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로서의 유럽은 내게 그다지 큰 유혹거리가 되지 못했다. 유럽 보다는 비교적 비인기지인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가 내게는 크나큰 유혹의 땅들이다. 하지만 영국이 나를 미치게 하는 것이 두 가지. 바로 음악과 맥주다.
비틀스, 롤링스톤스,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 킹 크림슨, 예스, 제쓰로 털, 블라인드 페이스, 애니멀스 등 내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은 대부분 영국 밴드들. 더군다나 영국 프레싱의 LP 레코드들은 만듦새 자체도 고급스럽지만 음질도 50년대 중반에 이미 음반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수준까지 올랐다. 클래식에 있어 LP의 Golden Decade는 1955년부터 1965년간이다. 이는 클래식의 이야기가 되겠고, 록뮤직이라면 70년대까지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영국을 찾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개의 이유 중 하나다. 전부터 열심히 판매 목적의 음반구입을 위해 영국으로 가던 업자들이 이제는 잘 가지 않는다고 한다. 음반값이 너무 올라 게서 사다 팔자면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얘기. 같은 음악매니아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실제로 런던의 판가게들을 가면 값도 비싸고 레퍼토리도 원하는 건 찾기가 쉽지 않은데다 매니아들이 찾는 음반들은 나와도 선뜻 사기 쉽지 않은 고가로 제시된다고 한다. 말로만 듣고 포기하기엔 아쉬움이 남으니 속더라도 일단 가서 확인하고 볼 일이다. 가면 사 올 음반의 수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영국의 판가게들을 직접 둘러보고 음반구경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 볼 이유가 된다. 밴드 밴친의 도움으로 40개가 넘는 음반샵 정보를 캐냈다. 가능하다면 다 돌아볼란다. 가서 사오는 음반 없어도 후회하지 않는다. 일단 간다.
영국에 가야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전술한 이유가 현장에서 나를 완전히 실망시킨다 하더라도 꼭 가야할 만큼 강렬한 그것은 바로 영국의 캐스크 에일이다. 병입된 것만 국내에서 맛봐도 감동적인데 펍에서 캐스크 에일을 마신다면 감격에 쓰러질 것만 같다. 그동안 풀러스사의 ESB, 런던 프라이드와 런던 포터, 테악스톤의 올드 피큘리어 등의 비터에일과 포터는 병맥으로 맛볼 기회가 좀 있기는 했었다. 기네스나 킬케니도 굳이 범위를 넓게 본다면 영국에일의 하나로 볼 수도 있겠지만 아일랜드의 맥주는 영국 본토와의 그것과 많이 다르고, 이건 마실 기회가 흔하다. 어쨌든 국내에서는 이 것들을 캐스크는 아니어도 캐그 생으로 마실 기회는 그동안 좀 있었던 모양이지만 불행이도 내게는 그 정보를 찾아 마시러 갈 만큼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지는 않다. 게다가 스타일 뻔한 미국 에일 일색인 국내 에일맥주 시장에서는 더 이상 기대할 게 없어져 간다. 현지에서 열흘간 머물 참인데 16개 정도의 유서깊은 펍 정보를 알아냈다. 기존에 갖고 있던 정보 외에도 여러개의 가이드북에서도 적잖이 정보가 담겨있다. 블랙프라이어역 바로 건너편에 있는 블랙프라이어 펍부터 찾게될 것 같다. 영국 에일 한 가지 만이라도 더 맛보기 위해 미치게 좋아하는 ESB의 유혹을 떨쳐내는 것도 과제다.
이제까지 먹어몬 중 가장 좋아하는 Fuller's사의 ESB
역시 Fuller's사의 London Porter.
테악스톤사의 올드 피큘리어.
펍에 관한 정보는 아래의 책들과 다른 자료들을 통해 얻었다. 현지에서 캄라가 발행하는 가이드자료를 구할 수있다면 금상첨화. 그렇다고 열흘 내내 판가게와 펍만 다니면 조금은 억울한 생각이 들 것 같다. 판가게와 펍을 모두 다 돌아보는데 현지에서 열을이면 결코 충분하지 않지만 하루 정도는 영국박물관과 내셔널 갤러리를 위해 투자할란다. 까짓 타워브릿지와 빅벤, 그리고 성바오로성당 정도는 오다가다 보게될 것 같다. 하긴 일요일에 성바오로 성당에서 미사에 참례할 수 있다면 대박인디 그런 기회가 올까. 펍에 관하여는 맨 아래 런던 핸드북에서 가장 많은 정보가 나왔다.
추석연휴와 임시공휴일 그리고 4일의 휴가를 보태면 대충 2주가 나온다. 뒤지고 뒤져 중국과 오스트리아를 경유하는 항공권을 얼리버드로 1,150,000원 주고 샀다. 비싼 편이지만 워낙 항공권이 비싼 시기여서 이 정도면 나름 대박이다.
연휴 시작 3일째인 10월 2일 15:30 인천을 떠나 베이징에 16:35에 도착한다. 환승 대기시간이 무려 19시간. 북경으로 입국해 하루 쉬고 갈란다. 운이 좋아 시간이 맞고 공연 날짜가 맞으면 경극 1편 보고 양꼬치에 맥주 한 잔 마신 뒤 자고 아침밥 먹고 슬슬 공항으로 가면 된다. 베이징 시내 한 게스트하우스에 예약했다.(16,000원)
10월 3일 11:20 북경을 출발하는 항공편은 다시 비엔나에 15:30에 도착한다. 입국할 시간은 없고 바로 17:15에 다시 환승해 당일 18:40 런던에 도착한다. 곧바로 시내 예약된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 예정. 빅토리아풍 오래된 건물의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했다. 일단 6일간(136,000원)만 예약했다. 그럴 리도 만무하지만 혹시 음반을 더 이상 담을 수 없는 사태가 오면 판가게는 거기서 바로 접어야 한다. 그러면 담부턴 관광이나 해야 하는데 지방 가 보자면 남은 기간 해약하기도 귀찮다. 6일간만 예약한 이유다. 런던 도착 첫 날 저녁엔 펍부터 가서 여행의 시작을 자축할 예정.
런던을 떠날 10월 14일엔 항공편이 새벽 6시. 새벽 4시까진 공항에 도착해야 할 것 같다. 히스로공항 근처 게스트하우스에 13일 1박(33,000원) 예약했다. 돌아오는 날 비엔나 도착시간이 10월 14일 09:20. 환승 대기시간이 자그마치 8시간. 경사났다. 비엔나 시내로 들어가 이 곳의 명물인 슈니첼이나 먹어 보고 주요 볼거리 한 두개는 볼 시간은 될 것 같다. 17:40에 비엔나를 떠나 다음날 13:25에 북경에 도착 후 3시간 뒤 환승. 당일인 10월 15일 16:35 인천 도착하면 여정이 끝난다. 기다려진다 계속되는 레코드샵 디깅과 런던 펍에서의 맛있는 에일이 너무나도 기대된다.
파운드화가 브렉시트 발표 이후 완전 개폭락해 파운드당 1,800원 가까이 하던 것이 올 3월에는 1380원대까지 떨어졌다. 인생은 요지경. 아따 젠장 이 때 돈있어서 환전 미리 해 놓았으면 얼마나 좋았겠냐. 8월 말경 1,448원까지 올랐다. 이 때 환전했는데 그나마 이 때 환전 끝냈으면 그나마 얼마나 좋았겠냐. 퇴근해서 가진돈과 ATM 인출로 환전하려 했더니 일일 인출 한도가 100만원이라는게 함정. 아 젠장 750파운드밖에 못했다. 그 뒤로도 계속 오르길래 지가 안떨어지고 배기냐 여유 튀겼지만 파운드화는 계속 오르기만 했다. 연말이나 되어야 다시 떨어진다나. 지기럴 9월 25일 1,000파운드 환전했다. 환율 개올라 파운드당 1,538원. 앞으로 어찌 되려나 1000파운드 더 환전할라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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