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09 네팔

네팔여행13-2(보우다나트)

코렐리 2009. 8. 19. 11:55

2009. 7. 17(금) 계속

오늘 작심한 것은 파탄의 전부와 보우다나트 그리고 카트만두의 달발광장까지가 목표였다. 아침일찍부터 호들갑을 떨고 일어나 오전중에 파탄 구석구석을 봤지만 쿰베스와르 사원을 건너뛰고 온 것에 아쉬움이 좀 남기는 한다. 어쨋든 우리는 남은 기간동안 중요한 곳은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보겠다는 일념으로 그 좋아하던 버스도 제쳐두고 택시를 타고 다녔다. 어쨋든 파탄을 떠난 우리는 카트만두 동쪽에 위치한 보우다나트로 갔다. 도착하자마자 입구부터 확인한 우리는 늦은 점심식사부터 하기 위해 주변에 괜찮아 보이는 식당부터 찾아 다녔다. 잠깐 새에 깨끗해 보이는 식당을 찾아냈다. 호텔을 겸한 이 식당은 티벳음식 중심이었다. 호텔입구의 비교적 널찍한 복도에 자그마한 테이블들을 두 줄로 놓고 그 곳에서 영업을 하고 있었다. 통로를 식당공간으로 활용하다니... 시간도 절약해야 하고 다른데로 가느니 아쉬운대로 앉으려고 하자 자리가 마음에 차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직원이 우리를 2층으로 안내했다.  

 

직원이 우리를 안내한 곳은 2층의 호텔 바였다. 이곳에서 식사를 하자면 나쁘지 않았다. 호텔바의 위생적이고 쾌적한 환경에 기분이 좋았던 우리는 같은 층에 있던 화장실에 갔다가 위생상태를 보고 뒤집어질 뻔했다. 청소는 언제 했는지 알 수 없고 세면대는 언넘인가 술처드시고 오바이트까지 예쁘게 해 놓아서 수제구멍까제 막혀 있고 변기는... 말을 말자. ㅡ,.ㅡ;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맥주부터 시켰다.

 

우리가 시킨 것은 야채뚝바(나), 물소고기 뚝바(찬바람), 볶음밥(뜀도령)이었다. 찬바람이 주문한 뚝바에 고명으로 얹은 물소고기는 나의 짐작대로 엄청 질겨서 씹다보면 턱근육이 거시기했다. 그 덕에 물소고기도 먹어봤다. 그래도 이 집 음식이 맛은 아주 좋다. 보우다나트에 와서 식사할 곳을 찾는다면 이 집이 추천할만하다. 찾아 가자면, 보우다나트 입구에 도착하면 입구 정면을 향해 섰을 때 왼쪽길로 약 150~200 미터 정도 걷다 보면 길 건너편에 있다. 이 곳에 오면 2층에서 먹겠다고 하셈. 글구 화장실은 가지 말고 걍 싸셈.

 

우리는 식사를 한 뒤 다시 입구로 가서 표를 샀다. 내국인은 무상출입이고 외국인만 표를 사는데 입장료가 50루피였던가 100루피였던가. 여행기가 뒤로 갈수록 가격이 생각 안난다. 어쨋든 비싸지 않은 입장료에 비해 이 곳의 볼거리는 지천에 깔렸다.

 

입구를 들어서면 골목 끝에 지혜의 눈을 가진 보우다나트의 스투파가 눈에 들어온다.

 

바람에 나부끼는 타르초 사이에 사방으로 지혜의 눈으로 인간세상을 내려다 보는 스투파는 불교도들에게는 불경스러운 말일지 모르겠지만 빵모자를 눌러쓰고 두터운 옷을 입은 것 같아 귀엽기 그지없다. 네팔에서 가장 크다는 이 스투파는 구조 자체가 만다라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하단 기반은 대지를, 반원형의 돔은 물을, 그 위 빵모자같은 사각 탑은 불을, 그 위의 우산모양의 설치물은 바람을, 그 위의 첨탑은 하늘을 의미하며 우주의 5원소를 상징한다고 한다. 하단 기반은 명상을, 돔은 번뇌에서 해방되는 무아의 경지를, 지혜의 눈이 그려진 곳은 열반을 형상화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도착하자 마자 최외곽의 바깥에 설치된 수많은 마니차를 전부 다 돌리면서 온전히 한 바퀴를 돌아 보았다.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한 바퀴 돌고 난 우리는 스투파로 통하는 계단이 있어 올라가 보았다.

 

 

셋이서 기념촬영 한 컷.

 

계단을 통해 올라선 우리는 스투파의 돔을 중심으로 한바퀴 다시 돌아보았다.

 

이 아주머니는 우리가 구경을 다니는 동안 종종 눈에 띠었는데 이곳에서도, 곰파에서도 열심히 기도하는 심신 깊은 사람이었다. 인상도 참 좋았는데...

 

스투파 정면에 화려한 벽화를 지닌 곰파가 눈에 들어온다.

 

이 사찰의 이름은 짬센 곰파.

 

입구로 부터

 

1층을 지나 도착한 2층의 불당의 입구, 모든 벽면과 천정은 조금의 여백도 없이 불화가 그려져 있는데 연꽃과 구름, 4천왕의 험상궂은 인상의 그림들이 보는 이를 압도했다. 너무나 아름다워 황홀경이 빠질 지경이었다.

 

2층 불당입구

 

입구 오른쪽에 그려진 사천왕 중 두명의 그림

 

왼쪽에 그려진 2명

 

 

잠겨 있던 문이 마침 개방시간이 되었는지 한 승려가 와서 바로 잠겨져 있던 문을 열었다. 시간이 안맞아 안을 못보고 지나갔다면 두고두고 아쉬울 뻔했다.

 

안에는 전면과 측면에 수많은 보살상과 부처상이 모셔져 있다.

 

뜀도령이 찍은 짬센 곰파의 내부 동영상

 

전정과 벽에는 여백 없이 화려한 문양과 불화가 신비감을 불러 일으킨다. 

 

 

 

안에는 스님들 몇 사람이 좌정해 있고 아까 스투파에서 보았던 아주머니는 여기서도 열심히 불공을 드리고 있었다.

 

지옥에서 시달리는 인간들의 모습은 종교 여부를 떠나서도 경각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뜀도령, 찬바람, 착하게 살게나.

 

 

 

티벳불교의 사찰에는 어김없이 달라이라마의 사진이 놓여져 있고 이곳엔 없는걸로 봐서는 안경을 쓴 이 사람이 달라이 라마의 젊은시절 모습인듯하다.

 

짬센 곰파 2층에서 내다본 스투파의 모습. 아래서 올려다 본 모습이 아닌 정면에서 바라보는 모습이라 다르게 느껴진다.

 

다시 밖으로 나왔다. 스투파 최외곽으로 설치된 마니차를 돌리며 기도하는 노승려.

 

많은 신도들과 승려들이 이 곳을 돌며 마니차를 돌리며 기도를 한다.

 

스투파 주변의 곰파 중 하나인 타망곰파. 화려함과 신비감의 측면에선 짬센곰파보다는 덜했지만

 

안에는 엄청 큰 부처상이 있어 또다른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역시 뜀도령이 촬영한 타망 곰파의 내부

 

두 곰파는 보우다나트 스투파 바로 앞에 있었다. 우리는 이 곳에서 약간 벗어나 골목까지 누비며 그 주변에 세워진 많은 곰파들을 일일이 다 둘러 보기로 했다. 지금부터 나오는 사진의 곰파들은 세간다의 엉성한 지도만으로는 파악이 되지 않아 이름을 알 수 없는 곳들이지만 정말 볼만한 곳들이고 곳에 따라서는 예불 모습도 집접 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들을 가질 수 있었다. 귀여운 동자승들을 키우는 학교같은 곳도 볼 수 있어 더욱 좋다.

 

 

이 곰파에서는 젊은 승려 세사람이 소규모의 예불을 드리고 있었다. 한없이 경건한 모습을 보고 마음의 평화가지 느껴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골목을 누비며 찾아낸 또하나의 곰파.

 

 

어김없이 입구에 그려진 위엄 넘치는 사천왕 그림(좌)

 

(우)

 

화려하기 그지없는 탱화

 

 

이 곳에는 이 절의 승려들이 모두 모였는지 대규모의 예불이 있었는데 아까 본 그 곳에서의 소박한 예불과는 달리 장엄한 예불소리에 감동적인 체험을 했다. 티벳에 관한 다큐먼터리를 보고 가장 가보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독특하고 아름다운 불당과 신비감 넘치는 예불 모습을 보고자 함이었다. 나의 이러한 종교에 대한 문화적 접근에 이들은 거부감이 없는지 어딜 가서도 예불이 있건 없건 이교도의 입장을 불편해 하지 않아 우리는 마음 편하게 들어가 경건한 모습들을 지켜보곤 했는데 이 날의 이러한 체험은 이 번 네팔여행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이고 소중하게까지 느껴진다.

 

 

이 사찰에서는 승려가 되기 위한 학교라도 운영이 되고 있는 것인지 많은 수의 동자승들이 눈에 띠었다.

 

나이도 키도 저마다 제각각인 동자승들의 노는 모습은 그들이 스님이기 이전에 어린아이라는 사실을 상기하게 한다. 그들의 노는 모습이 한없이 귀엽기만 했다. 내가 어려서 가지고 놀던 얌체공(튀는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 타원형의 작은 고무공)을 가지고 노는 아이, 요요를 가지고 노는 아이, 장난하느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는 아이들. 어딜 가나 똑같은 아이들의 모습이다.

 

이 곳이 마지막으로 들른 사찰이었던 것 같다.

 

이 사찰은 제법 규모가 크고 승려들의 숙사 건물도 기숙사처럼 구비되어 있었다. 

 

이 곳은 예불이 없지만 한 번 들어가 보았다.

 

이 곳에서 예불용 악기인 긴 나발을 나이 어린 승려가 연습하고 있었다.

 

나는 여기서도 또 하나의 소중한 체험을 했다. 내가 불어봐도 될지를 조심스레 물었다. 종교적 접근이 아닌 문화적 접근으로서의 체험을 원했기 때문에 실례가 될 수도 있었기에 조심스레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선듯 불고 있던 나발을 내게 건넸다. 그냥 불면 되는 줄 알았다. 바람빠지는 소리만 났다. 헛바람을 내던 나를 물끄러미 보고 있던 젊은 이 스님은 내게 나발 부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아랫 속입술을 이용해 구멍을 완전히 덮어버린 상태에서 윗입술로 나머지 공간을 밀폐시킨 뒤 힘껏 불어야 했다. 몇 번의 시도끝에 성공했다. 나는 젊은 스님에게 합장하고 감사의 인사를 했다. 

 

불당을 조용히 둘러본 우리는 카트만두 달발광장으로 가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이 곳에도 동자승들이 많았다.

 

나무 그늘 아래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동자승들의 모습이 더없이 신선하면서도 평화롭기만 하다.

 

사원을 나와 다시 스투파가 있는 곳으로 돌아온 나는 어딜가나 그 나라의 전통음악 음반을 구입해 오는 나의 습관대로 티벳불교음악 CD(200루피)를 한 장 샀다. 지금도 내 귀를 즐겁게 해주는 음반 중 하나다. 동호회 사람들에게 나눠주게 몇 장 더 살걸 그랬다. 음반 한 장 샀다고 노란 꽃무늬가 들어간 예쁜 천으로 만들어진 주머니에 담아서 준다. 티벳 전통 포켓이라고 한다. 이 날 이 때 까지 다닌 코스만큼이나 만족도 높다.

 

이제 오늘 남은 코스는 다시 카트만두 시내에 있는 달발광장이다.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