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5일(월)
08:20분 자이푸르행 기차를 타기 위해 사라이 로힐라 역으로 갔다. 1시간인가 연착한 기차를 타며 투덜거렸더니 이정도 연착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헬퍼의 설명이 있었다. 기차를 타고 보니 칸마다 6개의 침상이 있는데 위에는 2개의 침상이 마주보고 있고 마주 앉은 좌석은 밤이면 침대로 활용하고 양 편의 등받이를 세워 고정시키면 침대가 중간에 2개 더 생기는 식이었다. 기차는 매우 낡았고 먼지 냄새가 쿰쿰했지만 역시 특이한 분위기에 재미가 있었다. 도대체 뭐가 그리도 신기한지 다른 승객들은 우릴 연신 힐끔 힐끔 쳐다보았다. 백인의 식민지를 겪어서 그럴까. 그들은 백인을 보면 시큰둥해하고 황인을 보면 말 한 번 섞어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어쨋든 예정시간보다 더 연착한 관계로 숙소(Rainbow Hotel)에서 적잖이 떨어진 암베르 성부터 가려던 계획을 수정해 오토릭샤를 타고 가까운 시티팰리스(City Palace)부터 갔다. 오토바이를 개조해 택시처럼 운행하는 오토릭샤는 흥정을 하고 나서 타는 것이 바가지를 안쓰기 위한 기본. 흥정을 하다 보면 재미있는 반응들이 나온다.
터무니 없는 요금임을 뻔히 아는 우리가 딴데 가서 흥정을 하려고 하면 심드렁한 척 하다가 결국은 다시 쫒아와성 흥정을 거는 식이다. 요금 수준을 뻔히 알고 있었지만 담합들을 한 것 같다. 어쨋든 맘에 안드는 요금이었지만 당시로선 최선이라 생각하고 두 대의 릭샤를 불러 시티팰리스로 갔다. 이 곳은 도시 전체가 유적지다. 이 곳은 핑크색 건물밖에 없고 핑크색 이외에는 칠할 수도 없단다. 과거 에드워드 7세의 방문을 열렬히 환영한다는 오버를 하기 위해 온 도시를 분홍으로 칠했는데 그게 지금까지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전통(?)을 이어오고 있단다. 썰렁!
시티 팰리스는 궁전치고는 참 엉성하고 초라하단 생각이 들었다. 자이싱 2세가 지었단다. 일부는 아직도 그곳 군주가 살고 있어 일부만 공개된다던가.
다음 코스로 넘어가는 관문에 직원들이 옛 제국시대의 제복을 입고 있어 옆에 가 기념촬영을 하고 나니까 돈을 달라고 손을 내민다.
난 그 아자씨들하고 안찍었으니 나는 알바 아니다. 이 아저씨들 공무원 아닌가? 근성이 좀 거시기하다.
아래 사진을 보면 우아하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뻘겋게 칠한 밋밋한 벽에 허옇게 그려 놓은 게 궁전치곤 너무 후지다 싶었다.
이 사진을 찍고 우측으로 도니 안쪽 저편 정면에 각종 마차가 전시되어 있었고 좌측으로는 기념품 가게들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기념품도 좀 사고 했지만 나는 짐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가급적 떠나기 직전에 사려고 작심중이이어서 아무것도 안 살 생각이었다. 환전도 취급하길래 환전만 했다. 그러고 나서 전통의상인 펀자비 가게로 들어 갔다. 특히 전통의상 구입은 바가지를 안쓰기 위해 가격을 좀 더 알아보고 천천히 구입할 생각이었다. 디자인을 하는 용재가 관심이 있는지 당장 한 벌 사고 싶었던 모양이다. 1500루피란다. 한화로 3만원 약간 넘는다. 비싼 것은 아니지만 현지물가를 생각할때 관광객용 바가지 가격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것 같았다. 생각보다 비싸다고 망설이더니만 이 것 저 것 물어보고 입어보고 한 터라 그냥 가긴 좀 미안한 상황이었던가보다. 날보고 흥정을 좀 해 달랜다. 내가 나서서 "그렇게까지 비싼 줄 몰랐다. 폐를 끼쳐 정말 미안하다." 하며 공손히 사과하고 용재를 데리고 나가려는 폼을 잡았다(물론 쑈다) 그랬더니 태연한 척 붙잡으며 얼마를 원하느녠다. 그럴줄 알았지롱. "600정도면 사려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비싼 줄은 몰랐다고" 하며 진짜 미안해하는 척을 하니까 선뜻 그러라고 한다. 웃기네 정말. 환산해 보니 1만 5천원도 안된다. 그래도 명색이 실크인데 어딜 간들 이보다 더 싸랴 생각해 나도 사려고 했다. 알고 모니 상의만 그렇다는거였다. 이런 짐빙얼. 용재에게 물어보니 원래 자기는 상의만 사려고 했고 상의 가격만 얘기한 거라고 한다. 다시 한 번 공손하게 "나는 상하의 다 얘기하는 줄 알았다. 그러면 역시 우리가 생각한 가격과는 안맞으니 그냥 가겠다"고 말하고 용재 팔을 잡고 나가는 시늉을 하니 또 붙잡고 그러랜다. 궁금했다. 이거 도대체 이사람들은 얼마에 들여오는걸까
어쨋든 입고 돌아다녔다. 인도 사람들이 더 신기해하며 쳐다본다. 어떤 옷가게 상인이 얼마에 샀냐고 물어본다. 600에 샀다고 했더니 믿기 어렵다는 듯이 감탄을 하면서 나보고 수완이 좋단다. 헬퍼도 아주 좋은 가격에 산거라고 한다. 그들이 말하는 좋은 가격이란 관광객 요금이 아닌 현지인 가격에 샀으니 좋은 가격이라는 말인 것 같다. 내가 모를 줄 알았지? 흐흐흐...
은정 은영 자매는 따로 목적이 있어 갈 길을 갔다. 나머지 네사람은 다시 오토 릭샤를 타고 후궁들의 처소였던 하와마할로 갔으나 이미 문을 닫은 시간이라 못보고 바깥에서만 보았지만 아주 특이하고 아름다운 건물이었다.
LMB 라는 레스토랑을 찾아 식사를 했다. 이 식당은 동명의 호텔 1층에 위치한 고급식당이었다. 먹은 요리는 모두 Lal Maas(190루피), Tanduri Chicken(250), Egg Curry, Mixed Vegitable Korma(130), Jeera Allu(110), Fish Tikka/Anritsari Fish(240), 쌀밥 3개, 짜파티(화덕에 납작하게 구운 흰 빵) 3개를 먹었다.
이 곳은 적잖이 고급스러운 분위기였고 웨이터의 서비스나 음식맛도 최고였다.
까칠자매(은정이와 은영이를 지칭하는건데 성격들이 좀 까칠한 것 같아서 그렇게 불렀다. 그들도 그게 싫지 않은지 그렇게 부르면 대답도 잘했다-그렇다고 안까칠하다고 생각하면 오해임)는 영화를 보고는 아주 좋았단다. 이 날은 그렇게 갔다.
내가 묶은 방. 델리의 시장통에서 구입한 엉성한 침낭과 인도 전통의상이 보인다.
빨래도 했지비.
1월 16일(화)
숙소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일행 6명은 암베르성으로 가는 201번 버스를 탔다. 아침 식사라는게 요렇게 생겼다. 인도음식이랜다. 맛은? 어이없음.
현지인들과 섞여 버스를 타고
(나는 거지 여인과 동석했다. 어흐흐... 돈달래. 줬다. 바로 뒤에 앉아 있던 거지 소년이 늑달같이 일어나 손을 내민다. 모른척하고 앞만 봤더니 뒤에서 손을 내밀어 내 턱 앞을 가리는거다. 모른척 했다. 안통했다. 또줬다. 두 사람에게 삥뜯겼다 ㅜㅡ) 시골길을 달리는 감흥은 여간이 아니었다. 무굴시대에 지어진 성으로 버스에서 내려 올려다 본 암베르 성은 웅장하면서도 꾀재재한 곳이었다.
일단 이 곳을 통해 들어간다.
코끼리를 타고 성으로 올라가는 행렬이 보인다.
이 성은 코끼리 택시라는 것을 타고 올라간다.
수 많은 코끼리가 끝없이 길게 늘어서 방문객을 실어 나르고 있었지만 아래에는 한참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처음 코끼리를 타본 소감은... 젠장 이렇게 느려 터지고 울렁울렁 하는 걸 타고 전쟁을 했을까? 방문객을 태우기 위해 대기중인 코끼리떼
타고 간다.
코끼리 등 위에서 셀카가 하도 흔들려서 포기하고 발만찌겄슴. ㅡㅡ;
성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
코끼리 등짝에서 올려다 본 성의 외곽
이 곳이 성 내부이다.
보수공사중인 여인들. 경은이가 카메라를 들이대니 선듯 포즈를 취해준다.
성은 무척 낡았고 보수해야 할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지만 정원만큼은 아직도 신경써서 가꾸고 있었다.
헤르큘리스? 샘슨?
제법 고급스럽고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남아이는 곳도 일부 있다.
암베르성 뒤 높은 산 꼭데기에는 성이 하나 더 있는데 훼손 정도가 심해서일까 공개를 하지 않았다.
피리 파는 아자씨
이 출구를 통해 나갔다.
보수공사에 동원된 당나구
성에서 나오다가 본 아저씨. 바구니엔 뱀이 들어 있다. 사진 모델이 되어 주고 돈을 받는 아자씨.
도로변 가게방
버스에 동승한 사람들
버스를 타고 자이푸르로 돌아 왔다.
어제도 오늘도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면서 왕의 후궁들이 거처였던 하와마할은 몇 번을 지나갔지만 마침 문닫은 시간이라 안에는 들어가보질 못했다. 바깥에서 보는게 전부라는 설(?)도 있고 들러볼 시간도 없고 해서 입구에서 본 것이 전부지만 무척 아름답고 특이한 건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와마할 사진을 좀 찍어 두어야 했는데 길에서는 전체를 찍을 수 있는 곳이 없어서 안찍었더니 후회가 된다. 점심은 역시나 상류사회사람들이 다닌다는 니로스 레스토랑을 한참 걸어가 찾아내 그 곳에서 먹었다. 이 곳이 그리도 찾아 헤매던 니로스 레스토랑 입구. 군인같은 제복입은 아자씨는 도어맨.
그곳에서 시켜먹은 음식. 푸짐하고 맛있기는 했다.
다른 것도 맛이 있었지만 가장 맛있었던 치킨탄두리. 무언가 붉은 가루 양념을 뿌린 뒤 화덕에서 구운 것 같다.
하지만 어제 들렀던 LMB에 비하면 식당분위기, 가격 등이 모두가 뒤졌다. 특히 LMB에 갔을 때는 한국인이 없었는데 늦은 시간에 왔는데 30명정도는 족히 되어 보이는 한 떼의 한국 아줌마와 아저씨들이 몰려와서 조금은 소란했다. 이 곳이 유일하게 좋았던 것은 맥주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우헤헤... 인도의 맥주(Kingfisher)는 달작지근했다. 맥주를 마신 사람은 나와 경은이뿐이었지만 술을 구하기 어려운 인도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엄청나게 행복했다.
평소에 생각없이 즐기던 것도 여기선 못구하니까 욕구가 엄청 강해진다. 가는 식당마다 내가 젤 먼저 물어보는 말은 "맥주 있어요?" 있다는 대답이 있을 확률은 30%나 될까 몰라. 어쩌다 있다는 대답이 나오면 내 얼굴에 도는 화색에 일행은 '그리도 맥주가 좋냐'고 묻곤 했다. 서둘러 저녁을 먹고 인도여행의 백미라 할 수 있는 타즈마할이 있는 아그라로 가기 위해 숙소에서 짐을 찾아 오토릭샤를 타고 자이푸르역으로 갔다.
여정 중 기차 안에서 찍은 한 기차역 풍경
기차 안에서 친척 형제들이 일행이 되어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우리와 달리 그들은 사촌 이상 촌수의 형제들과도 친형제 못지 않은 우애를 과시했다. 그들은 우리 외국인들이 신기했는지 우리와 대화를 나누고싶어했다. 이상한 것은 개눈에 똥만 보인다고 우린 거기서 맨 한국인 배낭여행객들만 봤다. 그렇게 한국인이 많은데 걸핏하면 볼 수 있는 한국인이 그리도 신기할까. 맨 왼쪽에 있는 친구 이름이 뭐랬더라. 우리를 위해 자기네 민요를 불러 주었다. 열화와 같은 성원이 있어 나도 보답(?) 차원으로 강산에의 명태를 1절만 불렀다. 이 때 용재는 내게 비밀을 털어 놓았다. 경은이와는 연인관계더라는... 참고로 경은 엄마는 모르고 계심. 사연은 묻지 말것.
경은이 옆자리에 앉은 아이는 동양의 이쁘장한(?) 처녀를 보고는 부끄러운지 말도 없고 쳐다도 안보려고한다. 워낙 조용하길래 원래 그러냐고 형들한테 물어 보니 평소엔 안그런댄다. 그랬더니 부끄러워 죽을려고 한다. 그걸 알고 옆에 앉아 영계를 꼬시고 있는 경은. 잘해 보게나 순진한 총각 상처(?)주지 말고 ㅋㅋ.. 인도인 중 누군가 짜이를 돌려서 열차 안에서 짜이도 한 잔 하고
승객이 데리고 승차한 아기들. 눈이 유난히들 크다.
아그라에 도착하자 릭샤왈라(릭샤 운전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자기 릭샤를 타라고 요구한다. 어 피곤해. 아그라에 도착한 시간은 확실히 기억은 안나지만 식당들도 이미 문을 다 닫아버린 늦은 시간이었다. 먹는걸 유난히 즐기는 내겐 비극적인 일이었다. ㅜㅠ 물어내~~~! 드디어 비장의 무기인 인스턴트 양송이스프를 꺼냈다. 호텔에 뜨거운 물을 부탁해서는 한 잔 씩 돌렸다. 다들 반가운 모양이었다. 일출시의 타지마할이 장관이라는 경은이의 말에 모두들 일찍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