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6 일본 the 8th

도쿄 레코드샵 세번째 순례기 1

코렐리 2017. 1. 2. 18:02

2016.12.21.(수)

2년만의 도쿄 방문이다. 2015년도에는 디스크유니온 오사카점 오픈 행사에 참여하느라 도쿄 방문을 건너 뛰었다. 전부터 일본의 판값이 많이 올랐더라는 이야기는 전해 들었지만 가격대를 뻔히 알고 있으니 그리 와닿지는 않았었다. 항공권을 구해 놓고 기다림 끝에 3일의 휴가를 얻었다. 21일 아침에 가 25일 아침에 돌아왔으니 도쿄를 쏘다닌 날은 4일. 김포공항으로 가 발권 받아든 08:00발 하네다행 항공권.

 

 

기내식 먹고 나니 곧 착륙한다. 공항 도착 후 항상 도쿄로 먼저 가곤 했는데 처음으로 요코하마부터 가려니 익숙치 않다. 근데 이노므 일본 지하철은 봐도봐도 헷갈린다.

 

요코하마 칸나이역에서 내려 어디부터 갈까 고민해 봤다. 요코하마 스테이디엄 바로 근처의 숙소로 가서 짐부터 놓고 나올 것이냐, 반대편 방향의 디스크유니온 요코하마 칸나이점 부터 들를 것이냐. 판가게부터 들르기로 했다. 소요시간이야 그게 그거고.

 

 

처음으로 찾아가는 요코하마 칸나이점이다. 가다 보니 몇 몇 줄 선 사람들이 보이는 한 식당. 마침 식사때도 되었다. 잘됐다. 사람들이 줄 섰단 얘기는 음식이 최소한 형편없지는 않다는 증거. 나도 줄 꽁무니를 꿰찼다.

 

나중에 다른 곳에도 같은 스테이크 전문점이 있는것을 보고서야 프랜차이즈인 줄 알게 되었지만 맛은 보장할 만하다.

 

커다란 그릴에는 스테이크가 얹혀져 구워지고 있고 닥트는 고기굽는 연기를 빨아들인다. 벽에 일자로 붙은 테이블에 안내 받아 앉았다. 서서 먹는 테이블도 있는데 나중엔 스탠딩 테이블에도 자리가 찼다. 

 

스테이크 가격이 무엇보다도 착하다. 1,300엔짜리 스테이크와 맥주를 주문했다.

 

커피잔에 나오는 이 액체는 뭣이다냐. 샐러드 소스? 고기소스? 헐~ 걍 마시라고 준 고기국물이다. 샐러드는 쿠바스타일.

 

뜨거운 팬에 스테이크가 지글거리며 나온다. 짭짤한 간장소스를 스테이크 위에 부으니 더욱 지글거리며 증기를 내뿜는다. 스테이크 맛이 예술이다. 육질도 좋고. 값도 싸고. 맥주 두 잔 마시고 스테이크에 밥 먹고 나니 2,200엔 나온다. 맥주는 비싼 편이지만 어쨌든 감격.

 

디스크유니온 요코하마 칸나이점.

 

허거걱. 가격 엄청 올랐다. 최근 일본의 많은 젊은이들이 엘피를 찾기 시작했고 유럽 딜러들이 싹쓸이를 해간단 말이 사실인가 보다. 특히 재즈음반이 많이 올랐다. 심한 경우 기존 가격의 두배다. ㅡ,.ㅡ; 그렇다고 재즈음반을 안사자면... 비싼 가격에도 계속 재즈반을 집어든 이유는... 한국에는 없으니까. ㅠㅠ

 

몇 장 집었다. 가격도, 레퍼토리도 기대 미만이어서 주운 음반이 많진 않다.

킹레코드 번외반.

 

도시바EMI반.

 

70년대 프레스 미국반.

 

영국반.

 

전같으면 엄청 집었다가 남은 날들과 가방 공간을 고려해 어느 것을 뺄까 고민했었지만 이젠 그 반대의 상황이 되었다. 가격이 부담스러워 웬만하면 내려 놓는다. 단 몇 장 들고 나와 숙소로 갔다. 어렵지 않게 찾아간 요코하마 센트럴 호스텔.

 

깔끔하고 주인이 친절한 곳이다. 이 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독일인, 캐나다인, 아제르바이잔계 일본인 혼혈 여성이었는데 매우 친절하고 친근하기까지 하다. 숙소도 깔끔. 숙박요금도 아주 좋고 강추할만하다.  

 

짐을 내려놓고 치하철을 다시 타고 디스크유니온 요코하마 니시구치점. 반대방향의 엉뚱한 곳에서 많이 헤맸다. 어차피 오늘은 여기까지다.

 

 

이 곳에서도 주운 것보다는 내려 놓은 것이 많다. 스콜피온스와 게리무어를 집은 이유는 가격이 싼 음반들이어서... 이거 왜이러냥. ㅡ,.ㅡ;

미국초반.

 

미국초반.

 

일본 유일반.

 

미국 초반.

 

영국반.

 

미국반.

 

영국반. 이건 순전히 싸서 샀다. 다른 때 같았으면 여기까지 와서 샀을 음반은 아니다.

 

저녁식사를 겸해 맥주 한 잔 마시기 위해 들른 주점.

 

약간은 고전적인 분위기에 약간은 럭셔리해 보이는 실내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혼자 앉아 주문한 사시미와 맥주. 한국 사람들은 회를 좋아하지만 회 맛은 모른다. 회는 비스듬하게 썰어야 넓어진다. 넓고 얇게 썰어야 와사비를 얹어 접어 쥐기도 좋고 씹는 느낌도 좋다.

한국에선 그렇게 회를 써는 집이 많지 않다. 한국에선 생선살을 양 옆으로 발라내고 나면 칼을 수직으로 세워서 생선살을 썬다. 이렇게 쓸면 살이 압력을 받아 눌리고 육질에 하등 좋을게 없고, 생선살의 폭도 좁고 씹는 느낌도 영 별로다. 와사비를 얹어도 접어 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숙성도 시키지 않은 활어가 바로 나온다. 씹는 느낌이 멀컹거린다. 맛이 없다. 이런 집들이 어중이 떠중이들에 의해 블로그에 마구 올라간다. 부산 자갈치 시장에선 심한 경우 회칼이 무딘걸 썼는지 나온 회가 걸레인지 회인지 분간 안가는 생선을 내놓는 집이 있어 경악한 집도 있다. 회를 썰 때는 세포 상하는 일을 최소화 해야 한다. 칼이 무뎌 생산살 표면이 거칠면 혀에 닿는 느낌이 굉장히 나쁘다. 이러면 날생선 쪼가리지 회라고 할 수 없다. 먹는 방법도 모른다. 간장에 와사비를 넣어 섞어서 먹는다. 와사비를 간장에 섰으면 회가 혀에 닿는 느낌이 깔끔하지 못하고 씹을 때 전반적으로 텁텁한 맛이 난다. 가짜 와사비도 맛있게 먹는다. 그게 와사비냐. 저마다의 취향이라고? 그럼 그렇게 드셈.

 

적당히 숙성된데다 적당한 두께와 너비. 입 안에 넣으면 단 맛이 난다. 회같은 회 정말 오래간만에 먹는다. 감동이예요. ㅠㅠ

풍부하게 거품을 머금은 산토리 맥주도 감동적이다. ㅠㅠ 

 

회를 먹고 나니 안주가 약간 모자란다. 일본의 이자카야에 가면 흔하게 나오는 오돌뼈 튀김 추가 주문. 이 것도 맛있다. 맥주는 4 잔 마셨다. 적당히 마셔 알딸딸하고 적당히 배도 불러온다.

 

지차철 역으로 되돌아 감서 다리 아래 강을 내려다 보니 생선이 떼로 몰려 다닌다. 물이 건강하단 얘기다. 우리 한국도 이젠 하천에 고기들이 돌아와 참으로 다행이다.

 

역으로 돌아와

 

왠지 그냥 자기도 맹숭맹숭하다. 바로 잘 것도 아닌 것 같고. 칸나이의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미소 라멘 컵라면과 초밥을 사왔다. 공용 공간에서 먹는 동안 세 명의 외국인이 그 곳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앉아 먹다 보니 내게 이것 저것 물어와 4인의 대화로 확장된다. 독일인, 캐나다인, 아제르바이잔계 일본혼혈인 처자였다. 알고 보니 여행객이며 동시에 이 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이기도 하다. 부럽다. 내가 꿈꾸던 일을 이들은 하고 있었다. 자기네 나이를 함 맞춰 보란다. 헐. 한국에서만 그런 소리들 하는 줄 알았는데 느덜도 그런 놀이 하냐. 나름 보이는 나이를 약간씩 깎아 말해 주었다. 자기 나이가 몇으로 보이느냐는 사람들한테는 예의상 깎아서 말해준다. 캐나다인은 스물 넷정도인 것 같다고 말해 줬는데 우엑. 20살이래. ㅠㅠ 이 번엔 자기들이 내 나이를 맞춘다나? 얘네들이 장난을 치나... 접대를 해도 너무 심하게 접대한다. 이 게스트 하우스의 주인장은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서글서글한 인상의 젊은 일본인 남자였다. 그가 들아오자 대화는 5인으로 확대되었다. 배가 그들먹해지고 정신이 알딸딸해지고 나는 곧 잠자리에 들었다. 첫 날 음반사냥은 기대를 넘 했던건가. 전부터 그렇게도 들러보고 싶었지만 시간상 못갔던 요코하마였다. 재작년 바람소리군이 요코하마에서 집사람과 함께 결혼 기념일로 시간 즐기고 있고 나는 뒤늦게 도쿄로 가 신주쿠에서 합류하기로 했을 때였다. 바람소리군한테서 막 전화가 왔다. 당시 요코하마점에 잠깐 들렀는데 사보이브라운의 Looking In 이 민트급으로 있다. 사다 주랴는 이야기였다. 나는 영국반으로 사겠다고 호기를 부렸지만 그 이후로 본 적 없었다. 그걸 두고두고 후회한 이유는 그 음반은 그 후 볼 수가 없었기 때문. 일본에서도 사보이 브라운은 흔치 않다. 바람소리군도 지금까지 후회를 하고 있다. 자신은 그 음반을 갖고 있ㄱ다고 생각해서 내게 선심쓰고 전화까지 해 물어본 거였는데 막상 집에 돌아와서 보니 자기도 없는 음반이었다나? 어쨌든 그런 기억이 있어서 가격 좋고 레퍼토리 좋을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요코하마에서 들렀던 두 곳은 실망스러웠다. 가격도 레퍼토리도 다 당황스럽다. 다음날 신주쿠에 가면 안가본 곳을 찾아 다니기 보다는 레퍼토리 좋은 곳으로 다녀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렇다면 단연 오차노미츠점. 일다ㅓㄴ 잔다. 그건 내일 이야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