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1 스페인·포르투갈

하이 이베리아1-3(바르셀로나)

코렐리 2011. 2. 4. 20:07

2011.1.17(월) 계속

카사밀라에서 카사바트요로 가는 길은 그다지 멀지 않아 역시 도보로 이동했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둠이 내려 깔리고 깔린 어둠을 카사바트요의 창을 통해 새어 나오는 불빛이 밝히고 있었다. 낮에 보았다면 오히려 덜 환상적이었을 것 같다.

  

기둥, 난간, 창, 벽면, 윤곽 그 어느것 하나 범상한 것이 없었다. 이 곳은 바다를 주제로 한 건축물이다.

 

표를 사서(18.5유로, 19:00)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이 곳은 20:00까지 개방하는 관계로 빠듯하게나마 전체를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이드 해설기를 가지고 들어가 보았다. 아래의 사진은 1층으로부터 올라가는 둥근 계단 사이로 보이는 틈인데 이 것만 보고도 부드러운 곡선과 조명에 흥분이 되었다. 이곳에서 안내 가이드를 작동시켜 보았다. 젠장... 반도 못알아 듣겠다. 한동안은 그래도 열심히 틀고 다녔지만 나중엔 걍 들고 다녔다. 이 것도 짐일쎄.

 

이 곳이야 말로 직선은 찾아 볼 도리가 없었다.

 

계단을 올라 현관을 들어서면 바로 왼쪽에 버섯모양의 마주 배치한 붙박이 의자와 벽난로의 공간을 버섯 모양으로 꾸며 놓았다. 다시 한번 가우디의 감성과 천재성에 경악과 찬사를 날렸다.

 

거실이다. 시내 거리가 내려다 보이는 이 거실은 창문에 물결처럼 웨이브를 주었고 스테인드 글라스는 물방울이나 조가비를 형상화 한 듯 하다. 창문 아래에 달린 쇠고리는 잠금장치가 아니라 바로 손잡이다. 대충 아무렇게나 만들어 불편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이건 천만의 말씀이다. 가우디가 만들었을땐 자연과 일상으로부터 아이디어를 빌려 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용성 역시 심각하게 고려가 되었다는 사실은  

 

이 문고리를 잡고 당겨봐야 알 수 있다. 짧고 뭉뚝한 이 손잡이는 보기와 달리 손에 잡고 당기기에 어느 손잡이 못지 않게 편리하다. 괜스리 열었다가 관리인한테 야단맞고 어글리 코리안 소리 들을까 무서워 그냥 살짝 쥐어만 봤다. 우헤헤...

 

이 곳에도 자그마한 중정이 있고 중정을 올려다 보면 그 곳은 비를 막을 대책도 되어 있었다.

 

2층에서는 바깥에 널찍한 테라스로 통하는 문과 창 역시 가슴이 설레일 정도로 감각적이며

 

테라스 역시 물결무늬와 푸른색 타일장식이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는다.

 

 

이 곳은 가장 위층으로 개개의 문 안으로는 창고 등으로 쓰일법한 공간들이 연결되어 있다. 길게 배열한 타원형의 아치가 유려한 곡선을 자랑한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이렇게까지 감각적일 수 있을까.

 

옥상으로 오르면서 카사밀라에서 보았던 정도의 테마공원(?)을 기대했던 나는 환하게 조명받은 조형물들의 아름다움에 놀라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쏟아냈다.

 

물고기의 등지느러미와 에구 젠장. 여기서 사진찍던 여인네들이 비켜주길 기다렸다 찍었는데 촬영 당시엔 몰랐는데 그녀들의 가방 쪼가리가 철퍼덕 주저안ㅈ아 있을 줄이야. 젠장 명작이 될 수도 있었는데 웬수들 땜에 가능성이 날아가 버렸다. 

 

어디서 본듯한 어떤 생명체를 형상화한 것 같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눈은 홀리기 바쁘고 정신줄은 대략 놓친듯 하고 그저 입만 살아 감탄만 연발할 뿐이다.

 

이게 생선의 등지느러미인지 괴물의 등짝인지 몰라도 인간이 생각한 아이디어임에 질투가 나고 그 아이디어를 현실화해 심미안을 극대화하도록 만드는 천재성에 범인으로서 좌절감도 느껴지지만 이 것을 볼 수 있음에 느끼는 행복감은 또 어쩌랴. 이 곳 건물의 채색이 다채로운 것은 카사바트요가 건설될 당시(1904~1906)에 그리스 신전이 극채색이었다는 연구가 발표되면서 다채식의 건축이 각광을 받았고 이에 자극받은 가우디의 채색은 다채로운 타일을 이용한 모자이크 형태의 표현으로 나타난 때문이라고 한다. 

 

등지느러미 옆구리로 뚫린 문을 통해 들어가면 감각적인 이 간단하고도 황홀한 시선에 다시 한 번 정신줄 놓고 입만 살아 감탄을 하게 만든다. 이 동영상은 옆으로 찍은 탓에 사실 꽈당 자빠져 있는 셈인데. 천장에는 전구 달랑 하나 켜져 있고 아래쪽은 유리돔 안에서 솟는 물이 퍼지면서 파장을 일으킨다. 그것을 돔 아래 전구가 비춰 올리는 형상이다. 둥그스름한 자그마한 방에는 물결의 파장 외엔 아무것도 없다. 가우디 말고 누가 이런 짓을 할까. 

 

아치와 연속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것은 너무나도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이 문은 유럽 영화에서 종종 보는 고전적인 형태의 엘리베이터이다. 일본의 두 아가씨가 이 엘리베이터를 연신 카메라에 담으며 신기해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이걸 타고 내려가 보았다.

 

카사바트요를 나온 시간이 20:00 쯤이었다. 바로 문닫는 시간이다. 카사밀라로부터 카사바트요로 가던 길에 봐 두었던 바르로 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스페인 사람들이 가장 즐겨먹는 하몽이 돼지다리 형태 그대로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바르의 운치를 극대화한다.

 

맥주에 몇가지 타파스를 식사 대용으로 주문하고 맥주도 주문했다. 좌로부터 연어, 초리소(Chorizo: 스페인 전통 소시지), 하몽(Jamon: 돼지다리로 만든 생햄), 식초에 절인 앤초비, 그리고 위쪽은 치즈.

 

스페인 사람들이 즐겨먹는 요리중 하나로 문어와 감자를 매칭한 풀포 아 라 갈라시아(Pulpo a la Galacia)

 

맥주를 두잔을 마셨더니 살짝 취기가 올랐다. 이 정도 마시고 취하기 시작하는걸 보면 장시간의 여행과 적은 휴식으로 인해 몸이 피곤함을 느낀 탓인듯 했다. 음식을 다 먹어 가고 맥주도 다 비워 가자 바르의 직원은 올리브 열매를 작은 접시에 그득히 담아 내 앞에 내놓았다. 더 마시고 가란 소리였다. 나는 호기를 부리며 맥주를 한 잔 더 주문했다. 기껏 맥주 석잔 마시면서 무슨 호기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건 맥주가 좀 도수가 높거나 몸이 알콜을 버거워 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바르의 분위기와 먹은 음식으로 미루어 비싼 값을 치뤄야 할 줄 알았던 나는 10.3유로의 계산서를 보고 적이 만족스러웠다. 누군가 옆에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면(이따금 함께 하는 뜀도령이 있었다면 틀림없이 그랬을 것 같다) 한 잔 더 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았지만 그보다 혼자인 탓에 더 마시더라도 숙소부터 찾는게 먼저일 것 같았다. 20유로를 내고 나오면서 잔돈을 계산해 보니 3유로 정도는 아예 팁으로 제외하고 거슬러 줬다. 허락도 없이 뗀 팁에 약간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서비스는 기분좋게 받았으니 그걸로 되었다. 택시를 타고 가고자 했던 "바르셀로나 민박"이 있는 Paseo Maragall 59 번지 주소를 내밀고 가자고 했다. 택시 기사는 친절하게 번지수까지 찾아내 차를 세워 주었다. 택시비 7.5유로. 기분좋게 쉽게 찾아낸 이 곳 4층 2호실 벨을 눌렀다. 문이 열리고 4층으로 올라가니 중년의 남자가 맞아준다.

"어찌 연락도 없이 오셨어요?"

"예약을 원래 안하고 다녀요."

바닥에는 슬리퍼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아무거나 맘에 드는걸로 골라 신으세요."

집안이 널찍했다. 주인장은 구석구석 데리고 다니며 주방과 응접실 욕실 침실등에 대한 안내를 해주었고 응접실 인터넷은 24시간 무료였다. 샤워를 하고 나니 같은 도미토리 방의 두 청년들이 이 곳에서 만난 젊은 처자들과 함께 저녁에야 몰려 들어 왔다. 5명의 투숙객들과 주인장이 모두 모여 술자리가 준비된 모양이었지만 나는 워낙 피곤했던지라 양해를 구하고 먼저 잠자리에 들었다. 인천에서 모스크바로 10시간, 모스크바에서 5시간 반에 걸쳐 마드리드로, 마드리드에서 숙소를 찾아 헤매다 결국 세시간 반 자고 세시간에 걸쳐 바르셀로나로 이동, 12시부터 구엘공원, 사그라다 파밀리아, 카사밀라, 카사바트요로 배낭맨채 싸돌아 다녔으니 새로운 친구들과의 술자리보다는 잠자리가 더 간절했던 탓이었다. 새벽에 사무실로부터 온 전화로 잠이 깨기 전까지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잠이 달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