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9일(금)
전날 잠자리 들기 전 까칠자매가 아침 일찍 갠지스강에서 해뜨는걸 보잔다. 그러려면 최소한 4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한다는 얘기... 나는 일언지하게 안가겠다고 했다. 피곤해서 쓰러지기 직전이구만 쌍코피 흘리면서 여행다닐 일 있나 싶었다. 그래도 가겠단다. 그래서 용재에게 엄명을 내렸다. 니가 따라가서 보호해 줘라. 흔쾌히 그러겠단다. 아침에 돌아 와서는 좋았었다나. 그런데... 어! 찍은 사진을 봉게 장난이 아니구려. 흐미 나도 갈걸.
일단 아침식사 후 숙소를 나서 다시 갠지스강으로 가는데 일단 오토릭샤를 타고 갈 수 있는데까지 갔다.
갠지스강 반경 얼마 이상은 오토릭샤는 물론 자동차가 출입할 수 없는 성역이다. 물론 종교적인 이유에서다. 오토릭샤에서 내려 꼬불꼬불한 골목은 역시 운치가 있었다. 그런데 가도 가도 끝도 없는 골목이었다.
어느 건물 옥상에서 아이들이 손을 흔들어 준다. 에고 이쁜 것들!
길을 잘못든듯 졸라 헤맸지만 그래도 재미는 있었다. 미로를 벗어나 간신히 강가로 나왔다.
여기서 개폼잡고 한 장 찍었지만 여기도 암모니아 냄새는 장난이 아니었다.
내려다 보는 회교도들
주거용 건물
지나가다 만난 어르신 한 분
빤치강가 가트로 나가 조금 걷다가 보트를 타보려고 흥정을 했다.
이 날은 실수를 한 것 같다. 얼마였더라... 200루피였던 것 같은데... 보트가 대따 큰데 노를 젓는 사람은 한사람 뿐이었다. 느릿 느릿 .... 에구 복장 터져. 굼뱅이하고 경주해도 지겠다 씨�!(나 곯났음)
알고 보니 적절한 크기의 보트는 이미 영업중이고 큰것만 남은데다 사람도 없고. 그나마 나도 좀 거들어보자고 덤볐다. 다들 나보고 아서란다. 어쭈 사람을 무시해여? 이래뵈도 해병대에서 IBS훈련을 받은 사람인디. 나 노젓는거 보며 하는 소리들 오우! 예!
근데 이아저씬 나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본다. 도움이 안된다고 비키라는 시늉이다. 이런 싸가지하고는...
결국 영업을 마친 소형 배가 돌아와서 그리로 갈아탔다. 과연 강가에서 보는 것과 물에서 강가를 향해 보는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까칠언니하고 친한 척 한 번 해보았다.
어제 본 예식의 장소. 연주음악은 핑크색 사원의 탑에서 연주.노래되었다. 오전인데 종교의식으로서의 목욕을 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배를 타고 가고자 했던 곳은 바로 대규모 화장터로 유명한 마니까르니까 가트
여기서부턴 걸었다.
이 곳에서는 시신을 천에 싸서 장작더미 위에 올려 놓고 화장하는 고전적인 화장을 하고 있었다. 정해진 장소도 없다. 그냥 여기 저기서 기냥 화장한다. 주변엔 화장에 쓸 장작이 여기저기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연기는 시신을 태우느라 나오는 연기.
이 곳에서 둘러 감은 천 사이로 손 발이 삐죽 나온 시신을 불태우는 모습을 보고는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남들하고 옥신각신하고 살 필요도 없는데 왜 그랬는지 의아해진다. 물론 그때뿐이다.
화장중인 시신을 모셔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그 곳의 어린이들과 함께
꽃파는 소녀가 예쁘게 생겼다.
물은 결코 께끗한 수준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성한 물인만큼 우리의 마시는 물 이상으로 여기고들 있었다.
해진 뒤 갠지스강의 평화로운 풍경.
그 때 본 갠지스 강가의 분위기와 인상은 지금도 매우 강열하게 남아있다. 대부분의 가트를 둘러 보고 나서 브레드 오브 라이프라는 식당을 지도를 보며 물어물어 찾았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빵을 굽는 집이라나. 과거 이곳에 나그네로서 왔던 주인이 나의 양을 먹이라는 신의 계시를 받고 열게 된 식당이라고 한다. 이 곳의 빵은 우리네 빵과는 많이 달랐다. 부드럽고 촉촉한 빵을 좋아하는 우리네와는 달리 좀 뻣뻣하였지만 나름대로 맛이 있었다. 나는 이 곳에서 뭔지도 모르고 음식을 스테이큰줄 알고 시켰다. 이름도 예쁘다. 빠니에르 케밥. 터키여행때 고기 요리를 케밥이라고 부르길래 여기서도 그런가 했다. 그동안 고기를 못먹었으니 좀 먹어보자 싶었다. 알고 보니 볶은 가지와 볶음밥을 둥글게 스테이크처럼(?) 모아 다져 놓고 볶은 야채와 토마토 같은 것들을 예쁘게 장식해 나왔다. 맛은 아주 일품이었는데 중국음식도 아닌 것이 인도 음식은 더더욱 아니고 생긴건 양식처럼 생겼으니 이건 완전히 국적 불명이다. 양은 왠지 모르게 약간은 부족한 느낌이었다.
이 곳의 손님 30%는 한국인인듯하고 나머지 70%는 양코배기들인 것 같다. 일본인들은 유럽에나 관심이 있고 꾸질꾸질한 인도같은데는 싫어한다나 어쩐다나. 위대한 정신문화와 찬란한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유적을 볼 줄 모르는 모양이군.
다시 강가로 나가서 트리베니 뮤직센터를 찾았다. 완전히 창고같은 곳에 장판을 깔고 둥그런 방석을 몇 개 깔 아 놓은 것이 그 유명한 트리베니 뮤직센터였다. 마침 공연이 없었다. ㅜㅜ 그렇지만 찾아간 보람이 있어 그 곳에 혼자 남아 있던 연주자의 독주를 청해 들을 수 있었다. 물론 돈내고... 바이안과 타블라 그리고 싣타르를 연주하였는데 평소 관심갖던 악기의 주법과 소리내는 방법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귀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작은 북처럼 생긴 콩가는 두드리는 위치에 따라 다른 소리를 냈다. 흔히 듣는 야무지고 단단한 소리는 가운데를 때릴때 나고 가장자리를 두드리거나 힘있데 문지르면 둔한 소리가 났다. 싣타르는 7개 현을 모두 뚱기지만 운지는 의외로 맨 위 한 줄만 했다. 이브닝 라가를 연주해 주었다.
일행 아가씨들의 요구에 못이기는 척 현지 문화 체험을 위해 요가 교실을 찾았다. 맙쇼. 100%가 한국인이었고 강사는 어눌하나마 한국어로 강습을 진행했다. 역시 새로 짓고 뼁끼칠은 아직 안한 창고같은 곳에 멍석만 깔아 놓고 정부 허가의 공식 강습센터랜다. 이름은 아주 거창하게도 Yoga Educational Training Society 란다. 에구 이거 중심 잡기도 힘들구 에고에고.... 그래도 하고 나니 여행에 누적되기 시작한 피로가 많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드불게 보이는 전문 음반가게에서 파키스탄 출신의 인도 수피음악가들인 사브리 브러더스의 cd 하나를 구했다. 꼭 구하고 싶었던 음반이라 기분이 엎되었다. 돌아가는 길은 꼬불꼬불한 골목길이었는데 전날 다니던 길보다는 무척 운치 있고 아름다운 골목이었다. 호텔을 이 곳으로 잡았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아쉽다. 골목은 엄청 좁았지만 각종 엉성하고 자그마한 가게가 오밀조밀 모여 있었고 가게마다 벽을 형형색색의 페인트로 칠해 놓았다. 가장 이국적인 분위기 중 하나였다. 이런 분위기의 골목이라면 찻집에서 여유있게 차라도 한잔 하고 싶었다. 하지만 빨리 돌아가야 했다. 이날 23시 35분에 사트나행 기차를 타기로 되어 있어 늦어도 저녁 9시까지는 호텔로 돌아가 가으럽을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서둘러 오토릭샤를 타고 호텔로 돌아갔다. 연착할게 뻔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싸가지없는 인도철도청의 변태영업(?)이 두려워 저녁식사도 대충 하고 서둘렀다.
1월 20일(토)
기차를 잡아타고 늘어지게 침대칸에서 자고 세면도 대충, 양치질도 대충한 지겨운 여정끝에 사트나역에 역시나 예정시간보다 연착하였다. 오후 1시경이었다. 여기서 다시 장거리 버스를 타야 했다. 커주라호행 장거리 버스를 6명이 타느니 택시를 대절하는게 싸고 빠르다는 가으럽의 권유에 택시를 대절했다. 택시 타고 가는 길에 본 한 사원
강이 나오길래 잠시 쉬었다.
가다가 엉성한 야외카페에서 차 한잔 하자는 나의 제안에 모두가 찬성했다. 운치가 그만이었다. 그 곳의 손님들은 우리가 신기한지 연신 쳐다본다. 특히 여자들을. 인도에는 예쁜 처자들이 하도 많아 나도 모르게 헤빌렐레 하고 다녔는데 인도의 남자들은 동양의 여인네들이 예뻐 보이는 모양이다.
거의 목적지가 가까와 오고 있을 때 내다 본 풍경. 무슨 집회가 있는지 차창밖 공터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호텔에는 6시 15분경에 도착했고 공연은 7시경이었다. 호텔에 거의 도착해 가는데 된장독을 보이며 안비키고 개기는 소들. 소님 비켜주세여! 똥방뎅이를 걷어 차기 전에요.
이제 호텔에 도착했다. 주변의 가게들
이날 저녁에 칸다리야 아트컬쳐로 가서 전통음악과 무용을 관람하는 것이 계획이었다. 이곳이 바로 그 공연장 외부인데 재미있는 조각들이 정원에 널려 있어 공연전 정원을 거닐며 구경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기대를 하고 갔던 공연내용은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연주는 오르간과 전통악기가 섞였고 무용도 전통무용이 아닌 관광객용 퓨전이었다. 돈이 아까웠다.
내가 가자고 주장했으니 나 스스로 불만을 토로하기는 커녕 눈치를 보는데 다른 사람들은 공연이 좋았다고 한다. 엥???!!! 공연이 시작된 무대의 배경
내 경우 이 날은 쉴 새 없는 이동과 형편없는 공연을 보는데 다 쏟은 셈이었다. 무대리가 함께 있었다면 한마디 했을거다. 띠바! 우리가 묶었던 Zen 호텔은 절대 고급스럽지는 않으나 운치있게 꾸며 놓았다. 사각형 건물의 중앙은 공간이 있고 대리석으로 장식이 되어 있으며 각종 정원수를 심어 놓고 테이블도 있어 이 곳에서 책을 보고 앉아 있자니 신선이 된 기분이었다. 어흐.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