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5 미얀마

불교의 나라 미얀마 3-2(바간)

코렐리 2015. 9. 16. 17:17

2015.7.20(월) 계속

뱃속에서 태엽 감으라고 난리다. 유적지로 가면서 봐 둔 식당이 있었다. 가이드북에 소개된 식당이니 낯 선 이 곳에서 그래도 기본은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마부에게 그리로 가자고 했다. 그 곳은 공사중이니 자기가 좋은 식당을 안다며 그리로 가잔다. 팔일 동안 삶은 호박에 이빨도 안들어간단 쉰소리보다 더 믿기 어려웠다. 여행지를 다니면서 이러한 교통수단을 대절하면 특히나 그런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이 마부는 정직하고 싹싹한 사람이었다. 실제 그 곳은 공사중이었고(여기서 미안해지는 상황. 믿지 못해 가자고 우기고선 당황해 하는 모습을 보려고 했던 내가 오히려 당황해지고 미안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 곳일 떠나 이동하다 보니 운치있어 보이는 식당이 눈에 띠었다. )

 

감각적인 정원으로 꾸며 놓았지만 미얀마에서는 어지간한 식당에선 에어컨은 기대하지 않는것이 좋다.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는 실내 식당보다는 이런 운치 넘치는 가든 식당이 혹독하게 덥지만 가장 나은 선택이라는 확신이 섰다.

 

전통식으로 2인분 주문하고 맥주를 주문하려고 보니 메뉴에는 알콜성분을 가진 것이 없었다. 맥주 있는지 물으니 검은 비닐에 병모가지만 빼꼼 나온 모양새로 위장해서 나왔다. 이유가 뭘까. 이슬람교도도 거의 없는 미얀마에서 종교적인 문제 때문은 아닐 것 같고... 많은 관광객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주변을 보니 맥주를 마시는 사람도 실제 거의 없다. 아니, 아주 없다. 맥주를 찾는 사람들이 그렇게도 없었나? 더워서 안먹나? 그렇다 하더라도 검은 비닐로 가리고 내오는 것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도대체 냉장고 안에서 얼마동안이나 암약했는지 모르겠지만 맥주는 셔벗이 되어 있었다. 작은 주둥이로 나오게 하려면 녹여가며 마셔야 했다. 더우니까 안아 보기도 하고. 맥주셔벗 들어봤어? 먹어봤어? 바로 이런거라구. 맛? 골때리지....! 직원이 바꿔다 주겠다고 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이거 보통 재밌는게 아니고 어른용 셔벗이 맛도 형편없지 않다.

 

음식의 맛은 좋은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감동적인 맛은 아니다. 이 나라의 전통식을 먹어본다는데 의의를 둘 뿐이다.

 

생야채를 이용했거나 살짝 데친 야채를 소금과 식초로 간단하게 버무려낸 샐러드, 토마토에 약간의 향신료를 가미한 샐러드, 두부 조림 등 아주 소박한 음식들이 대부분이다. 이걸 다 먹고도 2인 11,800짯. 운치와 음식 수준에 비하면 무척 저렴하다.

 

점심식사 후 마부가 우릴 데려간 곳은 탓빈뉴 퍼야.

 

공해도 없는 이곳에 건물에 낀 검은 그을음 같은 것은 무엇일까. 우기에 맞은 산성비 때문에 생기는 현상인지 모르겠지만 그로 인한 묘한 운치와 위엄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정면사진.

 

마부는 우리가 이 사원을 둘러보고 나오는 동안 남는 시간을 위해 쉴만한 그늘을 찾아 자리를 옮긴다.

 

관광객보다 기념품을 파는 사람들이 더 많은듯하다. 먹고 살기 참으로 퍽퍽하고 고단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안으로 들어가면

 

어둠침침하고 밖으로 보이는 자연과

 

너머다 보이는 건너편 사원의 모습이 아름답다.

 

이 사원도 통로를 따라 한바퀴 돌도록 설계되어 있어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통로를 선택하면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이따금 보이는 출입문에는 동양적 문양이 방문객의 눈길을 끈다.

 

 

 

 

 

 

 

 

부파야 사원

 

안녕하셔여?

넌 누구냐?

저여? 이 사원을 지키는 조바예여.

여기서 모하냐? 그 이상한 눈화장은 뭐냐?

...... 묵묵부답...

 

 

 

고도팔린 사원

 

 

뜀군이 사 준 아이스크림. 어릴 때 먹던 맛이다. 들어가는 곳마다 발바닥은 구워져 죽을 것처럼 뜨겁기 짝이 없고 날씨에 습도까지 살인적이어서 숨까지 턱턱 막히는 이 순간에 먹은 미얀마제 아이스께끼는 사막의 오아시스 수준이었다. 과장인가? 

 

밍글라제디 사원

 

 

 

 

 

 

규정상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사원에서는 뙤약볕에 노출된 바닥에선 까치발로 다니게 마련이다. 이노무 바닥에 기름 두르고 밀가루, 물, 설탕 던지면 지글자글 호떡이 되서 냄새 풍길 것 같다. 발바닥 거죽이 조금만 더 얇았으면 고기냄새날 뻔 했다. 뙤약볕에 시달린 건축물 바닥으로부터 발바닥을 보호하기 위해 그늘에 모인 사람들. 사원 위로 돌아다니다 보면 작은 모서리 탑이 가려주는 그늘에서 잠시 발바닥을 식히고 다시 이동하곤 한다. 불교도들은 고행을 체험한다고 생각하면 되지만 아닌 사람들은 모냐고. 비교적 큰 그늘이 나오자 사람들이 모여 나가지 않으려고 한다. 나도 여기서 한참을 쉬었지만 뙤약볕으로 나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이야 여긴 사원을 비추는 태양의 반대방향이라 대박 그늘이다.

 

난파야 사원. 달랑 초라한 건물 하나. 볼거 엄씀.

 

희한하게도 대리석 바닥은 그닥 뜨겁지 않다. 역시 고급 자재는 틀리당께. 마누하 사원

 

황금항아리처럼 생긴 보시함. 세계에서 가장 큰 보시함일게다. 그러면 모햐냐 들여다 보니 푼 돈 몇 쪼가리 있을 뿐인데. 불심들이 약해 쯧쯔...

 

어마어마하게 큰 불상. 한국에서처럼 자비롭게 생긴 불상이 없어요. 여기 미얀마의 불상들은 왠지 전부 맹해보여.

 

 

 

 

 

사원에서 나오니 죙일 흘리고 다닌 땀때문에 타는 듯이 마르는 목을 축이기 위해 부부가 운영하는 매점이 눈에 띠는대로 자리잡고 앉았다. 음료수를 마시는데 귀엽게 생긴 딸이 우릴 보고 코리안이 어쩌고 넘겨짚으며 확신하는 눈치였다. 배운 중국어 뒀다 뭐에써. 사기 함 쳐봤다.

 

"너 왜 우리보고 함부로 한국인이라고 그래? 우리 중국사람여. 우린 한국말 할줄도 몰라."

놀라운건 이 소녀의 반응이었다.

"얼굴 보면 다 알아요."

노련한 발음의 한국어였다.

"어? 한국말 어디서 배웠어?"

나도 모르게 사기치기를 포기하고 한국말로 물었다.

"한국 드라마 보고 배운거예요."

헉, 역시 정확한 발음의 한국어. 뭐? 드라마를 보고 배워?

"거짓말이지? 학원 다니면서 배웠지?"

소녀는 갈수록 놀라운 말을 했다.

"여기 한국말 배우는데 없어요."

사실이라면 천재소녀 아닌가.

명함이라도 주고 올걸 잘못했다. 이담에 커서 대학공부 한국에서 하고 싶으면 연락하라고 말이다. 내가 대학에서 그눔하고 있으니 이 소녀가 성장해 대학 공부를 할 때 쯤이면 장학생으로 주선할 방법이 충분히 ㅇㅆ을 것 같다는 생각은 왜 이제서야 드는지... 정말로 언어의 천재라면 아까운 인재를 방치하고 온 꼴이 된다. ㅡ,.ㅡ; 

 

마차 뒤 엉성한 서랍이 하나 달렸다. 주인장의 창고다. 그는 여기에 점심으로 먹을 망고와 물, 그리고 이것저것 용품을 넣ㄱ도 다녔다. 공간이 널럴했다. 뜀군과 나는 이 공간을 빌어 마실 것을 넣어 필요할 때마다 꺼내 마시니 들고다니지 않아 참 좋다.

 

마차 주인이 우리의 이름을 물었다. 나는 뜀군의 이름을 바보라고 가르쳐 주었다. 그는 정확한 발음으로 뜀도령을 바보라고 불렀다. 뜀군이 자기 이름을 멋쟁이라고 정정해 준 뒤 내 이름을 꼴통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그는 약간 어눌한 발음 뜀군을 멋쟁이라 부르고 나를 꼴통이라고 불렀다. 나는 다시 뜀도령을 바보로 가르쳐 주고 내 이름을 코렐리라고 가르쳐 주었다. 그도 바보는 아니었는지 가끔 만면에 음흉한 미소를 띠우며 나를 보고 꼴통이라고 부르고 뜀도령을 바보라고 부르며 즐거워 했다. ㅡ,.ㅡ;

 

적지 않은 거리를 이동해 도탁한 담마양지 사원.

 

 

다른 사원과 달리 입구가 많이 훼손되었다.

 

 

 

 

 

돌아보기를 마치고 나오자 성실한 마차꾼은 우릴 향해 마차를 다시 몰고 나온다.

 

이 곳을 나가다 보니 한 떼의 소 무리가 이동한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감동적인 장면이다.

 

다음으로 도착한 쉐산도 퍼야. 이 곳은 사원이 일몰을 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 까지 하는 곳이기도 하다. 사원 멀찌기 마부들은 대기하고 손님들은 사원입구로 500미터 정도를 걸어 들어갔다. 

 

계단을 따라 사원 위로 올라가면 내려다 보이는 녹지 여기저기에 세워진 크고 작은 사원들이 보이는데 그 경치가 여간 아름다운게 아니다.

 

 

 

 

허 웬일인지 일몰을 보러 온 우리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무지개까지 떴다.

 

해가 지는 이 곳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에 다름 아니다.

일몰을 본 수많은 사람들이 다시 계단을 내려가는데 올라갈땐 몰랐던 계단의 경사는 내려갈 때가 되어야 비로소 급하다는 것을 알게된다. 모두가 조심스레 내려가고 위태위태해 보이지만 구르는 사람은 없다. 구르면 본전 뽑는건 포기해야 한다.

 

숙소로 돌아왔을 때 하루 종일 마차를 끌던 말은 입 전체에 침이 가득 괴고 마차에 앉아 보이는 말의 뒷모습에 얼핏얼핏 보이는 옆모습에서 말은 이미 고통스러운 걸음을 걷고 있었다. 말에서 내서 돈을 지불하고 말의 옆구리를 토닥거리며 수고했단 말을 보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가죽을 덮고 있는 털에는 말이 흘린 땀을 가득히 머금고 있어 나의 손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이고 안쓰럽기 그지없구나. 나는 마부를 치하하고 ㅗ내며 그와 그의 충마의 건강을 기원했다. 저녁이다. 그냥 자면 잡혀갈 범죄다.

 

낮에 봐 두었던 치킨집으로 가 보았다. 마침 문을 닫기 시작했다. 컬랄뻔 했다. 닫았으면 우린 멩숭멩숭한 저녁을 달릴 길 막막했을 거이고 이들은 남은 치킨을 해결한고 돈도 벌었잖은가. 이 집의 치킨은 조각내서 대나무 꾸치에 꿰어 판다. 몇 조각 남지 않은 치킨을 죄 쓸어 담았다.

 

담엔 가게방으로 가서 마실 물과 맥주를 샀다.

 

가게방의 모습은 어릴때 십원짜리 동전 들고 갔던 동네 가게방과 다를게 없었다.

 

가게방을 나와 숙소롤 돌아가며 지나가는 치킨집. 조금만 늦었으면 망연자실할 뻔 했다. 주변엔 암 것두 없고 시장은 일찌감치 문을 닫으니 여기 아니면 가게방에서 빵이나 과자 사다 맥주 안주했을게 틀림없다.

 

엄청난 진수성찬이다. 하루종일 땀흘리고 지치고 몸이 땀에 떡 된 끝에 샤워하고 에어컨 튼 채 시원한 맥주에 치킨이 얼마나 행복한지는 해 본 사람만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