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여행/공연전시후기

2015 서울레코드페어 참가 후기

코렐리 2015. 6. 30. 13:37

2015.06.27(토) ~ 28(일)

절대 흔히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벼룩시장에서 날횡재를 하는 경우도 아주 없진 않다. 그런 일은 수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운수대통이니 아무때나 함부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구경삼아 나가보면 이따금 나와 주는 쓸만한 음반을 짭짤한 가격에 집어오는 재미 때문에 나는 지금도 벼룩시장에 나가 보곤 한다. 몇 년 전부터 벼룩시장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큰 재미를 담은 행사가 매년 열리고 있으니 이름하야  서울레코드페어다. 매니아들을 위해 대한민국에서 이름난 음반 딜러들이 모이는 이 축제는 금년으로 5회를 맞았다. 이 번엔 가양동의 한 물류창고를 얻어 규모를 크게 확장했다.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까지 기다린 나는 주말이면 즐기던 늦잠도 포기하고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가양역에서 내려 가다 보니 벽화가 그려진 물류창고의 담벼락엔 포스터가 잔뜩 붙어 매니아들을 호객(?)한다. 담벼락이 워낙 크니 입구가 어딨는지 생각도 하기 전에 누가 내게 사기친 적도 없건만 포스터만 따라가면 되는 줄 알았다. 담벼락 끝 주차장에 도착하니 거 계신 관리 아저씨 묻기도 전에 대답부터 한다.

"한일 물류창고요? 오신 길로 되돌아 좌회전하세요."

나 같은 쪼다들이 오늘 여러번 이 분을 괴롭혔단 얘기다. ㅡ,.ㅡ;

 

이 번 서울레코드 페어의 홍보 포스터.

 

창고 정문으로 가는 길이 꽃과 가로수로 운치있게 꾸며졌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금년엔 입장료도 없앴단다. 11:00부터 열리는 이 행사장에 10:00 조금 넘어 도착했다.

 

내가 너무 거침없이 당당하게 들어갔나? 오픈 시간도 안되었는데 누구 하나 나를 제지하는 사람이 없다. 이제 막 도착한 딜러들이 오픈준비에 여념이 없다. 믿고 있는 빽이 있어서다. 셀러인 리빙사의 블루노트군.

 

역시 오픈 준비가 한창인 리빙사 사장 블루노트군의 모습.

 

도착 기념 한 컷.

 

준비가 완료된 부스부터 찾아가 뒤지기 시작했다.11시가 넘으니 사람들이 조금씩 붐비기 시작한다.

 

이 번 행사를 위해 출시된 한정판 기획 음반들을 구입하기 위해 늘어선 열은 무척 길게 이어졌고 좀처럼 줄어들 줄을 몰랐다. 대부분의 참가객들이 기획음반 줄에 서있는 틈을 타 딜러들이 내놓은 음반들로 나름 짭짤하게 재미부터 본 나는 12시가 넘어서야 바람소리군, 시드군과 함께 대폭 줄어든 열 꽁무니를 꿰찼다. 이동식 카드결재기 처리속도의 문제 때문인지 음반들을 손아귀에 넣는데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열 속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바람소리군과 시드군. 내가 갔을 때는 이판근의 Jazz앨범 2종 중 컬러반은 품절되고 블랙반만 남았다. 혁오의 7인치 싱글은 당일 바로 품절되었다. 다행이 난 한 장 건졌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봤다.

 

여러 인디밴드가 이 날 공연에 초대되었고 그 중 특히 눈에 띠었던 사이키 포크 듀엣 김사월X김혜원.

 

출중한 실력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기타사운드, 그리고 몽환적인 분위기. 독특한 음색. 30분 정도 되는 공연시간 동안 귀를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 구입한 음반 중 가장 만족스런 음반 중 하나가 이들의 그것.

 

오래간만에 손맛 봤다고 해야되나.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찾던 음반이 나올 때마다 느끼는 짜릿함이란 말로 표현하기 쉽지 않다. 이 곳에 전시된 음반들은 대부분 박스에 담겨져 있어 이들 음반 중 원하는 것을 찾자면 박스안의 음반들 사이에 틈새를 벌려 하나하나 넘기며 확인해야 한다. 그런 탓에 박스 하나에 두 사람이 동시에 볼 수는 없다. 누군가 이미 보고 있는 박스에 덤벼 순서도 없이 보겠다고 음반의 틈새를 비집고 벌리면 기존에 보던 사람의 틈새는 덮여져 버리고 만다. 이러면 음반 먼저 고르고 있던 사람은 꼭지가 확 돈다. 이런 짓거리를 하는 매너없는 진상들은 어딜 가나 있다. 한 외국인이 보는 음반박스에 어떤 치사스런 XX 하나가 끼어들어 그 외국인이 "이봐요, 나 지금 보고 있잖아요."라는 소리를 여러번 하며 방해하지 말 것을 호소하는데도 제가 먼저 보려는 진상을 바로 옆에서 목도했다. 이런 구타유발자 때문에 외국인 앞에서 정말 창피하기도 하고, 이런 인간들은 행사에서 영원히 퇴출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동대문 풍물시장 근처 LPC라는 음반가게에도 나타나 이런 짓거리 하는 진상도 하나 자주 본다. 이 번 행사에도 그런 4가지 없고 매너 지저분한 인간들 한 둘이 눈쌀을 찌푸리게 했지만 행사는 무탈하게 잘 치러진 것 같다. 

 

초상권 관련 허락도 없이 모 일간지에 올라간 사진. 리빙사에서 음반 고를 때 짝힌 것 같은데 언제 찍어갔는지. 민이군도 찍힘.

 

이츨간 이 곳에서 대단한 희귀 음만은 나오지 않았다. 가요음반에 은근히 기대를 하고 있던 나는 갈수록 희귀해지는 탓에 그다지 많이 접하지 못해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하지만 좋은 음반들을 행복한 가격에 적잖이 집어왔고 그에 따라 지출도 무척 컸다. 라이선스음반 모으는 재미에 푹 빠진 내겐 이 번 페어에서 그동안 손아귀에 쥐지 못해 애태웠던 음반들도 적잖게 구했다. 70년대와 80년대 가요음반을 많이 구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번 행사에서 얻은 만족도는 무척 컸다. 그 중 몇 장 올려봤다.

 

1. 레코드페어 한정판 기획음반들.

    언니네 이발관, 순간을 믿어요.

 

    못, MOT

 

    노이즈 가든

 

    김사월X김혜원

 

    혁오(7인치)와 곽진언(7인치)의 싱글음반.

 

    혁오의 싱글은 픽쳐디스크로 제작되었다.

 

 

    아이들, Idol(재발매)

 

    이판근, Jazz(재발매)

 

    해피 돌스(재발매)

 

 

2. 최근 발매반

    아이유, 꽃갈피.

 

 

3. 가요음반

   풍선 & 이정선

 

        이정선 3집

 

    이정선 5집

 

    The Club, 앨범과 싱글.

 

 

4. 라이선스 음반

    호크윈드, Space Bandit.

 

    크라프트베르크, Electric Cafe.

 

    오메가, Best vol.2 

 

    제퍼슨 에어플레인, 2400 Fulton Street.

 

    Tudor Lodge.

 

    멜로우 캔들, Swaddling Songs.

 

   스파이로자이라, Bells, Boots and Shambles.

 

    스파이로자이라, Old Boot Wine.

 

    스파이로자이라, Spirogyra.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모르드코비치.

 

    비발디 첼로협주곡, 페레니.

 

    베토벤 첼로소나타, 페레니.

 

    말러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번스타인.

 

5. 미국반

    Arlo Guthrie, Alice's Restaurant(2nd Press, 69년경??)

 

    미시시피 존 허트, 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