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여행/나의일상중에

준상군의 블럭

코렐리 2013. 3. 6. 20:22

갈수록 극성과 개구쟁이 근성이 나오는 준상군. 아이가 부산하고 시끄러워 어디 가서 밉단 소리 들을까 겂난다. 하지만 이 녀석을 진지하게 만드는 것은 다른 아이들처럼 다만 뽀로로 하나 뿐만은 아니다. 이 녀석은 블럭만 쥐면 그 진지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준상군의 놀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블럭쌓기다. 이녀석은 외갓집엘 가도, 캠핑을 가도, 심지어 온 가족이 모여 외식을 할 때도 이 블럭을 갖고 다녀야 직성이 풀린다. 제수씨가 튼튼한 박스를 구해 아가릴 뜯어내고 비닐 테잎으로 손잡이까지 아치형으로 둘러 여기에 담아서 스스로 갖고 다닐 수 있도록 했다. 가족이 모두 모이면 여러대의 자동차에 나누어 타게 마련이지만 이 블럭만 다른 차에 실리면 난리가 난다. 괜한 유난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그건 아닌듯 하다. 놀라운 것은 이 녀석의 상상력과 공간감각이 무척 뛰어나다는 점이다. 무언가 생각없이 랜덤하게 만드는 것 같지만 절대 그게 아니다. 만들고 나면 그것이 무엇인지 설명을 한다. 어쩌다 한 번 비슷하게 만드는거겠지 하지만 다음에 그 물건 다시 만들게 시키면 재방송이 식상한지 잘 하려 들지도 않지만 막상 하면 다시 그 형태가 나오는걸 보면 어린애지만 머릿 속의 계산이 있은 후에 무언가 손놀림을 한다는 점이다. 물론 누군가 가르쳐 준 적도 없다. 나라도 이녀석 만큼은 만들지 못한다. 무언가를 열심히 만드는 준상군.

 

"이게 뭐냐 준상아?"

"이거? 로보트야."

"이야 정말 잘 만들었는걸? 아주 멋져. 큰아빠가 갖고 가도 돼?"

"안돼."

쳐다도 보지 않고 딴 짓 하며 하는 대답은 칭찬 조차도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대칭감각도 물론 좋지만 예를 들어 새의 날개 방향을 틀어 비대칭으로 만들때도 많다.

 

무언가 한참을 거창하게 만드는 이녀석. 이게 뭘까. 난 이번에도 그냥 생각없이 만드는 줄 알았다. 이게 뭐냐고 물으니 이녀석은 새는 발음으로 설명했지만 도대체 알아 들을 수가 없다. 이녀석이 다 만들었다 싶었을 때 이어지는 행동에서 그 물건이 무엇인지 알게 되곤 한다.

 

잠망경인건지 아니면 500원 동전 넣고 보는 관광지 쌍안경인지 알 길은 없다. 하지만 5살 어린애가 만든 물건 치곤 무척 짜임새 있고 멋지기까지 하다.

 

이걸 들여다 보며 뿌육! 뿌육! 하는 소리를 내느걸 보면 잠망경 같기도 하고...

 

블럭을 갖고 놀때가 이녀석은 가장 진지한 모습을 보인다.

 

캡틴! 전면엔 암초가 있어서 좌현이나 우현으로 꺾어야 건는디유? 머이라? 벌써 충돌했다라고라? 탈출혀야 쓰건네? 캡틴 빠이빠이...

 

가끔씩 놀라게 되는 상황 중 또 한 예다. 중력에 의한 붕괴를 방지하기 위한 지형지물의 이용. 제가 만들고 싶은 형태가 자연현상에 의해 방해를 받을 때 이를 극복하는 방법이 놀랍다.

 

쇼파를 이용해 꺾임으로 인한 붕괴문제를 해결하고 흐믓해 하는 준상군.

 

이게 뭐냐고 물으니 열심히 설명하는데 역시 이녀석의 발음은 샌다. 나는 알고싶었지만 이게 뭔지 결국 알아내지 못했다.

 

아하하...! 몰라도 돼 몰라도 돼! 나만의 세계에 괜스리 껴들지 말라구...

내 생각엔 이 방면으로 재능을 키워 주었으면 하는 생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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