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17(금)
아침 일찍 일어난 이 날은 시간을 좀 더 절약하기 위해 제과점에서 빵을 사들고 나왔다. 돌아다니면서 아침을 먹을 참이었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파탄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수배했다. 나는 처음으로 미터기대로 가자는 제안을 받았다. 우리는 좋다며 택시에 올라탔다. 그런데 택시의 미터기 올라가는 속도에 나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한국에서도 이정도는 아니다 싶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미터기 눈금이 올라갔고 타멜거리를 벗어나기도 전에 100루피 가까운 금액을 표시하고 있었다. 이 곳에도 심야 할증 시스템가 있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심야가 아닌 아침이고 설사 심야할증이라 해도 이정도는 아니었다. 우리는 택시를 세우고 돈을 줘버리고 핀잔 몇마디 한 뒤 보내 버리고 새로 택시를 수배했다. 네팔에서 만난 몇 안되는 잡놈 중 하나였다. 얼마였더라? 숙소가 있던 타멜 촉 남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고 아마도 200루피에 간 것 같은데? 만일 더 주었다면 약간 더 주었을 것 같다. 산스크리트어로 파탄이란 '미의 도시'라고 한단다. 우리말로 듣자면 느낌 별로 않좋다. 먼지가 흩날리는 파탄의 게이트에 순백의 흰 색에 형형색색 그림을 그려 놓아 보는 눈을 즐겁게 했다. 이 안으로 들어가면서 빵을 입에 물고 돌아다니며 아침식사 시간과 이동시간을 겸해 빠듯한 시간을 저축했다.
어딜 가나 신에 대한 경배를 올리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띤다. 무교자가 많은 우리 나라에 비하면 절대다수가 종교를 갖고 있다는 시실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파탄의 가장 중요한 볼거리 중 하나인 황금사원부터 찾았다. 검정 바탕에 노란 문자로 채색한 간판이 주변과 대조적이어서 쉽게 눈에 띤다. 그런데 게이트가 시커멓다. 게이트를 지키는 사자까지 시커멓다. 머이라? 황금사원? 엥? 밖에서 보고 실망했다. 끝까지 보기 전에는 속단하면 안된다는 진리는 남에게도 써먹으면서 나는 또 왜 함정에 빠졌을까.
입구에 들어서니 뭔가 노랗게 보이기 시작한다.
시커멓고 벌거스름한 가운데 노란색 창문의 악센트가 눈에 확 들어온다. 노란 창문 몇 개가 이렇게 스펙터클할 수가 있나. 섬세한 조각들보다 더 눈에 띤다.
점입가경이라고 했던가. 안으로 들어갈수록 휘황찬란하다. 온갖 손때가 뭍은 황금색 금속이 둘려쳐 놓은 탑이 눈에 들어와 강렬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입구에도 온갖 황금색 동판으로 장식되고 형상까지 만들어 세웠다.
종교음악을 연주하는 노인들이 눈에 띤다. 둔한 내 감각으로는 어제 들었던 힌두교 음악과 이곳의 불교음악은 얼핏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어제 만났던 힌두교도 노인들의 음악은 그저 삼삼오오 모여 함께 하는 찬양의 성격이 강했지만 오늘의 이 불교사원에서 들려주는 음악은 아코디언까지 동원해 좀 더 전문적인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다. 이 곳 네팔의 본토 불교는 티벳불교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네팔의 불교사원은 네왈양식으로 지어졌고 힌두 신들을 형상화한 부조물 따위가 심심찮게 눈에 띠고 티벳불교는 전형적인 곰파의 형태를 띠고 있다.물론 본토의 불교 신도들은 네왈족이 대부분이고, 티벳불교의 신도들은 티벳난민들이 대부분이다.
입구의 오른쪽 2층으로 올라가 보았다. 폭이 넓지 않은 긴 방이 나오고 반데편 끝에 보살과 불상이 있다. 내부 분위기는 티벳불교의 곰파와 비슷하지만 부처와 보살상을 유리에 가린 점과 큼직한 탱화를 커튼으로 장식하지 않은 것이 달라 보였다.
2층 불당에서 내려다 본 사원 안뜰의 모습. 노란색 창문과 처마장식 그리고 황색 동판의 장식이 보는 이에게 매우 강열한 인상을 준다. 입구쪽에 앉아있는 두 명의 처자들이 상당한 미모의 소유자들이었다. 내려가면 그들과 대화라도 나누어 보고 사진이라도 함께 찍어보고 싶었다. 실컷 둘러보고 내려와 보니 없넹? 어디갔어? 한 발 늦었군. ㅡ,.ㅠ;
미련을 쉽게 버리는게 또 역시 나의 장점이라면 장점이지. 음무핫!(잘났다. 잘났어) 처마 아래로는 네왈 양식의 목각 형상이 아로새겨져 있고
가운데는 탑이 서있는데 무언가 설명하기 어려운 위엄이 서려 있다. 12세기에 세웠던 이 사원을 19세기에 재건했다고 하는데 적지 않은 세월을 감내해온 관록만이 아니라 이 사원을 세우고 난 이후 성직자와 신도들이 일궈낸 그 무언가의 에너지가 강렬하게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곳에서의 감흥은 그리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이 번에는 왼쪽 2층에 설치된 불당으로 들어가 보았다. 안쪽 벽 전체가 탱화로 장식되어 있고 그 앞에는 대형 불상을 여럿 모셔 놓고 유리로 가렸다. 신비함의 분위기는 처음 올라가 보았던 불당보다 더 강렬하다. 이 곳도 길고 폭이 좁은 방으로 되어 있는데 이 방은 긴 벽면에 탕카를 그려 놓고 불상을 모신데다 유리로 가려 남은 공간이 별로 없어 이 곳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예불을 드리는 곳은 아닌 것 같다. 불상을 모셔 놓고 개인 예불에 사용되는 공간이 아닐까 싶은데 이건 순전히 지레 짐작이니 담아 듣지 마셈.
이제까지 사원에서 본 모습들은 모두가 완성된 모습들뿐이었다. 하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탕카가 눈에 띠자 새롭고도 신선한 충격에 한동안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외에도 이 탕카가 그려지고 있던 벽은 비닐로 가려져 미완의 작품들을 보호하고 있었다. 아래 사진의 이 미완품만 비닐로 가리지 않은 이유는 한창 작업중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확실한 답을 얻어도 별 좋을 일도 없을 고민도 잠깐 해보았다.
부처상과 화려하고도 신비로운 배경
이 사원에서 받은 강렬한 인상 때문일까. 오늘 일정에 주어진 시간이 빠듯하니 당장 이동하지 않을 수 없건만 신비스러운 이 사원의 분위기는 나의 발길을 붙잡고 놓아주질 않으니 뜨기가 쉽지 않았다.
이 번에는 황금사원으로부터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달발광장으로 발길을 잡아 고전적 분위기가 넘치는 골목을 누벼 봤다.
이 곳의 달발광장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고전적이고도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빔셈사원
크리슈나 사원 안에서는 의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힌두교 신자가 아니고선 입장할 수 없는 곳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밖에서만이라도 함 들여다 보고싶은데 까칠하게도 천으로 가린 채 보여주는 것조차도 꺼렸다. 잘먹고 잘살어라.
자가트나라얀 사원(좌)과 크리슈나 사원(우)
크리슈나 사원을 향해 합장한 가루다
처마 아래 형상화한 힌두교 신들의 모습은 우아한 포즈를 취하고 있고 그 밑에는 인간들의 형상이 새겨져 있는데 그 내용이 다양하면서도 자극적이었다.
가루다와 그 아래 지옥에서 뱀에 시달리는 인간
가네쉬 신과 가혹하게 매를 맞는 형벌에 처한 인간들
어 떤 건물에는 인간들의 노골적인 성애장면이 형상화 되어 있는데 어떤 경우는 수간을 하는 형상도 있어 추잡하기까지 하다.
목조건물 구석구석의 모습은 셈세하고 아름답다.
달발광장 한 쪽 길을 걸어가는 수행자를 뒤에서 찍어봤다. 나는 이들을 앞에서는 안찍는다. 이들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스스로가 사진에 찍히고 돈을 받는다. 수행의 목적이 득도인지 득전인지 알 길이 없다.
그는 왕궁터에 자리잡고 앉았다.
조금 이따가 보니 한 청년이 그 수행자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나는 이때다 싶어 재빨리 카메라를 꺼내들고 사진을 찍었다. 곧이어 수행자가 포즈를 취했고 수행자를 카메라에 담은 이 청년은 '댕큐' 하더니 휙 가버렸다.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은 수행자는 청년을 두 세번 불러 제꼈다. 이 청년이 순진한건지 아님 이 곳 사정을 진작에 파악하고 생존법을 터득한건지 몰라도 이 청년은 수행자가 부르자 따가운 뒤통수를 방패 삼아 나는듯 총총걸음으로 가버렸다. 청년! 고맙네. 자네 덕에 공짜로 사진을 찍은데다 그 비싼 욕도 안먹었다네. 씨익~~!
왕궁터와 물촉
가네쉬
나라싱하(좌)와 하누만(우). 하누만 신은 힌두교의 하위신으로 중국 서유기에 등장하는 손오공의 모델이 되었다고 한다. 역시 힌두교와 불교의 교류와 조화를 알 수 있다. 원숭이 신인 하누만의 얼굴은 이제 더 이상 알아 볼 수 없게 되었다. 신자들이 경배의 의미인 티카를 하도 뿌려대서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경배를 하는건지 괴롭히는건지. 마치 얼굴이 막히니 호흡이 버거워 입을 있는대로 벌리고 헥헥거리는것 만 같다 ㅡ,.ㅡ;
가운데는 요가나렌드라 왕의 합장한 모습의 동상과 기둥.
썰렁한 놈, 까칠한 놈, 괜찮은 놈의 단체사진. 누가 누군지를 세 사람에게 물어보면 대답은 서르 사맏디 아니하다만... ㅡ,.ㅡ;
달발광장 한 쪽 끝에 있는 난가 하티에서는 주민들이 생활용수를 받아간다. 상수도 공사로 식수가 끊겨 물배급을 받던 옛날이 생각난다.
입구에 설치된 안내패 앞에서 개폼 한 컷. 우리는 반대편으로부터 들어왔다. 현지인 한 명이 우릴 보더니 표를 보잔다. 아직 안샀다고 하니 바로 옆 매표부스를 가리키며 저 곳에서 표부터 사란다. 사실 볼거 다봤는딩. 걍 안보고 갈거라고 말할까 하다가 좀 더 머무르고 싶은 마음에 생각 표를 샀다.
뜀도령이 책자를 보고 달발광장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을 찾아냈다. 여기서 단체 사진 한 장 장 찍었다. 좌로부터 괜찮은 놈, 까칠한 놈, 썰렁한 놈. 뒤쪽 왼편의 거무튀튀한 사원이 또하나의 크리슈나 사원. 오른쪽은 옛왕궁
우리는 달발광장을 실컷 보고 나서 마하보우다 사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마하보우다 사원도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사원의 입구
사원 입구를 들어서면 볼 수 있는 불구점이 두 곳인가 있었는데 제품(제품이라고 말해도 되나?)의 섬세함과 화려함이 놀랍다.
이 사원의 이름 마하보우다 사원은 1,000개의 불상을 가진 사원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사원에 실제 새겨진 크고 작은 불상의 수는 9,000개나 된다고 한다. 인도 시카라 양식을 띤 이 사원은 이제껏 본 사원들 중에는 눈에 띠게 독특한 모습이다.
16세기에 이 지역에 살았던 한 건축가가 인도의 성지 부다가야 순례중에 본 탑들에 감흥을 받아 1564년에 이 사원을 짓기 시작하였고 대를 이어 1600년에 완공했다고 한다. 현재의 사원은 1934년 대지진으로 무너졌던 것을 후에 다시 세웠다고 한다. 유적이 무너지고 폐허가 되는 원인은 대부분 지진과 전쟁이다. 특히 지진만 아니어도 전세계에 엄청나게 많은 위대한 유적들이 살아 남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 대자연에 대한 나의 참견은 주제넘는 것임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지 않았다. ㅡ,.ㅡ;
이 번에는 세간다 책자에도 나오지 않는 루드라바나 마하비하르 사원. 이거 아마도 자신이 조사한 자료를 보고 뜀도령이 찾아낸 곳이 아닌가 싶다.
이 사원은 네팔 모든 사원을 통틀어 내게는 가장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는 곳이다.
이 날 가장 먼저 들렀던 골든 템플 이상이었다.
처마 아래 새겨진 신들의 형상도 채색이 많이 남아 있고 부조도 더욱 섬세해 무척 아름답고
그 아래 세워진 여러가지 동물들의 금속상들이 강렬한 에너지를 내뿜고 있었다. 아니 사원 전체에서 무언가 말하기 어렵지만 심적 파동을 일으키는 강렬한 에너지가 넘치고 있는 것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이 것은 글에 쓸데없는 미사여구를 달아 괜스리 잰체하고자 하는 표현이 아니다. 이건 뜀도령과 찬바람도 느꼈을것이 틀림없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포스"라는 표현은 스타워즈라는 영화가 대히트하면서 흔하게 써먹히는 단어지만 이곳의 기운이야말로 "포스"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것 같다. 놀라운 이 느낌은 지금도 내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이 사원을 나온 우리는 이제 마지막으로 보고 파탄을 떠날 마첸드라나트 사원으로 방향을 잡았다. 가던 중 여긴가 아님 저긴가 헤매느라고 엉뚱한 사원들을 몇 군데 쉬지 않고 들락거렸다. 근처인 것만은 틀림없는딩? 이 사원은 죽었다 깨나도 보고 가야겠다며 혈한이 되어 찾아 다녔지만 우리는 적지 않은 아까운 시간을 길바닥에 뿌리고 다녔다.
여긴가싶어 들어가 보니 이 안엔 전엔 신전이었는지 몰라도 다세대주택 비스므리하게 바뀌어 민간인들이 살고 있었다.
근처를 뼁뼁 돌다가 간신히 찾아낸 마첸드라나트 사원
그 화려함과 섬세함에 명불허전임을 새삼 확인했지만 볼거리는 달랑 이 건물 하나뿐이었다. 그래도 눈을 즐겁게 하는 이 사원은 헤매서라도 찾아 올 가치는 충분했다.
섬세한 조각 외에도 무엇보다 채색이 무척 아름답다. 이제까지 본 사원 중 이토록 사원의 채색이 아름답게 남아 있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15세기에 세워진 이 사원은 17세기에 다시 세워졌다고 한다. 중간에 지진이 도 있었나??? 마첸드라나트는 비의 신이라고 한다. 아무도 들어갈 수 없도록 철창으로 가두어 놓았다. 사원을 향해 절을 하는 동물상은 머첸드라나트 축제때 거대한 차에 실어 파탄시내를 일주한다고 한다. 그걸 못보고 오는 것이 아쉽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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