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7 영국

런던 레코드숍/펍 순례기 1(인천-->북경-->빈-->런던)

코렐리 2017. 10. 17. 16:00

2017.10.2.(월)

항공권 구해놓고 오랫동안 기다리느라 눈알이 50%나 튀어나왔다. 약간의 휴가 보탬으로 보름간의 여행도 가능하니 내게는 축복과도 같은 추석 연휴였다. 그런데 시작부터 조짐이 별로 좋지 않았다. 며칠 전 자고 일어나 목이 뻣뻣한게 며칠 이어지는게 아무래도 조짐이 좋질 않았다. 병원 가기도 귀찮고 연휴전 처리할 일도 많고 병원엘 갈까 말까 하다가 출발 당일까지도 불편함이 누그러지질 않자 게으름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출발 당일 동네 병원엘 가보니 월요일인데도 진료 대기 손님들이 장사진이다. 아, 젠장. 아무리 시간을 충분히 남겨두고 집을 나섰지만 짐을 들고 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기다릴걸 생각하니 끔찍했다. 공항에도 병원이 있다는데 여기보단 낫겠지. 공항으로 가 알아보니 입주한 병원은 인하대 병원. 한산했다. 접수와 동시에 진료와 치료가 이루어지고 잠깐 누워 30분 정도의 근육이완제 투여로 목 근육 긴장감은 물론 통증도 완전히 없어졌다. 치료까지 마치고도 여유있는 시간이었다. 다행이다. 이제 떠나자.^^

 

만듦새나 음질이나 레퍼토리나 최고를 자랑하는 영국의 레코드들에 수록된 놀라운 음질의 녹음들을 들으면서 항상 궁금했던 것이 영국의 군소 레코드 가게들. 이제는 영국 본토에서도 음반이 없어 하나하나 닫는 가게들이 나온다는 말은 전부터 들었고, 가격 매리트도 갈수록 없어져만 간다는 이야기들은 전부터 딜러들로부터도 들었다. 오다가다 우연히 발견한 레코드가게에 들렀다는 애호가들의 경험담도 전부터 적지 않게 들었다. 그런데 이놈의 호기심은 어찌 꼭 눈으로 확인을 해야만 풀리는가. 그걸 확인하러 가기로 한 것이 이 번 런던행의 계기다. 첫째 목적이라면 현지에서 레코드 가게들을 하나하나 방문하며 비교해 보는 재미도 느껴보고 싶었고, 궁극적인 목적은 그동안 갖고 싶었던 영국산 초반들을 쥐고자 하는 유혹이었다. 실망을 넘어 대경실색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간다. 60~70년대 브리티시 록과 포크 그리고 50~60년대 클래식 음반들이 표적이다. 간다. 드디어 간다. 말려도 간다. 

 

영국에 가야 할 매우 이유 하나 더 있다. 영국 캐스크 에일이다. 이제까지 맛 본 중 최고의 에일로 영국 Fuller's의 ESB(Extra Special Beer: 미국 ESB와 혼동 주의)를 꼽는다. 지금까지 맛 본 맥주 중 최고의 맛이었고, 그 뒤로 맛 본 영국의 맥주들은 대부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런던포터, 런던 프라이드, 뉴캐슬, 올드 피큘리어 등. 국내에서는 갠적으로 그닥 선호하지 않는미국 에일에 밀려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자취를 감춰가는 영국의 맥주를 본토에서 최대한 다양하게 맛보겠다는 생각이었다. 첫 번 째 목적을 만족스럽게 달성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꼭 가야 할 두 번째 이유가 있으니 여행이 실패할 이유는 없었다.

 

어쨌든 시원찮던 모가지가 치료받고 개운해졌으니 항공권 발권받아 출국할 일만 남았다. 오후 3시반 비행기다. 가진 짐은 음반을 담을 돌돌이 하나하고 작은 트렁크 속에는 갈아입을 내의와 세면도구, 그리고 백팩 한 개가 전부였다. 이 것들을 전부 짐으로 drop하고자 했지만 갑자기 과거의 경험이 트라우마를 불러오면서 겁이 덜컥났다. 아주 오래 전 마다가스카르에 가면서 한번, 그 곳에서 돌아오면서 한 번 짐 때문에 애를 먹은 에피소드가 있다. 당시 가는 길은 홍콩에서 한 번, 모리셔스에서 한 번 항공편을 갈아타야하는 지루한 여정이었다. 갈 때는 안타나나리보까지 부쳐야 하는 짐을 홍콩까지만 부치는 직원의 실수를 수습해야 했고, 돌아올 때 안타나나리보 공항에서 부친 짐이 주인넘을 배신한 채 예정지인 서울 김포공항(당시엔 인천공항이 없었다)이 아닌 엉뚱한 항공편을 타고 가버려 황당극장 당황극을 봤다. 항공사로부터 짐을 추적해 보겠다는 답변 후 다음날에야 연락 받고 공항으로 가 짐을 받을 수 있었으니 그 때 생긴 트라우마다. 이 번에는 북경에서 한 번, 빈에서 한 번 항공편을 갈아타야 하는 여정이다 보니 그 때의 트라무마가 스멀스멀 기억 저편으로부터 기어 올라왔다. 왜 일케 번거로운 항공권을 샀냐고? 싸니까 샀다 왜 어쩔래? 그 때와 같은 사고가 나면 불편도 하겠지만 현지에서 이것저것 생존에 필수적인 물품들을 사야할지 기다려야 할지도 결정해야 할 문제가 될테고, 짐을 찾을 때까지 어정쩡하고 애매한 시간이 나의 일정에 발목을 잡을수 있었다. 뒤늦게 찾는다 면 일부러 공항까지 또 다시 가야하는 시간적, 금전적 낭비는 재앙에 가까운 일 될터였다. 아예 짐을 부치지 않기로 했다. 티케팅을 마치고 정해진 게이트로 이동중 사설 실내악단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의 연주가 눈과 귀에 들어왔다. 축복이냐? 함 들어나 보자고 앉았다. 앉자마자 끝났다. 뭥미? ㅡ,.ㅡ:

 

정해진 게이트로 가니 시간이 조금 남는다.

 

엘피를 담을 가방들이다. 이 안에 내의와 세면도구는 물론, 혹시 몰라 백팩도 하나 넣어 두었다. 얼마나 담게 될지 모르지만 보기만 해도 흐믓하다. 두 개의 돌올이와 백팩을 가득 채우게 된다면 그 아니 행복할까.

 

항공기는 제 시간에 떴다. 북경에서의 환승대기시간이 길어 하루 숙박해야 한다. 비행시간이 짧으니 먹으라고 주는 기내식은 간식 수준. 맥주여행이 결국 연경맥주로부터 시작되는 셈이다.

 

북경에 내려앉은 시간은 16:50분경. 15분 연착이다. 이러면 안되는데 죽여버릴라. 게다가 내려서 버스 타라고 할 때가 제일 귀찮다. 그래도 서두르면 경극을 즐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건 염병앓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그놈의 중궈 만만디. 한국에서라면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24시간 입국 비자를 받는 곳이 따로 있다는걸 아는데도 한참 줄을 서서 입국심사대에 내 순서가 와서야 입국심사관의 설명으로 알게 되었고, 복장이 터질 정도로 느려 터진 이들의 업무처리 속도는 20여명의 24~72시간의 트랜짓 비자를 처리해 주는데 2시간 가까이 걸렸다. 중국의 공항은 도착할 때마다 항상 불만을 느끼게 한다. 중궈지창더 공우위엔먼 뻬이창 간씨에~

 

공항철도를 타고(25위엔) 동즐먼역에서 내려 지하철로 갈아타고 시즐먼역에서 내려 택시를 탔다. 경극은 이미 포기한지 오래다. 우라질. 약간 헤맨 뒤 환상적인 입구를 가진 홍등에 도착했다. 2원에 점등~ 아, 이런게 아니고 게스트하우스 이름이 홍등이다. 왜 홍등이냐. 붉은 대문에 홍등 여섯 개 걸려 있고

 

내부도 홍등으로 장식되어 있는데 중국 전통적인 분위기가 공항에서 부터 시큰둥했던 나의 무딘 마음을 가라앉혀 주었는지 단순무식한 나는 흐느적 괜스리 흐믓해졌다. 여권과 바우처를 내밀어 체크인(77위엔+예약금 3달러)했다. 맞아 주는 직원들도 동남아 외국인들이다. ㅋㅋ필리핀이나 태국 쪽 처자들인 것 같은데 중국어를 곧잘한다.

 

나는 이 때까지 식전이었다. 경극 보고 숙소 근처 야시장에서 기분좋게 한 잔 하는게 이 날의 계획이었지만 어쨌든 물건너 간게고 밥먹을 곳이나 찾아야 할 판이다. 전에도 혼자 청더에 가서 숙소 잡아놓고 야시장으로 나가 양고기를 불에 얹어 놓고 맥주 빨며 주인장과 옆테이블 현지인 손님들과 수다 떨던 기억도 새롭다. 그걸 기대했는데 그 주변에는 야시장도 없었다.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 먹이 찾는 승냥이 모냥 쭐레쭐레 기어나오니 고급스러워 보이는 식당이 눈에 띠어 준다. 시안샤오츨시을푸? 서안 간식코너란 뜻이다.  여 함 드가 보자.

 

과연 분위기는 약간의 위압감이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분위기. 지가 비싸봤자지. 어차피 공연도 놓쳤고 먹는거나 신경쓰자. 태연한 척 하고 프론트로부터 맞아 주는 직원의 안내를 받아 홀 안으로 따라 들어가니 늦은 시간이라 손님은 하나도 없었다. 직원이 메뉴판을 들고 왔다. 더운물부터 한 잔 준다. 더워 죽겠는데 손님 찜쪄먹을 작심이냐 이 웬수야. 웬 더운물이냐. 우리에겐 적응되지 않는 이들의 습관이다. 찬물 달라고 했더니 준비된 찬물이 없는지 얼음통을 들고 와 더운물이 담긴 컵에 툭툭 얼음을 띠워준다.

 

 

메뉴판을 보고, 사진상에 맛있어 보이는 요리 두 개 주문하고 칭다오 맥주도 함께 주문했다. 북경의 식당에서 내오는 맥주는 대개가 옌징맥주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니 칭다오가 있단다. 받아놓고 보니 칭다오의 현지 공장에서 나온게 아니고 다른 지역에서 만든 맥주에 레이블만 붙인 가리지날이다. 중국 다른지역 가면 이런거 대따 많다. 그냥 먹어 개소리 말구...

 

맛있을것 같았지만 중국요리답지 않게 건조한 고기에 급당혹. 아~ 이게 모야~ 아따 젠장 맥주 없으면 삼키기 쉽지 않은 음식이다. 공기밥도 하나 주문했다.

 

땟깔 좋은 카오야도 우리지게 질기다. ㅠㅠ 그래도 혼자 칭다오 한 병에 남김없이 다 먹었다.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나니 피곤함이 몰려온다. 다른 때 같았으면 게스트하우스 자체의 분위기도 만끽해 가며 맥주 한 병 시켜 놓고 똥창 맞는 인간 만나면 수다까지 떨어가며 더 즐겠을텐데. 피곤했다. 기냥 잤다. 기~냥~

 

2017.10.3.(화)

늘어지게 더 잘 수도 있었지만 아침 07:00에 일어났다.

 

07:30에 게스트하우스에서 아침식사(20위엔)를 하고 차 한 잔 마신 뒤, 빈으로 가는 아침 11:20발 비행기로 갈아타기 위해 숙소를 약간 서둘러 나선 시간은 08:00. 좀 이른 시간인 09:00경 공항에 도착했다.

 

출국 후 탑승 전 군것질로 KFC 아이스크림 하나 땡겨 주시고.

 

항공편은 예정된 시간에 정확히 떠났다.

 


오스트리아 항공으로 갈아타니 나오는 맥주는 당연히 오스트리아의 맥주 괴써다. 이 맥주는 독일 뮌헨 지방의 옥토버페스트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메르첸의 원조격 맥주다. 냉장고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 유럽의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하는 4월부터 9월까지는 미생물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기인 만큼 이 때 담그는 맥주가 상하기 쉽기 때문에 3월에 원맥즙 농도를 높게 담금질을 하고 동굴 같은 곳에 겨울동안 미리 재워 둔 얼음의 냉기를 이용해 9월까지 저장해 시장에 내놓았다. 10월이 되면 새 맥주를 담그는데 이 때까지 남은 맥주를 소진하기 위해 시작된 축제가 옥토버페스트(10월의 축제)이고 바로 이 맥주가 3월에 담근 맥주라는 뜻에서 메르첸이라고 불린다. 원맥즙 농도를 높게 한 만큼 미생물이 먹을 것도 많고 싸는 양도 많아 당연히 알콜농도가 다른 맥주보다는 올라가고(5.2도) 고급 맥주로 인정받는다. 이 것이 독일 메르첸의 원조 괴써다.

 

아무래도 맥주의 참맛을 느끼자면 효모를 걸러내지 않은 생맥주라야 하고 라거보다는 에일을 선호하는 나로선 캔에 담긴 라거/필스너 맥주가 강렬한 그 무엇을 갖지 않으면 그다지 감동을 받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필스너 맥주는 체코의 필스너 우르켈, 독일의 벡스, 일본의 산토리와 에비수. 페루의 맥주 쿠스케냐는 필스너 맥주임에도 불구하고 병에서 나온 맥주의 거품이 탭을 통해 나온 맥주 못지 않게 섬세해서 감동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내게 있어 이 맥주는 감동이 조금 약하다. 탭을 통해 나오지 않으면 거품 입자부터가 거칠고 캐스크>캐그>병>캔>페트병 순으로 맛 보존이 어려운만큼 어쩔수가 없는 일이지만 기내에서 이 정도면 군말 말고 먹을 일이다. 먼 말이 글케 많냐. 그냥 머거 짜샤.

 

뒤이어 나온 기내식. 생선요리다. 네덜란드 항공이 제공하는 최악의 기내식(항상 나오는 파스타, 핏자, 오우 노우노우~)에 지레 겁을 먹었던 나는 의외로 맛이 좋은 오스트리아 항공의 기내식에 약간은 감동했다. 겂을 먹었던 상황이라 많이는 아니고 아주 약간. 이제까지 먹어본 기내식은 카타르항공이 최고였다. 그 정도엔 못미친다. 많이. 아주 많이.

 

빈에 도착한 시간도 거의 정확했다. 이제 가는 여정으로는 마지막 비행이다. 런던행은 빈 도착 후 두시간 남짓 뒤인 17:15에 출발했다. 

 

버스타고 이동해 비행기에 오른다.

 

계속해서 나오는 기내에서 내 준 맥주는 역시 오스트리아 맥주인 오타크링거. 역시 라거맥주(라거맥주의 발상지는 독일이지만 이 단어는 영미권에서 쓰고 독일어권에서는 Helles라는 단어로 라거를 표기한다. 왜? 몰라.)다.

 

알콜도수 5.2%. 오늘 오스트리아 맥주 두 가지 맛본다.

 

거품을 지나치게 많이 따랐다. ㅡ,.ㅡ; 그리고 먹을만 했던 간이 기내식.

 

18:40. 예정했던 런던 도착시간 역시 정확했다.

입국심사관이 물어본다.

"영국에 왜왔슈?"

"판떼기 좀 사고 긔겡 좀 할라고 그런다. 왜?"

"입국허가 도장 쾅"

입국심사를 마치고 공항열차를 알아보기 위해 책을 꺼내기도 귀찮고 돋보기 역시 꺼내기 귀찮고... 마침 판매대 앞에서 서성거리는 나를 보고 직원이 다가왔다.

"도와드릴까요?"

"넹, 히스로 커넥트 티켓 좀 끊을락고요."

그러자 하나씩 갤차준다.

"이거 누르세요. 편도 하실거예요, 왕복표 하실거예요?"

잠시 잔대가리 굴려봤다.

'왕복표가 싸긴 허긋지. 잃어버리면 골때린다. 보관했다가 찾기도 역시 귀찮다.'

요기까지 생각하고 편도를 눌러버렸다. 10.3파운드.

"카드를 넣고 인식할때까지 기다리세요. 이제 빼세요"

돋보기를 꺼내 썼으면 가격이 보였겠지. 열차 안에서 가이드북을 통해 지하철 이용방법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왕복표가 10.7파운드란 것을 알아버렸다. 아 젠장 이런 완전 개맨붕. ㅠㅠ 달리는 열차 안에서 밀어 떨어뜨려도 시원찮을 웬수야. ㅠㅠ

전에 가이드북을 봐두긴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새까맣게 잊은게다. 부지런했으면 됐을거 아닌감.  아래 사진의 표 아랫것은 리턴표가 아닌 영수증. 잘라따.

 

공항열차인 히스로 커넥트의 종착역인 패딩턴에서 내려 이들의 교통카드인 오이스터 카드를 구입하면서 문제가 또 생겼다. 아니 생긴 줄 알았다. 어쨌든 여기서 또 한 번 멘붕됐다. 가이드북에 나오는 방법대로 기계 앞에 섰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카드가 나오지 않아 세 번인가를 취소했다. 직원에게 도움을 부탁했다. 안나오는게 아니었다. 기계가 느려터진거였고 한국에서 뭐든 즉시즉시 나오는데 익숙한 나는 시간이 좀 걸리는게 뭔가 잘못된걸로만 안거다. 기다리니까 나온다. 아 젠장. 족팔려, 이게 먼 개망쉰이냐. 그 다음엔 충전과정이 나온다. 오이스터 카드 보증금 5파운드에 충전 30파운드로 총 35파운드를 카드 결재했다. 열차 타고 두 정거장을 가다가 혹시나 싶어 폰을 꺼내봤다... 얼레리여? 35파운드가 두 번에 걸쳐 결재됐다. 패딩턴역으로 돌아갔다. 나를 도와주었던 그 남자 직원은 없었다. 여직원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여러번 실패하고 직원의 도움으로 한 번 성공했는데 (결재 문자를 보여주며) 35파운드가 두 번 결재되었으니 문제가 발생했다고 하소연 해 봤다. 직원 말로는 과정이 완전히 끝나 카드가 나오고 충전까지 다 끝나지 않으면 돈은 지불되지 않으니 뭔가 잘못된거고, 그 오류는 카드사에 알아보란다. ㅡ,.ㅡ; 후에 여행에서 돌아와 카드사에 전화해 보니 하나는 전표가 확인되었고 나머지 하난 전표 확인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달 중 전표가 오지 않으면 삭제된단다. 젠장 괜스리 호들갑 떤 거 같다. 아 또 쪼발려. 런던 너 나한테 왜이러는거냐. ㅠㅠ

 

어쨌든 스위스 코티지 역에서 내려 숙소를 찾아갔다. 저녁 9시가 넘었다.

 

빅토이라 시대의 양식으로 지어진 대저택을 개조했다. 이 게스트하우스가 인기있는 이유다.

 

체크인을 하고 짐을 대충 놓고 나니 은근 맥주 생각이 났다. 도착 첫 날 멩숭멩숭하게 그냥 잘 수는 없고 리셉션으로 다시 나와 여직원에게 물었다.

"이 근처에 펍이 있나요?"

"우리 게스트하우스 지하에도 바가 있어요."

"캐스크 에일도 있나요?"

동구권 출인인 것 같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캐스크 에일은 뭥미 하는 표정이다. 이런 천하의 무식한...

"기네스하고 스텔라 아르투와 있어요."

"근처에 있으면 하나 갤차 조요."

내게도 유서깊은 펍정보는 적잖이 있었지만 이 근처 자료는 없었다. 그녀는 컴퓨터를 검색해 역 바로 건너편에 펍이 하나 있음을 알려 주었다. 역으로 다시 나갔다.

 

여기로군.

 

나무로 지어진 이 건물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낡은척 하느라고 목재에 때를 뭍혀놨지만 묵은때가 아니니 늙은척 해봐야 속을 사람도 없고 건물이 꼬질꼬질하기까지 하다. 어쨌든 들어갔다. 펍 이름은 Ye Olde Swiss Cottage. 동네 이름을 땄다. 간판이 인상적이다. 중세시대부터 활용한 이러한 간판은 문맹률이 높았던 당시 사람들에게 이 곳이 펍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그림으로 표현했고 이 것이 오늘날까지 전통으로 자리 잡은게다. 입구에 걸어 놓는 것이 일반적인데 반해 약간의 정원을 가진 이 펍에서는 기둥으로 세웠다. 실내는 투박하고 장식에 크게 억메이지 않은 스타일이었다. 실내는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자리는 거의 다 찼다.실내는 어두운 편이어서 맥주 마시기에 좋은 정도지만 바텐더가 일하는 카운터는 조명으로 밝게 비췄다. 바 텐더는 장신에 무척 서글서글한 인상의 소유자였다.   


다행이 캐스크 에일 탭이 하나 눈에 띠었다. 하나여서 섭섭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사무엘 스미스사의 캐스크 에일은 한종류 뿐이었는지 다른 맥주의 탭은 그 후로도 보지 못했다. 나머지는 케그 맥주였다. 오늘날 영국의 펍들은 한 회사와 계약을 맺고 그 맥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어쨌든 간단하게 한 잔만 먹고 돌아가 쓰러져 자자.

 

사진은 이제 막 받아 놓고 거품과 맥주가 안정화 되어 가는 중에 찍은거라 비터 에일 특유의 호박색 칼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 일단 캐스크 에일에 대하여 짚어보자. 캐스크 에일은 영국의 전통 에일로 알미늄 통에 개스를 혼입하는 케그 맥주와 달리 전통적인 방식으로 에일을 담그고 그 숙성시킨 오크통, 즉 캐스크에서 뚜껑을 열고 감압식으로 끌어올려 손님에게 바로 내준다. 노즐을 여는 탭만 당기고 있으면 되는게 아니라 펌프질을 해야 맥주가 나온다. 캐스크 에일 탭 손잡이가 유독 크고 긴 이유다. 탄산 개스는 발효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 전부이므로 탄산기가 약하다. 또 라거 맥주와 달리 8~10도가 적정 온도이므로 라거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미적지근하고 밍밍한 맥주가 된다. 그걸 먹겠다고 여기까지 왔고 이제 처음으로 시음하는 순간이다. 당시에 느낀 평을 적어봤다.

라거보다는 약간 짙은 호박색으로 투명하지만 다른 비터 에일에 비해 약간은 탁한 느낌의 비주얼이다. 캐스크에일 치고는 비교적 거품이 섬세한 편이어서 쉬이 꺼지지 않는다. 잔모양은 영국에서 사용되는 전형적인 세가지의 잔 모양 중 하나로 좁은 바닥으로부터 올라가면서 넓어지고 끝에서 약간 오목하게 오므려진다. 몰트와 홉의 향을 모아 코 안으로 넣기 좋은 형태다. 입을 대니 코 끝으로 기분 좋은 향이 스며 올라온다. 거품을 머금은 채 한 모금 넘겨봤다. 목넘김이 거품을 타고 예술적으로 부드럽게 넘어간다. 비터에일이 그렇듯이 미디엄 바디중에서도 약간은 라이트한 느낌이다. 비터 에일 치고는 약간 순한 맛이고, 단 맛은 없이 드라이하다. 굳이 혀 끝에 액이 먼저 닿을 일이 없고 쓴맛을 느끼는 혀의 중간 이후 지점에 액이 먼저 닿으니 쓴맛을 강조하기에 좋은 설계의 잔이다. 쌉싸레한 호프향으로 피니시도 비교적 긴 편이다. 캐러멜 향과 에일 특유의 과일향이 함께 올라온다. 단 맛 보다는 혀 양쪽에서 느껴지는 시큼한 맛이 살짝 난다. 캐스크 에일 치고는 약간 gassy한 느낌도 든다. 가장 좋아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맛있다.

문 닫기 직전인 10:45(영국의 펍들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영업한다.)에 이 곳을 나와 숙소로 돌아가 샤워하고 첫 날 밤을 기분좋게 잤다. 음냐. 내일부턴 판사냥 시작이다. 졸라 많이 나와라 수리수리 마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