥이군. 집사가 잘 모셨는지 냥이군의 털이 깨끗하고 귀티(?)가 난다.
맥주나 마시러 가자~~~ Fuller's Family Pub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것이 어찌나 반갑던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맥주를 생산하는 회사가 바로 Fuller's다. 펍 이름은 The Artillery Arms. 위치는 Old Street. 공동묘지 바로 옆이었다. 한국이었으면 절대로 이런 곳에 공동묘지가 들어서지 못한다. 일본에서도 공동묘지가 내다 보이는 집의 값은 그저 약간 싸다는 이야기를 교포의 포스팅으로 알게 된 적이 있다. 대한민국의 님비현상은 전형적인 이기주의라는 것이 이 곳에서도 실감이 된다.
간판을 봐도 아주 인상적인 게 전형적인 영국 펍이다. 군청색의 외관도 영국 전통펍의 모양새다.
크지 않은 실내에 들어가면, 중앙에 직사각형 Bar가 있고 그 안에서 서빙한다.
6가지 캐스크 에일 탭. 모두 Fuller's사의 맥주들. 보기만 해도 흐믓하다. 그 중 제발 있으면 좋겠다며 마음을 졸이던 ESB도 있어 거의 흥분지경으로 행복해졌다.
당연히 ESB부터 마셨다. 알콜농도 5.5%, 1파인트 주문. 가격 4.5파운드.
한국에서 병맥주에 반한 맛의 맥주여서 캐스크에일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컸다. 아 이게 왜 이럴까. 한국에서 먹던 것과 맛이 많이 다르다. 인위적으로 개스를 주입한 병맥주에 비하면 밋밋한 캐스크 에일과의 차이를 넘는 무언가가 존재하는듯 하다.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맛에 솔직히 약간의 실망을 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맛이 오리지날인 것을 생각하면 나의 입맛이 잘 못 길들여진 것을 탓해야 했다. 캐스크 에일을 수출할 수 없는 이유는 맥주회사의 자산인 수년 내지 수백년 된 캐스크(나무통)째로 맥주를 수출할 수도 없는 일이고, 이동하면서 효모가 살아있는 맥주의 맛이 변하는 문제 때문에 수입이 불가해 영국 내에서만 유통된다. 캐스크 뚜껑을 열고 바로 서비스하는 맥주이기 때문에 탄산가스는 인위적으로 주입한 것이 아니고 마시기에 적정 온도도 10도 안팎이다 보니 3~5도 선에서 마시는 필스너 맥주에 입맛이 길들여진 사람에게는 밍밍하고 맛없는 맥주가 되기 십상인 것이 사실이다. 이러니 탄산가스를 인위적으로 주입한 병맥주와 맛이 같을 수가 없게 마련이다.
어쨌든 ESB는 커품입자가 굵으나 목넘김이 나쁘지는 않았다. 짙은 호박색으로 맥주의 색은 전부터 먹던 병맥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잔이 위로 올라갈수록 넓어지는 형태. 한국에서 본 ESB 전용 잔은 와인잔 형태였다. 이 잔은 풀러스 사의 공용잔인 모양이다. 런던 프라이드도 마찬가지로 같은 잔에 제공되었다. 호프향과 몰트향이 적절한 조화, 과일향보다는 캐러멜향이 압도하는 맥주다. 아쉽지만 병맥주로 마신 것보다 맛있었다고 하긴 어려웠지만 다시 맛 본다면 그 맛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저녁 요기가 필요했다. 실내 한 켠에 표기된 내용이 눈에 띤다. KAMRA's Signature Dishes. "Jerk Chicken Burger"(12.5파운드)와 "Vegnam Chilli With Rice"(9파운드) 두가지다. 이 집 강추 음식으로 캄라(KAMRA: 외국산 라거맥주 위주로 소비형태가 바뀌자 영국 전통의 캐스크 에일을 살리자는 취지의 시민운동. 실제로 계속해서 줄어만 가던 캐스크에일 소비가 이들의 활동 때문에 되살아났다고 한다.)가 인정하는 음식이라고 하니 먹어보기로 했다. 쌀밥 위에 야채 졸여 덮은, 얼핏 보면 커리와도 비스므리하게 생겼다. 콩, 홍당무를 넣고 만든 소스를 밥 위에 얹었다. 기대와 달리 아주 웃기는 맛이다. 태어나서 먹어본 중 가장 맛없는 음식의 하나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여기 오거든 절대 먹지 마셈. ㅠㅠ.
이건 뭐임. "Guacamolle"라는건데 걍 곁들여 맛봤다. 역시 밋밋하다. 그나마 이걸 반찬삼아 먹으니 좀 낫기는 하다.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음식을 찾는 사람에게 자신있게 강추한다.
Oliver's Golden Ale이란걸 한 잔 주문했다. 알콜 농도 3.8%.
그닥 잘 따라진 상태는 아니다. 거품 헤드 약간 작은 느낌이다. 거품 입자는 굵으나 목넘김은 부드러운 느낌이다. 잔모양이 위로 가면서 넓어지되 굉장히 길쭉한 형태다. 앞서의 맥주와 마찬가지로 몰트와 호프의 조화를 신경써서 양립시킨 맥주다. 과일향이 살짝 난다. ESB보다는 약간 밝은색. 어쨌든 오늘의 가장큰 의의는 드디어 ESB를 캐스크 에일로 맛보았다는 사실. 17:05까지 맥주를 즐기다 숙소로 돌아갔다. 근데 왜 두 잔 밖에 안마셨을까. 다시 가기도 쉽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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