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09 네팔

네팔여행10(룸비니→카트만두)

코렐리 2009. 8. 11. 15:27

2009. 7. 15(수)

아침 일찍 일어났다. 전날 사찰사무실에서 수배해 준 소형버스 차량이 사찰구역 입구에 아침 7시에 올 것으로 정보를 받았다. 우리는 아예 짐을 미리 다 싸 놓고 잠을 잤고 새벽 5시에 찬바람과 함께 중국 사찰을 가보기 위해 일찍 일어나 대성석가사 바로 길건너에 있는 중국 사찰로 가 보았다. 처음 이 사찰을 보고 자금성같다는 말을 했더니 뜀도령의 말로는 실제로 자금성의 축소판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사찰 앞에는 하얀 송아지 한마리가 팔자좋게 뒹굴고 있었다. 

 

대문 앞 양쪽을 지키는 사자상. 중국요리집 팔선생 입구에 세워진 사자상하고 똑같이 생겼다.

 

벽에 새겨진 용문양.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4천왕상의 하나. 우리 나라와 달리 인상이 무섭지도 않고 잘생겼다.

 

본당 안에 모셔진 부처상 사실 사진 찍지 말라고 입구에부터 써 있었지만 스님들이 예불을 마치고 뒤쪽 건물로 이동한 상황에선 아무도 없다 보니 해서는 안될 짓을 했다. 부처님, 죄송해요. ㅡ,.ㅡ;

 

씻고 아침밥을 먹기 위해 돌아왔더니 사무장님이 차시간 30분 당겨졌다며 빨리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때 시간이 6시 조금 안된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아침공양이고 뭐고 당장 짐을 들고 나가야 할 판이었다. 방으로 돌아와 보니 뜀도령은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고 짐도 조금만 정리하면 될 터였다. 우리는 식비와 숙박비를 감안해 700루피를 시주하기로 했다. 찬바람이 1,000루피를 시주하고 나왔다. 온화한 스님과 친절한 사무장 그리고 한참 짓고 있는 사찰을 본 뜀도령과 나는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칭찬까지 해줬다. 문제는 시간이 넘 없다는 것이었다. 사무장은 사이클 릭샤를 타고 가면 제시간 안에는 도착할 수 있다며 이용을 권했다. 이 사찰에는 전속 릭샤꾼인지 한 릭샤왈라가 상주하고 있었다. 나는 인도에서도 사이클 릭샤는 한 번도 안타봤다. 물론 그들도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이겠지만 나 편하자고 다른 사람을 혹사시키는 일은 도대체가 내 생리상 싫었다. 릭샤는 생각도 않고 있다가 갑자기 사용을 하게 되었다. 1회 운행에 60루피라고 했는데 사람이 셋이다 보니 90루피라고 한다. 여간해서는 걷기를 좋아하는 나지만 30분 내로 사원구역 입구에 배낭을 맨체 도착하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아침부터 엄습해오는 끔찍한 더위도 사실 두려웠다. 역시 이용하면서 마음이 영 편치가 않았다. 자전거에 수레를 달고 그 수레에 세 사람이 타고 릭샤왈라 한사람이 낑낑대며 가는 모습이 너무나도 안쓰럽다. 찬바람과 뜀도령도 사이클 릭샤를 타고 있던 동안 영 마음이 불편했던 모양이었다. 그래도 우리가 걷는 것보다 빠른 것만은 틀림없었다. 불안한 생각에 6시 30분까지 도착해야 한다고 하니 릭샤왈라는 낑낑거리는 와중에도 걱정 말라며 우리를 안심시켰다.

 

우선은 급한대로 시간에 맞춰 도착은 했다. 우리를 데리러 오는 차이고 돈이 걸려 있으니 어느 정도는 기다려줄테고, 그럴리야 없겠지만 차를 놓쳐 떠나려던 계획이 무산되면 다른 교통편들도 아침 일찍 떠나니 완전히 새되는건 불을 보듯 뻔했다. 게다가 이 곳 더위와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일도 식상했다. 입구 건너편 버스 티켓 입구에서 뒤돌아 잡담을 나누는 이가 운전기사다.

 

 

우리가 처음 룸비니 시내에 도착했을 때의 그 혼잡한 그곳으로 왔다. 그러더니 손님을 태우기 위한 것인지 한시간 가량 후에 출발한단다. 갑자기 맛있는 절밥을 마저 먹고 나오지 못한 것이 억울해졌다. 젠장 이럴 것 같으면 왜 시간을 앞당겨 사람을 호들갑을 떨게 만들었는지 은근히 기분상한다.

 

우리가 탔던 소형버스. 1인당 700루피였던가? 로컬버스에 질린 우리는 편하게 가려고 소형 버스를 선택했다.

 

남는시간 뭐하랴. 근처 스넥코너를 둘러보았다. 그 중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곳에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보고 6개를 주문했다. 반죽은 튀겨서 빵을 만들었다. 밀가루 반죽을 펴서 끓는 기름에 넣으면 순식간에 부풀어 올랐다. 기름을 담은 솥은 타서 붙어버린 찌꺼기가 테두리에 두툼해 기름과 솥이 오래 되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한국에서도 한 때는 그랬지만 이 기름 아마도 없어질 때까지 쓰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러려니 하고 먹는 습성이 생긴걸 보면 나도 여행으로 인한 내공이 조금은 쌓인 모양이다. 네팔에서는 음식값을 바가지 씌우는 일은 것의 없는 것 같다.

 

맛은 아주 좋았다. 딸려 나온 콩소스도 맛이 아주 좋아 밋밋한 빵에 곁들이기에 좋았다. 인도 접경 도시라 그럴까. 왠지 인도스러운 음식이다. 우리는 이 곳에서 음식을 먹고 남는 시간을 죽이며 햇볕을 피하느라 떠날 때까지 짧은 시간이나마 이 곳 스넥코너에 엉덩이를 붙이고 뭉갰다.

 

 

소형 버스는 낡은 엔진 소리도 없었고 완만한 속도와 많은 승객 그리고 바람이 통하지 않는 로컬버스와는 많이 달랐다. 선택하길 아주 잘했다. 운전기사는 기대했던 에어컨을 작동하지 않았지만 창문을 열고 신선한 공기를 직접 호흡하는 것이 훨씬 좋았다.

 

예약자가 더 있었는지 대로에서 약간 들어간 고급 빌라에 들어가 승객을 기다렸다. 이 곳에서 한 사람 태우고 대로에서 한사람을 더 태우기 위해 기다렸지만 예약자가 배신을 했는지 아니면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었는지 나타나질 않았다. 버스 기사와 안내군(?)은 주변 주택과 가게를 수소문했지만 역시 예약했던 승객을 찾지는 못했다. 결국 한 자리가 빈 상태로 출발했다. 사장 입장에선 손실이었다. 그래도 가다가 사람 하나 용케 더 태워 자리를 메웠다. 꼴에 좌석까지 배정이 되어 있어서 짜투리에 좌석을 나누어 받은 우리는 함께 앉아 갈 수가 없었다.

 

점심시간이 되어 한 휴게소에 내렸다.

 

식당으로 들어간 우리는 치킨 프라이스 누들을 시켰다. 치킨은 잘게 찢어 튀겼는지 질기고 건조하지만 고소한 맛은 있다. 문제는 국수가 좀 짜다.

 

룸비니에서 카투만두로 가는 길은 포카라에서 룸비니로 오던 길 못지않게 경치가 아름답지만 비슷하다는데서 오는 식상함이 흠이다.

 

톨게이트가 정말 재미있다. 사무소는 얼기설기 오두막처럼 지었고 돈을 기사로부터 받고 나면 빨래줄로 연결된 끈을 잡아당기고 느슨하게 풀어 GATE BAR를 올리고 내리는 원시적인 방법을 택했다. 웃음이 나왔다.

 

카트만두에 거의 도착해 들렀던 휴게소. 사진을 찍다 보니 이상하게 나오긴 했지만 나는 펩시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펩시에서 나 상줘야 되는디?

 

사고난 차량 여기서 또 본다. 이게 벌써 네팔에서 네 번째 본 사고현장이다. 하기는 우리 나라가 교통사고 세계 최다 발생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으니 할 말은 없다. 

 

드디어 도착한 카트만두.

 

우리는 걸어서 타멜촉을 찾아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꼭 타멜촉으로 가야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찬바람도 뜀도령도 나도 이미 묵어본 곳이니 여행자들이 없는 일반 주택가에서 머물러 보는 것도 현장 체험으로는 좋지 아니한가 하는 의문은 나중에야 생겼다. 가면서 노상에서 나발불기 위해 산 맥주 칼스버그.

 

전통문양의 가게문짝. 이 집은 오늘 영업을 안하나보다.

 

드디어 혼잡하기 짝이 없는 타멜촉을 찾아왔다. 인수군이 알려준 정보대로 네팔짱이라는 호텔을 찾아가 보았다. 우리가 생각했던 객실료와는 좀 거리가 있고 시설도 꾸져보여 찬바람과 뜀도령이 카트만두 첫날 묵었다는 호텔로 가기로 했다. 

 

만리장성이라는 뜻을 가진 The Great Wall이라는 호텔이다. 타멜촉 번잡한 거리에서 아주 약간 후면으로 들어간 곳이라 조용하기로도 그만이었다. 뜀도령과 찬바람이 카트만두 첫날 묵었던 그 가격인 400루피로 합희하고 3일을 묵기로 했다.

 

이제까지 다녀본 게스트하우스 중에는 최고의 시설과 안락함이 있었다. 뜀도령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찬바람과 뜀도령이 좋다고 칭찬하던 식당 경복궁으로 가봤다. 이 집은 트래킹을 같이 했던 재남씨한테서도 들어본 바 있는 집이었다. 타멜촉 중심가에 있는 집이었다.

 

내부에 분위기는 없어도 깔끔하고 종업원들도 어느정도 한국어가 가능했다. 주인은 한국인으로 한국에서 가끔씩 온다고 한다.

 

식당에 비치된 만화책들. 성수기가 되면 이 곳 한국인들의 사랑방이 될 것 같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기 지루해 밖을 내다 보니 이미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다.

 

음식이 나왔다. 찬바람과 뜀도령은 이 집음식이 낫다고 하는데 내 입맛엔 포카라에 있는 산촌 다람쥐가 더 나은 것 같다. 어쨋든 찰기 있는 쌀밥에 김치찌개와 제육볶음이 그리 비싸지도 않고 맛은 있다. 

 

호텔로 돌아가며 구입한 맥주를 꺼내고 봉지째 물담아 대충 씻은 망고를 풀어 간단하게 파티를 했다. 망고를 살 때 주인보고 맛있는걸로 골라서 달라고 해봤다. 주인은 내가 알고 있던 좋은 망고 기준하고는 다르게 골라주었다. 내가 알고 있는 기준은 중간 크기의 망고가 노란색을 띨수록 맛있는 망고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는 가장 큼직하고 색깔이 완전히 노란 거만을 골라서 주었다. 수상해서 하나를 쪼개 맛을 보았다. 맛은 괜찮지만 느낌상 2% 부족이다. 이 번엔 내가 직접 고른 것으로 맛봤다. 중간크기에 노란 것이 없기에 중간크기에 푸른빛과 누런 빛이 같이 감도는 놈으로 골라 보았다. 맛이 기가 막혔다. 뜨내기 장사라 그랬을까. 짜식이 죽을려고... 우리는 먹을만큼 샀다. 오늘도 만만치 않은 여정이었다. 이제 다음 날부터는 이 여행의 최대 볼거리인 카트만두와 주변 도시를 돌아볼 곳이니 최대의 하일라이트인 마지막 3일간을 남겨놓은 시점이니 은근히 흥분되는 저녁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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