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30(목)
둘째날 아침. 행선지 중 가장 먼 곳부터 휩쓸고 나서 점차 공항과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을 둘러보는 나의 습관대로 마카오부터 가기 위해 아침도 거른 채 숙소를 나섰다. 서둘러 센트럴 역으로 갔지만 선착장 위치를 찾느라 약간 헤맸다. 거기서 거기라 밖으로 나올 필요 조차 없는데 헤맸으니 이 방면엔 나도 소질이 좀 있는 모양이다. 쩝. 어쨌든 09:30발 배표를 사서 선착장 방향으로 갔다. 선착장 직전의 출국장에서 문제 아닌 문제(?)가 발생했다. 출국심사에서 입국 카드를 요구했다. 마카오와 홍콩간 왕래에는 출국과 입국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출국심사에서 여권을 내밀면 입국카드를 내놓으랄 건 생각 못했다. 으헥? 아, 젠장. 거 숙소에 두고 왔는데... 잠깐이지만 멘붕에 빠졌다. 지하철 다시 타고 되돌아 가면 두 개 역이다. 근데 그걸 가질러 갈 것이냐 아님 계획을 내일껄로 바꿀 것이냐. 간다고 작심하고 계획을 바꾸려니 영 내키질 않았다. 시간을 지체해서라도 마카오로 가자면 모두 둘러 보기엔 그 시간이 이른 것도 아니었다. 배표에는 시간도 찍혀 있었다. 환불도 해야돼고... 혹시 하는 생각에 가방을 뒤져봤다. 엥? 숙소 큰가방 안에 둔 줄 알았던 입국카드가 메고 있던 작은 가방 안에서 슬금슬금 기어 나오넹? 언제 이게 이리로 기어 들어갔지? 나 짐 머하는거임? 기쁜게 아니라 안도의 한숨과 함께 약간의 멘붕. 아, 역시 난 소질이 있어 젠장 ㅡ,.ㅡ; 다시 출국장에 서니 헉! 한산하던 출국장에 그새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입국카드 가진걸 알았으면 진작에 나가고도 남았는데 이건 또 머냐고. 다시 함 스몰 멘붕. ㅡ,.ㅡ;
이쨌든 탔다. 시간에 맞춰 간신히 말이다. 이렇게 생긴애다.
여기에도 일등칸과 이등칸이 있다. 한시간 가면서 두 배의 요금을 낼 생각은 없었다.
10시 30분 쯤 마카오 타이파에 도착했다. 선착장에서 나오면 바로 전면의 버스 승강장에 길게 버스들이 대기하고 있다. 마카오의 특급 호텔들이 자신들의 게스트들을 데려 오도록 보낸 버스들인데 이들은 자신들의 호텔에 예약을 하고 돈을 낼 종족과 다른 호텔에 돈을 쓸 종족 그리고 누구한테도 돈을 안쓸 종족에 대한 인종차별을 하지 않는다. 어차피 남아도는 공간에 탈롬은 알아서 타시고 말롬은 마세요다.
"나 돈 안쓴다. 문열어라."
"아, 예~~~~!"
내가 탄 버스는 갤럭시 호텔의 버스였다. 보통 홍콩에서 마카오로 구경 가자면 마카오페리터미널행 페리를 타고 내려 선착장에서 호텔 리스보아로 가는게 일반적이다. 그 곳에서 가까운 세나도 광장이 일반적인 시작점이다. 내가 일반적인 루트를 따라가면 내가 아니지. 나는 타이파페리터미널로 가서 갤럭시 호텔 방향으로 갔다. 마카오의 세계문화유산밀집지역 보다 남부의 한적한 타이파 마을부터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당일치기로 마카오에 들르면 흔히 빼먹는 곳이다. 나는 이 곳부터 돌고 시간이 모자라면 흔해 터진 곳을 빼먹기로 했다. 버스는 로비 앞에서 세워 게스트들을 쏟아냈다. 그들 틈에 껴 궁금한 차에 로비로 들어가 봤다. 갤럭시는 듣던 것 이상으로 화려하고 어마어마한 호텔이었다. 이 곳엔 가족과 함께 휴일을 즐기기 위해 온 사람들도 있을테고 , 남아도는 돈을 주체 못해 물쓰듯이 흘리고 싶어 오는 사람들도 있을테고, 막판 인생 조지나건빵 올인 한 번 해보자고 오는 사람들도 있을테고 나는 걍 구경꾼으로 왔고... 마침 뭔 시간이 되었는지 로비 한가운데 설치된 푼수가 요란을 떨기 시작했다.
가뜨기나 화려하기로는 짝을 찾기 어려운 마카오의 이 호텔의 로비에는 연말연시를 맞아 시뻘겋고 시퍼런 실내 장식에 눈이 다 피곤한데다 푼수대까지 정신줄 놓게 만들었다. 으메 신기한 지고. 이것이 멋이다냐. 물기둥이 오르락 내리락, 으메 으메 이건 이따시만한 다이야먼드가 오르락 내리락, 그 밑으로 용가리까지 설쳐댄다. 분위기가 그야말로 사이키델릭이다. 누군가 옆에 있었으면 같이다니기 싫어질 정도로 나는 혼자서 촌티란 촌티는 있는대로 다 내고 얼빠져 있었다.
타이파 마을로 가기 위해 밖으로 나와서 보니 새삼 갤럭시 호텔의 어마어마함과 럭셔리함에 혀가 내둘려진다.
직원에게 타이파 마을로 가는 길을 물었다. 예상보다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버스에서 가장 가까운 호텔정원 출구로 나가 길을 건너면 아래 사진의 타이파 마을의 입구가 나온다.
마을 초입에는 굵직하게 나무가 심어진 운치있는 자그마한 광장이 하나 있고
그 안으로는 포르투갈 식민지풍의 마을과 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실제 포르투갈 리스본 구시가지에서 본듯한 분위기요 모양새다. 바로 이 곳 아래 사진에 웃기는 버거집이 하나 있어 이 곳에서 아침을 해결하기로 했다.
돼지갈비를 양념 없이 구워 빵 사이에 끼워 내 놓는다. 빵 표면에는 소보루가 얇게 덮여 있고 야채나 소스는 개뿔도 없다. 빵은 달작지근하고 무척 부드럽고도 짭짤하다. 웃기지도 않는 이 버거가 명물이라 꼭 하나씩은 먹어본다고 한다. 더 웃기는건 버거 안의 갈비는 뼈째 들어가 있다. 고기는 맛이 아주 담백하다. 빵과 고기가 함께 씹힌 이 맛은 오호, 꼴보고 판단할 일이 아니다. 이건 또 뭐임? 직인다 직여. 강추. 이 집이 본점이란다. 여기 말고도 성 바울 성당 근처에서 분점을 본 기억이 있다.
아침식사 대충 해결(42달러)했으니 함 다녀 보자. 금강산도 식후경이렸다. 오호, 하늘은 파랗고 벽은 노랗고 하얗고 또 파랗다. 무척이나 예쁜 마을이다. 오길 잘했다.
으쩜 무너져도 일케 이쁘게 무너질 수가 있나 몰라.
너절한 벽에 빨래만 널어도 예쁜 마을이다. 한적하고 예쁜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남유럽의 소박한 사람들이 나올 것 같지만 중국계 사람들이 나온다.
이 곳에서 희한한 걸 판다. 이름 하야 두리안 셔벗. 함 사봤다(20 홍콩달러). 냄새나 생김새가 인분과 너무도 흡사해 먹기 꺼려지던 그 과일. 바로 두리안으로 만든 셔벗이다. 고거 참 특이할쎄. 마을 중간에 있는 광장 벤치에 혼자 앉아 이걸 사들고 앉아 맛을 봤다. 맛도 좋다. 특이한 것 투성일쎄.
광장에서 왼쪽으로 돌아드니 그 유명한 육포거리가 나온다. 최소 단위(78 홍콩달러)로 사봤다. 두 장을 집어 대충의 무게를 잰 뒤 + - 가격을 매긴 뒤 한 번씩 잘라 지퍼백에 밀봉해 준다. 육포가 두툼하니 맛도 좋다. 양도 많다. 값도 착하다. 근데 그냥 먹기엔 짜다. 조금 먹어보고 짜서 더 못먹고 가방에 넣었다. 맥주 안주로 좋을 줄 알았다. 나중에 숙소로 돌아가 맥주 안주로 먹어 보니 육포에 들어간 양념 향이 강해 좋은 맥주의 은은한 향을 먹어버린다. 맥주하곤 안어울린다. 이거 뭐에 쓰나? 밥반찬으로 먹어? ㅡ,.ㅡ;
육포거리 바깥 방향으로 나오니 그 끝에 자리한 건물 외벽이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보는 눈을 즐겁게 한다.
마을의 사원인 관음당.
마을 거의 끝부분에 다다르면 계단이 하나 나온다. 오래 전에 심어졌을 아름드리 나무들이 운치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곳이다.
계단을 오르면 카르멜 성모성당이 나온다. 문이 잠겨 안을 볼 수 없어 밖에서 잠깐 지친 다리를 쉰 뒤
일어나 아래로 내려가면 자그마한 공원이 있고
그 아래로 다시 내려가면 타이파 빌리지 주택박물관이 나온다. 식민지풍의 주택들이다.
자그맣고 아담한 타이파 빌리지 둘러보기를 마친 나는 세계문화유산들을 둘러보기 위해 택시를 타고 마카오 투어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세나도 광장으로 갔다.
세나도 광장에 면한 자비의 성채.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성 도미니크 성당.
안으로 들어가 봤다.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닌 성당이다.
천장에는 종교지도자의 문장으로 보이는 그림이 그려져 있고 제단은 식민지풍 치고는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다.
1622년에 지어진 대성당. 유럽의 대성당에 비하자면 소박하기 짝이없다. 마카오가 중국에 반환되기 전까지도 새로 부임하는 마카오의 총독이 자신의 재임권을 내려놓는 의식을 치르던 곳이라고 한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유서깊은 곳들이 단 몇걸음마다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정도로 가까이 밀집되어 있다.
얼레? 여그가 그 유명한 어묵꼬치 골목인게벼? 이 집이 가장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 아침은 이미 쭈쭈빠오로 때운 상태였지만 그냥 지나가기 섭섭했다.
그릇에 마음에 드는 어묵을 담아 주인에게 내밀면 (24달러)
이걸 끓는 어묵국물에 담았다가 꺼내 소스를 뿌려준다. 국물은 졸고 졸았는지 무척 진하고 그릇에는 절은 양념이 눌어붙어 있어 군침을 돌게 했다.
바로 이거다. 그 유명한 어묵. 너무 많이 먹으면 점심 먹기가 부담스러울 것 같아 일부러 세개만 샀는데 세상에 어찌나 맛이 좋은지 더 담을걸 잘못했다는 생각은 하나를 입에 넣고 씹는 순간 들며 나를 후회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게 집게발처럼 생긴 어묵은 씹는 순간 날치알과 함께 반죽이 된 것인지 무언가 씹히며 톡톡 튄다. 진한 육수에 데쳐져 나온데다 향이 약간은 강하고 짭짤한 소스와 어우러져 씹는 촉감에 이가, 소스를 감지하는 혀와 향을 음미하는 코가 동시에 만족스럽게 호강한다. 이거 그립다.
같은 골목에 얼핏 봐서는 존재 조차도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는 로우카우맨션 입구가 나온다.
이 건물은 처오앙조 후기의 건축양식을 담고 있다고 한다.
아름답지만 따스한 느낌은 없다. 이 곳은 겨울에도 춥지 않은 곳이니 그렇다지면 북경 같은 곳에서 이런 집에 살면 겨울엔 어지간히 떨며 살겠다는 생각부터 든다.
이 곳에서 살던 유지로 보이는 이의 사진도 벽에 걸려 있다. 청조 관리의 복장이다.
이 골목을 나와 조금 더 가면
한쪽 벽만 남았어도 가장 유명한 성 바울로의 성당이 나온다. 1580년에 건축되었고 1835년 태풍과 화재로 소실되고 한 쪽 벽만 남았지만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만큼 유명하다.
'배낭여행 > 14 홍콩·마카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콩 마카오 휘둘기 4-1(코즈웨이 베이/센트럴/셩완) (0) | 2014.02.05 |
---|---|
홍콩 마카오 휘둘기 3-2(센트럴) (0) | 2014.02.05 |
홍콩 마카오 휘둘기 3-1(침샤추이) (0) | 2014.02.05 |
홍콩 마카오 휘둘기 2-2(마카오) (0) | 2014.02.05 |
홍콩 마카오 휘둘기 1(몽콕/야우테마이/센트럴) (0) | 2014.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