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을 지도 들고 헤매며 다니길 좋아하는 나도 사실 길눈이 어두워 한 번 갔던 길을 다시 가기는 쉽지가 않다. 내게 있어 특히 더 심하게 그러한 것이 산길이다. 나 혼자 등산을 가거나 내가 주도해서 산을 올라 본 적은 뒷산 올라본 것 말고는 전무하다. 남들이 등산 가자고 하면 거절 안하고 만사 제끼고 따라간다. 배낭 여행을 좋아하는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다. 어쨋든 직장내 절친한 동료가 엉아들 모시고 함께 가잔다. 행선지는 북한산. 그러잖아도 네팔에서의 트래킹을 앞두고 있는 만큼 평소 운동 외에도 수시로 등반을 해야겠단 생각이었는데 오래간만에 가자는 제안이 솔깃했다. 봄가을 등산복과 겨울 등산복만 갖고 있으니 금년 여름 네팔 트래킹때문에라도 여름 등산복을 사야 하는데 시간도 안난다. 전날 지방출장 갔다가 한 잔 마시고 늦게 집으로 돌아온 나는 담날 아침 그냥 퍼질러 자고 싶은 생각을 억누르고 8시에 일어났다. 힘겹게 일어나 얼굴에 물만 뭍힌 뒤 부시시한 머리를 모자 속에감추고 선식과 과일로 곱창을 대충 채운 나는 8시 30분에 집을 나섰다. 준비해 둔게 있을리 만무하니 제과점에 들러 빵조가리몇 개 사고 농협마트에 들러 1200원짜리 오이 3개 묶음을 샀다. 10시 30분에 모인 일행은 곧바로 간편한 코스를 향해 등반을 시작했다.
운동부족은 아닐거고(하긴 수영과 헬스로 쓰는 근육과 등반시에 쓰는 근육이 다르니 관계가 없는지도 모르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코스의 발걸음이 힘겹고 무거우니 아무래도 전날 마신 술만 탓하기도 술에게 미안하다. 첫번째로 휴식을 취한 약수터. 얼마나 올랐다고 쉬냐? ㅡ,.ㅡ;
산에서 담배피우는 몰지각한 아저씨. 고발용으로 찍었지만 초상권 문제로 뒤에서 찍는다. 불만 있으셈?
이 날 온도가 높지만 아직은 건조해서 견딜만 하다. 한여름의 녹음이 멀고 가까운 곳으로부터 시야에 들어오니 마음은 한결 가뿐하고 주변은 신선하다. 물론 느끼한 직장 동료들만 빼고 ㅋ
정상에 올라 밥을 먹다 보니 또 한명의 직장 동료가 다른 일행과 함께 이 곳에 올랐다. 잠깐 식사하며 이야기 나누고 헤어졌다. 괄도 둏고 김밥도 둏고 채소도 둏고 다 됴한데 역시나 막걸리와 집에서 담갔다는 포도주가 역시 압권이다. 이 맛에 기어 오르는거 아니겠나.
식후 노곤해지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누워 잔다. 30분이나 잤나? 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냉기에 몸전체에 한기가 느껴진다. 좀아까까지만 해도 더워서 녹아버릴 것 같더니만 이젠 감기걸릴 지경이다.
오르는코스는 짧고 내려가는 코스는 길게 잡았다.
중간중간 좋은 배경이 나오면 사진도 좀 찍고
가다 지치면 쉬기도 했지만 체력이 전만 같지 못하다고 느끼는건... 늘근건가? 작년 겨울만 해도 안그랬는뎅?
어쨋든 뙤약볕 아래서도 시원한 산바람은 지친 몸을 달래기에 그만이었다.
가다보니 북한산성 성문 누각이 보인다.
단청을 좋아하는 내가 그냥 넘어갈리 없다.
카메라에 두 컷 담아 보았다.
성문 누각에서 내려다 보이는 계단도 운치가 있다.
한담중인 직장 동료들
등산로 끝자락에 도달하니 경치는 더욱 좋아진다.
이 집이 유명하다길래 함 들러 보았다.뚱뚱하지도 않으신 것 같은데 돼지할머니네? 아항! 주로 돼지 부속이 전문인 집인게로구만.
오늘 완전 막걸리에 필 받는다.
모둠 고기 작은걸로 시켜 보았다. 순대, 머릿고기, 곱창 모두가 쫄깃한게 맛이 그만이지만 작은 접시가 18,000원이면 절대 싸진 않다. 도토리묵 한접시 더 시켜
순대국하고 같이 먹으니 포만감이 온다.
버스를 타고 자리를 옮겨 맥주 한 잔 더 하고 9시 반이 넘어 헤어졌으니 이 날 등산으로 소모한 칼로리는 배 이상으로 보충한 셈인가? 등산을 1주에 한번 하네 2주에 한 번 하네 어쩌네 하다가 헤어졌지만 그거 지켜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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