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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놀이터(경기도 화성 중고서점 고구마)

코렐리 2012. 6. 25. 13:57

2012.06.02(토)

동호회 동료의 귀가 솔깃한 정보. 경기도 화성의 한 중고서점에 관한 정보다. 장서 60만권, 엘피 수만장... 책구경도 재밌지만 엘피가 무척 땡겨 방문해 보기로 했다. 서울에서 적잖이 유명한 중고책방을 하시던 사장님이 저변확대를 위해 확장이전을 한 곳이란다. 서울에서 55킬로미터 정도의 거리라 고속도로 타고 떠나 12시 못미쳐 거의 도착했다. 민생고부터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식당은 두부전문점.

 

흑두부 전문점이란다.

 

 주문한 모두부. 부드럽긴 하지만 다른 집 두부보다 특별히 맛있다고 생각하는덴 무리가 있는듯.

 

기본 반찬은 깔끔하고 맛있지만 짜다. 많이.

 

두부탕을 시켜봤다. 나도 두부는 무척 좋아하는 편이다. 해물을 넣고 끓여 풍미를 높인 이 두부탕은 다 좋은데 짜다. 많이. ㅡ,.ㅡ;

 

맛있었지만 감동적이지는 않았던 점심식사 후 방문한 문제의 문화공간 "고구마"

 

컨텐츠를 들여다 보면 복합문화공간이라는 말이 걸맞는 듯하다.

 

입구에는 순정만화 표지, 우리 세대에겐 추억이 담긴 정기간행물 "학생중앙"의 표지, 초등학교 교과서 표지가 간판처럼 전면에 내걸려 추억을 자극한다.

 

들어서면 전시공간부터 눈에 들어온다. 손님을 맞아 주시는 주인장(아래 사진 왼쪽). 오른쪽으로 돌아들면 직영 북카페가 있다. 음료수 값이 저렴하다. 쉬면서 볼 수 있는 책들이 진열되어 있고 서빙은 사장님이 직접 하심. 직진하면 1층 서고.

 

전시안내.

 

전시중인 뿌리깊은 나무와

 

마당. 1980년대면 이미 전시대상이구나... 세월 참...

 

1층 서고

 

2층 서고 한켠에는 영상 자료실도 있고

 

엘피만 수납한 공간도 보인다. 이 곳을 방문한 첫 번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뒤져 보니 그동안 찾아 다니던 흔치 않은 아이템들이 종종 눈에 들어온다.

 

이 곳의 장점 중 하나다. 음반을 고르다 언제든 들어 볼 수 있도록 음악감상실도 차려 놓았다. 이건 정말 흔치않은 세심한 배려다.

 

누구나 언제든지 음반을 틀어 볼 수있는 이 곳의 오디오는 그런대로 잘 구비한 편이다.

 

이 곳에서 음반 몇 장 골라 봤다.

펄시스터즈 특선집(신중현 작.편곡집, 유니버샬반). 한국 대중음악 매니아들 사이사이에서는 워낙 유명한 음반이다. 신중현의 팬이라면 당근 필청반 중 하나. 재킷은 워낙 낡아 재킷 앞장과 뒷장이 떨어져 따로 놀고 그나마 앞면 오른쪽 상단 귀퉁이는 떨어져 나갔다. 세월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약간은 섭섭한 상태. 하지만 이 시기에 나온 음반치고는 비교적 반질도 나쁘지 않은 편이고 상태 감안해 저렴하게 살 수 있었다.

 

장형준의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성음). 사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음악애호가들이라면 일반적으로 거장들의 녹음을 선호하게 마련이어서 한국 음악가의 녹음은 수집대상에서 간과되기 쉽다. 얼마전부터 이들의 녹음을 우리가 듣고 우리가 보존하지 않으면 누가 해주겠는가 하는 사명감이 생기기 시작해 한국 음악가들의 녹음을 찾아 다니는 중이다. 이 날 이 곳에서 한 장 더 발견해 리스트 추가.  

 

대도레코드에서 출반한 비틀스 편집앨범. "Mother"라는 듣도 보도 못한 국내 편집앨범이다. 이 것은 대도레코드에서 라이선스 계약 없이 무단발매한 것으로 이런 음반은 국외의 많은 비틀스 매니아들로부터 적지 않은 호기심을 불러 일키곤 한다. 앞장과 뒷장은 떨어져 따로 노는데다 종이가 낡아 계속 부스러져 떨어져 나가는 중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음반의 재킷은 다른 음반을 출시하기 위해 이미 인쇄하고 남은 것을 뒤집어 재활용했다. 재킷이 누렇고 우중충한 이유는 재활용을 하느라 뒤집어 백색코팅이 없는 면에 인쇄한 탓이다. 물론 재킷 안쪽에는 전에 인쇄된 컬러 재킷이 그대로 남아 있다. 또하나 재미있는 것이 있다. 재킷 정면 윗쪽에 표기된 "Living Stereo"란 표기는 RCA사가 자사의 기술을 표방하는 캐치프레이즈이자 일종의 로고로 사용된 문구다. 영국 EMI 산하의 팔로폰과 애플레코드 레이블로 녹음하고 음반을 출시한 비틀스와는 상관도 없는 표기다. 70년대 초반에 출반된 음반인 것 같다. 헐값에 살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만만치 않게 받는다.

 

오아시스사에서 출반한 수지 콰트로의 데뷔엘범. 누구와도 닮지 않은 신경질적 창법과 음악 스타일이 재미있는 음반이다. 사실 이 음반은 라이센스로 나왔는지도 몰랐다. 70년대 중반쯤 나온 것으로 보이는 이 음반은 반질과 재킷이 매우 양호하다.

 

전부터 혈안이 되어 찾던 제임스 브라운의 히트곡 모음집(한소리 레코드). 오리지널 정규반을 전부 사고 싶지만 쉽게 나와주지 않아서다. 80년대에 라이센스 계약 없이 무단으로 편집해 출반한 해적판이지만 재킷에 사용한 재킷과 비닐은 상품을 썼다. 반질과 재킷 모두 양호한 편.

 

앙드레 프레빈의 딕시랜드 재즈 편곡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예음)

 

계몽사에서 출반한 스톰브링어 엘범. 오아시스사에서 먼저 출반한 이 음반은 당시 금지곡이었던 "Stormbringer"가 삭제되고 "Soldier of Fortune"이라는 타이틀로 출시된 바 있다. 그후 계몽사에서는 해당 곡이 해금되어 삭제 없이 온전하게 출반했다. 반질과 재킷 매우 양호.

 

신디 로퍼가 3집을 냈었다는 사실은 이 날에야 알았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신디 로퍼의 음반이 눈에 띠길래 편집앨범인줄 알았다. 엉? 정규반이넹? 어쨌든 그녀의 음악을 좋아하니 일단 집고 볼 일. 재킷과 반질 모두 좋지만 너무 타이트하게 수납해서 그랬는지 레코드 레이블에 눌린 자국이 재킷 표면 중앙에 있는 것이 약간의 흠. 

 

전부터 갖고 싶었던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하는 멘델스존 교향곡 3번 디지털반. 성음 라이센스 미개봉반이다. 4번도 운이 좋으면 이 곳에서 구할 수 있지 않을까.

 

빌렘 멩겔베르크의 전설적인 명반 말러 교향곡 4번(필립스, 성음). 출반된지 적잖이 되었지만 좀처럼 눈에 띠지 않고 물건이 나오면 음반 상태가 좋지 않아 거의 포기했던 음반을 여기에서 구했다. 재킷은 때가 좀 탔지만 무척 양호한 편이고 반질도 아주 좋다.

 

카라얀의 브람스 교향곡 1번 디지털 녹음 성음반. 오리지널은 상당히 고가반이고 그 돈 내고 살만큼 좋아하는 녹음은 아니다. 성음 라이선스로 만족하기 위해 집었다. 반질도 훌륭하지만 지나치게 타이트한 수납때문에 사진 입자가 레이블에 눌렀다가 떨어져 나가 자국이 굵게 생겼다. 반질은 최상급이다. 흔치 않은 물건인데다 저렴해 선택함.

 

기돈 크레머와 요요마가 참여한 모차르트 디베르티멘토(지구레코드 샘플반)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의 슈베르트 교향곡 8번 미완성. 슈베르트 시대부터 이미 오케스트라 규모가 비대해졌지만 소규모 원전연주를 고수하는 아르농쿠르의 연주는 과연 어떨까 궁금해 전부터 사서 들어 보리라던 그 음반이다. 서울음반 미개봉반.

 

이 곳 고구마의 책값과 음반값은 전반적으로 상당히 저렴하다. 동묘의 벼룩시장이나 동대문풍물시장에서도 이젠 길바닥 음반 값이 두 배, 세배로 오른데다 상태 깨끗하고 레퍼토리 좋은 횡재의 기회는 거의 없어졌고 봐야 맞다. 반면에 이 곳은 그보다 조금 더 주면 레퍼토리 좋고 상태 깨끗한 음반이 적잖이 나온다. 생각 같아선 더 머물고 싶었지만 이미 4시30분을 넘고 있어서 부득이 서울로 떠나야 했다. 책은 구경도 못하고 왔지만 방문한 소득 적지 않다. 서울로 부터 거리도 멀고 교통도 불편한 곳이지만 하루종일 놀기에 손색이 없는 곳이다. 음반 뒤지다 힘들면 북카페에서 음료 마시며 쉬고, 음악이 땡기면 골라낸 음반 중 하나 들어 보기도 하고(살까말까 호기심이 드는 음반은 즉석에서 확인도 가능하니 얼마나 좋냐) 책도 고르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들려도 좋을 곳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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