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0 중국어학연수

중국어학연수8(베이징)

코렐리 2010. 8. 17. 15:23

2010.7.2(금)

이 날 수업도 그냥 그렇게 특별한 사건 없이 지나갔다. 틀에 박힌 수업 내용은 청력도, 독해도, 회화도 서울의 학원에서 듣던 내용과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긴 수업 내용이 별다를 것이라는 생각이나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다만 하루 한 시간 공부하던 것을 이 곳에서는 할수 없어서라도 그 네 배를 공부한다. 게다가 가는 곳마다 프리토킹 실습지이니 이 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평소와 똑같이 7시에 일어나 씻고 여덟시 수업시간에 맞춰 물 한 병 사들고 헐레벌떡 가서 수업 듣고 1시간 지나면 쉬는 시간을 이용해 커피와 빵이나 샌드위치로 늦은 아침을 때우는 것은 매일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다. 다만 수업이 끝나면 그 뒤부터는 매일 다른 일상과 사건의 연속이다. 점심식사로 시작되는 새로운 오늘. 점심은 전에 먹었던 야채요리가 또 생각나 그리로 갔다. 야채요리를 위해 주식으로 주문한 것은 볶음밥. 에구야, 이거 먹기 왜이래 버겁고 많냐. 한꺼번에 저녁까지 먹을 수 있다면 그러겠지만 그게 안되니 남기는 수밖에. 하지만 야채 요리는 남김없이 홀랑 다먹었다.  

  

베이징위옌다쉬에(北京語言大學) 남문 앞에서 690번 버스를 타면 베이징대와 칭화대를 거쳐 위엔밍위엔(圓明園)과 이허위엔(頤和園)이 멀지 않고 같은 버스를 반대편으로 타면 치엔먼에 이른다. 멀지 않은 곳에 우다오커우(五道口)역이 멀지 않으니 교통이 분리한 곳이긴 하지만 시내 중심가로부터 멀다는 점이 단점이다. 이 날 가고자 했던 곳은 위엔밍위엔으로 물과 몇 개 정거장에 불과했다. 혼자 점심을 먹은 나는 혼자서 버스를 타고 위엔밍위엔으로 갔다. 입구에는 화단을 조성하고 에드벌룬을 띄워 화려하게 장식했다.

 

이 곳 위엔밍위엔 내부에는 세 구역으로 나뉘어져 표값은 선택하여 내면 된다. 이 곳에선 세 곳 모두 표를 한꺼번에 구입할 경우 "통표"라고 칭한다. 통표의 값은 25위엔. 학생증을 제시하니 단기 학생은 할인혜택이 없단다. 되는 곳 있고 안되는 곳 있으니 일단 찔러보고 볼 일이다. 표를 구입해 들어가니 회단 위로 화려하게 만들어 놓은 공작부터 눈에 들어 온다.

 

이 날도 뙤약볕은 장난이 아니게 쏟아졌지만 이 곳을 거니는 현지인들은 적지 않았다.

 

공원 호수에 고인 물은 의외로 깨끗해서 깊지 않은 바닥이 선명하게 들여다 보인다.

 

베이징 서북부 베이징대학과 칭화대학을 끼고 있는 위엔밍위엔은 청조의 융성기(1709~1795)에 꾸며진 347만제곱미터의 황제의 별장으로 꾸며질 당시 원명원, 창춘원, 만춘원으로 세 개의 정원을 총칭해 우엔밍싼위엔(圓明三園)으로 불리었다 한다.

 

1860년 10월 제 2차 아편전쟁 종결을 위해 침공한 영불연합군에 의해 완전히 파괴되어 150년째 방치중이라고 한다. 중국의 입장으로는 뼈아픈 전쟁이기에 방치라기 보다는 이를 기억하기 위해 일부러 복원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공원은 크게 호수와 호수를 뒤덮고 있는 연잎, 그리고 버드나무가 주로 공원의 분위기를 낸다.

 

 

 

 

 

서양식 건물로 지어졌다가 폐허가 된 황제의 별장으로 가 보았다.

 

그야말로 폐허다. 돌로 지어진 서양식 궁전의 파편들은 아직도 이 곳 저곳을 대충 굴러다니고 있어 가능만 하다면 집어가도 모를 판이었다.

 

 

 

 

 

 

아무리 서양식 궁전이라고는 하지만 중국에는 있지도 않은 서양 기사의 갑옷과 문장들은 조금 어안이 벙벙하게 만든다.

 

 

 

이 곳을 서둘러 보고 나머지 한 곳을 더 보아야 했지만 시계는 이미 네시 반을 지나고 있었다.

 

이 곳에 오기 전에는 이렇게 큰 곳일줄은 미처 몰랐다. 나머지 한 곳을 포기하고 서들러 전동차까지 타고 돌아가야 했던 데는 보장없는 약속 때문이었다. 전날 경극을 본 뒤 야시장에서 세미와 그 친구들 앞에서 했던 경극에 관한 이야기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나는 문화체험의 필수 코스인양 이야기했다. 호기심을 가진 이들이 비싼 입장료때문에 갈지 말지를 고민했다. 나는 이 날 위엔밍위엔을 들렀다가 숙소에 들러 대충 씻은 뒤 경극을 보러 갈 계획을 말해주고 관심없으면 말고 관심있는 사람은 남문으로 나오라는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절대 실없느 사람이 되기 싫었던 나는 약속시간에 맞게 남문에 도착하려고 했고 버스를 타고  하교 남문에 도착한 시간은 정확했다. ㅡ,.ㅡ; 교문 안을 들여다 보니 세미가 혼자 나와 있었지만 외출복장은 아니었고 화장기도 없었다. 더위를 먹었는지 얼굴색도 말이 아니었다. 아무도 없으면 그냥 나혼자 간다고 했지만 혼자 갈 내가 영 걸렸던 모양이다. 골골거리는 이녀석을 숙소에 데려다 주고 나는 다시 곧바로 690번 버스를 타고 치엔먼으로 가 버스를 다시 갈아타고 전날 갔던 극장을 또 갔다.

  

오늘은 전날보다 조금 저렴하게 180위엔(3만5천원)짜리 티켓을 끊어 들어갔다. 이 날은 시간이 어정쩡해 저녁은 먹지도 못하고 들어갔다. 하기는 다양한 다과가 테이블에 나오니 그것만으로도 대충의 요기는 가능하다. 180위엔짜리 표를 내자 무대에서 가장 먼 자리 중에서도 가장 중앙의 자리로 안내했다. 안내 받은 자리에는 이미 젊은 여학생이 앉아 다과를 즐기고 있었다. 같은 테이블에 앉자마자 친회력 뛰어난 나는 먼저 내 소개를 하며 명함을 내어 준 뒤 그녀의 소개를 들었다. 이름은 위미아오즐이고 베이징인민대학부속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대학시험을 이제 막 마쳤단다. 특이하게도 그녀는 이름과 학교, 이메일이 나와 있고 글로벌 청소년 지도자연합(Global Young Leader Conference)라 적힌 명함을 내게 주었다. 이름 옆에는 괄호 표시를 해 놓고 영문식 이름을 트리니티(Triniti)라고 표기했다. 듣도보도 못한 고등학생의 명함을 받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그녀는 그나마 한 장 남은 명함이 살짝 구겨져 미안해했다. 예쁜 구석은 없지만 자신의 전통문화를 즐기는 이 참심한 모습에 기특한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이 나이를 먹고서야 국악을 즐기기 시작했지만 중고등학생이 우리 전통을악을 즐기는 것을 보면 그렇게 흐믓하고 대견할 수가 없었다. 이 새롭게 만난 친구를 보며 그러한 신선함과 대견함이 볼수록 귀엽다는 생각이 내내 들게 했다. 말투가 다른 북경사람들과는 많이 달라 어디 출신인지를 물었더니 시안(西安)출신이란다. 곧 합류할 두 명의 친구들과 함께 시안에 갈 참이라 하니 반가와 한다. 경극을 보는 동안 트리니티(중국 본명이 있지만 부르기 불편하니 영문으로... ㅋㅋ)는 경극을 보는 동안 내게 중간중간에 설명을 해주곤 했다.

 

첫 공연은 전부터 보고싶었던 초패왕과 우희의 고사였다. 아래의 공연 내용은 초패왕과 우희의 사면초가 속 마지막 이별주를 나누는 명장면 중 명장면이다. 이 극에는 움직임이 적고 기예에 가까운 무술장면은 더더욱 없어 보는 재미는 약할지 몰라도 음악 자체로서 경극을 접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작품이었다.

 

공연이 시작되었는데 우리 자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테이블에 잡담을 하는 개매너를 가진 쉬키들이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세 쌍의 연놈들이었다. 남유럽인들로 의심되지만 역시 짐작이다. 나는 지나가던 안내원을 불러 저 사람들에게 주의를 시켜 줄 것을 당부했다. 안내원은 당황해했다. 영어도 잘 모르는 것 같고 조심스럽기도 했던 모양이다. 그녀는 약간 망설이더니 그들에게 가 뭐라고 이야기하면 약간의 손짓과 발짓을 했다. 한 놈이 알았다는 듯 제스쳐를 취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마치 커피숍에서 저희들 이야기 나누듯 거리낌없이 떠들었다. 참다 못한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조용히 좀 해주시겠습니까. 했다.

연놈들은 특히 사내놈들이 미안하다는 말은 없이  꼽다는 듯이 쳐다 보기만 했다.

"전 이 공연을 좀 방해받지 않고 봐야겠습니다." 했더니 그제서야 알았다는 소리를 겨우 했다.

문화가 뭔지 예술이 뭔지도 모르는 무식한 인간들을 위한 자리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이따금 웅성거리면서도 이따금 나를 쳐다 보는걸 보면 나를 의식하고는 있었던 모양이다.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불쾌한 인간들 때문에 오늘 공연 보는데 기분 잡치고 싶은 생각은 눈꼽만치도 없어 그 이후 나는 그들을 철저히 외면했다. 

 

두 번째 공연은 손오공이 염라대왕을 농락하는 장면었이다. 경극에서의 캐릭터 분장은 이미 정해져 있어 이에 대한 지식을 어느정도 갖고 있으면 설명이 없어도 유명한 작품이라면 어느 작품속의 누구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베레모 같은 모자를 쓰고 촐싹거리는 캐릭터가 바로 손오공이다. 

 

나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공연을 봤던 고교생 트리니티다. 새로운 친구를 만났으니 블로그에도 소개하고 싶으니 사진을 한 장 찍자고 했더니 처음엔 꺼리더니 이내 곧 포즈를 취해 주었다. 전통문화를 즐기던 그 신선하고 기특한 이 친구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숙소로 돌아가던 중 상문이를 우연히 마주쳤다. 저녁먹고 숙소로 돌아가던 중이라나. 나는 잘되었다며 이 친구를 죽 전문점으로 끌고가 죽 두 개를 산 뒤 하나를 맡기며 아파서 골골거리는 세미에게 전해줄 것을 당부했다. 중국에서는 어떤 죽은 달아서 우리 정서에 안맞는 경우가 많아 달지 않은 것으로 골라 주문하긴 했지만   숙소로 돌아가 어떨지 몰라 걱정하던 죽맛은 약간 짜다는 것 빼고는 아주 훌륭했다. 그냥 넘어가기 섭섭해 늦은 시간에 먹었던 야식은 성공작인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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