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살이 도지기 시작했나보다.
미친척하고 터키로 떠날 작심을 굳혔다. 배낭여행이랍시고 가까운데만 다니는 것보단 멀리 떠나기도 해 보겠다는 의지도 의지지만 평소부터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던만큼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었다.
더 나이 먹고 싸돌아 다니는 것이 버거워지기 전에 가보고 싶었다. 인터넷을 뒤지며 값싸고 내용적으로 우수한 배낭여행 패키지를 찾아내느라고 어지간히 애도 썼다.
그러던 중 토요일 여의도에 나가 마라톤을 뛰고 나서 런너스클럽 사람들하고 술 한 잔 하다 말고 터키를 가기 위해 준비중이라는 나의 말에 뜀도령이 솔깃했던지 함께 가잔다. 찬바람도 함께 가면 좋겠지만 시간적으로나 그 외 다른 여건이 되지 못한다고 하니 억지로 끌어들일 수 도 없고 해서 그냥 둘만 가기로 했다. 조금 더 지나니 두 사람이 더 늘었다. 리유와 아싸. 리유는 여의도 토달에서 몇 번 보았지만 아싸라는 친구는 모르는 사람이었다. 뜀도령하고 같은 중랑천 소모임 회원이란다. 여행 동반자로서 최고의 사람들이라는 뜀도령의 말에 여기까지만 하고 더 이상 끌어들이지 않기로 했다. 다 좋은데 문제가 발생했다. 눈여겨 보았던 여행패키지를 내놓은 여행사에 전화하니 뱅기표가 없단다. 이런 제기럴. 업무 조절하고 일정을 맞추어서 20일전 쯤 전화했는데 뱅기표가 없다니... 결국 뜀도령과 나는 다시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항공세 등을 모든 경비를 포함한 패키지 가격은 전에 골라냈던 것보단 조금 비싸긴 했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패키지를 찾아냈다. 여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잔뜩 들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이보다 더 비싸도 냉큼 구입할 상황이었다. 에미레이트항공을 이용하여 두바이를 경유하는데 대기시간을 이용한 6시간정도의 두바이시내 관광 패키지를 포함하는 것이었다. 뜀도령과 나는 학교쟁이이고 방학중인만큼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리유군과 아싸군은 회사원인만큼 그리 시간적 여유가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고른 날짜가 2006년 7월 14(금)부터 7월 22일까지 8박9일이었다. 제헌절 17일(월)끼고 출발 당일 밤 9시 30분비행기이고 보면 4일만 휴가를 내면 되도록 조절한 것이다.
2006년 7월 14일(금)
금요일 일찌감치 퇴근한 나는 최종 가방점검을 하고 집을 나섰다. 공항에 속속 모였다. 아싸군은 퇴근이 좀 늦었는지 빠듯하게 도착했다. 티케팅을 완료하고 뱅기시간을 기다리며 맥주도 한잔 하고...
2006년 7월 15일(토) 오전
드디어 두바이에 도착했다.
두바이 시내관광 가이드와는 코스타(Costa)라는 커피숍 앞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뱅기에서 내려 남들이 가는대로 따라 갔다. 누군가 소리쳤다. 어! 코스타 여기 있넹.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그 곳이 약속장소인걸로 알았다. 여행사에서 했던 "공항건물 밖으로 나가야 된다"는 말은 모두가 새카맣게 잊었다. 시간이 남아돌았다. 면세점을 실컷 구경하고 예정된 시간이 임박해서야 "공항건물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그제서야 부랴부랴 뛰기 시작했다. 입국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생각에까지 미치자 두바이 관광은 물건너 갔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초조했다.
의외로 입국절차가 간단했고 시간이 되기 전에 출국장 바깥쪽 커피숍을 찾아냈다. 제기럴. 코스타 커피숍이 공항 독점인지 몇군데나 되었다. 아래 사진이 바로 그 문제의 커피숍이었다.
도착해서 보니 두 명의 청년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가이드는 평범한 인상의 아줌마였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먼지때문인지 대기는 뿌옇고 더위에 숨이 막혔다. 만약에 이 곳의 더위에 한국의 습도가 합쳐진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공항건물 외관 지렁이같은 꼬부랑글씨... 뭐라고 써있을까? 두바이공항이라고 써있는거겠지 뭐.
아랍에미레이트 왕궁 입구에 노니는 공원의 공작
낙타경기장. 이 곳 더위는 정말 장난이 아니다. 사우나는 공짜다.
지금은 오일 달러로 호사를 누리며 에어컨도 얼지만 않을 정도로 가동하고 있지만 옛날 유목민들과 상인들만 있던 시절엔 어떻게들 살았을까.
아싸군, 뜀도령, 리유군
비공인 7성급 호텔 버즈 알 아랍인가 먼가 하는... 하루 자는데 얼마라더라? 그 돈이면 배낭 여행이 몇번인디... 쩝. 서민적 발상인가?
여기서 찍은 사진 중 가장 맘에 든다. 육성녹음을 하려는데 리유군이 찍었다. 누구는 이 사진 보구 랩가수같다나?
여기서 철없어 보이는 오일베이비들을 만났다. 아싸군보구 좋댄다. 이 곳처럼 수심 경사가 완만한 곳도 처음 보았다. 게다가 물이 얕으니 당연히 물이 뜨거웠다. 한국의 서해바다는 얼음물에 가까울 정도이니 이렇게 물이 뜨거운 해변도 처음 보았다. 인간 지리탕 되기 꼭알맞다.
입구 근처에서 찍은 호텔.
바로 옆에 붙은 주메이라 호텔
자리를 옮겨서
인근 호텔의 쇼핑센터도 들러 보았는데 이른 시간이라 문도 아직 안열었다.
물건들을 이렇게 바깥에 보안장비도 없이 진열해 놓아도 누구 하나 집어가는 사람이 없댄다. 그만큼 돈이 많은 나라라서 그런다나
호텔내 아뜨리에 상점 문짝이 넘 멋지다.
아무도 없는 커피숍에서 한 컷.
화장실 정갈하기가 장난이 아니다.
다양한 색의 흙과 모래를 유리병에 넣어 만든 그림. 전에 한 번 티브이에서 본 적이 있는 물건이다.
고풍스러운 호텔의 뒤뜰. 여긴 볼게 이런거 밖에 없다.
운치있는 호텔 가든
인공호수까지...
다시 차를 타고 인근 쇼핑센터를 들렀다.
돈이 있으니 별짓거리를 다한다. 실내 인공스키장
쇼핑몰 오픈시간은 아직 안되었지만 문은 열려있다. 그게 아니라 안잠그고 퇴근하는 모양이다. 가게들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직원들은 아직 출근을 안했다.
경비원도 안보이고 상품들은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그래도 도난사건은 없단다. 동화속의 얘기같넹. 인형가게에도 사람이 없다. 그래서 한 장 찍었다. 백수(?)와 함께
좌로부터 뜀도령, 리유군, 강희준(신한은행), 아싸군, 나, 신광원(신한은행). 신한은행팀은 같은 여행사에서 같은 패키지를 구입한 관계로 이 곳에서 두바이 관광을 같이 했고 결국 터키여행까지 같이하게 되었다.
돈이 있는 나라여서 이 나라 국민은 절대 밖에서 힘든 노동을 하지 않는단다. 실업수당만으로도 벤츠를 끌고 다니며 호화생활을 한단다. 사막의 도시미관을 관리하고 가꾸는 사람들은 필리핀 등지에서 온 노동자들다. 이 사람들이 없으면 두바이의 녹지는 사흘 내에 완전히 말라 비틀어져 초토화된다고 한다. 가게 점원도 마찬가지. 우리는 여기서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사고 다시 관광차에 올라탔다. 여기 사진의 아가씨는 인상이 좀 맹하게 생겼다.
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물관이라고 해서 들어가 보았는데 과거 유목국가의 유물이란 것은 거의 없고 대부분 디오라마를 연출한 것들뿐이었다.
여기서 옛날 주거형태를 관람하고 나면 지하로 내려간다.
세간
침실
내려가는 입구
회교국이라 그런가 찻집엔 마담이 없었나벼? 오빠가 갖다주는 차 맛은 어떠셔? 물담배도 한모금 빨고...
하룡서당의 훈장님과 학동들
"아저씨! 두 달 전에 수선 맡긴거 이젠 다 됐어?"
"그게..."
참여정신이 투철한 나. 아자씨 머해? 여자친구가 신발을 까꾸루 신었다고 편지왔어?
어촌을 소재로 한 디오라마.
이거 아주 재미있다. 천장에 아저씨 똥꼬가 왜 매달려 있을까나. 이유인 즉슨 내가 사진을 찍은 위치는 물속이고 나무로 된 부분은 물에잠긴 배의 밑부분. 아저씨는 물에 들어가 작업중이랜다. 저 발목을 잡아 당기면 나는 물귀신이네? ㅋㅋ 엉성하긴...
이건 생선을 잡으려고 내리꽂는 가마우지인게벼? 생선 어~~~~ㅄ다.
시내 도로
버스 지둘리는 중
수상택시도 타보고
방금 떠난 선착장의 모습
시장통에도 들러보았다.
그들이 입는 전통의상도 사서 입어보았다. 금시장으로 구경가는데 어떤 아저씨가 자기네 가게에서 전통의상을 구경하랜다. 안사도 좋으니 구경이나 하라나? 퍽이나 그러겠다. 어차피 한 벌 구입하고 싶었으니 따라는 가는데 관심없는 척 마지 못하는 척 따라갔다. 심드렁한 척하고 물어보았다. 80불이랜다. 웃겨! 조선말로 가이드 아줌마한테 물어보았다. "이거 25불이면 적정가격인거 같은데 어때요?" 했더니 맞댄다. 20불에 달라니까 어림없댄다. 다른사람들 입고 있는걸 벗기는 시늉을 하며 가자고 하니까 30불에 준댄다. 까불고 있어 쒸. 25불에 합의 보고 입고 나왔다. ㅋㅋ
워뗘? 여그사람거텨?
이러고 거리를 활보했더니 현지인들의 태도가 달라진다. 이 곳 사람들은 외국인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신호등 없는 건널목에 대기해도 좀처럼 차들이 잘 서주질 않는다. 이걸 입고 난 뒤부턴 재까닥 서준다. 개느무시키들. 돈이면 다냐? 십팅구리들. 근데 신발이 이상하다고 생각했겠지? 걔들은 맨발에 샌들신지 운동화같은거 안신는다. ㅋㅋ 금시장에도 들러보고. 이곳 아랍사람들은 금이 부의 상징이라 과시욕을 위해 금을 많이 치장한댄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두바이 공항으로 돌아갔다. 돈있는 눔덜이 다녀서 그런가 싸구려 스포츠카 람보르기니 칸타크도 전시를 해놓았넹?
출발전 햄버거로 민생고도 해결하고. 왼쪽부터 강희준, 신광원, 아싸군, 리유군, 뜀도령
왼쪽부터 리유군, 뜀도령, 나
그러고는 이스탄불행 뱅기를 집어 탔다. 두바이 관광은 이걸로 땡! 야그는 이스탄불서 계속된다. 쭈우우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