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11(일)
자다말고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부스스 일어나던 나는 눈앞에 펼쳐진 장관에 잠이 달아났다. 창가를 향해 설치된 장지문을 열어둔 채 마사유끼, 뜀도령과함께 잠자리에 들었던 나는 창가에 드리워진 발 사이로 들어오는 일출의 빛이 새벽잠에 잠긴채 설익은 나의 눈을 띠워 준 것이었다. 나는 카메라부터 집어 몇 장 찍어 보았다.
발을 걷고 창문을 여니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이 찬란하다. 뜀도령을 깨웠다. 부시시 일어나 사진 한 방 찍고 나더니 "이 것땜에 깨웠어요?"하더니 다시 잔다. ㅡ,.ㅡ; 옆에서 자고있던 마사유끼를 깨우려다 생각을 바꿨다. 새벽에 찍은 사진을 아침에 마사유끼에게 보여줬더니 "좀 깨워주지 혼자만 봤냐?"고 한다. 어렵군.. ㅡ,.ㅡ;
어쨋든 그래도 아직 잠은 더 자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발을 치고 생리현상을 해결한 뒤
다시 한 번 일출에 눈길을 준 뒤 섭섭해하는 태양을 알아서 떠오르도록 방치해 두고 눈꺼풀을 붙였다.
어두운 실내의 한지 창문이 역시 환하게 빛을 머금고 있어 역시 한 컷 담아 보았다. 왠지 푸근하다. 또 잤다.
아침 7시가 되니 온천욕을 마친 마사유끼가 나를 깨웠다. 부모님께 안침인사를 드린 뒤 나도 욕실로 내려가 온천욕을 즐겼다. 아래 사진은 욕실로 통하는 계단.
익히 알고 있는 일본인들의 습관대로 한 번 받은 목욕물은 모두가 다 함께 쓰는 관계로 아직 받아 놓은 물이 그대로 있었지만 다음 사람을 배려하는 관계로 물은 아주 따뜻하고 깨끗했다. 욕탕에 앉아 바깥에 펼쳐진 자연을 느끼는 기분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내가 목욕하고 나온 온천물에 뜀도령이 마지막으로 온천욕을 했다. 내가 목욕하고 나올 때 때를 한조각 담갔다. 뜀도령 몸에 붙어 버리라고...
목욕 후 거실로올라 오니 아침식사가 준비되고 있었다. 각각의 사람들이 앉을 식탁 위 개인 테이블보 위에 자그마한 달력이 하나씩 놓여 있었다. 인화지에 인쇄된 것이었다. 달력 그림으로는 내가 새벽에 찍은 것과 아주 흡사한 사진이었다. 알고 보니 마사요시의 아버님이 오늘 아침에 찍은 사진을 이용해 직접 만드신 달력이었다. 나는 그 섬세한 마음 씀에 감동했고 71세의 노인이 이런 감각적이고 세련된 선물을 직접 만들고 선물할 줄 아신다는데 다시 한 번 놀랐다.
면도를 하기 위해 화장실 바로 앞 세면대에서 비누를 찾았더니 아버님이 잠깐 기다리라며 욕실로 달려가 면도용 크림을 들고 올라 오신다. 넘 친절하시니 죄송할 지경이다. 원래 이 곳은 화장실에서 나와 손씻는 곳이고 세면은 욕실 앞 세면실에서 하는 것이었던가 보다.
화장실은 우리와 달리 문을 열면 변기만 하나 달랑 있었다. 당연히 물기 하나 없으니 엄청 위생적이다. 그냥 앉아서 일 보고 나가면 물내리는 것까지 센서가 자동으로 알아서 다했다. 화장실에서 손을 쓸 일이 없으니 바로 앞 세면대에 비누가 필요 없었는지 모르겠다. 역시 변기는 일본이 세계최고임을 실감. 여기에 감탄하는 나도 참 세련되지 못했다. 하지만 속으로만 했을 뿐 놀라는 시늉은 안했으니 나라망신 운운하지 마셈.
아래 사진은 화장실에서 나와 세면대를 비켜서 보이는 방향이다. 주방과 거실로 통하는 문이고 문에 들어서지 않고 직진하면 바로 현관이다. 아침식사 준비중인 어머님의 모습이 보인다.
아침식사 역시 일본 전통식 백반이다.
1인당 한토막씩 제공된 사께(연어구이)
양파와 토마토로 만든 샐러드.
나또. 우리의 청국장과 같은 음식인데 반찬으로 먹는다. 내가 이걸 맛있게 먹었더니 마사유끼가 놀란다.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나또를 싫어하고 자신도 이걸 싫어하는데 내가 맛있다며 먹으니 이상했던가 보다.
키리보시다이콩(무우 볶음)
긴삐라고보(우엉 볶음) 이거 아주 맛있다.
밥과 미소시루(된장국). 미소시루에는 야채와 버섯이 아주 많이 들어가 구수하다.
아침식사 후 선물로 받은 부채 오른쪽은 내가 받았고 왼쪽은 뜀도령이 받았다. 이 집을 처음 지을 당시 진자(신사)에서 제사장이라던가 하는 사람이 나와서 제를 올려 주었다는데 그 때 받은 부채라고 한다. 장농 깊은 곳에서 꺼낸 유서깊은 물건이다.
이 것은 다다미방 반원형 탁자를 장식하던 열매인데 일본에서도 무척 귀한 엷매라고 한다.
아버님이 보여 주신 것중에는 희귀한 난 사진이 있었다. 일본에서도 거의 볼 수 없는 희귀 난인데 이 것이 집 주변에 나 있었다고 한다. 아버님은 관계기관에 이를 신고했다고 한다. 우리 같았으면 감춰두고 혼자 보거나 팔았을텐데... 신고 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으셨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 올 것 같아서였단다. 지금은 볼 수 없단다. 관계기관에서 나와 조심스럽게 캐내 모셔 갔단다. 역시 일본인들은 양심적인 것 같다. 아래 사진은 우리 나라의 박카스 같은 피로회복제인데 값이 장난 아니다. 개당 500엔.
저녁식사 후 나온 다과. 라까세이 센베이(땅콩 센베이)와 이모껜삐(감자튀김: 내 보기엔 고구마인 것 같은데 마사유끼는 감자란다. 감자에 가미를 했나보지 뭐)
마사유끼의 권유로 해보는 놀이
성공!
뜀도령 실패.
이제 떠날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두 어르신께 인사를 드린 뒤 떠날 채비를 했다. 떠날 때 아버님한테서 선물로 하나씩 받은 사케 가라쿠치.
현관에 장식으로 놓은 돌 강아지가 어찌나 귀엽던지 함 안아봤다.
집떠나는 마사요시
떠나기전 개폼 한 컷. 시모다 마을 안녕~~~!
떠나는 우리를 배웅하러 나오신 부모님들께 아쉬운 작별인사를 드리고 다시 길을 떠났다. 다시 나온 해안도로의 기분 좋은 코스가 계속 이어졌다.
가다 보니 선거철인지 선거포스터가 붙어 있다.
이제 내륙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차 안에서 내다보는 일본의 농가
경치는 우리와 비슷한듯 하면서도 조금은 다르다. 뭐라고 콕 찝어서 말하긴 어렵지만...
일본 재래식 집들이 즐비해 구경하기에 지루함도 없었다.
가다 보니 희안한 고가도로가 나온다. 일본에서도 유명한 고가도로라고 한다. 도로가 원형으로 뱅뱅 돌아 높은 지대의 도로와 연결되고 있었다.
드디어 도착한 아마기. 아마기는 와사비로 아주 유명한 곳이다.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마사유끼와 마사요시가 벌써 와사비 채취 체험 프로그램 신청을 해 놓았다. 이거 비쌀텐데... 그러잖아도 그들의 신세를 지고 있으니 당연히 우리가 냈어야 하는데... 마사유끼는 비싸지 않으니 염려 말라고 하지만 비싸지 않다는 말이 더 수상하다. 진열된 와사비의 값이 장난 아니게 비싸더구만...
여기가 와사비 밭이다. 체험 프로그램을 위해 일부러 조그맣게 조성된 밭인 것 같다. 전시용 밭이라고 쓰여 있다.
와사비는 산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물을 이용해 물을 계속 흘려가면서 재배하고 있었다. 흐르는 찬물에 자라는 신기한 식물이다.
아주머니가 따라와 안내를 해주는데 원래 1인당 1포기만을 캐게 되어 있는데 아주머니가 외국인들인 우리가 있어서 그랬는지 한 포기씩 더 골라 캐란다. 우리는 고맙다고 인사하고 한 포기씩을 더 캤다.
채취한 화사비를 물로 씻어 주시며 맛보라고 실뿌리를 손에 쥐어 줘 맛보았다. 맵지만 달고 향긋한게 씹는 기분이 아주 좋다.
친절하게 뭔가 설명해 주시는 아주머니. 뭐라고 하는지 알아 들을 수가 있나.
와사비를 캐고 흐믓해하는 뜀도령.
마사유끼.
마사요시
내가 채취한 두 포기에서 나온 네 뿌리. 와사비는 강판에 갈아 먹으면 되고 잎은 소금에 절여 밥반찬으로 먹는다고 한다.
매장에 붙은 광고 포스터. 와사비가 맵다며 눈물을 흘리는 재미있는 그림이라 한 컷 담아 보았다.
얼토당토 않은 음식이 눈에 들어왔다. 이름하야 와사비 아이스크림. 일본 전역에서도 여기밖에 없는 아이스크림이란다.
강판에 갈아낸 와사비를 아이스크림에 얹어 주는 것인데
가격은 300엔.
맛이 의외로 기가 막히다. 마사유끼는 맵다며 연신 얼굴을 찡그린다. 뜀도령이 찍은 단체 셀카. 내가 봐도 뜀도령은 셀카의 달인이다.
이 곳을 떠나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조렌 노타키(조렌 폭포)에 도착한 시간은 12시경이었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폭포를 보기 위해 계단으로 내려가는 초입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보았다. 엄마와 함께 올라오던 아이가 계단에서 넘어졌는데 내가 봐도 아프게 넘어졌다. 엄마는 태연하게 아이가 옆에서 넘어져도 쳐다만 보고 있었다. 아이가 울며 일어나자 그제서야 아이를 안아주었다. 철저하지만 감동적인 교육이다. 한국에서 같았으면 많은 부모들이 얼른 일으켜 안으며 "아이구 내새끼 아파서 어쩌나 속아파 죽겠네." 하지 않았을까. 주황색 상의를 입은 아이가 바로 넘어졌던 아이고 그 오른쪽이 엄마다. 왠지 아름다워 보인다.
녹음이 짙은 계단을 내려가는 기분은 당연히 좋을 수밖에... 덤으로 산림욕 한다.
자그마한 신사에 행인들이 뭔가 기원하며 스티커같은 것을 잔뜩 붙여 놓았다. 한 처자가 뭔가 기원하고 있어 슬쩍 찍어 보았다. 간구한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좋은 신랑감을 간구했을까...
안쪽으로는 크게 조성된 와사비밭이 있고 바깥쪽으로는 물이 귓가 하나 가득 시원한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었다.
낚시 대여점에서는
이 곳에서 잡힌 물고기를 구워 파는데 한 마리에 자그마치 400엔이나 한다. 그렇게 맛있나? 마사요시의 집을 떠나올 때 밥을 마니 먹어 아직도 배가 그들먹 한데다 100엔이라면 몰라도 관심 없음.
좀 더 내려가니 시원한 폭포 소리가 청각을 부산하게 자극한다.
기념품 가게도 있고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경관이 예쁘다. 왼쪽에는 이 폭포를 소재로 노래한 여가수의 모습과 이름, 그리고 노래가사가 비석에 새겨져 있다.
폭포는 생각보다 높아 40미터에 이른다고 한다.
동영상으로도 담아 보았다.
기념품 가게에서 사지도 않을 물건 구경만 실컷 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헬로키티 악세사리. 헬로 키티는 워낙에 인기가 많아 온천지역에서는 온천키티, 포도가 유명한 지역에서는 포도 키티, 오렌지가 유명한 곳에서는 오렌지 키티를 만들어 팔정도로 인기가 높은 캐릭터라고 한다.
냇물에서는 낚시들을 하고 있는데 적잖이 잡히는 것 같다.
아빠와 함께 고기를 잡는 아기의 모습을 뜀도령이 동영상으로 담아냈다.
200엔 주고 구입한 와사비 강판. 어이가 없다. 한국같으면 이거 200원이나 하려나? 나무에 상어 가죽을 붙인 강판은 1,000엔이나 한다. 어이없게 비싸다.
살인적인 가격의 최상품 와사비. 한 뿌리에 1,600엔이라니...
뜀도령과 마사요시 마사유끼가 화장실 간 사이
기다리는 동안 고양이와 놀았다. 고양이가 사람을 피하는 곳은 한국뿐이었던 것 같다. 길고양이도 안아주면 좋아하는데 한국에선 고양이를 영물이라며 싫어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계속)
'배낭여행 > 09 일본 the 2n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여행3-1(도쿄: 고쿄→와다쿠라 분수공원→오와리야) (0) | 2009.10.19 |
---|---|
일본여행2-2(토겐다이→하코네→도쿄) (0) | 2009.10.16 |
일본여행1-2(이주 아타가와: 마사요시 부모님의 초대) (0) | 2009.10.14 |
일본여행1-1(인천→도쿄→이주 아타가와) (0) | 2009.10.13 |
도쿄 여행계획 (0) | 2009.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