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9.12(월) 계속
어차피 등산을 하기에는 시간도 너무 많이 걸리고 케이블웨이도 탈 수 없다면 구간 내 볼거리나 충분히 보고 나가는게 이 마당에선 상책인듯했다. 계속 진행방향으로 셔틀버스에 올라탔다.
중국에선 춘절이 워낙 큰 명절이고 보름이나 쉬어서 그런지 무척이나 가는 곳마다 떠들썩하고 장거리 교통마다 장사진이지만, 추석 역시 명절임에도 불구하고 워낙 짧아서인지 명절 티도 나지 않고 다른 일상과 똑같은듯하다. 명절중이고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라오샨 풍경구에서 경치를 즐긴다.
버스를 타고 화엄사로 가는길은 왼쪽으론 바위와 나무가 혼재된 아름다운 산이 있고 오른쪽으론 바닷가인데 여기저기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독일의 점령지역이었던 탓인지 지붕은 모두 붉고 유럽적인 분위기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화엄사 입구다.
사찰 입구에는 왠지 인도풍의 냄새가 살짝 나는 문이 하나 있다. 이 문을 지나면
산으로 들어가는 완만한 경사의 계단이 길게 뻗어 있다. 가다 말고 뒤돌아 찍은 사진
불당을 향해 올라가다 보면 코끼리 등에 올라탄 보살상이 있다. 코끼리를 만지면 복이 온다고 믿는지 씻지도 않은 손으로 하도 만져 있는대로 때가 탔다.
멋이라? 화염사? 화엄사(화옌쓰)가 아니고 화염사라고라? 불타는 절인가? 먼소릴 고로콤 섭하게 헌다요? 우리도 낙산사 태워먹고 을매나 속을 끓였는디.
우리와는 확연하게 다른 모양새를 가진 불탑.
금복주 아저씨가 여기서 왜나오지? 내가 넘 무식한 소리 하는건지 몰라도 그목주 할배하고 불교하고는 대체 무슨 연관이...? 역사 또는 불경상의 고승대덕의 형상인가?
이 곳이 화염사(?) 본전이다. 안을 들여다 볼 수는 있어도 촬영은 안된다.
경내에는 할배바위가 있어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간다. 이 할배 헤어스타일 참으로 멋지구려. 레게머린가? 다 좋은디 할배요 인상좀 펴이소 마.
자연에 가하는 낙서는 산에만 가면 눈에 띤다.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이 습관 별로 좋아 보이진 않는다. 하긴 한국에선 여기저기다 자기 자신의 이름을 부끄러운줄 모르고 파내고 다니는 인간들도 있는데 뭐. 이렇게 단정한게 낫긴 그나마 낫지.
화염사(?)에서 나와 버스 노선도를 다시 들여다 보았다. 이젠 볼거 다 봤으니 이 공원을 나가 버스를 타러 나갈 참이었다. 양원잉군의 말에 따르면 공원에 들어가 라오샨요우커종신(崂山游客中心: 노산유객센터)에서 표를 사 구경을 다 하고 나오면 전혀 다른 곳으로 나가게 되고 그 곳은 교통이 불편해 다시 택시를 타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상기하고 내가 들어왔던 라오샨요우커종신(崂山游客中心: 노산유객센터)로 되돌아가 501 버스를 타기로 작심하고 반대방향으로 다시 잡았는데 특히 등산코스에서 화엄사로 오는 길에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 다시 볼 생각도 갖고 있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가며 산과 바다 그리고 유럽풍 지붕을 가진 집들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을 만끽하며 카메라 셔텨를 누르기에 바빴다.
하지만 달리는 차량 안에서 흔들려 가며 유리를 통해 사진을 찍는 것은 그리 용이한 일이 아니었다. 이렇게밖에 이 곳 풍경을 담을 수 없다는 사실이 답답할 뿐이었다.
라오샨에 와서 이러한 아름답고 특이한 풍광을 볼 수 있으리라곤 기대하지 않았기에 이곳에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만일 다른 시간이 없다면 여기만 왔다가 가도 좋을듯하다. 다만 사진을 요모양으로 밖에 찍을 수 없다는 사실이 쬐매 아쉽다.
라오샨은 팔대관경구와 더불어 칭다오 제일의 관광지라고 한다. 또한 도교 사원이 많은 이 곳은 바다를 끼고 우뚝 서 있어 고대 중국인들 사이에서 신성시 되었다고 한다. 그 태산(지난에 있는 타이샨) 그 태산인지 몰라도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메이 로다" 어쩌고 저쩌고 하는 옛 시조를 어려서 배운 기억이 있다. 중국인들은 "태산이 높다하되 노산(라오샨) 아래 메이로다."라고 한다던가 뭐가 어쩐다던가...
산 정상의 높이는 1,133미터라고 하는데 올라보지 않았으니 그만큼 높은지 어쩐지는 알 수 없고 측정기구도 없으니 확인할 길은 없지만 바다를 낀 풍경을 보았으니 후회는 없다. 산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풍광이 이 보다 더 아름답지는 못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15분여를 달리는동안 내눈에 들어온 영상은 아직도 뇌리에 잔상으로 선명하다.
이 곳은 타이칭공(太淸宮: 태청궁)에 들르기 위해 처음으로 내렸던 그 해변이다. 그 해변에서 내려 산쪽으로 조금 걸으면 바로 타이칭공이다. 이제 공원이 문을 닫을 시간이 가까와 논스톱으로 정차없이 입구까지 내닫는다. 16시가 넘어 처음 표를 구입했던 곳에 도착했고 다시 일반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공원에서 나온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렸고 텅 빈 501번 버스가 왔지만 그 사람들이 모두 올라타니 만만치 않게 버스가 승객으로 가득찼다. 버스는 거의 1시간 넘게 달려 잔치아오(잔교)에 도착했다.
나는 이 날 저녁을 먹기 위해 세 번째로 춘허로우에 갔다. 나도 이집 팬이 된 것 같다.
니우로우정지아오(牛肉蒸饺: 쇠고기찐만두) 한판과
생선살 요리를 하나 주문했다.
먼저 나온 생선살 요리다. 이 요리를 칭다오 맥주와 함께 즐기는데 세상 그렇게 행복할수가... 얇게 저민 생선살은 싱싱하고 부드럽고 소스는 달작지근 짭짤하다. 한국에 이런거 하는 집 있으면 만날 가서 먹고 거덜낼 것 같다.
뒤이어 나온 쇠고기 찐만도. 만두로 유명한 이유를 알고도 남음이 있는 감촉과 맛이다. 이 맛도 무척 그립다.
숙소로 돌아온 나는 여행의 마지막 날을 자축하기 위해 유스호스텔의 1층 바에 가서 칵테일로 기분내봤다. 숙소로 돌아오니 그 새 룸메이트가 또 바뀌었다. 양원잉군과 신음녀 그리고 다이보어 윗침대의 재수없는 40대 백인녀는 이미 체크아웃 했고 다이보어군과 크리스티나, 독일 처자가 남아 있었다. 크리스티나와 독일처자와는 첫 날 나의 애매한 태도 때문에 이 때까지도 서로 서먹서먹했다. ㅡ,.ㅡ; 다이보어의 윗침대에는 자그마한 키에 눈이 큰 어여쁜 중국인 처자 하나가 체크인했다. 내가 라오샨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하자 이 처자가 반가와라며 나한테서 정보를 열심히 캐갔다. 나는 잘난척 하고 정보를 열심히 흘려 줬다. 나는 다음날 아침 일찍 떠나야 했기에 미리 짐도 다 싸놓았고 자기 전 작별 인사도 미리 다 했다.
2011.9.13(화)
다음날 아침 10:30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일찌감치 일어나 씻고 난 뒤 조용히 방을 나서 체크아웃했다. 체크아웃 할 때 맡겼던 보증금 100위엔을 돌려받고 나니 공돈이 생긴 것 같다. 두시간 전에 무난히 도착해 티케팅을 하고 책을 보며 시간 죽이다. 비행기에 올랐다. 바깥에는 비가 오고 있었지만
이륙해 구름위로 올라서자 비의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자연의 한 수 위(?)에 올라 섰음에 괜스리 교만함도 생긴다.
올 때와 같은 간식을 준다. 먹다 잘못하면 입찢어지는 7겹 돼지샌드위치와 옌징맥주.
인천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가 거의 다 되어서였다.
여행기 마무리에 나는 항상 그 여행에 대한 평가와 추억, 그리고 의미를 정리했다. 하지만 이번 여행기에는 생략하련다. 귀찮아서가 아니고(귀찮은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먹고 뭉그러지다 오기 위해 떠난 여행 그냥 몸을 푹 삭히다 오면 잘된 여행인데 의미가 있으면 얼마나 있으랴. 그러나 그 편안함이 좋긴 너무나도 좋았다.
엊그제 양원잉군한테서 다음과 같은 편지가 왔다.
날 기억하시나요. 깡마르고 큰 키에 긴머리 여자애요. 금년 중추절 칭다오에서 같은 유스호스텔에 묵었고 저녁때 바에서 같이 술마셨잖아요. 제게 가장 좋아하는 책도 이야기 해 주셨죠. 자세히 이야기했으니 기억을 되살리시기 바랍니다.
오늘 방청소 하다가 전에 주신 명함을 발견하고 연락해 보고 싶어졌어요. 지금도 중국에 계신지 모르겠네요. 어디 다른 곳 좋은데도 놀러 가셨었나요? 요 며칠 베이징은 대따 추워요. 지금 계신곳은 따뜻한지 궁금한네요.
불편하지 않으시다면 우편용 주소 좀 알려 주세요. 최근에 인터넷에서 엽서를 샀거덩여. 한장 보내고 싶어요.
양원잉.
P.S: 중국어 하시니까 제 편지 내용 정도야 이해하시겠지요. 한국어로 편지하지 못해 죄송해요. 영어가 혹시 더 편하시면 회신할 때 주석을 달아 주세요(이건 무슨 소린지... ?)
잘 하면 원잉이도 마사유끼나 마사요시처럼 좋은 친구가 되 ㄹ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외국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아주 즐거운 일인데 다만 한가지 크리스티나와 독일 처자한테는 미안한 생각도 들지만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었는데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든다. 어쨌든 알량하나마 영어가 중국어 보단 익숙하니 걍 영어로 회신했다.
The thing I do first in every morning in my office is looking over e-mail list.
It was very happy for me to find your name there.
Hi, Wen Ying!
Of course, I remember you my friend.
You explained me too much to remind yourself more than necessity ha ha ha...!( xinkule! )
Seeing you in Qingdao was very fun and happy.
Thanks for your being a friend for me there. Drinking beer in the bar of the Youth Hostel was very interesting too.
I remember I gave you my business card, but I have not expected to recieve your e-mail from then, So I'm so glad more.
If you got a chance to visit Seoul, please call me to see each other. I will introduce important places and taste Korean food for you.
If possible, please call me in my office number, because if a calling number is not familliar to me, I generally don't recieve the calling.
But I always recieve all the calling numbers in my office, because most of them have relevance to my job. hahaha...!
I'm planning to go to Peru to see culture of Inca and Lake of Titikaka with my two friends in this winter.
Of course, I already bought the plane ticket to Lima. It is some expensive.
And to get the money to spend in Peru for 15 days, I have to save money, but I have payed too much money to buy many expensive LP discs recently.
The one of my important hobbies is collecting LP discs and listening it's music.
If we can get a chance to see each other again, it will be very interesting.
I wish your favorable study and health.
from Sang Cheol(Shang Zhe) in Seoul
PS: The book's title was "The Name of the Rose". in Italic "Le Nom De La Rose". The writer's name is "Umberto Eco" an Italian.
My Adress is " ***-****, *** ******, ***********, Kwanak-gu, Seou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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