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9.9.(금)
그놈의 쿠바땅이 참으로 오랫동안 나를 유혹해 왔다. 항공권 구입해 놓고 오래도 기다렸다. 짐을 싼 채 출근해 오전 근무 후 점심 먹고 오후 세시가 되어 사무실을 나섰다. 땡땡이 아니다. 당당히 이날의 오후 반차를 포함해 휴가를 냈으니 더 봉사한 셈. 공항철도 타고 두시간 전인 다섯시가 다 되어 공항도착. 항공권 받아 들고 탑승구로 이동했다.
나도 자주 나가는 편인지 공항 풍경은 언제 봐도 어제 왔었던듯 익숙하다.
나를 태우고 갈 에어캐나다 항공기. 항공기는 18:00 정시에 탑승구를 밀어내고 활주로를 타고 올랐다.
첫 번째 기내식. 김치가 있어 좋다. 캐나다의 맥주맛은 평범하다. 미국 맥주는 맛이 뻔해 후지다고 생각하는데 캐나다는 밋밋해서 별로다. 심지어는 IPA도 밋밋할 정도니 다른거 말하면 뭐하냐. 이건 사견.
한참 가다 보니 음료수와 과자를 준다. 장시간 이동하는 동안 영화 몇 편 봤다. 정글북 실사와 애니메이션 등.
13시간 50분 비행예정이었으나 20분 일찍 도착했다. 도착시간 17:29. 비행 끝에 트랜짓인 토론토에서 게이트로부터 나오자마자 보이는 조형물이 배트맨 아지트 같다.
북한 돼지의 핵실험이 이 곳에서도 주요 뉴스로 다뤄진다. 구타 유발자 같으니.
이 곳에서 갈아탄 쿠바행 항공기는 아주 작다. 환승 대기시간은 1시간에 불과했으나 예정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해 환승시간엔 여유가 있었다. 출발시간이 오히려 지연되었다. 항공권 구입 당시 환승대기 시간이 원래 4시간이었으나 비행스케줄이 바뀌어 환승 대기시간이 1시간으로 줄어들었다. 비행기 연착하면 환승에 문제생길 수 있어 걱정했었다. 실제로 그런 적이 있었고 여행 일정이 하루 지연됐던 악몽도 있음에랴. 심지어는 비행기표를 바꿔볼까도 생각했었다. 알고 보니 나와 같은 항공권 발권 받은 사람들이 많았다. 항공사에서 지연 안하도록 노력할 수 밖에 없었을테니 쓸데 없는 걱정을 했다. 몇 몇 꼴통들이 엉뚱한데서 헤매는지 세 사람을 기다리는 중이란다. ㅡ,.ㅡ; 한참만에 중국인으로 보이는 덩치큰 인간 하나가 미안한 기색도 없이 올라탔다. 더는 기다릴 수 없었는지 적지 않은 시간 지연 후 토론토를 출발했다.
음료수 주길래 밥도 당연히 같이 줄 줄 알았다. 맥주 달라고 했더니 신용카드를 내란다. 엥? 쿠바행 항공기에는 주스나 콜라 또는 물 한 잔 말고는 전부 유료였다. ㅡ,.ㅡ; 미리 알았어야 먹을거리라도 사전에 준비했을거 아닌감. 쿠바행은 저가항공권이었던가 보다. 고추장 꺼내놓고 혼자 설레발을 쳤으니 우습기 짝이 없다. 3시간 비행 끝에 아바나 호세 마르티 공항에 도착했다.
이 쯤에서 쿠바 역사를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콜룸부스가 이 곳 쿠바 땅에 도착한 곳은 1492년. 1514년이 되어 쿠바 전지역이 스페인의 통치하에 놓이고 현지 원주민은 사탕수수농장의 노예로 전락했다. 1528년에는 쿠바 원주민 노예들의 반란이 있었으나 토벌되었고, 이후 스페인인들이 몰고 온 전염병으로 멸족하고 만다. 노동력을 충당하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토인들을 노예로 끌어와 사탕수수 농장에 투입하였고, 노예 반란이 17~18C에 걸쳐 일어나게 된다. 1868년 1차 쿠바 독립전쟁을 치루면서 스페인은 정치와 경제를 개혁하고 노예해방을 약속했으나 안정을 찾은 뒤에도 10년 넘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1895년 호세 마르티를 중심으로 2차 쿠바 독립전쟁이 벌어졌다. 아바나항에 정박해 있던 미국함대에 의문의 폭발 사건이 나면서 미국이 전쟁에 개입하고 이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를 거두게 된다. 결국 파리평화조약이 체결되고 쿠바의 독립이 승인되었으나 미국의 노골적인 내정간섭이 빈번하였고 관타나모는 미국이 차지하게 된다. 1902년 토머스 에스트라다 대통령이 선출되었고, 1905~1906년간 폭동기를 겪게된다. 1906~1909년간 미국의 군정이 들어선다. 1909년 고메스 정권이 들어서고 가르시아, 사야스, 마차도 정권의 부정부패와 독재가 차례로 쿠바 땅을 지배했다. 1933년 바티스타가 마차도 정부를 전복하고 정권승계가 이루어졌으나 미국과 결탁한 그도 역시 부패와 독재의 연장에 불과했다. 1959년 피델 카스트로가 바티스타 정권을 전복하고 미국의 회사와 농장들을 국유화 하였다. 1961년에는 미국과의 국교를 단절했고 미국의 쿠바미사일 위기 사건으로 미국과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는다. 혁명 이후 카스트로는 교육, 문화, 의료 보급에 주력하였고 인종차별을 엄격하게 금지했다. 2008년에는 피델 카스트로가 국가 평의회장 자리를 내려 놓았으나 승계자는 그의 동생이니 권력승계라 말하기도 좀 어려워 보인다. 2015년에야 미국과 재수교가 이루어졌고 코렐리는 미국물이 쿠바를 더 혼탁하게 만들기 전에 둘러보기 위한 여행을 떠나기에 이른다. 크~~~ 끝내줘.
에어캐나다의 쿠바행 항공권 가격에는 입국비자 경비가 포함되어 있다. 입국 카드를 내준다. 이걸 작성해 입국심사에 제출하면 반 뜯어 준다. 이거 잃어버리면 벌금이 있단다. 어쨌든 입국심사 후
스템퍼는 입국카드에 찍어준다. 쿠바와 재수교하기 전까지도 미국에선 쿠바 입국 스템퍼가 찍혀 있으면 일체 자국으로의 입국을 불허했다. 당연히 미국을 입국하고자 하는 여행자는 자신의 여권에 쿠바 입국스템퍼가 찍히지 않길 원했을테니 이상한 일도 아니다. 이스라엘 입국 스템퍼가 있으면 시리아와 레바논은 입국을 불허하는 통에 이스라엘은 여행자들에게 같은 배려를 해주고 있으니 같은 맥락이다.
밖으로 나가 200 캐나다 달러를 환전했다. 160쿡이 조금 안되는 돈을 내준다. 환전하기 위해 줄서다 보니 내 뒤에 선 두 명의 처자들이 합승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들과 합류하기로 했다.
이들의 일행 중 아직 심사를 마치고 나오지 못한 사람들을 기다리느라 12:00가 다되어서야 전원이 모인 모양.
택시를 하나 수배했다. 큰 차인 줄 알았는데 자그마한 차였다. 5명 모두 한꺼번에 타지 그러냐고 택시기사가 말했지만 적지 않은 거리인데 찡기고 숨막히며 그 돈 아끼느니 나누어 타기로 했다. 나는 이곳에서 만난 배신광 군과 함께 택시를 타고 까뻬돌리오 쪽으로 이동했다. 택시비는 예상대로 25쿡. 내가 15쿡을 냈다. 항상 그렇듯이 예약은 하지 않았지만 내가 가고자 했던 숙소도 까뻬돌리오 근처였고, 배신광군이 가고자 했던 곳도 그 근방이었다. 늦은 시간이어서 숙소를 찾아가기도 귀찮은 생각이 슬몃 들었는데 신광군이 방을 같이 쓰자고 제안했다. 이 곳 쿠바에선 머릿수로 숙박비를 받는게 아니라 방 하나를 한 사람이 쓰든 두 사람이 쓰든 아니면 세 사람이 쓰든 전혀 상관없이 방 수로 계산한다. 20쿡에 조식 포함으로 예약했으니 내가 합류하여 반값을 부담하면 방 사용은 물론 조식도 함께 제공된다. 이틀을 함께 묵기로 했다.
우리를 친절하게 숙소까지 데려다 준 택시기사. 촬영에도 적극 협조. ㅋ
숙소는 아파트였다. 입구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솜씨가 나쁘지도 않다.
방은 깨끗하고 침대 두 개가 놓여져 있는 방이었다. 에어컨은 구제 LG제품. 자는동안 내내 덜그덕 소리를 내며 돌아가지만 성능은 나쁘지 않다. 우리가 묵을 방을 마무리 손질해 주시는 여주인 오달리스씨.
기내에서 아무것도 먹지 못해 허기가 졌다. 택시타고 이동하면서 보아 둔 식당을 가봤다.
카페 이름이 재미있다. 0 킬로미터. 어디 가지 말고 머물란 뜻인가. ㅋ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문닫을 시간이 거의 된 시간이었던 모양이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한 커플이 춤을 추고 있었다.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은 음악만 나오면 어디서든 춤을 즐긴다. 전혀 흉이 되지 않는 이들의 열정문화가 벌써부터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곳에서 식사와 맥주를 주문했다.
쿠바의 럼부터 눈에 들어온다.
주문한 음식은 돼지고기. 우리네가 삼겹살이나 목살 먹을 때처럼 얇게 저민 고기를 구워 밥과 함께 내놓는데 찍어먹을 소스로는 어이없게도 꿀을 다량 포함한 달디단 소스. 그런대로 돼지고기와도 잘 어울린다. 고기는 어찌나 질기던지 고기와 혀를 구분하지 못하고 결국 이 사이에 들어간 혀를 인식하지 못한 채 씹어버리고 입안에는 비릿한 피냄새가 진동했다. 어유~ 씨~ ㅡ,.ㅡ;
이 곳의 맥주는 맛과 느낌을 말하기엔 너무 평범하다. 거품도 섬세하지 못해 쉬이 꺼진다. 맥주 두 병 포함해 식비는 15쿡. 팀 2쿡 내놓았다. 형편없는 식사에 비하면 비싼 값이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나오자 외국인이 신기한지 이것저것 묻는다. 그즐은 WBC에서 본 한국 야구가 인상적이었는지 한국야구 이야기부터 하며 엄지를 치켜 올린다.
굉장히 덥고 습한 기후였다. 우리네 한여름 기후 그대로다.
까뻬돌리오도 눈에 띤다.
럭셔리한 호텔. 밤에도 불야성이다.
그냥 자기도 조금은 멩숭멩숭해 숙소로 돌아오며 맥주 3캔과 물 2병, 과자 좀 샀다. 6쿡.
샤워를 하면서 망연자실. 물이 왜이리 뜨거운건지. 하루종일 밖에서 더위에 시달리고 들어오면 그래도 찬물이 반겨줘야 하는데 이게 웬일이냐. 나 설렁탕 건더기 되기 싫다. 샤워 후 맥주를 마시면서도 땀에 젖은 머리를 다섯 번 정도 다시 말려야 했다. 샤워하면서 더워진 몸을 에어컨에 식히는데도 에어컨이 오래되어 약한 냉방 탓에 시간이 걸린다. 낮에 받아 둔 물탱크가 더워지면서 생기는 문제인 줄 알았다. 친절한 아주머니도 좋고, 깨끗한 시설도 좋고, 훌륭한 아침식사도 좋고, 저렴한 방값도 좋다. 근데 산티아고와 트리니다드에서 돌아오면 이 집에서 다시 묵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까지도 했다. 더운물에 학을 띠며 몇 번을 샤워한 뒤에야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냉수가 싫으면 온수를 꺼두란다. ㅡ,.ㅡ; 아, 미치겠네. 그게 배려였군. 쿠바 사람들은 이 혹독한 더위에도 불구하고 더운물로 샤워하는 것이 일상화 된 모양이다. 다른 숙소에서도 냉온수 조절 장치부터 찾아내 꺼야 했다. 어쨌든 잠자리에 든 시간은 새벽 3시30분. 두통이 침대에 닿고 난 뒤론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아바나 숙소가 마땅치 않다고 생각하시는 분에겐 추천할만한 집이다. 아래 사진의 카사 명함 참조. 아주머니의 이름은 오달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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