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4(수)
런던에서의 첫 아침이 밝았다. 06:45에 일어나 샤워 후 지하 레스토랑으로 내려갔다. 조식 부페가 푸짐하다. 그 중 일부 골라 테라스 식당으로 들고 갔다.(7:40 조식) 테라스 식당은 유리로 둘러싸여 있고 내다 보이는데 마당은 아스팔트로 깔아 주차장으로 쓰고 있어 차가운 느낌인데 날씨도 우중충하고 바람도 스산한게 더욱 서늘해 보인다. 듣던대로 런던 날씨 참 구리다.
08:00 숙소를 나서며 다시 저택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로 시선을 돌려봤다. 대저택이지만 외관이 우중충하다. 날씨도 우중충 건물도 우중충.
가장 먼저 가 본 곳은 애비로드. 그 유명한 애비로드에 드디어 오게 되다니. 한 가족이 비틀스처럼 애비로드를 건너고 가장이 사진을 찍는다. 언제부터 비틀스가 트리오였냐...
이 곳은 낙서를 해도 지탄 받지 않는다. 비틀스가 애비로드 앨범 커버를 촬영한 이 곳 가까운 곳 야트막한 담벼락이다. 낙서가 꽉차면 흰 페인트로 낙서들을 없애고 새로운 낙서공간을 제공한다. 나도 했다. 나 다녀감.
Alan's Record & CD Shop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로 다시 내려가면서 본 핑크 플로이드 전시회 포스터. 전에 누군가 이 전시회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었다. 데뷔시절부터 오늘날까지의 전시로 이루어지며 음반녹음과 공연에 사용되었던 거의 모든 악기들과 각종 전시물이 총망라된다는... 그 애기를 듣고 강렬한 갈망이 생겼던 그 기억을 떠올렸다. 완전 개대박이다. 아직도 하고 있었다. 영국에 오면서 이건 새까맣게 잊고 있었으니 완전히 횡재한 셈이었다. 어쨌든 오늘의 계획은 이미 있으니 오늘은 오늘의 계획에 충실하기로 했다.
우선 이스트 핀칠리역으로 갔다.
East Finchley St.에서 하이로드를 따라 15분 정도 걷다보면 크레이턴 애비뉴 초입에 위치한 알란네 레코드 가게. 이 곳이 내가 영국에서 방문하는 첫번째 레코드 가게가 될 참이었다. 그런데...
문 옆에 뭐라고 써있다. 영업시간과 쉬는 날이 표기되어 있다. 영업은 11:30부터 시작이었다. 근데 수요일은 뭐냐? 암것두 안써있다. 전화번호도 있다. 오늘 영업을 할건지 말건지 궁금했다. 전화해 볼까 하다가 괜스리 성질급한 한국인 티내지 않기 위해 일단 안하려다가 헛수고할 가능성이 두려웠다. 전화해 보기로 했다.
영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명물 중 하나는 붉은색 공중전화 박스와 2층버스. 그래 여까정 왔는데 함 써보자. 게다가 국내 전화니까 휴대폰보다는 잘걸릴테고. 판가게 바로 옆 구멍가게 앞에 전화박스가 있다. 잔돈 확보를 위해 구멍가게에 들어가 맥주 한 병 샀다. 전화기 완전 썪었고 거미줄이 장난아니다. 거스름돈으로 생긴 동전 넣었다. 신호간다. 번호 눌렀다. 먹통이다. 송수화기 눌러 동전 뺐다. 다시 시도했다. 신호 간다. 번호 눌렀다. 먹통이다. 동전 꺼내고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동전 다시 넣었다. 젠장 중간에 걸려 넘어가지도 않는다. 뭐하는 짓이냐. 이것저것 동원해 동전 어렵게 꺼냈다. 동전에 왜 목숩 거냐고? 남는게 시간이다 왜? 됐냐? ㅠㅠ
휴대폰을 쓰기로 했다. 일단 일반전화로 해봤다. 안받는다. 내실이 있는게 아니었는지 가게 안에서 전화만 울린다. 모바일 번호로 해봤다. 안받는다. 30분 뒤 다시 전화했다. 안받는다. 초조하다. 그래 기다려 보자. 11:30이 될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이 곳은 마침 상업지구가 아닌 주택가다. 슬슬 마을 구경을 다녀봤다. 대충 둘러보는데 1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아 젠장 나머지 시간엔 뭐하냐?
바로 옆에 가게방에서 잔돈 확보를 위해 구입한 맥주. 이들에겐 펍이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일까. 수퍼마켓에는 영국맥주가 없다. 죄 외국맥주. 그 중 내가 좋아하는 맥주 벡스가 보인다. 그래서 집었다. 맛이 이상하다. 혹시나 해서 봤다. 젠장. 무알콜 맥주. 나는 색맹이더냐 빨간 글씨 일케 큼지막한데 왜 못봤냐? 런던 첫날부터 지금까지 계속 똥만 밟는군. ㅠㅠ
길건너 화단턱에 앉았다. 오픈 시간인 11:30이 가까와 오자 지나가는 사람만 보면 이 사람이 레코드 가게 주인이 아닐까 나도 모르게 속을 졸이며 보게된다. 어? 사람 온다. 여자다. 여자이름이 Alan일리 만무하다. 그래도 혹시 남편 대신 문을 연다거나... 그냥 지나간다. 앗 젊은 청년 다가온다. 주머니에서 열쇄를 꺼내라... 꺼내라... 그런 조짐 없고 그냥 지나간다. 맥빠진다. 앗 대머리 아저씨 하나 오신다.... 계속 지나는 사람 보며 이런 설레발만 쳤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
주인 아저씨 쉬는 날인지 영업하는 날인지 표기를 아리송하게 해놨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도록 주인으로 뵈는 사람은 얼씬도 하지 않았다. 전화해 봤다. 전화 받는다.
"앨런씨 되시죠?"
"예 맞습니다."
"오늘 문 안여시나요?"
"오늘은 죄송하지만 문 열지 않습니다."
"지금 당신 가게 앞인데 문을 여는지 어쩐지 몰라 여러번 전화했는데 안받더군요. 지금 당신의 가게 앞에서 한시간 반이나 기다렸습니다."
"허걱 죄송합니다. 저 일이 있어서 런던 시내 나와 있어요. 오늘 영업 못합니다."
"... 할 수 없지요., 당신 가게 오고 싶어서 한국에서까지 왔는데 아쉽군요."
"아, 정말 미안합니다. 내일 오시면 안될까요?"
알겠습니다. 시간 내어 보도록 하지요. 고맙습니다."
이게 모냐 ㅡ,.ㅡ; 그렇다고 여기 주저 앉아 있을 수는 없는 일.
지하철을 다시 타고 캠든 타운 역으로 가서 밖으로 나갔다. Juno Record로 가봤다(12:00). 문이 닫혀 있었다. 폰 눌러봤다. 가게는 맞는데 온라인 판매만 한단다. 잘났다. 시작부터 왜이러냐 이거. ㅡ,.ㅡ;
또하나 찾아낸 All Ages Records. 펑크, 메탈, 데스메탈이 주종이었다. 관심 밖이다. 오늘만 세 번째 실패 ㅠㅠ
12:20 정도가 되니 쉬고싶어졌다. 근처 펍 Brew Dog에 들러봤다.캠든타운역에서 골목으로 도보 100미터정도에 있는 펍이다. 고전적 건물에 검정칠을 해놓아 고전적이기 보다는 현대적 느낌이 강하다.
실내는 젊은 취향의 스타일이다. 테이블과 의자는 높은 형태로 안정감과 편안한 느낌을 주었고, 흘러나오는 음악은 30~40년대 스윙재즈. 일단 맘에 든다.
다 좋은데 이 곳엔 캐스크 에일은 취급하지 않고 독특한 Tap의 캐그 에일만 취급했다.
Punk Ale을 주문했다. 음악은 재즈, 맥주는 펑크 자알 논다. 이 곳은 에일을 자체 주조하는 마이크로 브루어리다. 알콜 5.4%
과일향이 매우 강하고 탄산기도 굉장히 좋다. 캐러멜향이 향긋하게 올라온다. 미국에일과 달리 깔끔한 바디감이 훌륭하다. 코끝으로 올라오는 몰트향이 좋고 호프향과의 조화가 아주 좋은 맥주다. 효모향도 좋다. 영국에일이 그렇듯이 거품은 바로 죽어 아쉽지만 목넘김은 비교적 좋은 편이다. 호프의 상쾌한 쓴맛이 매력이고, 잔향이 긴편이어서 훌륭하다. 토피향도 느껴짐이었다. 맛은 드라이한 편. 미세하게 시큼한 맛이 느껴진다. 캐스크는 없고 캐그만 취급하는 것이 이쉽지만 전체적으로 맛과 향이 아주 좋다. 이 곳에서 맥주 한 잔으로 여유를 가진 뒤 12:50 쯤 이 곳을 나와
13:10 Sound That Swing으로 찾아갔다. 이 곳엔 Swing Jazz가 대세였고, 내가 좋아하는 Blues 음반의 가격 만만치 않은데다, 대부분 미국반이며 상태는 VG급이라 여기서 들고 나온 음반은 없었다. 싱글도 다수 보유하고 있었다. Beatles, Rolling Stones 독일과 그리스 프레스가 많다. 여그가 워디다냐. 음~ 상태도 대부분 불만족.
근처 일식집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영국은 음식이 별로여서 내겐 이례적이지만 이 번 여행에서만큼은 본토음식엔 그닥 연연하지 않을 심산이었다. 네팔 이후 처음으로 하는 짓이다. 주인과 직원은 일본인이 아닌듯 하다. 구사하는 영어에 왠지 모르게 짜장냄새가 난다. 음식 자체도 중국음식 같다. 이건 뭐냐 국적 완전 불분명. 중영일식이냐. 점심을 즐겼다는 말은 가당찮고, 먹었단 표현도 조금 과하고 그냥 대충 해결했다는 표현이 옳겠다. 음식 조금만 할 줄 알면 런던에서 떼돈벌 것 같은 단순한 생각이 스친다. 13:45에 식당에서 나와 이동했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Angel St.에서 하차해 Flashback으로 갔다. 5점 만점에 가격: 3점, 레퍼토리 3점.
처음 성공한 집이라 비교적 무리했다. 값이 생각보다 그닥 싸지는 않다. 영국 본토 초반들이다.
플래시백에서 디깅을 종료하고 셜록홈즈 펍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차링 크로스역에서 하차했다. 이 곳에는 중세를 주제로 한 것으로 보이는 벽화 아닌 벽화가 볼거리다. 4번 출구로 나갔다.
왼쪽길로 걷다가
여긴 관광코스로 반드시 들르는 곳. 뭐라더라? 휘어진 모양새 때문에 인기가 있는 것 같은데 일별할 가치 정도는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이 곳은 관심 목록에는 들어있지 않아 잠깐 휘익 보고
길 건너 위 건물을 보기전으로 가정해 첫번째 우회전길로 들어서서 200미터 정도 안쪽으로 움푹 들어간 곳에 목적지인 셜록홈즈 펍이 있다. 가는 길에 3인조 버스킹 밴드가 보인다.
19:30 도착
전형적인 펍의 외관이다. 청록색 유리틀과 벽면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관 모양새가 그러하다. 이 펍에서 골목쪽으로 통하는 면에는 많은 사람들이 선 채로 맥주를 마시는 진풍경이 인상적이다. 유럽의 비어벨트 국가들에서의 펍에는 흔히 보이는 모습이고 이 곳 런던도 예외는 아니다.
실내에는 유리장식이 고급스럽고 고풍스럽다. 테이블은 나무소재로 비교적 고급스럽게 마감했고 좋은데 음악은 테크노. 아, 이건 뭐시다냐~ ㅡ,.ㅡ; 조명은 약간 어둠침침한게 전형적인 영국식 펍의 분위기를 낸다.
캐스크 에일 탭을 들여다 보니 Starry Night, 셜록홈즈 하우스 에일, Green King사의 맥주 London Glory, IPA(3.8%), Abbot(5%)를 취급한다.
Abbot를 1파인트 주문했다. 1파인트에 4.55파운드. 대개의 캐스크 에일의 경우 1파인트에 이 정도 가격대에 형성되어 있다.
맛을 봤다. 약간 단맛이 나고 호프의 향을 강조한 느낌이다. 캐러멜향과 몰트향도 좋다. 대부분의 영국 캐스크 에일이 그렇듯이 바디감은 미디엄.
많은 사람들이 와인과 달리 맥주를 마시는데 있어 즐기는 세가지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맥주 만큼 아름다운 색깔을 가진 음료도 흔치 않다. 이 곳 영국의 에일은 특히 그러하다. 맥주를 따를 때 올라오는 거품도 조금의 심미안만 가지면 행복하다. 대부분의 캐스크 에일은 아름다운 호박색을 띤다. 이 맥주 역시 투병한 호박색을 띠는데 무척 아름다운 색이어서 쳐다 보기만 해도 흐믓하고 행복하다. 때로는 이 색깔을 보고 즐길 줄 안다는 사실 자체도 행복하다.
잔모양에 따라 마시는 순간 코 끝으로 올라오는 향과 잔 끝 모양에 따라 입 안으로 흘러들어가는 맥주액체가 닿는 혀의 위치도 달라진다. 잔모양은 전형적인 에일잔으로 위로 올라갈수록 넓어져 퍼지는 형태. 향을 즐기기에 좋고 입안으로 흘리는 맥주는 중간에 먼저 닿아 입안에 도는 형태다. 거품은 입자가 곱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목넘김이 아주 좋은편이다. 알콜은 5%. 미국식 에일 특유의 강렬한 효모 향이 약간 흡사하게 느껴진다.
이 번에는 IPA 하프 파인트로 주문했다. 한 파인트가 아닌 반파인트를 주문한 이유는 가급적 다양하게 맛을 보기 위해 위장 공간과 취기를 절약하기 위해서였다. IPA는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시피 영국의 인도 식민지 개척시대에 인도로 수출하기 위해 개량한 맥주였다. 인도로 가는 배에 실린 맥주는 적도를 두 번 거치면서 상해버리고 만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방부제 역할을 하는 호프를 다량 넣어 맥주를 빚어 보낸 것이 IPA(India Pale Ale)였다. 당시엔 호프의 쓴맛과 떫은 느낌이 매우 강한 맥주였지만 정작 영국에서는 이제 거의 이 맥주를 빚지 않고 미국에서 주로 빚는다. 영국에도 물론 IPA는 있지만 일반적이진 않다. 한국에서 유통되는 IPA는 대부분 미국산 맥주다. 당시 IPA는 오늘날의 것보다 호프를 엄청 넣기 때문에 맛이 쓰다못해 떫기까지 했다고 한다. 미국 에일은 이제 하도 먹어서 맛이 뻔하고 식상하다. 영국산 IPA의 맛이 무척 궁금했다.
깨끗하게 짙은 호박색이다. 이 맥주 역시 색깔이 보기만 해도 행복할 정도로 아름답다. 거품은 애봇과 마찬가지로 섬세하지 않고 빨리 죽지만 목넘김은 부드럽다.위로 올라갈수록 넓어지는 형태의 잔을 통해 코끝으로 닿는 몰트향과 효모향은 강하지 않아 미미하다. 미디엄바디. IPA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호프향이 약한게 개인적으로 무척 실망스럽고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영국에 오기 전에 이미 영국 IPA에 관해 이 같은 내용을 이미 접한 바 있지만 그래도 그렇지 넘 심하다. 떨떠름한 맛에 과일향이 난다. 이 맥주는 전체적으로 내 취향은 아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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