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7.19(일)
자다말고 더위에 잠을 설쳐야 했다. 자기 전엔 분명히 에어컨이 정상적으로 잘 작동한 것 같았는데 돌아가는 에어컨에선 미적지근한 바람만 나왔다. 견디다 못해 새벽에 방을 바꿔달라고 했더니 2층의 크고 널찍한 방으로 안내했다. 남은 시간은 냉동실 같은 방에서 끓기 직전의 몸을 식히며 남은 수면을 제대로 취할 수 있었다. 공항으로 일찍 가느라 아침도 걸렀다.
국내선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발권부터 받았다. 한국에서 미리 예약해 둔 항공권이었다. 한국에서 미얀마 국내선 항공권을 구입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들어가 계속 시도했지만 그놈의 국내선 항공사 홈페이지들이 제대로 돌아가질 않고 다운되는 통에 항공권 구입하기가 용이하질 않았다. 누군가 블로그에 현지에서 사는 것이 더 싸다고 사기치는 통에(죽여버릴라) 속아 미얀마에서 바간으로 가는 항공권만 예약한 터였다. 한국에서 사두면 싼걸 모르고. ㅠㅠ 하긴 지금 생각해 보면 인터넷 인프라의 문제인것 같긴 하다. 어쨌든 바간에서 만달레이로 가는 항공권과 만달레이에서 다시 양곤으로 가는 항공권은 인터넷에서 확인한 값보다 더 비싸게 구입해야 했다.
바간으로 가는 항공권. 이것 만이라도 한국에서 예약해 두길 정말 잘했다. 현지에서는 바간을 냥우(Nyang U)라고 불러 행선지는 냥우로 기록되어 있다.
시간이 남았다. 민생고부터 해결하기 위해 스넥바부터 찾아봤다.
엉성한 딤섬과 샌드위치 그리고 컵라면. 컵라면은 물을 부어 주는게 아니라 끓여서 준다. 컵라면이 생각보다 아주 맛이 좋다. 배가 고파서였을까.
탑승. 바람개비로 전진하는 아주 자그마한 세스나기가 우리가 탈 항공기였다. 아저씨! 비가 와도 바람개비 젖는거 아니죠? 그죠?
네팔에서 타 본 뒤론 처음 타는 바람개비 항공기다. 06:00 비행기인데 05:55에 그냥 출발해 버린다. 헐. 다 탔다고 앞당겨 출발한다. 기다리자면 지루하기만 하니 나야 좋지 뭐. 좌석은 정해져 있지만 아무데나 앉는 분위기다. 그래도 되나? 젠장. 옳진 않잖아. 비행하는 동안 비가 세차게 항공기의 유리창을 때려대고 부딪힌 빗물은 유리창을 타고 사정없이 뒤로 밀려난다. 기내식으로는 맛있는 빵 2개가 담긴 작은 포장박스를 내준다. 주는대로 먹고 얼마를 가니 곧 도착한다.
수하물 이송 시스템. 차곡차곡 수납해 쌓은거 봐라, 쥐긴다. 이런 시스템이면 수하물 집어던지고 패대기 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ㅋ.
도착하자마자 바간에서 만달레이로 가는 항공권부터 알아봤다. 한국에서 검색한 결과 Air KBZ 항공의 항공편이 가장 저렴했다. 공항에서 사무실이 보이길래 항공권부터 확보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우리가 필요한 항공편 가격이 표시된 페이지를 출력해 왔다. 이걸 내보이고 항공권을 달라고 했다. 아 젠장. 값이 한국에서 검색해 찾아낸 항공권의 가격보다 훨씬 비싸다. 예약하려고 해도 이상하게 이 항공사의 홈페이지는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아 인내력에 한계를 보았던 나는 그래도 다시 시도해 볼 걸 잘못했다는 생각 마저 들었다. 만달레이로 부터 양곤으로 가는 항공권도 가장 싼 것을 골라 놓았고, 숙소로 가기 전에 그 티켓을 구입하려고 다른 항공사 사무소에 가 보니 조금 전까지도 있었던 직원들이 모두 자리를 비웠다. 적지 않은 시간 기다렸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서 항공권 구입을 일단 미루고 숙소에 짐을 푼 뒤 하루 일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도 궁금한 것은 아침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의 운항 일정이 없어서 퇴근한건가? 그렇다면 찾아 올 수도 있는 고객을 위해 당직자라도 한 명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뭐지? 지금도 궁금하다.
바간 공항에는 유적지 입장권을 판다. 그동안 오른건지 가이드북의 설명과 달리 20달러나 한다. 그새 100% 오른 모양이다.
여행지를 가면 숙소는 가장 싼 곳으로 가는게 나의 가장 일반적인 선택이다. 값 차이 나 봐야 고급 호텔이 아닌 이상 고만고만하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May Kar Lar 게스트하우스.
2층에는 식당 겸 무료 인터넷 공간이 있다. 여기에서 해당 항공사 사이트 접속을 시도했다. 여기선 홈페이지가 제대로 잘 작동한다. 역시 인프라의 문제였던 것 같다.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해외 인터넷 직구에 사용하는 카드 패스워드가 영 기억이 나지 않았다. 미치고 환장할 상황이었다. 유에스비에 담아 놓았는데 그걸 잊고 안가져갔으니 이게 불찰이었다. 직원에게 대신 구입해 주고 그 돈을 주면 안되겠냐고 부탁해 봤지만 그는 카드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인데다 뭔가 큰일이라도 제안한 것처럼 놀라 펄쩍 뛴다. 뭐지? 기억이 날동말동하는 시간이 20분 이상 계속되다가 갑자기 몽둥이로 머리를 맞은 듯 패스워드가 순간 퍽 떠올랐다. 요즘은 사이트 이 곳 저곳에서 회원가입시 패스워드에서 특수문자 등을 조합하기를 요구하는 곳이 많아 모든 사이트에 일관된 비밀번호 써먹기가 불가능하니 발생하는 문제다. 내가 가진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수십가지다. 직장에서 업무 관련 쓰는 아이디와 패스워드만도 수십갠데. 헷갈려 미친다니깐. ㅠㅠ 어쨌든 무사히 반달레이에서 양곤으로 가는 가장 저렴한 항권권 마저 다 구했으니 이제 제대로 하루 일정을 시작할 일만 남았다. 게스트하우스 시설은 비교적 좋은 편이었다.
방도 깨끗하고.
우리는 뽀빠산인지 뽀빠이산인지 하는 곳으로 가기 위해 게스트하우스 직원에게 부탁해 택시를 대절했다. 우리가 선호하는 일반 대중교통으로는 우리의 행선지가 하룻동안 다녀올 수 없는 장거리에 있기 때문이었다. 택시를 타고 가다 보니 트럭을 개조해 2개 층에 나눠 승객들을 태운 차량이 바로 앞에 간다. 한국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위험천만의 시스템이다. 승객들을 보자니 안쓰럽기 짝이 없다. 사실 저런 것일수록 나도 함 타보고 싶다. 시간만 허락되면 탄다. 어쨌든 이들도 어서 경제성장을 이루어 내서 풍요로움을 누려야 할텐데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군부와 아웅산 수치 여사와의 정치적 대립이 경제문제에 치중하기 어려운 복잡한 상황인데다 이들은 한국 같으면 1명이면 충분한 일을 서너명이 매달려 한가롭게 처리한다. 더운 나라여서 그런걸까. 하긴 나도 습도 높고 혹독하게 더운 이 나라를 다니다 보면 무력감에 만사가 다 귀찮아질때가 그 짧은 기간에도 많았다.
가다가 휴게소에 들렀다. 휴게소라고 해야 바나나 잎으로 덮은 지붕에 테이블 몇 개 가져다 놓았고 여행성수기가 아니어서 그랬는지 사람도 없어 무척 한산하다.
이 곳에서 전통주 1병 샀다. 왔으니 맛은 봐야지. 숙소에서 맛볼 생각이었지만 맛이 영 우리 입에 맞지 않아 마시기를 포기한 술이다. 남의 전통주 갖고 함부로 말하긴 뭐하지만 내가 느낀 것은 알콜 도수 높은 파라핀의 맛이었다.
바로 근처에서 이 전통주를 소주 내리는 곳이 눈에 들어와 잠깐 구경해 봤다.
테이블에 앉아 식사도 하고 시원한 음료도 마시고 싶었지만 성수기가 아닌지 장사는 하지 않는듯했다.
다시 출발하면서 좋은 식당에 내려 주길 기사에게 부탁해 들른 양곤 레스토랑.
깨끗한 곳이기는 하지만 실내장식이라는 개념은 거의 없는 평범한 식당이었다. 먹성을 과시하기 위해 세 가지의 볶음밥을 주문에 죄 다 먹어 치웠다. 대단혀.
뽀빠산에 거의 왔다며 산에 오르기 전 사진 몇 장찍고 가라고 잠깐 내려 준 곳이다.
나름 중요한 곳인지 불상이 야외에 앉혀져 있는데 불상 외에도 눈에 보이는 조형물들은 전망대로서의 역할을 갖추기 위해 최근에 조성된듯하다.
전망대라고 할 수 있는 곳에 이르니 나가의 수호를 받으며 수행하는 석가모니상이 눈에 띤다.
뽀빠산을 배경으로 한 컷.
다시 이동해 조금 걸으니 뽀빠산 입구가 나온다.
이 곳 역시 원숭이가 개보다 흔한 곳이다.
혹독한 더위를 배경으로 두고 산을 오르자니 쉬지 않고 나오는 계단이 부담스럽다. 올라가는 코스에는 함석판으로 드리운 지붕을 설치해 놓아 뙤약볕에는 자유로울 수 있었다.
사람과 원숭이가 나란히 앉아 산 아래를 내려다 보는 모습이 너무나 재미가 있어서 사진을 찍어봤지만 원숭이가 일어나 어슬렁거리며 자리를 떴다. 분명 주종관계도 아니었는데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우습기 짝이 없다. 아깝다. 그 사진 찍는데 성공했으면 엄청 재미가 있었을텐데.
꼭데기까지 오르자 불상이 안치된 공간부터 눈에 띤다.
이 곳에 앉으니 나름 고지대여서인지 바람이 쉬지 않고 불어 이곳을 오르는데 소진한 기운을 일부나마 회복할 수 있었다.
이 곳을 둘러보기 위해 탑이 조성된 공간으로 이동하다 보니 소년 승려와 그 친구로 보니는 소년이 산 아래를 내려다 보면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네팔의 불교가 힌두교와 융합한 종교문화를 가졌다면, 이곳 미얀마의 불교는 정령신앙인 낫과 융합했다. 부처상 외에 볼 수 있는 형상은 36낫 의 하나로 보면 된다.
뽀빠산에서 내려가는 첫 코스에는 여러개의 황금색 탑을 볼 수 있다.
산 꼭데기인만큼 이 곳에는 쉬지않고 불어오는 솔바람이 더위를 식혀주지만 혹독한 더위 때문에 환장할 정도의 시원함은 없다. 바람을 쐬면서도 좀 더 세게 불고 좀 더 서늘하게 불었으면 하는 간질간질함이 사람을 은근 괴롭힌다.
이 곳에서는 확트인 전망이 멀찌감치 지평선까지 확인하게 해 준다. 더위 만큼이나 푸르른 대지가 그나마 뙤약볕에 지쳐가는 눈의 피곤함을 덜어준다.
내려가는 길목에서 만난 한 현지인 아저씨. 사진찍기를 즐기는 이 아저씨는 뜀군이 무지하게 마음에 들었는지 연인 안듯이 안고 포즈를 취한다. 흐미~ 민망혀~
이 곳엔 사람보다 원숭이가 더 많다. 사람들이 먹다 흘리는걸 줍기라도 하려는건지 사원 곳곳을 어슬렁거리고 다닌다. 나 그자식 참 민망하게... 넌 왜 그러고 앉았냐? 여자 원숭이 꼬시려면 숲속으로 가던가. 인간들 오르내리는 계단에 야릇하게 앉은 폼하구는... 지가 무슨 손오공이라도 되는 줄 아는건지. 가슴을 툭 밀면 뒤로 넘어갈까? 그 전에 엉기겠지.
내려 오자마자 만난 지붕 위의 동자승. 귀여운 인상이다. 콜라 하나 마셨지만 냉장고에서 나온 콜라도 왠지 미적지근하다.
보기에 심난한 이 곳의 대중교통. 하지만 현지인과 같은 방식으로 섞여보길 좋아하는 나로선 타보고는 싶다.
바간에 있는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마친 뒤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 속소에서 가까운 시장부터 가봤다. 거의 대부분 파장이었다.
가는 곳마다 바닥에는 생활하수가 흐르는 작은 도랑과 바닥에 떨어져 썪은 음식물 찌꺼기가 파리를 유혹하고 시장은 그런 곳에 형성되어 있다.
그래도 우리네와는 사뭇 다른 시장 분위기는 적지 않은 재미를 안겨 준다. 이 곳에는 낯선 농산물이 적지 않은 흥미를 유발한다.
흉기에 가까운 모습을 한 바나나 송이 다발.
먹거리를 물색하던 중 고른 포도송이. 보기만 해도 탐스럽다. 어른들은 가게를 비우고 어딜 갔는지 어린 소녀가 손님으로 온 우리를 응대했다. 응대하는 솜씨나 거래를 하는 모습이 무척 똘똘한 아이인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시장을 벗어나면 소방서도 보인다.
소방서 건물에는 거의 양철판을 이용해 얼기설기 대충 지었지만 소방 시스템은 거의 제대로 갖춘듯하다. 이 더운 나라에서 불까지 나면... 생각만 해도 심난하다.
저녁식사 겸 한 잔 할 적당한 식당부터 물색해 봤다. 어딜 가나 식당에서는 에어컨은 기대를 안하는게 좋다. 그나마 가장 깨끗해 보이는 식당 하나 골라내
자리를 잡고 앉았다. 미얀마 맥주 품질이 도대체 왜 좋다는건지 알 수 없지만 이거 말고도 딱히 대안도 별로 없기도 하지만 그 나라에 가면 그 나라 맥주를 애용하는 것도 여행자로서의 의무(?)이기도 하니 주문한 맥주는 "만달레이".
식사 겸 안주로 주문한 돼지고기 요리. 생긴건 조금 지저분한듯 하지만 맛은 아주 좋다. 이건 아마도 미얀마 전통요리가 아닌 태국음식으로 보인다.
이 것도 아마도 태국음식일게다. 메뉴판에 구분 안하고 적었으니 뭔지도 모르고 먹지만 이 곳엔 태국음식이 많다. 표면은 바삭바삭하지만 건조하지 않고, 안에 든 소는 충분한 육즙과 건덕지를 담고있어 이 것도 맛이 아주 좋다.
식사로 나온 볶음밥. 파인애플 껍데기를 그릇 대용으로 사용하는데, 이게 일회용일까. 그렇진 않을 것 같다. 파인애플 몇 개를 소비해야 하루 손님을 감당해 낼 수 있을까....
어쨌든 나온 요리들은 하나같이 맛이 좋아 만족도는 높은 편인 집이다.
식사를 겸해 맥주 한잔 하고 나니 숙소로 그냥 돌아가기도 맹숭맹숭하다. 가게방 들러 맥주를 몇 캔 사서 숙소로 돌아왔지만
왠지 피곤해 그냥 잤던 것 같다. 맥주귀신인 내가 맥주를 앞에 두고 피곤했단 얘기는 진짜로 피곤했단 얘긴가 보다.
빨래도 마쳤겠다. 전 날 양곤에서 에어컨 부실 작동으로 더위에 시달렸던 때 비하면 냉동실같은 방에서 편하게 잤다. 홀아비들의 빨래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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