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70
70년대에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을 보낸 관계로 당시의 쥐잡기운동 캠페인, 새마을운동, 혼식장려, 미니스커트와 장발단속 등 이따금씩 TV에서 보이는 70년대 기록필름을 볼 때마다 아련한 추억에 잠기곤 하던 나로서는 70년대가 배경인 고고 70이라는 영화를 반기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한국 대중음악 개척사에 한 획을 그은 데블스에 관한 음악영화라니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었다.
당연히 기대했던 것 중 하나는 70년대를 재현한 거리를 구경하는 일이었다. 당연히 가서 봤다.
그런데 이게 왠일일까.
시대를 구분하기 애매한 서울의 재개발 직전의 지역으로 지금도 볼 수 있는 곳만을 골라서 촬영을 하되 아무런 추가 설치나 투자도 없었다.
가게방 한켠의 뻘건 공중전화, 꼬질꼬질한 대포집, 함석판을 뚝딱거려 만든 가게 간판에 벗겨지는 페인트칠, 리어카를 끌고 다니면 날품파는 아저씨, 만화가게, 한산한 6차선도로에 많지않은 차량과 콩나물시루같은 버스와 안내양, 거리의 불량식품, 자전거에 쌀 한가마를 실어 배달하는 아저씨, 주변을 오염(?)시키던 연탄가게 등은 눈씻고 봐도 없다.
눈물겨운 제작비 절약의 흔적은 효자동 삼계탕집 "토속촌"이 나올 때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오래된 집이고 예스러운 모습을 한 식당이라는 잇점때문에 이 곳에서 찍은 것 같기는한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바로 며칠전 내가 먹었던 바로 그자리에 아무런 변경이나 추가설치도 없이 그대로 찍은 것을 보고 어이가 없더라는 ㅡ,.ㅡ;
당시의 패션이었던 정장수트와 셔츠의 크고 넓은 깃을 재현하기는 했지만 옷색깔과 스타일은 오히려 요즘감각에 더 가깝게 느껴지더라는...
그저 그 당시의 분위기를 내기 위한 노력이라곤 기록필름을 가끔 보여 주었다는 것하고 당시 분위기를 살린답시고 낡은 동네만 찾아서 촬영한 것 외에는 없는 것 같다.
희화화된 캐릭터와 당사자가 봤다면 설사 사실이었다 할지라도 결코 동의할 수 없을법한 등장인물들에 대한 사생활 표현방식 등을 놓고 영화를 보면서도 내내 당사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지도 않았고 그랬다 하더라도 하나도 참고하지 않았을거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닐거라고 생각된다. 시나리오 작가와 영화감독이 무책임하다는 생각도 든다. 어차피 객관적인 기록이란건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나로선 기록필름이나 기록책자를 보고 50% 이상은 믿지 않는 습관이 있으니 하물며 논픽션 영화나 역사드라마는 픽션과 동일선상에 놓고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음악애호가의 한 사람으로서 보자면 한 번 쯤 봐둘만하다고도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저것이 사실이었다고 생각하는 단순한 사람은 어차피 그리 많지 않을테니 말이다. 조승우의 타고난 연기력과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음악적 재능을 발산하는 모습만으로도 영화는 볼 가치가 있다. 게다가 이 곳에 연주되는 연주와 노래는 물론 배경음악까지 락이나 소울을 좋아하는사람들에게는 적잖은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된다. 음악영화를 본다고 전제하고 그냥 아무생각없이 볼 수 있다면 강추. 마지막 부분에 붉은 조명과 배경속에 실루엣만 보이는 무대등장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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