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7.3(토)
전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 이유는 여행전 휴식을 위해서였다. 05:30에 일너나 대충씻고 전날 꾸려 둔 짐을 다시 한 번 확인한 뒤 06:00에 숙소를 나섰다. 물론 어학연수 기간중 숙박비는 이미 다 지불이 되었고 상당히 비싼 이틀간의 숙박비를 날려먹는 것이 참으로 아까운 생각이 든다. 아침 07:00가 되어 북경역에 도착했다. 북경의 기차역들은 왠만한 공항의 규모를 압도했다. 북경남역도 그랬지만 북경역도 규모는 엄청 큰편이었다.
시간이 남아 식사할 곳을 찾아 보았다. 어딜 가나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 주변은 뜨내기 장사인 탓에 제대로 된 식당은 만나기 쉽지 않다. 고만고만한 식당을 지나쳐 그나마 찾은 곳이 리시엔셩(李先生)이라는 패스트푸드점이다. 지난에서도 본 적이 있는 것을 보면 체인점인 모양이다. 이후 이 리시엔셩이라는 패스트푸드점은 가는 도시마다 있을만큼 성공적인 사업체인듯하다.
내부는 전형적인 카페테리아풍이다. 이 곳으로 들어온 이유는 그나마 위생은 그중 가장 나을 것 같은 생각에서다.
아침 식사이니만큼 거창하게 먹을 생각도 없고 기차 시간을 앞두고 있으니 여유를 부릴 상황도 아니었다. 면을 고르다 여기서 주문한 음식은 지아주니우로우미엔(加州牛肉面: 15위엔)이었다. 감동적인 맛은 아니어도 잠깐시간 동안에 먹을만은 했다. 식당에서 나와 역으로 가던 길에 수퍼에 들러 물을 하나 샀다. 3위엔짜리 물을 6위엔이나 받넹? 완전 도둑놈들이 따로 없다. 기차시간 임박인데 역으로부터 벗어나 물을 사올 형편도 아니었다.
한국같으면 기차 출발 10분 전이나 되어야 개찰하지만 이날 08:07 출발 차량이지만 7:30에 도착해 보니 이미 개찰중이었다. 내려가 보니 나를 태울 기차가 이미 대기중이었다. 자리를 찾아 앉으려고 보니 이미 서양인 부부 두명과 두 아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들은 표를 구할 당시 좌석이 나뉘어져 있었던 모양이다. 그들이 자리를 바꾸어 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물어보는 표정은 부탁조가 아니고 "바꿔줄 수 있지?" 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내 표를 내 준 뒤 그들이 가진 표 중 하나를 받아 들었다. 어려운 일도 아니었지만 염치란 것을 배운적이나 있는지 없는지 그들은 고맙단 소리는 고사하고 그런 내색도 없었다. 내심 불쾌했지만 표를 받아 자리를 찾았다. 현지인 젊은이들이 몇 명 앉아 있었고 도착하자마자 그 중 여학생 하나가 자리를 바꾸어 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나는 다시 표를 내주고 그들의 표를 받았다. 그들은 그래도 예의를 알았다. 바꿔든 표를 다시 들고 가니 이 번에도 바꿔달란 소리가 나왔고 나는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짜증을 억누르고 표를 다시 바꿔들고 보니 다음칸 객실이었다.
가서 보니 이 곳이 훨씬 나았다. 마지막 열차칸이었는데 이 곳은 사람이 많지 않아 쾌적한 여행이 가능할 것 같았다. 자리를 찾아 앉고 보니 4사람이 마주앉게 배치된 자리 건너편에 이미 아주머니 한 분이 마주 앉았다. 왠지 까칠한 인상이라 말도 못붙였고 아주머니 역시 내겐 시큰둥도 안하신다. 이 때까지도 칭다오피지우증후군이 있어 칭다오 맥주를 찾다가 없어서 대안으로 옌징맥주를 꿩대신 닭으로 앉혀 놓고 사진 한 장 찍었다. 사진 찍으면서 은근슬쩍 마주 앉으신 아주머니도 피사체로 담았다. "아줌마... 무서워요..."
중국에서 누리는 두 번 째 열차여행의 낭만이다.
바깥으로 내다 보이는 경관은 무척 뛰어나고
간간히 최소한의 개발만이 이루어진 시골마을은 정겹기 그지없다.
이른 시간에 일어나느라 피곤했는지 이런 풍경을 두고도 한 시간 정도는 정신없이 잤다.
청더(承德)에 도착한 시간은 12시가 넘어서였다.
청더역에 도착하자 마자 비슈샨좡(避暑山莊: 피서산장)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청더 시내는 시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산과 강이 아름다워 버스 안에서 충광을 내다 보기에도 좋아 첫 인상이 아주 좋았다. 피서산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묵고자 했던 호텔이 하나 있었다. 지도상으론 피서산장을 지나 대략 한 개 정류장 다음에 내리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과 달리 강을 낀 도로만 길게 뻗어 있고 주변엔 아무것도 없었다. 사실 지도상에 나와 있는 도로도 실제와는 달랐다. 다시 택시를 타고 묵고자 했던 호텔 지아오공후오동종신(敎工活動中心)으로 가자고 했다. 기사는 무조건 10위엔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생각없이 그러마고 올라탄 뒤 도착하고 보니 화가 났다. 그 호텔은 피서산장 바로 옆에 있었고 거리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단거리였다. 그런데 10위엔이라니 어이가 없었지만 이미 약속한 터라 돈을 내주면서도
"이런 단거리를 10위엔이나 받으면 너무한거 아닙니까?"
하며 지나가는 말로 살짝 투덜거렸더니 이 곳의 택시비는 기본이 무조건 10위엔이란다. 하기는 이 곳 청더는 기후가 좋아 청나라 때 황제의 피서산장을 지을만큼 살기 좋은 곳으로 정평이 나 있고, 지금도 여름만 되면 기차표 구하기도 쉽지 않고 호텔 숙박료는 천정부지로 값이 치솟기로도 악명이 높다.
어쨌든 가이드 책자에 나온 이 호텔은 가격이 부담이 없는 곳이라 찾아 가 본 것이다. 밖에서 보기엔 3성급 정도인데 실제로 찾아가 알아 본 방값은 놀랄 정도로 비쌌다. 가이드 책자에는 도미토리가 90위엔이라고 나와 있었지만 그들은 도미토리가 무언지도 몰랐다.
여직원이 전세계 어디서나 통용되는 DORMITORY란 말을 이해하지 못하니 난감했다.
혹시 중국어로 무언가 다른 단어를 사용해야 하는가 싶어 전자사전을 찾아 보려 했지만 이 것도 막연했다. 도미토리란 영어로 기숙사라는 뜻이다. 개념을 설명했지만 그런 것도 있느냐며 어이없어 하는 반응이었다. 만일 도미토리가 있다면 이걸 이해 못할리 없었다. 그래서 단팡(單房: 독실)을 보니 얼마였더라... 기억은 확실히 안나지만 한국의 동급 호텔과 비교해도 놀랄 정도로 비쌌다. 슈앙팡(雙房: 더블룸)은 말할 것도 없고 프론트 벽면에 표시된 맨 밑에 표기된 값싼 방이 있어 그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매이씨을(每時)이라 써있는 지극히 값싼 방은 시간제 대여의 개념이었다. 쉽게 얘기하면 남녀가(반드시 남녀가 아닐 수도 있기는 하겠지만) 잠시 머물렀다 가는 방인 것이다. ㅡ,.ㅡ;
어쨌든 나는 이 곳을 나와 호텔 몇 군데를 더 다녔지만 도미토리는 없었다. 나는 모로코에서처럼 도미토리라는 개념 자체가 아예 이 곳엔 없는 개념이 아닐까 의심하기 시작했다. 더 큰 문제는 어딜 가도 좀 깨끗하다 싶은 호텔에는 방이 없었다. 처음 도착해 주변 풍광에 호감을 가졌던 이 도시는 호텔이 비싸고 그나마 구하기도 어렵다는 사실 때문에 점점 인상이 나빠지기 시작했고 이 도시로 온 것 자체가 후회되기까지했다.
나는 좀 으슥한 곳의 싼 곳을 다녀 보았다. 감옥같거나 아님 귀신이 튀어 나올 것 같은 우중충한 곳들이 100~150위엔이었다.
돌아다니던 끝에 어느 호텔에서 여직원이 산장 호텔에 가면 아마도 방이 좀 남아 있을지 모른다는 정보를 주었다.
충고대로 샨좡빙관(山莊賓館)에 가 보니 방 값은 장난이 아니었다.
가서 보니 방은 있는데 이 곳도 방값은 엄청나게 비쌌다. 단팡(독실) 기준으로 780위엔이었던가... 해도해도 너무하는 수준이었다.
여러명의 여직원 중 한 명에게 방이 있느냐고 물으니 어떤 방을 원하느냐고 묻는다. 독실을 원한다고 하니 벽면에 있는 독실 요금을 그대로 말했다. 나는 약간 고민스러워 하다가 가격표 아랫쪽에 380위엔짜리를 발견하고 그게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 때부터 여직원은 불친절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녀가 설명하는 내용은 이상하게도 하나도 알아들을 수 가없었다. 나는 그녀가 쓰는 말이 보통화인지 의심이 갔다.
재차 물었더니 짜증기를 섞어 내뱉었다.
"급이 낮은 방이예요."
간신히 구하게 된 방이라 화가 나는걸 참고 그 방을 달라고 했더니 방 카드 키를 내주며
"보고 오세요." 했다.
괜찮다고 그냥 계산하고 입실하려 한다고 했더니 다시 짜증을 섞어 내뱉었다.
"카드로 계산하고 입실했다가 맘에 안들면 취소도 안되는데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나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오기 시작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방으로 가서 확인을 해 보았다. 다른 도시에 가면 100위엔이면 뒤집어 스고도 남을 방이었다. 하지만 여름 성수기에는 방을 구하기도 어려운 곳이고 요금 횡포도 방법이 없는 시기였다. 자존심을 세워 카드키를 집어 던지면서 '더럽게 불친질해서 안묵는다.'고 욕하고 나갈 생각도 해봤다. 생각해 보니 내가 더 아쉬운 상황이었다. 게다가 똑같아지지 말자는 생각도 들었다. 값싼 방(값싼 방이라지만 7만원이 넘었다)을 찾으면서부터 불친절해지기 시작한 그녀의 태도는 그녀의 말을 상당부분 못알아 들어 더욱 짜증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말한 것이 보통화였다면 아주 전문적인 용어가 아니고선 못알아 들을리도 없었으니 나도 부아가 더 치민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그녀는 내게 친절할 의무가 있지 않은가.
아래의 사진은 본관 건물이고 내가 묵은 380위엔(7만5천원정도)짜리 방은 뒤쪽 후미진 곳에 있는 같은 호텔의 게스트하우스였다.
프론트로 가 묵기로 결정햇다고 하고 카드를 내밀었다. 계산이 끝나자 나는 일부러 그녀에게 영어를 할 줄 아는지를 물었다. 그녀의 얼굴에 당황기가 역력하게 스쳤다. 보통화는 아님직한 중국어를 구사한 그녀가 나의 기를 죽여 놓았으니 이 번엔 내가 영어로 그녀의 기를 죽일 속셈도 있었는데 이게 적중한 것 같았다.
"좀 할 줄 알아요."
"나는 이 도시에 처음 왔고 무척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불친절한 이유를 도대체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당신 때문에 이도시에 대한 인상이 무척 좋질 않군요"
라고 말한 뒤 그녀의 눈을 쳐다 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떨구고 간단한 안내를 해 주었지만 말소리는 그 전과 완연하게 달라져 있었다. 참길 잘했군.
아래의 방이 그 잘난 7만5천원짜리 방이다.
화장실도 공공화장실보다는 조금 낫고 샤워시설은 엉성하다. 어쩌랴 이것도 간신히 구했는걸.
호텔에서 샤워를 하고 잠시 쉬었다.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어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식당을 고르는 방법은 역시나 정처없이 싸돌아 다니다 사람 많은 곳 나오면 그 곳이 갈 곳이다. 다니다 보니 바깥에서 보는 고전적인 입구의 모양새와 다른 식당에 비해 붐비는 바로 이집. 지조우(記粥)라는 식당이다. 사실 호텔에서 나오자마자 우회전하면 바로 보이는 집이다.
이 곳에서 주문한 음식은 펑웨이지아(風味茄: 28위엔)와 샤오미조우(小米粥: 3위엔) 그리고 칭다오맥주(8위엔). 아래 사진의 칭다오 맥주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칭다오와는 레이블이 다르다. 맛도 왠지 다른듯하고 맛은 그만 못한 느낌이다. 펑웨이지아는 땅콩, 가지, 피망, 토마토를 넣고 볶은 요리인 것 같다. 넣은 순서야 뻔하지 않겠나. 단한 재료부터 무른 재료 순으로 넣어 볶으았을테지. 지레짐작으로 때려맞춰 보자면 기름-->땅콩-->피망-->가지 -->토마토-->간장 일게다. 맛은 중국의 볶음 요리들이 그러하듯이 아주 좋다. 샤오미조우는 말 그대로 아작낸 쌀로 끓인 죽이다. 두 가지 요리 맛이 모두 좋아 먹다보니 초저녁인데 맥주를 두 병이나 마셨다. 이집 저렴하고 맛이 있어 강추할만 하다.
나는 식당을 나오면서 혹시 지 주변에 야시장이 열리는지 물었더니 번화가 방향으로 조금 나가면 항상 열리는 곳이 있다고 한다. 저녁을 먹고 나와 한동안 호텔에서 잠깐 쉬고 저녁 8시 45분이 되어 그 야시장이란 곳이 궁금해 밖으로 나왔다. 기후가 좋네 어쩌네 하는 곳이 덥기는 매한가지였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곳 온도는 베이징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피서산장 입구에는 조명을 밝혀 놓아 적지 않은 운치가 많은 사람들을 잡아 끌고 있었다.
어디에 있는지 몰라 무턱대고 가르쳐 준 방향으로 나가 보니 번화가가 나온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늦은 시간임에도 청더의 시민들은 더위를 피해 밖으로 나와 밤을 즐기고들 있었다.
이번엔 골목으로 들어가 보니 몇 몇 상인들이 야외 간이 식당을 내고 있었다. 이 곳을 야시장이라고 하는 모양이었다. 여러가지 음식이 있었지만 내가 관심을 가진 곳은
각종 고기와 생맥주를 파는 집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철판 위에 볶을 고기와 야채를 스스로 옵션으로 골라 먹는 것이었다. 나는 양고기(20위엔)와 양파(5위엔)를 골랐다. 찍어먹을 양념으로 훠궈에 넣는 땅콩양념을 골랐고 생맥주도 주문했다. 엘피지 가스통에 얼기설기 대충 연결한 가스완은 이들의 안전불감증을 다시 한 번 내게 각인시켰다. 아래의 불판 위에는 내가 주문한 양고기와 양파가 지글거린다. 버너도 엉성해서 열을 받은 간이 테이블은 불이 붙어 주인이 달려와 황급하게 물행주를 집어던져 끄는 헤프닝도 발생했다. 혼자 앉아 음식을 볶아가며 마시는 시원한 맥주 맛은 이 더운 날 맛볼 수 있는 여행중 최고의 행복감이 있었다. 글쎄 남들이 보면야 궁상이라고 할른지 몰라도...
이 곳에서 일어난 시간은 10시 13분이었다. 기차시간 탓에 일찍 일어나야만 했고, 장거리 여행을 한데다 호텔방을 구하느라 받은 약간의 스트레스 때문인지 피곤한데다 술까지 달근하게 마셨으니 지금 들어가서 다시 샤워한 뒤 에어컨 틀어놓고 자면 세상 부러울 게 없을 것 같았다. 호텔로 돌아와 에어컨을 켜고 샤워를 한 뒤 TV를 켜니 한국 번안가요가 나온다. 채널을 돌려보니 한국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이제 막 시작하고 있었다. 아직까진 한류가 중국에서는 유효한가보다. 안 본 영화라 보고도 싶었지만 대략 30분 지나니 졸음이 오기 시작했다. 내일도 아침 일찍부터 하루종일 땀범벅인 채로 뙤약볕을 누빌테니 오늘은 일찍 자는게 현명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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