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22.(목)
아침이 밝아 샤워 후 주방으로 가봤다. 구운 토스트 두 장에 버터와 잼, 그리고 커피가 아침식사로 제공된다. 숙박요금도 싼데다 시설도 깨끗한데 이정도 아침식사까지 제공되면 아주 훌륭하다. 요즘 젊은 친구들 표현으로 가성비 최고다. 신주쿠로 가기 위해 주인장과 전 날 대화를 나누었던 여행자 겸 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체크아웃을 마친 숙소를 나섰다. 주인장이 알려 준 코스가 신주쿠에 있는 숙소로 가기에는 훨씬 좋았다. 전날 요코하마로 오는데 탔던 지하철역과는 반대 방향으로 간다. 이 건물은 뭔지 모르겠지만 유서깊은 건물이 아닐까 싶어 함 담아 보았다.
지하철역. 이 곳에도 지하철 역이 각기 다른 노선이 각기 다른 역을 갖고 있다. 별로 편하지 않고 무진장 헷갈린다. 일본의 지하철. 넌 웬수야.
지하에 들어가니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키스 사진. 뭐하자는거지?
신주쿠 산초메 역에서 내려 갈아타고 한 정거장 가면 아케보노바시. 가고자 했던 ACE INN이 찾기 쉬운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비가 약간씩 오고 있었다.
왠지 우중충한 곳이다. 이틀치 숙박비를 냈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직원 처자의 말.
"환불은 안합니다."
'너 잘났다.'
뭔가 안내를 말로 할 줄알았다. 뭐라고 적어 코팅한 걸 내준다. 안내사항이 거기에 다 적여 있었다. 참 더럽게 친절하다. 싼게 비지떡이더냐. 아마도 도쿄에서 가장 싼 숙소이겠지만 그리 크게 싼 것도 아니다. 돈 아주 조금 더 쓰고 깨끗한 숙소에서 아침까지 얻어먹는게 상책이다. 다시 오고 싶지는 않다. 10층에 있는 방으로 올라가려는데 엘리베이터에 뭐라고 써 있었다. 11시가 넘어 체크아웃 하면 벌금을 물린단다. 아 예~
헐. 이런 곳이었냐. 그래 싸니까 용서한다. 이틀 묵은 뒤 마지막 날은 다른 숙소를 찾아 보려다 짐이 많아지니 귀찮아 결국 마지막까지 추가 숙박비를 내고 눌러 앉았다. 여기가 좋아서 그런거라는 오해는 설마 하지 않기를 두 발 모아 빈다.
전 날 요코하마의 두 판가게에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집어든게 미미해지자 값싸진 않아도 레퍼토리가 좋은 오차노미즈점부터 가기로 했다.
디스크유니온 오차노미즈 일반점.
레퍼토리는 이 곳이 여전히 좋다. 가격은 전반적으로 올랐다.
이 번 레코드샵 순례에서 가장 비싸게 구한 롤링스톤스 데카 와이드밴드반.
역시 약간의 무리를 해서 구입한 애비로드 영국 초반.
레드 제플린 영국반.
레드 제플린 미국 초반.
레드제플린 미국 초반.
퀸 미국 초반.
플리트우드 맥 영국반.
피터 그린 영국반.
똥밟았다. 귀한 음반이 싸게 나왔길래 얼른 집었다. 집에 가져와서 보니 재발매반. 어휴 이 웬수야. 여까정 와서 이런걸 무겁게 낑낑거릴 짐 안에 무게를 보탰냐? ㅠㅠ
닐 영 미국 초반.
이 곳을 나와 아점을 해결하느라 들른 라멘집. 생긴거 만큼이나 맛없었다. 값도 만만찮다. 주인 부부가 50대로 보이는데 일본의 라멘집은 젊은 사람들이 운영하는 집이 대부분 훨씬 맛있다. 마사유키가 3년전 날 데리고 갔던 다카다노바바의 라멘집(미슐렝 가이드 별 1개를 받았고 전국 라멘 투표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집도 젊은 친구들이 운영하고 조리하는 집이었다.)도 그랬고 어쨌든 건 좀 희한한 일이지만 내가 느낀건 그렇다.
맥주도 아사히 병맥 밖에 없고. ㅠㅠ
디스크유니온 오차노미즈 헤비메틀관. 여기선 살게 없었다. 2년 전 이 곳에서 레드 제플린 3집 영국 초반 좋은 값에 나온걸 못산게 아직도 후회된다. 그냥 나옴.
한국의 백판도 만만찮은 가격. 국위선양하냥. ㅡ,.ㅡ;
디스크유니온 오차노미츠 재즈관. 재작년에 왔을 때는 레퍼토리가 빈약해서 구입량이 적었던 집. 그런데 이 가게 재즈판값이 후덜덜이다. 그렇다고 그냥 나올 순 없는 일.
값 장난 아니다. 2년전의 두 배 가격. ㅠㅠ 그런데 미국 미발매의 일본에서만 발매된 음반이 대거 나왔다. 비싸도 샀다.
뒤이어 들른 디스크유니온 진보초점.
닐 영, 미국 초반.
이 곳에선 가급적 값이 싼 것들만 집었다.
비틀스는 컬렉션을 하고 있으니 이 오비아이로 전질 한 세트 구하기로 했다. 대거 나오니 슬몃 든 생각이다. 집에는 이 시리즈의 정규반 중 애비로드 하나 갖고 있다. 이 집에서 리볼버 딱하나가 없었다. 그건 다른 가게에서 사면 되는 일이고. 일단 하나씩 다 집어 들었다.
집에 없는 비틀스 멤버들의 솔로앨범도 사고.
스콜피온스 일본반. 이미 이 음반은 서울음반 라센과 일본반을 갖고 있었지만 또 산덴 이유가 있다. 값도 싼데다 전술한 두 장에는 지워진 부분이 그대로 노출된 오리지널 커버다.
프랑스에서 들여와 오비아이를 붙인 버전.
일본반이 한국으로 엄청 쏟아져 들어오지만 이상하게도 내가 좋아하는 이츠와 마유미의 음반은 보이지 않는다. 일본 가요반 뒤지는게 시간이 아깝지만 함 뒤져 봤다. 행사반에서 이게 엄청 싼 가격에 나왔다. 좋아좋아.
이 음반도 똥밟았다. 세미 서클의 음반이 좋은 가격에 나온줄 알고 얼른 집었다. 집에 가져와서 보니 스테레오반이 아닌 모노반이었다. 그럼 그렇지. 젠장.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다. 몇 년 전 뜀군과 함께 왔었던 진보초의 소바집에 다시 들렀다. 값도, 맛도 모두 다 감격적인 집이다.
이 집 산토리 생맥주는 유독 맛있다. 거품을 무척 섬세하게 뽑아낸다. 원래가 향이 좋은 맥주인데 목넘김이 예술이다.
야채 튀김이 얹혀진 소바. 야채튀김은 별도 주문도 가능하다. 디게 맛있다.
잔뜩 얼린 잔에 담아 내오는 산토리 생맥주. 시원한 온도도 좋지만 다 마실때까지 섬세하게 남는 거품은 그야말로 감동이다. 게다가 150엔 밖에 안하니 전세계 어딜 가도 이보다 싸게 마실 순 없다.
소바도 다 먹었고 튀김 안주에 생맥주를 더 마시고 싶었다. 일어를 모르니 자판기에 뭐라 써있는건지 알 수가 있나. 주방에 젊은 처자에게 부탁해 튀김 메뉴 버튼을 알아냈다. 생선튀김. 정말 맛있다.
어묵 튀김. 이것도 맛있다.
이 날은 비싸도 마구 사 제낀 날. 전에 취향이 완벽하리만큼 같은 바람소리군과 함께 왔을 때는 둘이서 경쟁하듯 원하는 판을 집어들기 바빴고 상대편이 좋은 음반을 먼저 집었을 때는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기도 즐거웠다. 나중에 생기는 문제는 가방에 더 담을 공간이 없다는 사실. 그러면 마지막 날은 관광이나 다니는 수 밖에 없지만 판가게 다니는 것 만큼 즐겁지는 않다는게 문제다. 따라서 가게를 갈 때마다 덜 집으려고 노력했다. 잔뜩 집어든 음반 중 어느걸 빼야 하나 고민도 많았다. 그런데 이번엔 혼자 왔으니 둘이 집을 음반을 독차지하게 된 셈이고, 하루나 이틀만에 가방을 다 채우게 되지 않을까 걱정부터 앞섰었지만 이건 오버 중에도 상오버였다. 값도 비싸진데다 레퍼토리도 전만 같지 못하다. 그러니 레퍼토리 좀 좋아지고 가격 약간 좋아지니 마구 집은게다. 맥주와 소바를 즐길 때문 해도 좋았다. 하지만 이 것들 들고 숙소로 돌아가느라 죽는 줄 알았다.
숙소에는 그 큰 방 저 끝 침대에 나이든 일본인 아저씨가 자리잡고 있었다. 와서 보니 룸메이트가 몇 명 새로 생겼다. 술 한 잔 거나하게 마셨으니 일찍 잤다. 다음 날 다시 돌아왔을 때는 룸메이트들이 바뀌어 있었다. 그 다음날도 바뀌었다. 게스트하우스가 우중충하고 아기자기한 맛도 없으니 하루 묵고 다른 곳으로 옮기는 모양이다. 나는 짐도 있고 귀찮아서 눌러 앉았다. 어쨌든 잠은 잘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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