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11(일) 계속
폭포를 떠나 다음 장소인 토겐다이로 떠난 것은 거의 오후 1시가 다 되어서였다. 나만 그런줄 알았다. 아침 식사 때 밥을 엄청 많이 먹다 보니 나는 이 때까지도 배가 그들먹했다. 마사유끼와 뜀도령도 그렇단다. 마사요시는 전날 마신 술에 식욕이 없었다. 우리는 저녁을 당겨 먹고 점심은 건너뛰기로 했다.
이동중에 음식점으로 보이는 작은 건물이 예뻐서 함 담아봤다.
이주 스카이라인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여기엔 패러글라이딩 하는 사람들이 적잖이 눈에 띤다.
멀리 구름 위로 머리를 내민 후지산이 보인다. 후지산은 해발 3,700미터로 등반하는데 이틀이 소요된다고 한다. 첫 날 12:00경 출발하면 80% 지점에 도달하게 되고 다음날 정상까지 등반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정상에 오르면 상당히 춥다고 한다. 이상 마사유끼의 브리핑 내용.
패러글라이딩과 후지산을 감상한 우리는 다시 자리를 이동해 하코네 토겐다이로 향했다.
멀리 보이는 탁트인 바다와 푸른 하늘에 떠다니는 조각구름이 아름답다.
이 곳에서 화장실을 잠깐 들르고 다시 떠났다. 잠시 쉬는 동안 일단의 오토바이 부대가 지나갔다. 전에 오토바이 매니아였던 마사유끼는 동호회 사람들 50명과 함께 이 곳을 지난 적이 있다고 했다. 생각만 해도 볼만했겠다. 아닌게 아니라 사람들이 눈이 휘둥그래져서 쳐다보더라나...
주차장에 주차후(주차 500엔)
이 곳이 토겐다이다.
안으로 들어가 케이블카 티켓을 샀다. 이 번에도 마사요시와 마사유끼가 경비 지불을 하려고 하기에 이 번엔 내가 조금 더 서둘렀다. 당연한건데.
우리는 화산이 지금도 부글거리는 오와쿠다니로의 왕복표를 끊었다. 1인당 1,830엔이니 값이 만만치는 않다.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장사진이었다.
입구를 통해 들어가 지그재그로 늘어선 줄을 보니 놀랄만하다. 그렇게 비싼데도 이렇게 사람이 많으니... 그래도 20여분정도를 기다리니 바로바로 도착하는 케이블카에 승객을 싣고 바로바로 보내니 곧 우리차례가 되었다.
어린시절 창경궁에서 타 본 이후 케이블카는 처음인 것 같다. 토겐다이를 떠날 때의 모습을 뜀도령이 동영상에 담았다.
로프웨이 아래쪽으로는 길이 뚫려 있고 그 주변은 빽빽하게 나무가 들어찬 숲이었다.
조금 지나자 지면으로부터 김이 모락모락 나는 화산지대가 케이블카 유리문 너머로 보인다. 여길 지옥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 같던데...
오와쿠다니에 도착하자 그 유명한 검은 달걀 판매대가 보인다. 화산에 끓는 물에 익힌 계란을 파는데 그 뜨거운 물에 계란 껍질의 칼슘성분과 무슨 화학작용이라도 일으키는지 표면이 새카맣다. 이걸 사려다가 식어 있어서 안샀다. 포장된걸 보니 선물용인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190엔이나 비싸다. 포장값인듯.
밖으로 나가봤다. 사방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휴게소 왼쪽으로는 산이 헐벗었다. 수시로 일어나는 산사태로 지금도 무너진다고 한다. 산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오와쿠다니 안내판에서 한 컷. 한 쪽 눈이 다락지가 나서 밤탱이가 된게 선명하다. 이상하게 흔히 생기는 눈다락지도 아닌데 왜 하필 일본 여행만 떠나면 생기는거지? 몇 년 전 일본 칸사이 지방에 혼자 놀러 갔을 때도 눈다락지가 생겨 눈탱이가 밤탱이 되어 돌아다녔다. 이 번에도 어김없이 눈다락지가 생겼지만 이 번 일본여행엔 그래도 다락지가 나아가는 중이었다. 그것도 그 때와 같은 오른쪽이다. 이게 징크스라면 담 번에 일본을 다시 여행하게 되면 어찌될려나... ㅡ,.ㅡ;
공사안내에 한국어도 적혀있다. 일본 대부분의 곳에선 일어, 영어 한국어, 중국어가 모두 표시되어 있다. 한국어를 외국에서 보니 즐거운 일이다.
여기까지 와서 이 곳의 명물인 검은 계란을 안먹을 수 없지. 휴게소 여기 저기서 계란을 파는데 이 역시 장사진이었다. 나도 맨 뒤에 가서 줄을 섰다.
조금 지나니 앞 줄이 흐트러지며 오합지졸이 되며 어디선가 탄식 섞인 한마디 "Sold Out!"이 들렸다. 약간 고민이 되었다. 주인이 계란 운반용 간이 수레를 들고 나간다. 화산물이 부글거리는 저 윗동네로 올라가서 가져오겠단 소리다. 나는 잠깐 삐걱거리는 머리를 굴려 보았다. 딴데 가서 줄을 설 것인가 아님 여기서 계란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다른 휴게소 건물 안에서 파는 줄을 보니 그래도 거의 맨 앞까지 왔는데 여기서 나가 다른 줄에 서도 금방 살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고 여기서처럼 그새 다팔려 끊기지 않고 살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 나는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기념품 코너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유독 계란 파는 코너들만 사람들이 북적댔다.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지루했지만 무엇보다 고산지대라 바람이 차고 해도 구름 뒤에 가린지라 추웠다. 용감한 척 하고 반팔만 입고 올라 왔으니 기다리는 것도 쉽지 않다. 20여분을 기다리니 드디어 계란이 도착했고 500엔 주고 맛만 보자는 것이니 한 봉지만 사봤다. 한 봉지엔 5개가 들어 있었다. 이거 하루 매상이 얼마나 될 지 궁금했다.
은근히 춥던 차에 뜨끈뜨끈한 계란을 만지니 기분이 좋았다. 계란을 까고 보니 송화단처럼 속도 검을 줄 알았더니 속은 희다. "까마귀 감다고 백로야 웃지마라 겉희고 속검은건 너뿐인가 하노라..." 백로 고기가 검은 색인가? 뭐야? ㅡ,.ㅡ; 하나씩 먹고 나니 하나가 남았다. 내가 얼른 집어 깐 뒤 반을 쪼개 누굴 줬더라? 나머지 반은 내가 먹었다. 사람은 동작이 빨라야 손해를 안보는 법. ㅋ! 이 계란은 한 개를 먹으면 7년의 수명이 연장된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1.5개를 먹었으면 대략 10년의 수명이 연장되었다는 얘긴가? 내 손금을 보는 사람마다 벽에 똥칠하겠다고 말하곤 한다. 10년간 똥칠 더하게 생겼군. 이거 게워 냈어야 되는거였나? ㅡ,.ㅡ; 그래도 아래 사진을 보니 나도 참 어지간히 맛있게 먹었던 모양이군. 흐믓하게 씹고 있으니 말이다.
기념품 가게로 들어가 봤다. 별것 아닌듯 하면서도 기념품 하나하나가 참으로 귀엽고 예쁘다. 가격이 문제다. 넘 비쓰....
아황산 가스와 황화수소 가스가 여기저기서 새나오니 계란 썪는 듯한 냄새가 지천에 깔려 후각을 불안하게 자극했다. 오래 머물지 말라는 안내문이 적혀 있다. 계란 파는 사람들은 돈 들어 오는 재미에 이 사실을 잊고 있으면 변을 당하지 않을까. 돈 마니 벌고 일찍 죽으면 소용 없을텐데...
땅이 뱉어내는 화산물이 줄줄 내려오는데 석회를 머금고 있는지 물이 뿌옇다.
이 산엔 나무가 적고 있어도 살아있는 나무는 별로 없이 억새풀만 많았던 것 같다.
주말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오르고 내렸다.
계단을 따라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 올라가 보니
계란을 삶는 시설과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 곳에 계란을 담가 익히는데 계란이 담긴 망을 수시로 흔들어 골고루 온도를 맞추고 있었다.
뜀도령이 찍은 동영상이다.
바로 그 근처에도 계란을 파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계란을 까먹는 진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진작 이리로 올 걸 잘못했다. 여기선 계란 떨어질 일이 없는지 줄이 짧다. 게다가 주변은 바닥이고 테이블이고 온통 표면 검은 계란의 껍질 투성이였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일본인들도 여기서만큼은 유독 아무데나 계란을 깨서 버리니 좀 낯선 구경이다. 그렇긴 해도 사람 다니는 길은 역시나 깨끗하다.
여기서 중국인 관광객에게 부탁해 넷이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중국 충칭시에서 왔다는 그들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단체 사진을 찍어주랴고 물으니 사양한다. 나는 인사한 뒤 일행이 있는 쪽으로 몸을 돌리다가 내가 메고 있던 가방이 건드렸는지 그들 일행 중 한 노인이 들고 있던 카메라를 놓쳐 떨어뜨렸다. 다행히 약간의 흠집은 생겼지만 고장은 발생하지 않았는지 괜찮다고 한다. 어찌나 미안하던지... ㅠㅠ
전망대로 가봤지만 이렇다 할 전망은 없었다.
우리는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토겐다이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은 사람들이 벌로 없었지만 더 올라가는 코스는 역시나 사람이 많아 장사진이었다. 5시 30분까지 운행한다는 말에 5시경인가에 떠났다. 올라가는 길은 사람들이 엄청 줄서고 우리가 내려갈 길은 사람이 별로 없으니 마사유끼가 엄청 즐거워했다. 고약한 마음씨가 나를 뒤어 넘는군. ㅋㅋ
어제 술이 과했는지 마사요시가 내려오는 케이블카 안에서 졸았고 운전이 피곤했던지 마사유끼도 존다. 왠지 고맙고 미안한 느낌이 든다.
바로 앞에 한 아이가 아빠 품에 안겨 재롱을 피우는데 짝 째진 눈의 이 아이가 무척이나 귀여워 눈맞추기 놀이를 했다. 뜀도령이 옆에서 하는 말이 걸작이다. 애들은 진짜 귀여우려면 못생겨야 되는데 이 아이가 완벽하게 조건을 맞췄다는 거였다. 그런 것도 같고.
도쿄로 돌아가는 길은 엄청나게 차가 밀렸다.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길은 아예 차들이 움직이질 않을 정도였으니 어둠이 짙게 깔리기 시작한 마당에 도쿄로 돌아갈 길이 막막했다. 주말을 즐긴 도시인들이 빠져 나가는 긴 행렬이 줄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마사유끼는 귀신 같이 샛길과 도는 길을 골라 정체를 피해 다녔다. 운이 좋았는지 도교 교외가 모두 그런건지 다니는 골목마다 일본풍의 분위기가 강했다. 저녁때가 되어 우리는 민생고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저녁식사로 우리는 스시를 먹기로 했다. 국도를 요리조리 돌아다니다 발견한 회전초밥집 젠으로 갔다. 사전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길가다 배는 고프고 하던 차에 간판이 눈에 들어와 마사요시의 제안으로 다짜고짜로 가 본 것이었다. 이 때는 배도 많이 고파 초밥 20접시도 먹을 것 같았다.
주차를 하고 보니 줄을 지어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는 대기자 명단에 마사유끼의 이름을 등록하고 기다렸다. 나름 유명한 집인가 보다.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며 기다릴지 다른 곳으로 떠날지 마사유끼가 의견을 물었다. 사람 없는 식당에서 기다리지 않고 먹느니 기다렸다가 순서가 되어 먹는게 낫겠다는 생각이었다. 전자는 맛없다는 얘기고 후자는 맛있단 얘기가 될테니 그게 좋을 것 같았다. 다만 도쿄로 돌아가는 시간은 계속 늦어질 수 밖에 없었다.
대충 30분정도 조금 넘게 기다린 듯하다.
기다리는 동안 뜀도령이 심심했던가 보다. 빈술통만 보면 끌어 안고
마시는 시늉을 해 보이곤 했다. 사진에 뜀도령이 들고 있는 술병은 청주병이 아니라 맥주병이었다. 업소용인지 몰라도 일케 큰 맥주병은 보다가도 처음 봤다.
종업원이 바깥을 내다보며 "사사끼 짱!"하며 우리를 불렀다. 사사끼는 마사유끼의 성이었다. 들어가면서 뒤돌아 봤다. 우리가 처음 도착할 땐 우리 앞에 사람이 많았는데 우리가 들어갈 때가 되니 뒤로 기다리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물론 남들과 함께 행복해지는 것도 좋지만 본전 생각이 나더라. ㅜㅠ 나는 자리를 잡고 앉자 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성게 초밥부터 집었다. 김으로 둥글게 말아 놓은 밥 위에 푸짐하게 올린 성게알이 입맛을 다시게 했다. 접시마다 가격이 다른 회전초밥집에서 가격표 확인도 안하고 먹었다간 계산할 때 눈물쏟는 수가 있었다. 마사유끼가 접시 모양을 확인하더니 비싸니까 도로 내려 놓는 것이 좋겠단다. 접시 모양을 확인했더니 525엔이었다. 한국 같으면 한끼 식사비다. ㅡ,.ㅡ;
우리는 약속은 안했지만 비싼 접시는 안집었다. 주로 값싼 105엔, 210엔, 315엔짜리 접시들을 주로 집어 먹었다. 먹고싶은 초밥이야 물론 이상한 색깔의 접시들이었지만... 오래간만에 먹는거 갖고 궁상을 떠는군. 하지만 먹고싶은대로 먹었다간 먹은 것도 없이 폐만 끼치게 생겼다. ㅡ,.ㅡ;
진열장에 전시된 각종 레이블의 사케병들이 눈요기 할 만하다.
컨베이어 라운드 안에서는 계속 알록달록한 갖가지 초밥을 만들어 올렸다.
마사유끼와 한컷. 오른쪽 눈은 아직도 눈다락지로 밤탱이...
뜀도령과 마사요시.
마사요시는 어제 마신 술이 과해서, 마사유끼는 운전땜에 술을 거부했다. 나는 뜀도령과 함께 삿뽀로 맥주 한 잔 곁들였다.
특이한 것은 이 안에서 바비큐를 판다는 점이다. 스시집에 생뚱맞게 왠 바비큐? 한국에서 보자면 이건 족발이다. 메뉴가 잡다하면 스페셜리스트가 아니고 음식이 고만고만하다는 증거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래도 이집은 사람이 많으니 고운 시각으로 용서해 주겠다. ---> 이거 인심 많이 쓴건데...
한국과 비교해 초밥들은 크기가 비교적 커서 넷이서 32개의 접시만 먹고도 배가 불렀다. 자기네가 내겠다는 식비를 내가 그들을 설득해 계산했다. 그들은 내가 손님이니 돈을 내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눈치였지만 우리로선 도리가 아니었다. 계산해 보니 745엔이 (10만원 정도)나왔다. 한국에선 나 혼자 12개 접시도 먹는데 확실히 크기도 컸고 맛도 좋았다. 하지만 오사카 도똔보리에서 먹었던 스시에 비하면 좀 못한 편이었고 다른 곳에 비해 싸다는 회전초밥집에서도 적잖이 나왔다. 어쨋든 잘먹었으니 되었다.
다시 길을 떠나 도쿄에 도착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더 소요되었다. 볼만한 야경을 눈에 담으며 도쿄에 도착하는대로
마사유끼의 소개로 예약했던 카오산 도쿄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갔다. 이 때의 시간은 12시가 넘어서였다. 내가 가장 나이가 많아서 그랬는지 나는 차안에서 내내 비몽사몽이었는데 뒷자석에 앉아 졸고 있었지만 운전하는 마사유끼와 옆에서 운전자 졸리지 않게 말동무를 해주는 마사요시에겐 자면서도 내내 미안했다. 졸다가 바로 앉아 눈을 부릅뜨다가는 이내 다시 고모냥. 다시 부릅떴다가 다시 이내 고모냥. 나도 참 애썼다. 애썼어. ㅡ,.ㅡ;
쪽문이나 다름없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작은 현관문은 이미 잠겨 있었다. 마사유끼가 벨을 눌러 손님이 왔음을 알렸다. 안에서 가무잡잡하지만 귀여운 인상의 안경쓴 얼굴의 여직원이 미소를 띠며 나와서 이미 내 이름으로 준비된 봉투 안에 열쇄를 담아 내주고는 내일 아침에 계산하라며 신속한 조치를 취해 주었다. 솔직히 확인하고 자시고 돈내고 거스름돈 받고 확인해 보고 뻔히 아는 안내사항 짜증나게 듣는 것이 두려웠는데 이거 아주 쿨하다. 갑자기 안내 직원이 처음 봤을 때보다 스물 다섯배는 더 예뻐 보였다.
이 순간이 이 번 여행에서 마지막으로 함께 하는 순간이었기에 우리는 여기서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했다. 금족같은 주말 시간을 내어 우리를 위해 이렇게까지 애를 쓰고 최고의 추억을 만들어 준 그들이 너무나도 고맙고 보냄이 아쉬웠다.
우리를 위해 여행계획을 고심해 가며 짜고 자신의 자동차를 내어 이틀 내내 데리고 다니며 최고의 여행이 되도록 해 주었으니 마사유끼에 대한 고마움이야 말로 할 수도 없다. 영화 '쉘 위 댄스'의 도쿄 변두리 촬영현장은 나로 하여금 이 영화를 다시 보기 위해 DVD를 확보하게 만들었고, 그러잖아도 라멘을 좋아하는 내게 라멘 맛의 진수를 맛보여준 가게에서 먹은 소바의 맛은 두고 두고 나로 하여금 그립게 만들 것 같다. 벌써부터 다시 한 번 맛보고 싶어졌다. 이주 아타가와에서 바다를 내려다 보며 했던 노천 온천욕과 탈의실에서 아주머니를 보고 놀란 일 등도 벌써 즐거운 추억이 됐다. 와사비 밭을 직접 보고 직접 채취한 것도 일본여행을 한 어느 누구도 거의 체험해 보지 못했을 특이한 체험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조렌 노타키도 좋았지만 운이 좋았던건지 마사유끼가 우리를 태우고 다닌 길은 일본적 풍취가 강한 곳들 뿐이어서 차안에서 밖을 내다 보는 내내 내가 원하던 감흥을 즐기며 기꺼워 할 수 있었다.
우리를 부모님 집에 초대해 준 마사요시도 우리에겐 영원히 잊을 수 없은 추억거릴 만들어 주었다. 일본에서도 흔치 않은 전통가옥에 사시는 마사요시의 부모님은 전통가옥의 체험 이상으로 우리에게 많은 것을 베푸셨고 그 고마움은 되새길수록 크게 느껴진다. 일류 요리솜씨를 통해 일본 가정요리의 진수를 맛보여 주신 것에 대하여는 물가가 비싼 일본에서 소요된 경비 못지 않게 그 정성에 감사드린다. 아들 친구들에 대한 아버님의 친절한 배려와 자상함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일본여행 다녀온 사람 치고 이만한 체험을 한 사람이 또 몇이나 될까 생각해 봤다. 별로 아니 거의 없을 거라고 해오 과언이 아닐 듯 하다.
어쨋든 이들과 이제 작별인사를 할 참이었다. 도쿄에 올라오면 이들과 어울려 진짜 이자카야에서 일본인들과 섞여 술한잔 대접하고 싶었는데 이미 상당히 늦은 시간이었고 이들도 많이 피곤할 터였다.
넷이서 기념 촬영을 한뒤 다음 번 한국을 방분하게 되면 뜀도령과 내가 제주도로 안내하기로 했고 그들도 기대하는 눈치였다. 여름이 가장 좋은 시기라고 이야기해 주었으니 내년 여름에는 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마사요시, 마사유끼와의 작별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들어온 게스트하우스는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러잖아도 작기로 유명한 일본의 호텔, 아니 게스트하우스이지만 2층 침대 하나가 들어가고 남은 공간은 방안에선 운신 조차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비좁았다.
방문 바깥은 한국의 고시원을 연상시키는 분위기였다. 아래 사진의 문열린 끝방이 우리가 묵은 방이다.
마사요시의 부모님 댁에서 눈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뜀도령이 웃으며 물었다. "형, 오늘은 여기서 자는거야?" 작은 방에 나도 어이가 없었던지 "응, 아마 그럴걸." 하고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마사유끼가 전에 묵어보고 그래도 아사쿠사 지역에선에선 가장 요금대비 괜찮은 게스트하우스라며 소개시켜 준 곳이라 이 이상 만족할 수 있는 곳은 없다는 것도 익히 알고있는 데다 비싼데로 가봐야 크게 만족할 것도 없이 방값만 비싸다는 사실도 이 전에 겪어보았으니 만족하고 잤다. 새벽에 도착해 잠만 자고 나갈건데 뭐가 더 필요햐랴.
담날은 피곤한만큼 적어도 아침 여덟시까지는 자기로 했다. 가방을 대충 풀고 대충 씻은 뒤 대충 침구를 손보고 머리를 침대에 대니 담부턴 기억나는게 없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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