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1 스페인·포르투갈

하이 이베리아1-2(바르셀로나)

코렐리 2011. 2. 3. 14:45

2011.1.17(월) 계속

산 파우 병원으로부터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까지는 걸어서 그리 오래지 않아 닿을 수 있는 곳이라 굳이 버스나 지하철을 탈 필요가 없었다. 이 때 안 사실이었지만 스페인에서는 지하철역과 역사이 그리고 버스 정류장과 정류장 사이의 거리가 우리나라에 비하면 간격이 작은 편이어서 걷기를 선호하는 나로선 왠만하면 걸어서 다닐만 했다. 태양을 등지고 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여러개의 종탑을 거느린채 위풍당당하게 서 있고 그 사이사이로는 건설 중장비가 작동중이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란 성가족을 의미하는데 성 요셉과 성 마리아 그리고 아기 예수가 이루는 가족을 의미한다.

 

가까이 다가가자 흐물흐물 녹아내릴듯한 가우디 특유의 종탑과 벽면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으로만 봐오던 이 아름다운 건축물을 눈앞에서 보는 감동은 직접 가서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가우디는 건물 골격은 물론 벽면 장식에서도 우리 주변에 깔린 자연과 일상을 차용해 건축에 적용했다. 울퉁불퉁 아무 생각없이 대충 뭉개놓은 듯하면서도 유연함의 아름다움을 가진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인 듯하다. 그가 건축에 응용한 것들은 동물의 척추와 갈빗대, 척 늘여뜨린 쇠사슬, 조개, 손으로 뭉갠 흙덩이, 말라 비틀어진 나무가지 등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 그것이다. 이런 것들이 모이고 모여 그의 건축 양식을 대표한다.

 

방금 본 곳(윗사진)은 그리스도의 탄생을 주제로 한 파사드(입구의 장식)이다. 표를 사기 위해 앞쪽으로 돌아서 갔다. 성당 입구에서 보자면 높디 높은 종탑, 좀 변형되기는 했지만 종탑의 무게를 분산하기 위해 바깥쪽으로 뻗어 놓은 날개, 그리고 출입문 위쪽으로 둥글게 형성해 놓은 스테인드글라스 등에서 고딕양식의 골격을 읽을 수 있다.

 

실제로 1882년 이 성당을 처음 설계했던 프란치스코 드 P. 비야르는 이 성당을 고딕양식으로 고려했었다고 한다. 이듬해 약관 31세의 가우디가 설계를 인수하였으며 가우디의 설계도에는 성당을 라틴 십자형으로 했다고 한다. 고딕 양식의 성당에서도 십자형으로 카테드랄(주교 상주의 대성당)이나 성당을 건설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대성당은 두 줄의 기둥열을 세운다. 두 기둥열의 가운데 공간을 신랑이라 부르고 좌우 기둥 바깥쪽 공간은 측랑이라고 부른다. 아래 사진은 입구의 상단. 올려다 보이는 십자고상이 들어가는 사람을 내려다 본다. 입장권(12.5유로)과 종탑 엘리베이터 탑승권(2.5유로)을 구입해 안으로 들어갔다(13:55). 엘리베이터 탑승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내가 구입한 표는 오후 3시에 탑승할 수 있는 티켓이었다. 이 쪽 면의 파사드에는 그리스도의 수난을 주요 테마로 장식하였다.

 

 

입구의 우측에는 두개의 입상과 한 개의 쭈그리고 앉은 좌상이 보이는데 직선과 곡선을 섞어 놓은 이 성상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십자가의 고난을 짊어진 예수의 고통을 괴로워함인지...

 

왼쪽으로는 역시 곡선과 직선을 섞어 놓은 말탄 군인의 모습이 역동적이면서도 우아하다. 예수를 체포해 간 빌라도(Pilato)의 군인이 아닌가 짐작해 본다.그 아래로는 두 개의 성상이 있지만 누구인지는 알 길이 없다. 물론 멩가 논 사람은 알겄지.

 

아래의 성상은 체포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가시관을 쓴 모습 같기도 하고... 예수의 탄생을 주테마로 한 파사드의 장식은 가우디 자신의 작품이고 이 곳 예수의 수난을 주테마로 한 입구 장식은 그 이후의 작품이다.

 

안으로 들어가 보면 어디서 생전 듣도 보도 못한 희한한 양식의 기둥과 천장이 눈을 압도한다. 역시 동화의 나라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내부적으로는 5신랑과 5신랑이 교차하는 형태로 지어졌다고 하는데 뒤늦게 이런 글을 읽으니 도대체 무슨 소린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보통 대성당에는 1개의 신랑과 좌우에 2개의 측랑을 가진 것이 보통인데 이거 영 사람 고민시킨다.

 

천장에는 바닥으로부터 올라간 기둥이 갈라져서 천장과 맞닿았고 신랑 천장에 태양처럼 방사형으로 장식된 여러개의 장식 개개의 한가운데에는 구엘공원에서 보았던 원형 장식의 문양과 유사한 장식이 박혀 있다.

 

고딕양식을 의식한 듯 스테인드 글라스와 이를 끼고 있는 아치는 끝이 뾰족하다. 이 곳은 성당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십자가의 우측 날개에 해당되며 밖으로 나가서 보면 예수의 탄생이 테마로 장식된 파사드가 있다. 

 

아래의 사진은 십자가의 왼쪽 날개에 해당되며 밖으로 나가면 그리스도의 수난이 장식된 파사드가 있다.

 

 

 

동영상으로 찍어 보았다. 동영상 초기화면의 방향은 십자가의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곳이며 우산처럼 생긴 아름다운 장식 아래에는 십자고상이 매달려 있다.

 

 

 

우측 날개로 나와 예수 탄생 테마의 파사드를 가까이서 감상해 보았다. 이곳이야 말로 이 성당에서 가우디의 손 때가 가장 많이 탄 곳이어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이 아래에서 사진을 찍어댔다. 사실 이곳이 가장 가우디스러운 곳이다. 들어왔던 입구와는 어쩌면 이렇게까지 다른지 이 것이 한 성당에 함께 한 벽면인지 의심이 갈 지경이었다.

 

 

오후 세시가 되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보았다. 엘리베이터는 예수의 수난 테마의 파사드(십자가의 우측날개부분)로 들어서면 오른쪽에 그 탑승구가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단체 관광객이 대부분이어서 그들을 한꺼번에 태우려니 혼자 온 내게는 그들보다 먼저 남는 공간에 빈대껴서 탈 수 있는 혜택(?)을 주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바르셀로나 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저 멀리에 총알같이 생긴 건물도 현대건축으로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 건물이어서 한번 들러볼 계획도 갖고 있었지만 시간 부족으로 결국 이 곳은 들러보지 못한 채 떠났다. 하기는 가우디의 건축도 모두 보고 온 것이 아니어서 무엇보다도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어쨌든 내려다 보이는 시내 보다는 바로 이 성당에 관심이 잔뜩 쏠린 나는

 

탑 안에서도 건축물 자체를 감상하기에 바빴다. 아래의 사진은 설계된 12개의 종탑 중 일부에 불과하며 아직 건설되지 못한 4개의 종탑을 제외하면 8개가 현재 하늘을 찌르고 있다. 종탑이 12개로 설계된 것은 예수그리스도의 열 두 제자를 의미하며 그리스도께 바치는 중앙탑이 설계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 탑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것 같다. 

 

 사진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종탑 아래를 내려다 보며 내부를 찍은 사진

 

종탑 위로부터 안쪽으로 빙글빙글 둘러 설치된 나선형 계단을 통해 천천히 내려 오면서 내다 보이는 성당 건물의 외벽과 탑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이 성당은 여기저기 건축중인 관계로 작업 자재와 공사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이 성당은 언제 완공될 지 예측할 수 없다고 한다. 가우디는 '이 건축의 주인이신 하느님이 서두르지 않으시기 때문에 공사가 천천히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고 하는데 완성될 그 날짜는 진정 하느님만이 알고 계시는 모양이다. 가우디 사후에는 건설이 중단되었다가 1940년에 공사가 재개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가우디가 직접 손을 댄 부분은 예수의 탄생을 주제로 한 파사드와 1개의 종탑 뿐이라고 한다.

 

종탑에서 거의 다 내려올 무렵 안쪽으로 들여다 보이는 성당의 내부

 

 

 

이 곳에서만 마냥 발바닥을 붙이고만 있을 수 없어 성당에서 가우디의 숨결을 체감한 감동을 뒤로한 나는 버스를 타고 가우디의 주요 건축 중 하나인 카사밀라를 향해 가기 위해 디아고날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정거장에 표시된 노선을 보니 33번 버스와 34번 버스가 디아고날로 갔다. 내가 탑승한 33번 버스의 내부.

 

디아고날에서 내려 사람들에게 물어 찾아간 카사밀라의 외관이다. 이 곳도 역시 외벽 보수 공사중이었다. 스페인을 돌아다니던 내내 느낀 것은 이미 오래 전에 세워진 건축물들을 보수하는 것은 수도 없이 보았지만 새로 짓는 건물은 거의 보지 못했다. 옛 것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왠지 모르게 성장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웨이브를 탄 곡선의 건물 못지 않게 제멋대로 자유 분방한 난간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아름답고 독특하며 또한 독보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입장권을 사서(11유로, 17:50) 안으로 들어가 돌아다 본 출입문. 세상 어느곳에 이렇게 감감적이고 아름다운 문이 있던가. 

 

안쪽으로 들어가 우측으로 돌면 이 곳 거주자들의 출입 계단이 나온다. 이 곳은 외부인은 걸어올라갈 수 없다. 사적인 영역인 탓이다.

 

올려다 보면 둥글게 둘러쳐진 집들의 구조가 훤하게 하늘을 이고 있다. 이 곳 창문의 난간을 만든 감각 또한 감각적이고 유별나다. 창은 살짝 두리뭉실하게 박혀 있다.

 

관광객들은 여기서 잠깐 기념 촬영을 한다.

 

 

이러한 중정은 이 건물에 두 개가 배치되어 있고 한개 층에는 4개의 세대가 거주한다.

 

1층에 배낭을 맡긴 뒤 이번에는 가장 높은 곳 한 개의 층을 보기 위해 개방된 통로를 따라 계단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걸어서 올라가는데 내려 오면서 볼 수도 있었지만 나는 일부러 조금이라도 더 보기 위해 계단을 걸어 오르기로 했다. 계단은 물론 난간, 창, 벽의 꺾임 등 모두가 딱딱한 느낌의 직선은 거의 보이지 않고 두리뭉실하다. 벽도 물결모양으로 이분하여 색을 달리 칠해 계단에서 흔히 느끼는 위압감이 없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이 곳은 가우디가 건축한 고품격의 맨션으로 라 페드레라(채석장)이라고도 불리운다고 한다.

 

가운데 중정을 두고 있어 집구조는 길게 배치되어 있다. 식당.

 

거실에서 내려다 본 그라시아 거리. 무엇보다 난간이 무척 인상적이다.

 

소박한듯 하면서도 고전적인 분위기의 욕실.

 

이 곳은 주방이었던듯하다.

 

세탁실. 이 세탁실의 건너편에는 하녀의 방도 마련되어 있다. 그런 안내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작고 소박한 그 방에 하녀의 복장이 벽에 단정하게 걸려 있기 때문에 그리 판단되었다. 이 개개의 집들은 가구당 400 제곱미터의 공간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 곳은 가장 꼭데기층으로 가우디의 가구, 그가 응용했던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곳의 천장은 늘여뜨린 쇠사슬이나 동물의 갈빗대를 응용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바깥에선 전체적인 윤곽을 볼 수 없었지만 이 곳에 미니어처가 설치되어 있어 대략적인 구조 파악에 도움을 주고 있다.

 

옥상에 올라 오면 마치 조각공원을 방불케 하는 조형물들이 눈에 띤다. 고대의 헬멧같은 굴뚝에 아치와 터널같은 조형물이 이 빌라의 품격을 과시하고 있었다. 건축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저 건너에 보인다.

 

옥상에서 내려다 본 중정이 보는이에게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눈요기만 해도 행복한데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배 내밀고 방귀 깨나 뀌는 사람들일테지만 이러한 예술작품 안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어떤 느낌일까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