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8 멕시코

마야의 땅 멕시코 5(오아하카)

코렐리 2018. 11. 26. 20:19


2018.9.24.(월)

장거리 버스는 중간 중간 여러 중소도시를 들러 내릴 사람 내리고 탈 사람 탄다. 한참 자고 혼수상태에 있을 때 한 정거장에서 사람들이 모두 내린다. 부산함에 졸린 눈 비비며 일어나자 옆에 있던 사람이 고개를 끄덕인다.

오아하까?”

그가 고개를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따라서 내렸다. 모두가 내렸다. 05:00. 내리자마자 만난 강아지. 너 여기 혼자 왠일이냐. ㅋㅋ


나는 터미널 안에서 지도부터 꺼냈다. 나는 노파심에 이 곳이 오아하까가 맞는지 한 젊은 커플에게 물었다. 알아듣지 못한 듯 날 보는 표정을 보고 다시 던진 나의 두 번째 질문에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아하까작 맞긴 맞는 모양이군. 나는 경찰인지 그 곳 경비원인지 제복을 입은 젊은 처자에게 카테드랄로 가는 길을 물었다. 가고자 했던 숙소가 카테드랄에서 멀지 않은데다 그 곳이 중심이니 그 곳부터 찾아가고자 했다.


그녀는 망설임도 없이 한 방향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나는 그 방향으로 가봤다. 가다 보니 워낙 이른 새벽인데다 사람도 없어 구글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카테드랄을 쳐봤다. 안나온다. 오아하까의 한 숙소를 쳐봤다. 여기서 35킬로나 떨어진 곳이 안온다.

아 젠장 이놈의 구글은 가까운 곳만 검색하면 꼭 사기를 치거나 못찾는다니까...”

이 곳의 길바닥에서 뿌린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카테드랄을 찾아도 찾아도 안나오고 만나는 사람마다 방향을 다르게 알려준다. 같은 곳을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ㅠㅠ 결국 툭툭을 타고 터미널로 다시갔다.





졸음에 내렸던 이 곳은 오아하까가 아니고 사라고사란 곳이었다. 볼 것 아무것도 없는 시골이었던... ㅠㅠ 모르면 모른다고 하지 도대체 몇 명한테 사기당한거냐. ㅠㅠ 이 곳터미널을 떠나 헤매기 직전 내가 타고 왔던 버스가 떠나는걸 보고 어? 여기가 종착점이 아니었던가 보네 했던 멍청한 기억이 떠올랐다. 아 젠장. 버스편부터 서둘러 알아봤다. 이 곳은 1등급 버스와 2등급 버스 공용 터미널이었다. ADO는 빠른 버스가 없고 2등급 버스인 SUR가 가장 빨랐다. 203페소. 이놈의 버스 탈게 못된다. 오아하까까지 자그마치 6시간이나 걸려서 갔다. ㅠㅠ 


우여곡절 끝에 오아하까에 도착한 시각은 14:30이었다. 오전중에 도착했어야 할 시간낭비가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터미널에서 나와 걸어서 유스호스텔을 찾아갔다. 간판이 작아 발견하지 못하고 근처 한바퀴 돌았다.


15:00에 체크인했다. 200페소.


무척 아름다운 호스텔이어서 누구에게나 강추할만 하다.


자그마한 정원은 아주 예쁘게 정돈되어 있고 건물은 낭만적인 모양새를 한 데다


도미토리는 아주 깨끗했다. 투숙객이 나 뿐인지 혼자 썼다.


투숙객이 나 뿐인지 혼자 썼다. 그럼 독방이나 다름 없지 뭐.



짐을 대충 푸는대로 거리 구경에 나섰다. 점심도 못먹었고...


가이드북이 추천하는 가까운 식당인 La Rana Feliz에 들러 덮밥요리인 Mole C/Pollo를 주문했다.



테이블마다 놓여있는 소스.


멕시코인 여행객 아줌니가 추천한 대로 메스깔부터 한 잔 주문했다. 데낄라와는 다른 느낌의 부드럽고 세련된 맛의 독주였다.

막상 나온 음식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맛이었다. 달짝지근하고 약간은 밋밋한 느낌이었지만 그런대로 맛은 좋았다. 소스에 함께 딸려나온 닭다리는 푹삶았는지 쉽게 결대로 찢어져 먹기에 좋았다. 밥은 당근 날아다니는 쌀이지만 요리 자체에 잘 어울렸다.


거리로 다시 나와 거닐다 보면 거리의 버스킹 악사들도 눈에 띤다. 실력은 대부분 좋은 편.


식민지풍의 카테드랄.


안으로 들어가 봤다.




페루의 카테드랄 보다는 스테인드 글라스도 그렇고 모든 것이 작품성에서 나았다. 카테드랄보다 먼저 봐야 할 곳이 있어 서둘러 나왔다.

산토도밍고 성당 바로 좌측 오아하까 문화박물관 때문이었다. 문닫기 전에 서둘러 보지 않으면 다음날엔 볼 시간이 없을 것 같았다. 밖으로 나오니 웬 군악대 연주? 여기에 시간 쏟을 시간 없다.






이 곳의 도시명 문자형상은 다른 도시에서 본 것과 달리 기하학적인 모양새를 갖췄다.



여기서 성당에 눈을 댈 시간이 없어 바로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이 건물은 17세기에 수도원으로 지어졌다.




대단한 볼거리가 없어보였다.


여기서 이런 시시한 식민지 시대 시사 풍자 만화나 보고 있을 게재가 아니었다.


회화작품들은 더 형편없었다.


아 이런, 시간이 없으면 1층은 건너뛰고 바로 2층으로 갈 일이었다.


1층 전시물에 실망했는데 볼만한 전시물은 2층에 몰려 있었다.


그제서야 정신없이 전시물들에 탐닉했다.


















19:00까지 관람이 가능할 줄 알았는데 18:30이 되니 아직 다 보지도 못했는데 나가란다. 19:00까지 아니냐고 따졌더니 19:00에 문을 닫기 위해서는 지금 나가줘야 한단다. 다행이 거의 다 보긴 한 것 같았지만 서둘러 눈길만 한번씩 휙휙 던졌기 때문이었다.


이건 왜 없는겨? 가장 중요한 전시물인거 같은데? ㅠㅠ






박물관에서 쫓겨난 뒤 바로 옆 산토 도밍고 교회로 들어갔다. 1575년부터 건설을 시작해 1608년에 완공된 성당이라고 한다. 수백년에 걸쳐 성당 하나 축조하는 유럽인들 답게 식민지에도 거대 성당들을 많이도 지었다. 식민지풍 성당 치고는 외관도 무척 아름답게 지어졌다. 안으로 들어가면 온통 금빛으로 장식되었다.













미사 시간을 확인해 두었다. 거리의 화가 소년. 공책을 뜯어낸 종이에 그림을 그려 늘여세워 놓았다.


이 곳에서 미사에 참례했다.





과연 이 어린 화가의 그림이 팔릴까? 귀여운 녀석 같으니. 사진을 슬쩍 찍으려 했는데 들켰다. ㅋㅋ


다시 소깔로로 내려온 나는 소깔로에 면한 한 카페에 자리 잡고 앉아



맥주를 주문했다. 저녁 먹을 시간이었지만 늦게 먹은 점심이 아직 그들먹한 느낌이었다. 멕시코의 맥주 중 가장 맛있는 보헤미아 맥주. 시키지도 않은 안주가 기본으로 따라 나오니 완전 감동이었다.

셀카 한 컷.


모델로 맥주는 덩치가 커서 가정비가 좋다. 맛도 그만하면 합격점. 여기까지 마시고 일어났다. 200페소.


이 맥주도 그저 나쁘진 않다. 다양하게 맛보기 위해 주문.바로 옆 식당에는 마리아치들이 찾아와 손님들에게 연주를 건네고 팁을 받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 왠지 출출하다. 길거리 버거 하나 샀다. 미국의 햄버거와는 내용물이 좀 다르다. 갈은 고기가 아닌 생고기를 구워 넣는다. 그런대로 맛은 있다.



작은 정원에 면한 식당에 앉아 가게방에서 사 온 맥주 한 잔 했다. 조용하고 게스트도 없는 이 곳에 혼자 앉아 마시는 맥주 맛은 거의 천국의 맛이었다. 멕시코의 부자가 된 것 같은 느낌.

휴대폰을 이용해 다음날 멕시코 시티로 갈 차편을 예매해 두었다. 328페소. 이 것도 프로모션 할인 가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거 마시고 잠자리에 든 시간은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