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무슨 무슨 날만 되면 선물때문에 고민을 하게 된다.
선물에 대한 고민을 도대체 일년에 몇 번이나 하게 될까.
최소한 신년선물, 생일선물, 어린이날 선물, 어버이날 선물, 크리스마스 선물, 추석선물의 날은 일단 주던 안주던 정기적으로 날도 되기 전에 고민을 하게 만드는 선물의 날들이다.
바퀴벌레들의 100일 기념선물, 1주년 기념선물, 심지어는 너와 나의 첫번째 주둥아리 접선 백일 경축기념일이래는둥 이런 류의 선물을 주는 날을 준정기적 선물의날이라고 한다면
게릴라적이고 부정기적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선물의 날도 있는데 집들이선물, 합격축하선물, 진급선물, 진학선물, 그리고 안해도 무방하지만 유능한 사람들에겐 꼭 필요한 상사에 대한 아부용 배달선물에 이르기까지 가짓수도 열라 많고 종류도 졸라 많다.
일년중에도 선물을 고르는 저마다의 고민은 다양한 선택을 하게 되는데 선택을 위한 기준도 저마다 다르게 마련이다.
선물의 대상과 시기에도 열라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여러 사람에게 돌리는 선물같으면 이사람까지 줘야돼 말아야돼? 안하자니 욕할것 같고 하자니 돈이 너무 들거나 아깝고,
시장통에서 싼걸 고르자니 욕할거같고 백화점 라벨딱지 붙은걸로 하자니 돈이 넘 마니 들지만 백화점엘 가도 도대체 뭘 사야 될지...
특정 대상에게 금기시되거나 또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물건들, 예를 들어 손수건, 넥타이, 신발, 액세서리, 라이터 등은 나같이 무식한 사람들에게는 헷갈림의 대상이기도 하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고민끝에 고른 이 선물을 받고 주인공이 얼마나 행복해 하느냐다. 받는 사람이 행복해하면 주는 사람도 덩달아 행복해지게 마련이다. 어떻게 하면 가장 좋은 선물이 될까를 생각해 봤다.
첫째, 상대편에게 요긴한 물건이라야 받는 이가 행복한 웃음을 지어준다.
둘째, 여러사람들의 선물 속에 섞였을 때 누가 준 것인지 기억하게 하려면 남들이 잘 안하는 특이한 물건이 좋겠다.
세째, 정성이 가득 담기고 많은 연구와 고민을 했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어야겠지.
네째, 뇌물을 주고 받는 관계가 아닌 이상 너무 비싸면 상대편에게 심적 부담을 줄 수 있으니 너무 비싼 것은 피하되 럭셔리함은 유지한다.
다섯째, 받는 사람 뿐 아니라 주변에서 보는 사람까지도 즐겁게 만들어 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니겠나.
이런 기준을 충족시켜주는 선물을 마련하자고 한다면 보통 어려운게 아니다.
그런데 그 기준들을 충족시켜 주는 기발한 선물을 얼마전에 구경했다. 내가 받은 것은 아니고 우리 직장의 어느 젊은 여인네가 같은 직장의 남정네로부터 받은 선물인데 위 다섯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기발하고도 낭만적인 선물지만 이건 엄연히 독창적인 아이디어임을 가정한 찬양이다.
아래의 사진이 바로 문제의 선물인데(누군가 이 글을 읽고 어디선가 이미 이전에 누군가 이미 써먹은 경우라면 주저 없이 꼬릿글로 알려 주십시오. 가차 없이 삭제하겠숨당. 참고로 이 선물을 구경하고 사진에 담은 날은 2007년 10월의 어느날이었숨당)
얼핏 보기에는 그냥 와인 세트 선물로 보이는데(그것도 프리미엄이라는디? 일단 네째 럭셔리 조건 충족) 일단 본인이 뚜껑을 열어 보더니 받는 이는 기쁨 두배가 되었고 주변 사람들도 기발함(? 둘째 충족?)과 세심함(? 세째 충족)에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다(첫째와 다섯째 충족). 뚜껑을 열고 보니 와인은 와인이되 포도주는 아니고 코리안 위스키(?? 아니면 한궈 바이쥐우?? 간꼬꾸 사케??)가 들어 있다(네번째 넘비싼 것 피하기 충족). 어찌나 세심(?)하고 격식(?)은 있는대로 다갖췄는지 옆에서 보는 사람이 덩달아 감격하다 못해 뒤집어질 판이었다.
안주(이름도 우아하게 숏다리 오징어란다. 섹시한 느낌의 이름 '비너스 땅콩은 또 어디서 구했노?)가 들어 있는건 기본이고
프리미엄 와인세트(?)답게 잔도 용량에 따라 달리 쓸 수 있도록 두 가지 용양의 잔이 각각 두 개씩 들어 있다.
구미에 따라 녹차도 각병에 하나씩 쓸 수 있도록 한 것일까 아님 음주후 녹차 한잔으로 숙취를 도우라는 의미일까 하는 문제는 선물 제작자만이 알 일이다.
취향에 따라 음주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빨대까지 넣어 놓은 저 센스(웨엑!)
어느 때 어디에서 이 선물을 활용하더라도 편리하도록 테이블보(중국집 배달시 깔고 그 위에 짜장면 먹고 나면 온갖 파편과 함께 그릇이고 뭐고 와그장창 싸서 내놓으라고 주는 비닐)까지 넣었으니 세심함으로야 더 할말이 없지 않은가.
나의 지인들 중 누군가 이런 선물 나한테 줬다간 주글쭐 알어! ㅡ,.ㅋ;
'생각여행 > 나의일상중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란티노의 영화 바스터즈 비틀어 보기 (0) | 2009.10.30 |
---|---|
2009.6.13 관악산등반 (0) | 2009.06.14 |
2009. 5.30 북한산 등반 (0) | 2009.06.02 |
[스크랩] 그 놈놈놈들의... (0) | 2009.04.29 |
영화 고고70 감상기 (0) | 2008.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