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9.9(금)
전날의 일정이 고단하거나 원로의 여정도 아니었건만, 이틀전 동료들과 마신 술은 나로 하여금 먼길을 떠나온 나그네처럼 피곤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허리가 아파 더 이상 누워 있기 힘 들 정도로 누운채 버티다가 샘눈을 뜨고 일어나 코딱지를 후빈 시간은 거의 12시간이 경과된 오전 9시가 다 되어서였다. 같은 방에 몸뚱아리를 맡긴 다른 이들은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없었다. 이 시간이면 이미 아침식사를 위해서라도 자리를 떴어야 정상적인 시간이긴 했다. 다이 보어를 제외하면 같은 공기를 호흡하며 내뱉은 이산화탄소를 서로 교환해 가며 들이 마실 만큼 깊은 인연의 얼굴은 누가 누군지 이때까지도 몰랐다. 게으름을 작정하고 온 탓인지 나가기도 싫고 심지어 씻기도 싫고 저 멀리 복도끝 화장실 가기도 게을러진다. 큰 맘먹고 일어나 씻고 정신을 수습하니 배가 고파왔다. 슬슬 걸어 나왔지만 시장통 부근이라 깨끗한 식당은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 조명받아 열기를 내뿜던 시장은 아침이 되어 한산하고 시원한 공기가 그나마 긴 잠으로 멍해진 정신을 가다듬는데 일조했다. 식당 그나마 깨끗해 보이는 곳으로 골랐지만 손님이 없는 집이어서 조금 불안했다.
아침이니 간단하게 볶음밥을 먹을 참이었다. 볶음밥 메뉴는 양조우차오판(양주볶음밥) 한가지 밖에 없었다.
원래 볶음밥의 발상지가 광동인걸로 아는데 흔해터진 모양새의 이게 왜 양주볶음밥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장기가 반찬이라 맛있을 줄 알았다. 아침부터 맥주만 들이키게 만든 놈이 이놈이다. ㅡ,.ㅡ;
대충 곱창만 채우고 나서 돌아와 한동안 했던 일은 책과 함께 침대 위를 뒹군 것이 고작이었다.
3층엔 나 말고는 이따금 돌아다니는 청소원 아가씨와 나 같은 게으름뱅이 한 두명 지나갈 뿐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다. 옷을 주워 입고 쭐레 쭐레 걸어 나가 봤다. 바닷가로 가 볼 참이었다. 걷다 보니 칭다오역이 나온다. 역시 중국의 기차역은 역사가 멋지고 규모도 소도시의 역사 치곤 컸다.
역 광장 주변의 풍경이다. 이 때가 대략 오후 한 시쯤이었나 보다.
곳곳에 보이는 신장 위구르 지역의 회교도들이 각종 견과류를 엿에 굳힌 과자가 보인다. 먹어볼 생각이지만 그건 숙소로 돌아갈 때 사가든지 해야지 지금 사면 짐만 생긴다.
기차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바다가 그림같이 펼쳐진다. 한 가지 흠이라면 중국 어딜 가도 하늘은 절대 청명하지 않다. 이 곳도 중국땅이 맞긴 맞는지 예외가 아니다.
롯데리아가 중국에 진출했단 소릴 들어 본 적은 있지만 참으로 초라하다.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을만한 이 곳. 그것도 1층이 아닌 2층에 불쌍하게 간판이 걸려 있다. 중국을 세 번째 가 봤고 이 번이 6 번째 방문 도시지만 롯데리아는 처음 봤고 그 모습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한류? 그건 아무리 봐도 기자들의 말장난에 불과하다.
이 곳이 제 6 해수욕장이다. 한국에선 해수욕장이 이미 철지났지만 이 곳은 아직도 수영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는 보이지 않는 곳이다.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이 곳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유명 식당이 어딘지부터 지도를 펼쳐 알아봤다. 산허위엔슈에이지아오(삼합원 물만두)가 이 곳에서 도보로 5~10분 정도의 거리에 있었고 찾기도 어렵지 않았다. 이 곳은 물만두가 유명한 집이다.
만두 메뉴가 참으로 많다.나는 새우, 돼지고기, 부추가 들어간 시아르언슈에이지아오를 주문했다. 얼마였더라? 비싸진 않았다.(13:50)
곁들여 먹을 야채요리와 두부요리는 밀고다니는 수레에서 기호에 따라 골라 잡으면 된다.
피망 볶음을 선택했는데 이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어찌나 맛있던지. 우선 칭다오 맥주 한 병 시켜 마셔 주시고...
마시다 보니 곧 물만두가 나온다. 만두피도 두터워 보이고 질감으로 봐선 밀가루 냄새까지 날 것 같지만 막상 입에 넣고 이를 넣으면 짭짤한 육수부터 터져 나와 입안에 가득하게 풍미를 돋운다. 특유의 노란 소스에 다진 마늘을 잔뜩 넣고 이걸 찍어 입에 넣으면 마늘향과 육수맛과 부추향, 쫀쫀하게 씹히는 새우, 부추와 새우의 각개전투를 메워 주는 두야지 고기의 풍부한 식감. 크~~~~~! 이거 미치게 만드네. 먹으러 다시 칭다오로 가? 쩝.
주방도 깔끔해 보인다.
살짝 달근해진데다 배도 부르고 이제 다시 나가면 경치가 제대로 눈에 들어올 참이었다.
해물이 풍부한 도시인 만큼 해물식당이 눈에 많이 띤다. 설명이 없어도 눈에 들어 오는 신선도는 보기만 해도 흐믓할 지경이다.
이게 모야? 건어물 가게가 즐비한 이 곳 거리에 개념없이 행인들 많은 바닥에 생선을 말리다니... 참으로 대단히 중국스럽다.
식당을 찾아갔던 그 길로 그대로 다시 나왔다. 잔치아오(棧橋: 잔교)는 칭다오의 첫 손 꼽히는 명물이다. 이게 그럴만큼 볼만한가? 함 가보지 뭐(14:30)
칭다오의 명물인만큼 잔교에는 많은 사람들의발길이 오간다. 잔교는 칭다오의 10경 중 하나로 1891년 서구열강의 침략에 위협을 느낀 청나라가 해군 화물접안 기지로 건설한 다리였는데 1차대전 당시 이 곳을 지배하던 독일이 철수하며 폭파한 것을 1931년에 재건한 것이라고 한다.
수많은 발길 속에 나의 족적도 함 섞어봤다. 저 쪽에 해군 함선들도 보이고 관광객들을 태운 모터보트도 수다스러운 소리와 함께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곡선을 그린다.
잔교의 끝에 도달하면 회란각(回瀾閣)이라는 이름의 정자가 나온다. 높지도 않고 특별하지도 않은 정자 안으로 들어가 볼까 말까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적은 금액이지만 돈을 받고 있었는데 지금 돌이켜 보아도 들어가 볼 걸 잘못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안해봤다. 메~~~!
점심에 마신 칭다오 맥주 때문이었는지 화장실이 급해졌다. 이리저리 찾다가 지하상가가 나오길래 이 곳에 화장실 하나 정도는 있겠지 하는 생각에 내려가 봤다. 이 곳은 지하 푸드코트였다. 한 쪽 구석에 화장실이 있어 들어가는데 유료였다. 액수를 떠나 화장실에 들어갈 때 쓰는 돈만큼 아까운 것도 없었다. 하지만 내가 당장 아쉬운 상황이라 돈을 내고 들어가 보니 드물게 더러운 화장실에서는 암모니아 냄새와 신선한 똥냄새가 가득하고 대변기는 칸막이도 없고 구멍도 막혔는지... 위생상태가 나의 짧은 글빨로는 표현 불가. ㅡ,.ㅡ; 젠장 이 곳에서 일 본 뒤 음식맛 참 잘도 나겠다.
찝찝한 기분으로 일 보고 나오자마자 지상에 깨끗해 보이는 화장실이 무료로 운영되고 있으니... ㅡ,.ㅡ;
잔교를 봤으니 바닷가를 슬슬 걸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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