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08 두바이 the 2nd·그리스

그리스여행10(아테네/델피)

코렐리 2008. 9. 12. 13:02

2007. 7. 11(금) 계속

그리스정교의 교회당에서 나와 다시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아메바처럼 다니되 방향감감을 잃지 않으려고 나름 노력했다. 여기서 우회전 저기서 좌회전을 하면서도 우리가 왔던 길을 짚고 터미널이 있는 방향을 따져가며 다녔지만 막상 되찾아 가기는 쉽지 않았다. 대충의 감으로 대충은 되찾아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미 출근해서 일하고 있는 시간이라 그랬을까. 골목 골목에 다니는 사람들이 매우 드물었다. 어쩌다 사람 하나 붙잡고 물어보면 모른단다. 강남 어디에서 고속터미널을 찾는다고 하면 한국사람들도 그렇게들 모를까. 아니면 한국에서 영어로 질문하면 기피하듯이 여기서도? 쩝. 어쨋든 곧 버스 출발시간이 다가오는 가운데 발걸음마저도 총총해져가는 우리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여기 어디쯤인 것 같은데... 이미 산토리니에서 배를 한 번 놓쳐본 일이 있었으니 별 생각이 다들었다. 이러고 정말 버스를 놓치면 일정을 망가뜨리게 되는 것도 그렇지만 어디 가서 말하기도 쪽팔려 지금처럼 블로그에 기행문(?)을 쓰는 것도 싫어질 뻔 했다. 근처 자동차가 다니는 길이 저쪽 골목 끝에 보이길래 일단 그리로 나갔다. 일단 대로로 나가서 자동차정비소에서 열심히 부품을 들고 요모조모 뜯어보는데 열중이던 정비공에게 물었다. 나의 질문에 그는 좌우를 한 번 둘러 보고 저희들끼리 서로 방향을 찔러가면서 뭐라고 뭐라고 하더니 기름때 묻은 검지 손가락 하나를 제 정수리에 대고 어설프게 긁고 나서 알려주는 방향이니 그방향이 정말 맞는지 석연치 않았다. 왠지 나는 반대 방향일 것 같은 어설픈 감을 갖고 묻고 나서 얻은 대답이라 순간 망설여졌다. 내 감대로 가볼까 아님 속더라도 이 정비공의 말대로 가볼까. 교회당에서 좀 더 일찍 나올걸 잘못했다는 생각은 왜 이제서야 드는걸까. 10분도 안남았으니 운에 맡긴다는 생각으로 정비공의 말대로 갔다. 마음이 급하니 미심쩍다고 가다가 다시 물어볼 것도 없었다. 누군가 다른 방향으로 가르쳐줘서 혼란을 일으켜 여기서 우왕좌왕하면 오늘일정은 어차피 끝이다. 내일은 아크로폴리스를 갈텐데 그걸 당겨서 갈순 없었다. 이 번 여행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일정을 우리끼리 가버리면 리유군은 뭐여? 블안감을 갖고 총총히 걷다 드디어 발견한 버스터미널의 낯익은 울타리가 눈에 띠자 어찌나 만갑던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 번 여행은 도대체 왜이러냐. 아테네에서 크레타로 갈 때 그랬고, 산토리니에서 미코노스로 갈 때 그랬고 오늘 아테네에서 델피로 가는 이날로 벌써 세 번째 땡칠이모냥 껄떡거리며 다녔다. 어쨋든 출발시간 5분정도를 간신히 남겨놓고 버스터미널에 도착한 우리는 저 쪽에 사람들이 줄지어 올라 타는 모습을 보고 그 버스인 줄 알고 확인해 보았다. 델피행 버스가 맞다. 버스 떠나기 직전에 간신히 돌아온 것이었다. 버스는 정시에 출발했다. 모자속 과 티셔츠 속의 진땀을 진정시키느라 손수건을 홀라당 적시고 말았다.

 

 

한시간 반정도 되어서 내려준 휴게소. 휴게소 치고는 아주 낭만적인 모양새로 정원과 이쁘장한 가정집같은 휴게소 건물이 맞아준다.

 

오른쪽의 쑥황색 문이 화장실로 통하는 문이다. 가정집의 거실같은 분위기의 휴게소라... 멋지다. 깔끔하게 청소된 화장실에서 물을 버리고 나서

 

들어왔던 그 문이 아닌 바깥으로 향하는 다른 문으로 나가보니 구이가 되고 싶지 않은 한 절대로 앉고싶지 않을만큼 뙤약볕에 노출된 테이블들이 상당히 많이 놓여져 있었다.

 

초저녁이라면 생각이 달라질수도 있겠다.

 

승객들은 저마다 휴식을 취하고 다시 버스에 올라탔고 버스는 계속해서 델피를 향해 갔다.

 

산악절벽도로를 한참 다니다 보니 중간에 경유하는 마을이 하나 있는데

 

고풍스러우면서도 깔끔하고 무척 예쁜 마을이다.  

 

이 마을을 경유하고 다시 한참을 가니

 

회사명이 다른 여러대의 관광버스들이 도로 한켠에 주차되고 이제 막 도착했는지 승객들이 하차중인 차도 있어 이 곳에 유명한 관광유적지가 있는것으로 짐작이 갔다. 바로 우리의 목적지인 델피에 도착한 것이다. 관광버스 승객들은 마을 입구를 못미쳐 내렸고, 대중교통을 이용한 우리는 자그마한 이 마을을 통과해 마을의 반대편 버스스테이션에서 내렸다. 이 때 시간이 13:40 경이니 예상보다 빨리 도착했다.

 

말이 버스 스테이션이지 구멍가게였다. 여기에서 돌아갈 버스표부터 구입했다. 아테네행 18:00 출발 버스인데 좌석번호가 없다. 선착순 복골복이었다. 다행인 것은 이 곳을 모두 보는데 충분한 시간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하차한 사람들은 마을 반대편으로 되짚어 갔다. 우리도 마을 반대편으로 되짚어갔다.

 

마을의 간이도로 좌우에는 모두 기념품 가게와 호텔로 운영되는 건물들인 것 같다.

 

마을에 볼거리라곤 델피유적으로서 아폴론신전과 아테나신전 그리고 자그마한 박물관 하나 뿐인데도 여기에서 묵는 사람들은 시간이 엄청 많고 여유있는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인가보다.

 

하기는 프랑스인들은 바캉스라 불리는 두 달짜리 장기휴가를 준비하기 위해 10개월간을 뼈빠지게 일한다고도 하는데 그럴 수도 있겠다. 하기는 프랑스에 비하면 이 곳 물가는 비싸지도 않을테고 날아오는데도 몇 푼 하지 않을테니 가능도 하겠다. 그러나 우린 시간이 돈인 조선 땅의 노동자들이니 어림도 없다. 그래도 발전의 여지가 많고 할 일 많은 조선인들의 휴가와 일상이 그들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할 게 없는 나라에서 사는 것보다 훨 낫지 않은가말이다.

 

마을 반대편 입구를 지나

 

조금 가니

 

 

박물관 건믈이 눈에 들어온다.

 

물론 주변은 바위산과 듬듬이 보이는 침엽수들의 장식 뿐이었다.

 

박물관에서는

 

유적과 박물관 모두를 볼 수 있는 표를 팔고 있었다. 표를 구입한 우리는 더위를 피해 일단 박물관부터 들어갔다.

 

청동항아리. 용량으로 보자면 귀족의 집안에서 쓰던 것도 같고, 무식하게 생긴걸 보면 서민들이 쓰덩 것도 같고... 하긴 이 곳에 두 개의 신전이 있었고 그 주변에서 발굴된 유물들이니 신전에서 쓰던 물건들일 것 같다.

 

삼족오의 머리같은 새대가리가 유난히도 많다.

 

당시의 국가나 신에 대한 상징이었을까. 얘는 꼭 죽어가는 두꺼비같다.

 

고놈 참 표독해 보인다.

 

방패인듯...

 

 

 

이 투구들이 가장 눈에 익었다. 어려서 읽던 그리스 신화에 삽화에서 많이 보아 눈에 익은 투구들이다. 거추장만스럽지 이거 써봐야 별 소용없어 보인다. 이거 쓰고 칼이나 쇠몽둥이 한 대 맞으면 골로 가겠다는 생각이 든다. 찌그러진거 봐라...!

 

그래도 이 온전한 고대의 투구를 보니 묘한 생각이 든다. 마치.... 넘어가자. 끙. 어렸을 때 읽던 책의 삽화 등으로 보던 이 투구를 실제로 보면서 뭔가 큰 감흥이 있었지만 뭐라고 표현하기가 대따 어렵고 미묘하다. 이럴 때 가장 현병한 방법이 이거다. "통과!"

 

이 곳 박물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시물인 스핑크스. 스핑크스와 오이디푸스의 그 유명한 전설은 바로 이 곳 델피가 무대이며 얘는 바로 그 고약한 괴물이다.

 

전시물들은 온전한 것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건축물의 일부분으로 보이는

 

부분적인 조각과

 

동상들이 대부분의 전시물들이다.

 

헤르쿨레스 조각의 일부분

 

 

미남형에 완벽한 몸매를 갖춘 젊은이의 동상. 질투난다. 

 

윗 사진의 동상과 비교된다.

 

가장 온전한 형태로 남아있는 마차에 올라탄 고위 관리의 청동상. 옷 주름과 팔뚝 등이 완벽하리만큼 실제모습에 가깝게 작품화되었다. 들고 있는 것은 말고삐다.

 

발견된 조각들의 파편들을 이용해 원래의 작품을 벽에 그려 재현해 놓았다.

 

오랜 세월을 두고 부식된 화살촉

 

박물관 내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허용이 되어 있지만 동상 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는 속깊은 이유를 도대체 알 수 가 없지만 어쨋든 한 장 찍었을 때 제지하길래 더 이상 찍지 않았다. 지금도 왜그랬을지 단순한 내머리론 이해가 안간다. 박물관울 나온 뒤 우리는 아폴로 신전으로 갔다. 길을 따라 조금 가면 왼쪽으로 신전입구로 통한다. 표를 내고 안으로 들어서 오르막길로 조금 올라가면

 

기둥만 몇 개 남은 유적터가 나오고

 

 

조금 더 계단이 놓인 길을 따라 올라가면

 

세상의 중심인 옴파로스(배꼽)를 표시해 놓은 돌이 보인다. 제우스 신이 두마리의 독수리를 세상의 두 끝에서 각각 날렸고 방향을 마주하여 날다가 만난 곳이 이 곳으로 세상의 중심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이 배꼽의 진본은 박물관에 있고 이 곳에 놓인 것은 모조품이다.

 

바로 위에는 아테네인의 보물창고. 이 곳에 있던 부조는 모조리 떼어 델피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지붕만 제외하면 거의 온전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뜬금 없이 떨렁 하나 놓여있는 이오니아식 기둥의 윗부분.

 

아래의 사진은 아폴로 신전. 기원전 370년 경 건축되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도리아식 기둥 몇 개와 터만 남아있다.

 

이 곳 유적은 1829년부터 프랑스 고고학자들에 의해 발굴이 시작되었으며 미케네시대인 기원전 12세기부터 신탁의 장소였음이 밝혀졌다고 한다.

 

기원전 1200년경에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그 딸인 테미스를 숭배하던 땅이었으나 훗날 제우스으아들 아폴론이 뱀신을 이곳에서 죽이고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그 뒤 비잔틴제국의 황제 테오도시우스에 의해 폐쇄되기는 381년까지 이 곳에서 신탁이 행하여졌다고 한다.

 

 바로 위에 위치한 고대극장. 이 곳에서의 공연은 어땠을까 궁금하다.

 

가장 위쪽에 위치한 경기장(스타디움)

 

자리를 찾지 못한채 무심하게 널린 돌들. 이 곳을 내려 오다가 더위에 지쳐 길 옆 숲 그늘에서 쉬던중 가진 물을 다 먹고난 뒤라 목이 말라 헥헥거리던 차에 뜀도령이 가방속에 담아온 오렌지는 더 이상 단 맛을 찾을 수 없도록 달았고 물을 갈망하던 목을 축이던 이 때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라도 만난 기분이었다. 더위와 다시 한 판 붙을 준비가 되자 다시 산을 내려와 

 

이번엔 아래쪽으로 더 내려가 고대 경기장과 아테나 여신의 신전을 찾았다.

 

마을을 등지고 이정표를 따라 도로를 걷다보면 아래로 통하는 계단이 나오고 김나지움으로 향한다는 표식이 있다. 이 곳을 내려가면

 

바로 김나지움이 나온다. 이 곳 김나지움은 터만 남아 있어 잔해가 증명해 줄 뿐 형태는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이 곳을 지나 조금 더 내려가면 아테나신전이 나온다. 이 신전 역시 도리아식 기둥과 터만 남아 있다.

 

남아 있는 터에 놓인 잔해들은 묘하게도 윗부분만 홀라당 없어진건지 일정한 배열규칙을 갖고 있었다. 설마 치사하게 여기저기 랜덤하게 흩어져 있는 돌들을 이리저리 모아 정리하여 사기치는 것도 아닐텐데 정말 희안하다. 누가 이해 좀 가게 설명 좀 해주셔.

 

신전터를 배경으로 한 컷.

 

조금 아까 들렀던 아폴로신전의 기둥은 사각배열의 배치였지만 이 곳은 원형으로 배열되어 있다.  

 

묘하게도 아폴로신전에서는 남성미가, 아테나여신의 신전에서는 여성미가 각각 느껴진다면 나혼자만의 오버가 될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이 곳의 유적을 모두 둘러보고 나니 버스승차까지는 대략 한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유적지를 떠나 다시 마을로 돌아와

 

마을 중심부의 한 가게방에서 콜라와 물을 샀다. 더위에 지치고 목이말랏던 우리는 콜라를 사서 근처 계단 그늘에 앉아 지친 심신을 달랬다.

 

계단을 떠날 때 어딜 보아도 주변에 쓰레기를 버리기에 마땅한 통이나 터가 없었다. 바닥에 내려 놓은 캔을 처리하기 곤란해 방치해 둔채 일어났다가 뜀도령한테 호되게 야단맞았다. 남이 그러면 어지간히도 잔소리하면서 자신이 그러는건 또 뭐냐며 다그치는 말에는 할 말이 없었다. 깨갱. 부끄~

 

버스스테에션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도로 바깥쪽으로 길게 난 콘크리트 난간턱에 앉아 바로 옆 식당에서 흑백커플의 식사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의 먹성을 안주삼아 잡담을 하다 보니 금방 남은 시간이 갔다. 버스를 타고 돌아갈 때는 올 ㄷ대와 코스가 달랐다. 올 때는 시골길을 구불구불 돌아서 왔지만 갈 때는 뻥 뚫린 고속도로를 막힘없이 달렸다. 고속도로 이정표에는 영어와 그리스어가 병기되어 있었다. 차안에서 심심했던 나는 수많은 이정표가 하나하나 눈에 들어올 때마다. 그리스어 표기법과 영어 표기법을 대조해가며 그리스어 철자에 대하여 어떻게 발음하는지를 눈여겨 보았다. 아테네 시내에 도착하고 나니 이제는 그리스어 표기법에 대한 발음체계를 거의 모두 파악한 듯 싶다. 아테네 시내를 다니며 버스노선표를 보는데 무척 애를 먹었는데 이제 파악이 되고 나니 떠날 때가 되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8시 30분 조금 넘어 아테네의 리오시온 터미널에 도착했다. 서둘러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가던 길에 가게에 들렀다. 그 곳에서 장을 보고 저녁식사로 비빔밥과 맥주를 한 잔 하고 23시경에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아테네 여행의 핵심중 핵심인 아크로폴리스유적이다. 기대된다. 내일은 어떤 감동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