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24.(토)
어디로갈까 아침부터 고민되었다. 새로운 곳을 찾아가 보자니 정보도 없고, 계속 갔었던 신주쿠 샵들을 가자니 식상했다. 결국 고민 끝에 바람소리군이 문자로 알려준 대로 기타우라와점으로 가보기로 했다. 덮어놓고 기타우라와로 가는 지하철 표부터 끊어 그리로 갔다. 도쿄 외곽이니만큼 가는데만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열차에서 내려 어느 출구로 갈지부터 결정해야 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왔으니 어떻게 정보를 얻을지도 곰곰히 생각해 봤다. 우리나라의 복덩방 같은 곳이 많으면 좋은데 그런게 있는건지 없는건지도 모르겠고, 파출소 같은데로 가자니 경찰들이 그런델 어떻게 아냐. 관광지도 아니고 인포메이션센터가 있다 하더라도 디스크유니온을 알 턱이 없다. 아점부터 먹자. 혹시 아냐 거 직원한테 물어보면 알 수도 있을지. 일단 밥부터 먹기로 했다. 아래의 식당으로 들어갔다.
뭐먹을까~~~ 어쨌든 하나 먹었다. 뭐 먹었는지 기억은 없지만 감동은 없었다. 먹고난 뒤 알바군인지 젊은 친구 혼자서 서빙하고 있었다. 디스크유니온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지만 음식을 들고 주방에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갈 때 물어보려 했지만 그 때마다 손님 하나가 나가고 빈그릇 갖고 들어가는 상황만 계속 생긴다. 안되겠다싶어 주방 안에 있는 젊은 친구를 불렀다. 신주쿠 디스크유니온 홍보용 약도에 그려진 로고를 보여 주고 기타우라와점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약도임을 알아본 그가 약도를 펼쳐보려고 했다.
"이 지도는 신주쿠점 약도고요. 제가 찾는 곳은 기타우라와점입니다."
그러자 그가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주방으로 들어가면서 잠깐 기다리라는 시늉을 한다.
주방 안에서 검색이 끝나자 이를 들고 나와 보여 주면서 설명을 했다. 멀지 않은 곳이었다. 무척 친절한 친구였다. 감사의 인사를 한 뒤 나왔다.
가다 보니 크레용 신짱이 사는 집하고 똑같이 생긴 집이 나온다. 물론 이런 스타일의 집은 일본 지천에 깔렸다. 하지만 구조와 형태가 완벽하게 같다. 크레용 신짱의 열렬한 팬인 내가 그냥 지나치리. 기념으로 찍어봤다. 흰둥이가 안보인다.
헐. 일본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마지막 배경으로 나왔던 집과 똑같이 생긴 허름한 2층집. 마츠코가 살고있나 확인해 보려다 기념 촬영만. 사실 엉뚱한 방향으로 가 헤매던 중 찍은 사진.
드됴 찾아낸 디스크유니온 기타우라와점.
도쿄 외곽점이라 작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크다. 이제 까지 본 일본의 레코드점 중 가장 크다. 지나 가자면 서로 배려를 해야 하는 도쿄의 다른 디스크유니온 점포들과 달리 통로도 엄청 널찍하다. 게다가 이 곳은 가격이 다른 곳보다 상당히 착했다. 아직 값을 올리지 않은 듯하다. 게다가 다녀 본 중 연말 세일을 하는 곳은 이 곳 말고 보지 못했다. 이젠 연말세일도 하지 않는 매장들을 보고 그동안 달라진 세태에도 많은 실망을 했는데, 금년엔 이 곳의 세일이 내가 다닌 샵 중 최초다. 일반적으로 가격 딱지별로 할인폭이 다른데 입하된지 오래된 딱지일수록 세일폭이 크다. 따라서 세일폭이 큰 딱지 중 구입하고 싶은 물건은 잘 안나온다. 그런데 이곳은 달랐다. 할인폭이 큰 딱지들 중에서도 좋은 음반이 수두룩하니 뭐부터 집어야 할지... 최신 딱지는 10%, 오래된 딱지 최대 할인폭은 40% 이 곳에서 감동을 먹고 말았다.
올맨브러더스의 Idlewild South 앨범프로모션반. 내게도 같은 음반이 집에 있지만 같은 프로모션반 중에서도 디제이용 버전 붉은 스티커가 붙은 음반은 10만엔에 이른다. 다른 샵에서 봤다. 역시 오덕이 아니면 선택하지 않을 물건이다.
허걱! 이건 우찌하야 이런 후덜덜한 가격이 나온다냐. 뭐가 더 붙었길래. 일어를 알아야 말이지.
U2를 나도 참으로 좋아하지만 이것도 가격이 후덜덜.
여기부터가 이 곳에서 구입한 음반들. 레드 제플린 영국 초반. 흰색 OBI가 없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싸게 나왔다.
영국 모노반.
영국 초반.
미국 초반.
유럽 초반.
6 Eye 초반.
프레디 허바드
프레디 허바드
트래픽.
트래픽.
트래픽.
베니 그린 번외반.
버드 파웰.
말스 뎁스.
아트 페퍼.
라이트닝 홉킨스 미국 에베레스트반. 해적반인듯.
역시 똥밟은 음반. 제임스 브라운은 음반 자체가 흔치 않은데다 싸길래 집었는데 아 쓰봉~ 재발매반이다.
그레이트풀 데드 미국초반.
미국 초반.
비틀스 미국반.
비틀스 오비아이 통일 깔맞춤 완성.
매카트니 일본반.
매카트니 영국 초반.
조지 해이슨 일본반.
레드 제플린 러시아 멜로디아반.
존 메이올 영국 모노반.
801 일본반.
Formula3 이탈이아반.
유판끼 일본반.
잔뜩 들고 나니 더 담을 가방 공간도 없었다. 캐리어를 하나 살 때가 드디어 왔다. 계산이 끝난 뒤 직원에게 물었다.
"디스크유니온 요코하마에 도쿄에 여기저기 다니면서 너무 많이 샀어요. 짐이 너무 많아 부쳐야 됩니다. 캐리어하고 쿠션비닐(우리는 뽁뽁이라고 하지만 글케 말하면 못알아들을테고) 구할데가 있을까요?"
직원이 이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대형 마트가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뽁뽁이는 2미터 정도 갖고 있던걸 잘라 주었다. 이 것 갖고는 부족하지. 어쨌든 가봤다. 매장이 크다 보니 캐리어 파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직원에게 물어 2층으로 찾아갔다. 캐리어 값이 만만칠 않다. 그 중 50% 세일하는 제품이 있었다. 헐. 50% 할인해도 8천엔. 샀다. 마지막으로 쿠션비닐 완충재도 찾아냈다. 100엔짜리 다섯개 샀다. 음반 주문하면 보통은 이걸로 도배해서 도착한다. 우습게 생각했던 것이 낮선 곳에서 찾으려니 애먹게 되고 값도 헐값은 아니라는 사실에 새삼 뽁뽁이가 귀하게 느껴진다. 어쨌든 캐리어에 구입한 음반 다 담고 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들러 외곽의 디스크유니온 두 군데 정보를 얻어냈다. 문제는 이미 어둠이 깔리는 시간이었고 다리가 아파 당장 휴식부터 필요했다.
약간의 고민 끝에 시부야에 꼭 가야할 이유가 있으니 포기하기로 했다. 숙소에 들러 구입한 음반들 내려 놓고 잠깐 쉰 뒤 시부야로 갔다. 시부야 역에서 내린 나는 그 엄청난 인파에 놀라 자빠지는 줄알았다. 사람들 틈에 부대껴 이동도 쉽질 않다. 다녀와서 들은 얘기지만 일본의 비인기남들이 모여 크리스마스를 없애자고 데모했다는 웃기는 이야기가 갑자기 생각난다. 어쨌든 크리스마스 이브엔 두 번 다시 이 곳에 오고 싶지 않다. 아 지겨워.
어쨌든 시부야에서의 첫번째 목적지인 HMV. 이 곳에선 나의 취향상 원하는 음반을 그닥 많이 건지지 못하는 곳이지만 이 곳엔 특별히 와야 할 이유가 따로 있었다.
HMV에 드오니 헐~. 몇년 전부터 듣지도 않음서 벼룩시장서 카세트 테잎을 모으기 시작했다. 여기선 이게 팔리고 있네그래? 웬만한 엘피 따시기 갈기는 가격.
이 곳에 온 이유다. 혁오의 음반1
혁오의 음반2.
이 곳에 들르고 나니 이게 마지막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시간도 남고... 그래서 함 들어가 봤다. 레코팬 시부야점.
이 곳도 가격 장난 아니게 올랐다. 이 곳은 원래가 비싼 곳이기도 하지만 재즈 레퍼토리 넓히기 위해 꼭 찾던 곳이었다. 조금 뒤지다 나왔다. 가격이 너무 안맞는다. 연말이면 이 집은 음반마다 200엔 할인행사 한다. 깎아줘도 가격은 여전히 후덜덜. 근데 이 집 올 때마다 느끼는거지만 모든 음반에 일률적으로 200엔 할인이면 2,000엔짜리도 200엔, 20,000원짜리 사도 200엔 할인이니 비싼거 살수록 손해다. 이게 뭐냐. 이제까지 본 가장 불합리한 할인행사다. 방구 한 번 뀌고 그냥 나왔다.
디스크유니온 시부야점. 이 곳에도 좋은 음반이 참 많았던 기억이 있다.
이 곳에서 몇 장 집었다. 비교적 가격 착하고 좋은 레퍼토리가 보인다.
그래서 집어온 음반 몇 장.
그레이트풀 데드 미국 초반.
그레이트풀 데드 미국 초반. 스티커가 이뿌게 살아있다.
도노반 미국 초반.
에릭 클랩튼 영국반.
밥은 먹어야지. 프랜차이즈 식당이지만 재작년에 다카다노바바점에서 맛있게 먹었던 덮밥집.
주문한 것은 바로 요거. 야키니쿠동.
아사히 맥주는 그닥 좋아하는 맥주는 아니지만 이 집도 생맥주를 아주 맛있게 뽑아내는 집이다. 얼음 머금은 잔에 거품은 아주 섬세하게 잘 뽑아냈다. 거품만 잘 뽑고 온도 유지만 잘 해도 후진 맥주가 맛있고, 거품과 온도 유지 잘 못하면 최고의 맥주도 더럽게 맛없다. 어쨌든 이 집도 생맥주 잘 뽑는다.
우와 보기만 해도 맛있는 야키니쿠동. 고기 추가해서 주문. 새삼 입맛 돈다. 쩝.
어디서 샀는지 모르겠? ㅡ,.ㅡ;
2015년 디스크유니온 오사카점 오픈식 날 다녀온 이후 도쿄 시세를 몰랐고 많은 사람들이 음반값이 올랐다 해서 그런가보다 했다. 막상 내가 2016년 말에 도쿄에 가 보니 허~ 이거 장난이 아닐쎄. 2015년엔 디스크유니온 오사카점 오픈발 혜택을 톡톡히 본지라 값을 더구나 몰랐던게다. 2014년에 도쿄 다녀온 뒤와 비교하자면 전반저긍로 많이 올랐다. 특히 재즈음반 값이 많이 올랐다. 심한 경우 2배나 올랐다. 젊은 세대의 LP에 대한 관심도가 부쩍 높아졌고, 유럽 딜러들이 엄청 쓸어간다는 후문이다. 연말이면 흔하게 하던 세일도 이젠 거의 보기 어려붜졌다. 이젠 더 이상 음반 구입을 위해 도쿄에 갈 이유도 없어진 것 같다. 그래도 내년 말 12월 16일부터 말일간을 기해 한 번 더 가볼까보다. 도쿄 외곽으로 나갔더니 값도 오르기 전의 가격에 할인혜택도 좋은 곳이 있었던걸 생각해 보면 내년엔 도쿄 외곽을 주로 가보는 것으로 마지막을 장식해 볼까 싶다. 그나저나 일본 다녀와서도 음반을 마구 사 댄 통에 주머니 엄청 썰렁해졌다. 이 달은 물론 내달도 손가락 빠는 인생 연속이다. 그래도 행복한건 어쩔수가 없어.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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