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7 영국

런던 레코드숍/펍 순례기 11

코렐리 2017. 11. 2. 21:06

2017.10.13.(금)

다음날 새벽 6시 비행기로 런던을 떠날 참이니 이 날이 런던에서의, 아니 영국에서의 실질적인 마지막 날이다. 왠지 약간은 조급하게 느껴진다. 맥주는 원없이 마셨지만 음반은 생각했던 것 만큼의 실적을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심기일전하며 일어난 시간은 06:30. 07:00에 조식을 마치고 08:00에는 아예 짐을 싸 놓았다. 이 날 저녁에 아예 공항에서 가까운 곳으로 숙소를 옮길 참이었다. 09:00경에는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겼다. 짐을 맡기고 나가려다 리셉션에서 레쉬포드 녀석을 만났다. 전날 일이 늦게 끝났다며 대는 핑계가 진실인지 가실인지는 몰라도 무척 미안해 했다. 래쉬포드와 작별한 뒤 10:45에 출발~

 

 숙소에서 도보로 Finchley Road St.으로 이동. 이 곳에서 승차하고

 

Highbury & Isling St.에서 하차해 가고자 했던 가게가 있는 방향으로 갔다. 시장이 눈에 띤다.


어딜가나 시장은 일단 구경하고 볼 일이다. 

 

 

 

Eldica는 어딨지? Kristina Records는? 이 근처에 하나는 있어야 했다. 분명 이 지점인뒤... 간판 떼고 셔터 닫힌 두 가게 중 하나가 틀림없어 보인다. 내가 못찾았을 수도 있다.

 

밥부터 먹기로 했다. 혹시 이 식당이 정보를 좀 갖고 있을지도... 터키 식당인 Turkish Restarant. Elvin Cafe.

 

맛도 없는 영국음식에 목멜 필요 없다. 이 지역은 터키인들이 많이 살고 이 집은 터키 식당.

 

바깥쪽 테라스에 앉았다.

 

Lamb Cop Shish(6.75파운드) & Efes Beer를 주문했다. 양고기 캐밥은 정말 맛있게 잘구워졌다. 육질은 말캉한데다 씹으면 육즙이 줄줄 새나온다. 아주 맛있지만 양이 너무 아쉽다. 어여쁜 터키시 직원 차저에게 물었지만 레코드 가게에 대하여는 아는바가 없었다. 이 곳에서 여유있게 휴식한 뒤 계속 이동했는데

 

젠장 헤매기만 주구장창. 이번엔 지하철을 타고 Hackney Wick St.에서 하차했다.

 

 

Vinyl Pimp.라는 가게로 찾아가는 길. 역시 구글 지도는 정확하다. 헤맬 필요가 없었다. 막상 찾아간 가게에는 일본인으로 보이는 젊은이가 사장이었고, 흑인음악 위주, 블루스, 재즈, 힙합 등 나의 무관심 품목 일색이었다. 소수 일부 Rock이 있기는 한데 레퍼토리는 극히 빈약하고 값은 장난 아니게 비싸다. 주인장은 젊은 아시아인인데 일본식 영어발음과 악센트가 강하다. 그냥 구경만 하고 인사한 뒤 나왔다.

 

 

이제 마지막이다. 가고자하는 레코드 가게는 두 군데. 없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가봤다.

 

가고자 했던 Mike's Record는 지도상의 위치로 보아 이 곳이 틀림없었다. 그런데 없었다. 아니 없는줄 알았다.

 

마켓 입구가 예뻐서 구경이나 하고 가자 싶어 들어가 봤다.

 

 

자그마한 판가게 하나 발견했다. 이 곳에서 트래픽, 존 발리콘 2nd Pressing 한 장 샀다. 상태가 거의 완벽에 가깝다. 주인장은 이게 초반인 줄 알았는지 1st 표기를 해 놓았다. 어쨌든 좀 깎았다. 시원하게 깎아줘서 잘샀다.

 

어? 또하나 발견.

 

아하, 여기 있었네. 찾던 가게 드디어 발견. 없어진 줄 알았다.

 

 여기서 구입한 판떼기들.

 

 

 

 

 

 

 

 

 

 

 

 

 

 

 

 

 

 

 

 

 

계산하려고 보니 돈이 부족했다. 아주 많이... 그래서 현금인출기 있는 곳을 물으니 따라오라며 가게 문을 잠갔다. 수퍼마킷 들러 현금을 인출했다. 이상하게 잘 안된다. 두어번 더 시도했다. 난 이게 에러나는 건 줄 알았다. 판가에 주인장 MIke가 좀 기다려야 된다는 말을 해주지 않았으면 기계가 안되는 줄 알았을게다. ATM기가 느린게다. 한국만큼 티켓 자판기나 현금인출기가 빠른 곳도 흔치 않은가 보다. 런던 도착 첫 날 지하철 패스 끊으면서도 느려터진 통에 안되는 줄 알았던 악몽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어쨌든 돈을 인출해 판값부터 지불했다 가게로 돌아와 음반을 들고 나가려는데 홍차 좋아하냐고 묻는다. 좋다고 했더니 따라 오라며 같은 구역 마켓 바로 근처 카피전문점으로 델꼬 가 밀크티를 사준다. 사장과 막역한 사이인지 마이크가 나를 그에게 소개했다. 그의 가게로 돌아와 이 얘기 저얘기 나누는데 한국 시장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더니 내가 업자가 아니란걸 알게 되자 이 것 저것 물었다.

한국에서의 열악한 휴가상황, 휴가를 장시간 얻게 된 사연, 나의 음반수집 과정, 영국 음반에 대한 열렬한 찬사 등을 줄줄이 주워 삼기자 그는 흥미롭게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주인장 마이크와의 기념촬영. 참으로 선량한 사람인 것 같다.

 

또 하나 발견. 역시 찾던 가게다.

 

여기서 몇 장 더 샀다.

 

 

17:10 가게 나와 숙소로 돌아와 짐을 찾아 지하철 역으로 갔다. 작은 돌돌이 다 채우고 백팩에 일부 음반을 담았다. 공항행 열차에 올랐다.

 

이튿날 아침 6시 비행기를 타야 하기에 일부러 공항 근처에 호텔 1박 예약을 해두었다. 공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Heathrow Lodge가 있는 정거장에서 내려 찾아갔다. 카운터에서 체크인을 한 다음 새벽 일찍 콜택시 문의를 했더니 공항 셔틀버스 권유했다. 여기서 4시가 되기 전에 떠나야 하는데 그렇게 일찍 벅스가 있는지 의아해 물으니 당연히(?) 있단다. 반가운 일이었다. 가이드북과 인터넷 블로거의 사기에 내가 속았던건지 아님 그동안 서비스가 개선된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반가운 일이었다. 길 건너편 건물을 가라며 열쇄를 내주었다. 생각보다 좋은 시설이어서 만족스럽다. 더욱 만족스러웠던 것은 숙소 바로 근처에 펍이 하나 있다는 사실이었다. 음반부터 재정리해야 했다. 이걸 부치면 있는대로 집어던질텐데 완충재를 잘 넣고 다시 싸야 했다. 짐 재정리가 11:00 넘어 끝나고 말았다. 펍 닫는 시간이 11:00다. ㅠㅠ 늦어도 10시에는 마치고 1시간 정도 마지막으로 캐스크 에일 한 잔 더 하고 싶었는데 마지막 낭만을 즐기지 못하고 짐싸는데 다 투자하다니. 그래도 판떼기 정리라 행복하긴 했지만 Pub에 못간건 지금까지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런던의 마지막 밤. 아, 아쉽.

 

 

샤워를 한 뒤 공항 셔틀버스 정거장 및 운행시간 안내판만 재확인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황금 추석연휴 덕분에 길게 즐길 수 있었던 12박13일간의 여행이 끝났다. 여유롭던 시절에는 2주의 휴가와 3번의 주말을 끼고 16박 17일까지도 즐겼던 휴가는 이젠 불가능하다. 1주일 자리 비우기 정말 쉽지 않다. 금년엔 명절연휴가 참으로 아름답다. 중국에서도 경극을 본 뒤 야시장에서 칭다오와 길거리 음식을 즐기려전 계획은 중국 공무원들의 느리고 느려터진 입국비자 처리 문제로 무산되었으니 아쉬움만 남는다. 빈에서의 관광도 모차르트 하우스와 슈테판 대성당이 전부였으니 큰 감흥은 없다.

내게 크게 남은 것은 열흘간의 런던일정이었다. 런던과 근교의 레코드 스토어를 돌아본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으니만큼 가장 기억에 남는다만 레코드 가게의 태반이 레게, 테크노, 힙합 등 내겐 관심없는 장르들이었고 그만큼의 영국인들이 이러한 음악을 즐기기에 그러한 가게들이 많을거란 생각이에 미치자 정말 의외란 생각이 들었다. 기대했던 만큼의 수확은 아니엇지만 영국의 판가게들을 들러보았다는 사실, 그리고 그 안에서 디깅을 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좋아하는 음반도 많이 건졌지만 그냥 오기 억울해 담은 음반도 적지 않다. 고가판으로 가득가득 채웠다면 정말 갈 이유 있었던게다. 하지만 전체 경비로 따지자면 판가게 가기 위한 영국 여행은 그다지 큰 매리트는 없어보인다. 현지에서 손 맛 봤다는게 중요할 뿐이다. 클래식 스토어는 하나도 보지 못했는데 없어서 안보이냐 진짜로 판이 외국으로 다 빠지고 없는거냐. 지금도 궁금하다.

이 번 영국여행에서 음반 실적이 나쁘진 않았지만 설사 형편없다 하더라도 내게 있어 반드시 가야 할 중요한 나머지 한가지 이유는 바로 영국에서만 마실 수 있는 캐스크 에일이었다. 캐크 에일도 장거리 이동하면서 많이 흔들리면 맛이 변하게 마련이다. 캐스크에일처럼 민감한 맥주가 물건너 바다건너 가다보면 변하기 쉽상인데다 오크통 째로 수출하고 그 통을 다시 회수하려면 사업 불가다. 열흘간 맛 본 맥주는 어림잡아 30~40개 종류의 캐스크 에일인 것 같다. 당시엔 맛도 모르고 막연한 기대만 했기에 제대로 맛을 알고 즐기지 못한 것 같다. 이미 갔던 여행지는 다시 찾지 말자 주의지만 영국엔 그놈의 캐스크 에일 때문에 언젠가 다시 찾을 것 같다. 그 때도 레코드 음반이 남아 있을까. 어쨌든 내겐 유익한 여행의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