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9.12(월)
이 날은 다른 날에 비하면 엄청 이른 시간인 08:30에 이부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서울로 돌아가는 날은 다음날이고 이 날이 칭다오에서의 실질적인 마지막 날이어서 라오샨(崂山: 노산)을 갈 수 있는 날은 이 날 뿐이었고, 이제 가 볼 곳도 라오샨만 남았다. 대충 씻고 머리를 감지 않은 것은 모자로 가린채 최대한 가벼운 차림으로 나섰다. 가방도 없이 펜, 복사한 라오샨 관련 자료, 지갑 그리고 카메라가 이 날 지참한 전부였고 입은 옷은 등산복이었다. 등산을 감안하고 있었으니 당연했다. 09:00경 숙소를 나서 슬슬 걸어 잔교 근처까지 가 양원잉(杨文颖: 양문영)군이 알려준 대로 라오샨 관광패키지를 이용하기로 했다. 대부분 입장료 불포함에 120위엔 안팎을 호가했다. 점심값이 아마도 포함되어 있었을 것으로 기억되는데 아무리 그래도 좀 비싸다. 일반 버스를 타면 교통이 불편해서 패키지를 이용하는게 낫다고 했는데 이건 사실이 아니었다. 라오샨공원 내에는 모든 중요 관광포인트를 연결하는 셔틀버스가 무제한 탈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이를 몰랐던 당시에는 까짓 한 두개만 보면 되지 뭐 목숨걸일 있다고 죄다 보는데 재미도 없는 패키지를 이용하며 비싼 돈을 쓸까 생각하고 대중교통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버스 정거장으로 가 라오샨으로 가는 버스를 확인한 뒤 생각해 보니 잔돈이 없었다. 칭다오엔 요금을 직접 돈통에 넣는 버스가 있는가 하면 버스안내양이 있어 요금을 받고 거스름돈도 돌려주는 버스도 있었는데 내가 타려던 버스는??? 혹시 시간을 낭비하게 될지 몰라 잔돈부터 확보하기로 했다. 마침 전부터 함 맛이나 보려던 회이주(回族 회족: 신장 위구르 출신의 회교도)의 견과류 과자를 버스 정류장에서 팔고 있었다. 나는 10위엔을 내놓고 "최소 단위로 줘봐요." 했다. 끌을 집어든 회이주 주인은 이걸 자는데 끝에 살짝 대고 자르는게 아니라 깊숙한 곳 듬성한 부위에 끌칼을 댔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버스를 타기 위해 잔돈이 필요한거니까 그렇게 많이는 필요 없다"고 했더니 염려 말라는 시늉을 한다. 허걱! 이양반 짐 머하능겨? 듬성하게 자르더니 그걸 다시 조각내 한 봉지를 내민다. 얼마냐고 물으니 8위엔이란다. 이런 젠장. 내가 따졌다. "분명 최소 단위로 달라고 했는데 왜 이렇게 많이 줘요? 등산 가려고 짐도 안가져 온 사람한테 이게 뭐요?" 그는 그제서야 가격표를 보여 주는데 무게 단위로 8위엔, 15위엔, ... 이런 식이었다. 이런 젠장. 그는 이걸 한 번 자르면 다시 팔지 못하는 상황이었던 모양이었다. 회이주 주인과 이런 가벼운 실갱이를 하는 동안 난 이미 주변인들의 구경거리가 되어 있었다. ㅡ,.ㅡ; 잔돈 바꾸려다 8위엔 날리고 겨우 2위엔의 잔돈을 확보했다. 게다가 맛을 보니 맛도 없는 짐만 생겼다. ㅡ,.ㅡ; 아침부터 서둘러 오느라 아침도 못먹었는데 아침 대용식이면 얼마나 좋겠나. 알고 보니 이 사람은 내가 하는 말을 하나도 못알아 들은 것이었다. 회족들 대부분이 중국인이지만 중국어를 잘 하지 못한단다. ㅡ,.ㅡ;
곧이어 라오샨행 버스인 501번 버스가 도착했다. 일단 이 진상 먹거리를 들고 탔다. 이런 젠장 버스에 안내양이 탑승해 있었다. 안내양이 없어야 덜 억울할거 아냐...ㅠㅠ
10시경에 잔교 앞에서 탄 버스는 11시 15분경 라오샨공위엔 매표소까지 도로를 잠깐 벗어나 그 앞에 내려 준다. 여기서 사람들이 우루루 거의 다 내린다. 이들이 모두 라오샨 공원에 방문하려는 사람들이다. 들고 있던 견과류 과자 봉지는 더 먹고 싶지도 않았고 들고 다니자니 짐이 싫어 카메라만 달랑 들고 나온 나 자신이 갑자기 한심해졌다. 해선 안될 짓이었지만 쓰레기통에 버렸다. 누군가 주고 싶어도 오히려 실례가 될 것 같아 못했다.
표값을 보고 놀라 자빠지는줄 알았다. 셔틀버스 탑승료가 40위엔, 입장료가 90위엔이었다. 나같은 외국인도 비싸다고 느끼는데 여기 오는 중국 본토인들은 돈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길래... ㅡ,.ㅡ;
오길 잘했다는 생각은 셔틀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바닷가에 면한 풍경이 아름답기 때문이었는데 이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많은 어선들이 정박한 이 해변의 경치는 낭만이 가득하다.
버스를 타고 처음 내려 주는 곳에서는 무조건 다 내려야 했다. 이 곳 라오샨 공원 내에 중요한 지점은 모두 이 셔틀버스가 다녀 편리하다. 우선 20분 걸려 도착한 이 곳에서는 무조건 다 하차해야 했다. 이 곳 부터 보고 나서 다음 장소인 케이블 웨이까지는 걸어서 가야 했다.
탁 트인 바다가 시원하게 눈에 들어왔다.
이 곳이 여기저기 분포된 도교사원 중 자장 유명한 태청궁 입구다.
라오샨 등산로 직전에는 도교사원이 여기저기 퍼져 있고 입장료는 별도로 20위엔을 받았다. 시간적으로도 그렇고 고만고만한 도교사원을 다 둘러볼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가장 유명한 태청궁 하나만 들르기로 한 것이다.
태청궁 안으로 들어간 시간은 11:50경. 조성해 놓은 정원도 길게 연결된 길도 고즈넉한 분위기여서 편안한 느낌이 든다.
2차 관문이다.
관문을 올려다 보면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이게 뭘까. 신선의 행차도인지 뭔지...
문을 돌아가 뒤돌아 보면 볼만한 그림이 하나 더 대문지붕 밑에 그려져 있다.신선 나으리들이 잔치를 벌리고 있고 저 멀리서 선녀인지 다른 신선인지 잔치에 참가하기 위해 봉황을 타고 날아오는구려.
대문의 지붕엔 단청이 그려져 있지만 역시 단청의 섬세함과 아름다움은 주관적으로도 객관적으로도 우리의 것에 비길 바가 아니다.
화로인갑다. 이 곳 태청궁(太淸宮)은 라오샨에서도 가장 오래된 도교사원으로 전한 무제 시대에는 사당이 있었다고도 한다. 샨공디엔(三宮殿), 三淸殿(샨칭디엔), 三皇殿
(샨황디엔) 라오샨을 대표하는 건축물이라 한다.
또하나의 관문으로 들어가면 사원 본전이 나온다. 안에 흰 옷을 입은 직원들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본전 안에서는 향과 본전에 바칠 리본을 판매한다.
아항, 구입한 향에 불을 싸지르는 곳이 바로 이 한구석이군.
이 곳을 들여다 보고 있자니 많은 사람들이 향을 피워 들고 절하며 무언가 간구한다. 앗, 소녀다.
소녀가 향을 들고 나타나는데 괜스리 기뻐하는 나를 보고 이상헌 눔 내지는 숭헌 눔으로 볼 지 모르지만 난 나름 순수한 의도다. "소녀의 기도" 아 이거 제목부터가 아름답잖냐고. 그 기도 가 얼마나 순수하겠냐고. 그냥 그 느낌에 찍었지만 얘 엄마 아빠 모르게 슬쩍 도촬했다. "칭 윈쉬 워 당청 메이뉘, 하이요우 요우덩셩!"
아니 나으리, 소녀가 그렇게 순수한 기도를 하건만 으째 그리 인상을 팍팍 쓰신당가요. 무서워서 어디 기도 허건냐고요.
여기 저기에 용도를 알 수 없는 설치물들이 있고
여기서도 뭔가 한다. 번데기 뺑뺑이 모냥 옥으로 만든 판과 그 위에 돌림축이 있고 돌림 축에는 아암이 있고 여기에 끝이 뾰족한 추가 매달려 있다. 여기서 일정액의 돈을 내고 뻔데기 판을 돌리면 뱅뱅 돌다 끝이 뾰족한 추의 끝이 가리키는 내용이 바로 점괘다. 이걸 하면서 설마 인생은 복불복이라고 생각하진 않을테지요. 그럼 이미 정해진 운명을 알아본다? 난 미래가 미리정해져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개척하는거지. 과거는 고정되어 있지만 현재의 복잡한 변수들이 작용해 자꾸만 움직이고 달라지는 미래를 점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글쎄 재미로 한다면 할 말 없다. 설사 미래를 미리 볼 수 있다면 그걸 뭐하러 확인하는가. 나는 내일이 궁금해서 인생을 사는데 내일을 알면 무슨 재미로 살어? ---> 걍 커렐리 생각임돵.
뒤쪽으로 가니 흔히 보이지 않는 형태의 탑도 약간은 후미진 곳에 세워져 있었다. 사람 사진이 있는걸 보면 유골함? 사리함?
바위에는 뭐라고 뭐라고 잔뜩 쓰여 있는데 뭔 내용인지 굳이 읽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중국인들은 자연에 대고 하는 낙서는 예나 지금이나 좋아하는듯하다.
다니다 보니 사자상 입에 짓궂은 누군가가 산열매를 쑤셔 박아 놓았다. 공양인가...? 동물사랑...?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전까지만 들렀다 나가는지 후면 외곽의 곳은 사람이 없어 고즈넉한 분위기가 아주 좋다. 내 별장이 아니고 뭔가. ㅋㅋ
다시 내려와 출구쪽으로 나가다 보니 도사의 의복을 입은 이 곳 수련생 하나가 양산대신 우산을 받쳐들고 나오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이 곳에서 도교음악을 연주한다는 안내문을 보니 13:00부터란다. 그러잖아도 거의 그 시간이 다 되었다.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들어가 봤다.
수련생들이 공부하는 학당 안이다.
입구의 단청이 비교적 섬세하고 아름답다.
도사의 의복을 입은 수련생들이 고풍스럽게 꾸며진 무대 위에서 저희들끼리 잡담을 나누면서 일부는 장난치고 일부는 악기 연습을 했다. 13시가 넘었지만 관람하겠다고 앉은 사람은 나 하나 뿐이고 누구 하나 더 들어올 놈도 없어 보였다. 이런 젠장. 이들이 공연을 할지 안할지도 모르는 가운데 시간을 마냥 죽일수도 없었고 결정적으로 배고파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이 곳을 나와 등산로를 따라 설치된 케이블웨이를 탈 수 있는 다음 장소로 이동했는데 그 곳은 걸어서 가야 했다.
도착하고 보니 바다가 역시 내려다 보이고 서양식 지붕을 한 어촌마을이 아름답게 자리잡고 있다.
중국 전역에 표기된 이상한 한국어 안내에는 이해할 수 없는 희한한 말만 하니 도대체 적응이 되질 않는다. "산책로를 잡아 주세요"??? 뭔말이지? 영어로는 "케이블웨이를 탑승하시려면 산책로를 따라 가세요."라고 적었는데 Taiqing은 또 뭐래? Taking이 아니고? 으하하 글쎄 그걸 알아먹는 내가 대견하더라니깐. 일본어로는 제대로 표기를 한건가? 일어를 모르니 알 길은 없지만 맞게 쓴건 중국어 말곤 없는거 같애. ㅡ,.ㅡ;
주변에 몇 군데 식당이 있었다. 도대체 청결함과는 담벼락을 쌓은 곳들 뿐인 듯했다. 그나마 골라 들어간 곳이 이 곳이다. 들어오는 입구 반대편엔 화장실이 면해 있는 것 같은데 두려워서 안가기로 하고 밥만 먹고 나가기로 했다.
야채볶음과 밥을 시켰다. 이게 뭐야. 야채볶음이 걸레를 연상시키는 데다 대충 볶아 접시위에 성의없이 휙 쏟은 듯한 모양새가 불쾌하다. 안먹음 워쩔껀데? 무그야지. ㅡ,.ㅡ; 맛있냐고 묻지 말아요. 이 날 첨 먹는거라 살기 위해 먹었어요.
가장 맛없는 식사를 마친 뒤 케이블웨이 매표소로 가봤다. 창구가 닫혔다. 이게 뭐야? 뭐라고 써있넹? 머이라? 14:00까지만 표를 판다라고라? 지금이 몇시여? 엥? 14:30 ! 그 놈의 맛없던 밥이 웬수로군. 그거만 안먹었어도 지금쯤 올라가서 주변을 보고 있었겠구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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