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하지 않던 등산을 모처럼 혼자서 가봤다. 친구들이 가자고 하면 그제서야 따라 나서던 내가 굳이 더운 초여름날 등산을 혼자서라도 가고자 했던 이유는 곧 있을 네팔에서의 트래킹을 위한 단련의 의미가 있었다. 그동안 구입해 둔 등산복은 가을과 겨울을 위한 것이었으니 이 번 트래킹을 위해 여름용으로 한 벌 구입했다. 전엔 그래도 사면 제대로 산다고 적잖은 돈을 들여 좋은 것으로 샀지만 이 번엔 싼걸로 골라서 샀다. 왠지 이 번 트래킹 끝나고 나면 다시 여름에 등산할 일도 없을것 같고 따라서 가급적이면 기획상품이나 좀 싼 레이블로 샀다. 고어텍스 기능이 제대로 되는지도 시험해 볼겸...
전날 준비해 둔 포도 한송이와 캠맥주 한 개를 배낭에 넣고 집을 나서 마트에 들른 나는 오이와 물을 사서 넣고 제과점에도 들러 빵도 몇 개 사서 넣었고 버스에 올라탔다.
10시 20분경 서울대 입구에 위치한 등산로 입구로부터 10분정도 걸어들어가다 보니 그제서야 김밥을 안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김밥을 사기 위해 되돌아가면 10분, 사서 되돌아 오는데 역시 10분. 이 자리에서 결국 20분을 지체하는 셈이 된다. 억울해서 안되겠다. 탄수화물은 빵으로 족하기로 했다. 가다 보니 호수공원이 나온다. 이거 언제부터 있던거지?
은근히 더운 대기를 식혀주는 느낌이다.
공원 한가운데를 장식하는 돌이 하도 이상하게 생겨 가짜인줄 알고 가까이서 두들겨 보니 진짜 돌일세.
호수 끝자락에 정자도 있고. 좋다.
찍어줄 사람이 없으니 셀카 한 컷.
조금 오르다 보니 눈에 띠는 약수. 그냥 갈수 없잖아. 한모금 마시고 무조건 길따라서 생각없이 올라 보았다. 무계획이 이 날 계획이었다.
아무 생각없이 계획도 없이 아메바처럼 오르다 보니 군부대가 나오고 더 이상 오를 길이 없었다. 이게 무계획의 종말이군. 왠지 시시해졌다. 차라리 연주대나 바라고 오를걸 그랬다.오늘이 혼자 오르기 처음이니 담번 게획으로 하기로 하고
먹이사슬 중간쯤에 위치한 육식동물 모냥 혼자서 곱창을 채울 외진 구석에 장소를 물색해 앉아 가진 것을 풀어 보았다. 김밥이 없는게 좀 아쉽기는 해도 없는거 빼고 다있다.
허, 이놈이 제일 뿌듯할쎄 그래.
네팔에 대하여 그러잖아도 공부종인데 이 곳에서 잠깐 여유있게 읽어 볼 책으로 읽던 중인 책을 가져왔다.
만복감을 느끼며 삼막사를 향해 걸었다.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사찰을 좋아하는 내가 놓칠 이유가 없었다. 내려가다 보니 삼막사에 도착하기도 전에 자그마한 암자가 있어 들러 보았다.
일본의 사찰을 연상시키는 입구가 인상적이다.
봉헌(불교에서는 봉헌을 뭐라고 하나?)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듯한 비석이 계단을 따라 양옆으로 늘여 세워져 있고 위쪽으로는 무슨 문자인지 모르겠지만 뭔가 좋은 말이 써 있는 것 같다.
자그만한 암자의 대웅전 단청도 아담하고 예쁘다.
작지만 분위기가 무척 경건하다.
천정으로부터 아래를 향해 드리워 놓은 용의 머리도 무척 인상적이다.
위쪽 계단으로 올라가니 역시 자그마한 방이 하나 있어 열어 보니 하얀 부처상이 있어 잠시 보고 나왔다.
이 곳을 나와 조금 걸으니 삼막사 입구가 나왔다.
1300년전 신라시대에 지어진 유서깊은 사찰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띠는 북과
종 그리고 목어. 그리고 이들을 덮은 지붕과 서까래의 단청이 무척 아름답다.
여기가 무슨전이었더라... 역시 금빛 부처와 보살상, 탱화 그리고 내부 단청이 조화를 이루어 더없이 아름답고 경건한 느낌이 보는 이를 엄숙함과 자비의 세계로 인도한다.
천정의 서까래와 용장식의 단청이 역시 화려하다.
여기가 대웅전이었던 것 같은데? 팔이 여럿 달린 모습도 부처님의 현신일까. 팔이 여럿이면 내가 아는 것은 아수라뿐인디?
금빛 찬란한 금부처는 화려함보다는 경건함이 더욱 부각되어 보인다.
다 좋은데 이 마지막 요란한 건물은 뭐냐.
지나치게 장식적이고 요란한 이 건물은 천불전이라고 한다. 너무 요란해서 쳐다보기 어지럽다.
주구장창 내려가다 경인교대 방향으로 계속 걸어내려 가다 보니
개울물도 보인다. 마음까지도 맑아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오늘은 등반이라기 보다는 암자와 사찰 순례라고 해두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이제 혼자서 등산을 시도해 보았으니 앞으로는 계획적으로 혼자 길따라 등반하는 재미도 느껴 보려 한다. 물론 조만간 떠날 네팔 트래킹을 의식하고 시작한 일이지만 여행계획도 빨리 세워야 하는데 하는일 없이 바빠서 어거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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