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31(금) 계속
다음 코스인 센트럴로 가기 위해 다시 홍콩섬으로 넘어갈 차례다. 이 번엔 교통편으로 배를 이용하고 그 배 위에서 센트럴을 보기로 했다. 스타페리선착장으로 가다 보면 커다란 시계탑이 나온다. 기념으로 하나 찍어 주시고.
매표소로 들어가다 보니 호화 여객선도 보인다. 나같이 동네참견 다하고 다니는 사람 같으면 저런거 타고 여행하기 지루하지 않을까.
어쨌든 표를 사서 들어가 봤다.
선트럴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천루가 많기로 유명하다. 구룡반도 건너편 해협 건너 좁디좁은 홍콩땅에 촘촘하고 높다랗게 심어 놓은 건물들이 인상적이다.
3D 기능으로 한컷.
중경삼림에서도 무대가 된 바 있는 센트럴과 셩완을 가르는 끝도 없는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고 소호에서 옆으로 새봤다. 800미터나 된다는 이 에스컬레이터는 가징 긴 에스컬레이터로 기네스북에 올랐다나 뭐라나. 소호에는 몇 몇 펍이 가프른 길을 따라 영업을 하고 있었다.나는 사람 많은 펍을 피해 바로 위 약간 한적한 곳으로 가 앉았다.
소호에는 몇 몇 펍이 가프른 길을 따라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 에스컬레이터 끝까지 올라보고 싶었지만 다음날로 미루기로 하고 사람 많은 펍을 피해 바로 위 약간 한적한 곳으로 가 입구에 마침 하나 비어 있는 원형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는 이 곳에서 기네스를 한 파인트 주문했다. 기네스는 제대로 따르자면 1분이 넘게 걸린다. 내가 인내심이 없어진건가.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약간의 기다림 끝에 나온 기네스는 거품의 대류현상이 아직 안정되지 않아 수많은 기포들이 요동치는 중이었다. 거품의 높이도 완벽하다. 하지만 넘치면 약간은 실패작이다. 젠장 가져 오면서 흘린건지 거품 상승과 함께 약간은 질질 흘리고 있었다. 약간은 지쳐가고 있던 나는 거품이 풍부한 이 스타우트 몇 모금과 휴식에 원기가 되찾아짐을 느껴진다.
바로 반대편에는 레이철이라는 호주 출신의 처자가 앉아 혼자 와인을 즐기고 있었다. 나이가 적어 보이지는 않지만 옷차림과 엑세서리 그리고 갖고 있는 가방을 보아서는 세련된 처자였다. 셀카를 즐기는 나를 보더니 불편해 보였는지 한 장 찍어주랴 묻는다. 사양하기 뭐해 카메라를 그녀에게 잠깐 맡기면서 대화가 트였다. 그녀는 이 곳 홍콩에 온지 7년이 되었고 이 곳에서 헤어디자인 강사로 일을 하며 바로 이 펍에서 멀지 않은 곳에 두마리의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고 한다. 이 곳에 오기 전에는 아부다비와 두바이에서도 살았다고 한다. 두바이는 가봤지만 아부다비는 나로서도 한 번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나만큼이나 역마살이 낀 처자인듯하다. 이웃도 많은지 이따금 지나가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곤 했다. 이 곳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녀와의 대화로 시간이 쉬이 지나갔다. 혼자 다니면서 이곳 저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재미란 것이 바로 이런게 아닐까.
레이철의 옆자리로 두 명의 남자가 합석을 요청하면서 레이철과의 대화가 잠시 끊어진 동안 이마가 시원한 한 남자가 내게 다가와 다짜고짜 말을 걸어왔다.
"나는 스테인이라고 하는데..."
그의 손은 이미 나의 손을 기다리고 있었다.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맞잡자 그가 흔들었다.
"나는 윤이라고 하우."
"어디셔 오셨삼?"
"한국에서 왔는데 갑자기 그런 왜 물으삼?"
얼핏 보면 통성명하자는데 직설적으로 묻는 나의 질문이 예의에 어긋나 보일지도 모르지만 워낙 다짜고짜 다가와 말을 거는 그의 모습이 무언가 확실하고 확고한 볼 일이 내게 있는 것 같아 어리둥절했기 때문이었다.
"아, 사실은 내 여자친구하고 이얘기 저얘기 하다거 거기가 화제의 도마에 올랐삼. 나는 거기가 한국인인일거라 생각하는데 여자친구가 자꾸 일본인일거라고 우기잖아. 그래서 확인차..."
"ㅡ,.ㅡ:"
조금 웃음이 나오긴 하지만 내가 도마에 올라갔다니 재미는 있었다. 그의 여자친구가 궁금했다. 그녀의 여자친구는 섹시한 용모의 소유자였다. 이들과의 잠깐이지만 인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나서 내 자리로 돌아와 한동안 다시 레이철과 대화하며 기네스 한 잔 더 마시고 나서 자리를 떴다.
매주 2잔 값 132달러 지불하고 나왔다. 소호라는 곳은 그리 크지는 않지만 한 번쯤 들어가 보고 싶은 카페나 샵들도 많고 심지어는 벽에 그려진 그림도 눈길을 끈다. 어쨌든 이 곳 소호에만 마냥 있을 수는 없고
만모사원으로 가보기로 했다.
걸어가 보니 그리 만만하다고 볼 수 없는 거리 떨어진 곳에 만모사원이 눈에 들어왔다.
들어가 봤다.
고깔 모양의 큼직한 향이 천장을 빼곡히 메꾼채 타고 있었다. 향타는 냄새는 좋기는 하지만 자욱하게 향연기를 머금은 이 공간의 골아프고 관리인들은 고단하게도 생겼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에그타르트의 원조로 유명한 타이청 베이커리로 가봤다. 아래 사진의 남자는 방금 에그 타르트를 사서 거의 다 먹어가던 중이었고 그는 곳 하나 더 사서 들고 가게를 나갔다. 맛있나보다.
나도 하나 사봤다. 헉. 이렇게 고울수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에그타르트를 구워 파는 것을 본 적이 있고 마카오에서도 파는걸 봤다. 하지만 그것들은 이곳 원조집의 엑타르트처럼 균일하게 고루 익어 깨끗하고 매끈한 상태는 아니었다. 어디는 더 누렇고 어디는 검게 변하고 반점같이 얼룩이 보였다.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데... 맛을봤다. 헉! 깨끗하고 부드럽고 풍부하고 달콤하다. 그 뒤로 한국에서도 파는 것을 본 적은 있지만 이런 아름다운 모양새는 아니다. 실망할 것 같아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다. 홍콩에 가는 사람들에겐 강추할 만하다.
하나만 먹고 만 이유는 식사하기에도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곳바로 라우푸키 누들숍을 찾아갔다. 이 집은 콘지와 면으로 유명한 집인데 한국인의 입맛에 맞지 않는 메뉴가 많다는 말에 호승심을 갖고 찾아간 집이다. 아, 젠장. 신년이라고 노넹.
할 수 없이 먹을만한 곳이 어딘가 근처에서 찾아 보았다. 어딜가나 맛볼 수 있는 베트남 쌀국수집인 나트랑이 바로 근처에 있었다. 굳이 이 집을 선택한 이유는 배를 더 곯고 싶지도 않았고 제대로 된 식당 찾기도 쉽지 않은데다 가이드북엔 이 집에 후한 점수를 줬으니 속아보자는 심산도 있었고 베트남 맥주도 맛볼 요량이었다. 더구나 식사를 빨리하고 침샤추이로 속히 건너가야만 매일밤 벌어진다는 빛의 향연을 볼 수 있었다.
사이공 맥주도 나쁘진 않았다. 감동적이진 않아도...
대신 한국에서는 먹어보지 않은 것으로 선택해 보았다. 토마토 소스를 가미한 국물이 특이할 것 같아 주문해 봤다. 감동적일거라고 생각도 안했지만 못먹겠는게 아니라 맛이 없었다. ㅡ,.ㅡ; 잘난척 하더니 싸다 싸. 여기서 몇 끼나 먹는다고 이렇게 귀중한 한 끼를 망치냐. (국수와 맥주 106달러)
배를 타고 침샤추이로 되돌아가며 도시의 야경에 눈을 대 봤다. 낮에 본 도시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화려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보기만 해도 황홀하다.
파노라마 기능을 이용한 한컷.
빛의 향연을 보기 위해 해협에 면한 스타의 거리로 가는 길은 적잖이 고단했다. 신년 을 맞는 축제의 행렬로 인해 거리 곳곳이 통제되어 이리 돌고 저리 돌아 좁게 허용된 길로 느릿하게 이동해야 했다.
스타의 거리에는 밤 여덟시가 다 되어 도착했다. 아직 빛의 향연은 시작되지 않고 있었다.
이 날 밤은 홍콩에서의 마지막 밤인 관계로 꼭 봐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축제행렬도 뒤로하고 이곳에서 빛의 쇼를 기다렸다. 이거리는 발 디디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운집했다.
이건물 저건물에서 레이저를 쏟아내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감탄이 쏟아졌다.
열심히 찍었지만 빛을 쏟는 것은 워낙 순식간이어서 쉽지 않았다. 많은 건물들이 한꺼번에 쏟아내는 빛을 카메라에 담기에는 워낙 순간이고 찰라인 탓에 쉽지 않아 적젆은 횟수의 셔터질에도 불구하고 좋은 사진이 없음이 아쉽다.
레이저쇼를 보고 나서 숙소로 돌아가는데는 스타의 거리로 올 때보다 돌아가는 길이 더욱 고단했다. 간신히 스타페리 선착장으로 가 배를 탄 뒤 트램을 타고 숙소로 돌아간 시간은 9시가 넘어서였다. 호텔로 돌아가 샤워 후 사다 놓은 맥주 남은 것들 모두 마셨다. 숙소에는 세계각국에서 온 여러명의 여행자가 있었다. 이상하게도 이번 여행에서 숙소에서 만난 사람들 중엔 매너 없는 사람들이 많았다. 늦은 시간에 도착했으면 조명은 취침등만 켜고 소리를 최소화 하는 것이 기본 매너이건만 남미에서 온 여행자 여러명은 그런 개념도 없이 대낮처럼 불을 밝힌채 하고싶은대로 떠들었다. 자다말고 내가 나무라자 그제서야 흩어졌고 그 뒤로는 서로가 서먹했다. 발음으로 보아 비영어권으로 보이는 또다른 한 남자는 팔뚝이고 뭐고 온통 문신투성이였는데 함께 쓰는 두 개의 욕실 중 한군데서 세면대에서 소변을 보는 괴이한 짓거리를 하는 것이 반투명 미닫이문 유리를 통해 보였다. 나는 일부러 그가 나오길 밖에서 기다렸다. 내가 보고 중얼거리며 비난하는 소린 분명히 들었을게다. 일부러 팔짱끼고 그 앞에서 기다리니 볼 일을 다 본 이 인간은 일부러 뭉기적거리다 나오면서 나와 눈 마주치길 피했다. 들리게끔 중얼거렸다. "에이 지저분하고 더러운 셰이." 아마도 한국어는 못알아 들어도 자신에게 심한 욕을 하는 것 정도는 알았을게다. 나는 그 뒤로 이 숙소를 나올때까지 그 욕실은 쓰지 않고 다른 욕실을 썼다. 에이 지금 생각해도 더럽고 역겹다. 그후 그 개쒸레기 같은 분은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어쨌든 숙소에서 만난 이들 태반이 비호감이었던 것은 이번 여행이 처음이었던 듯하다. 물론 첫날 만났던 독일인 친구는 빼고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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