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20(금)
이 나이 먹고 만화영화나 보며 낄낄거린다며 한심하다는 핀잔을 주는 사람 여럿 있다. 만화영화? 왠지 저급한 문화처럼 취급당해온 부당한 경향이 있다. 외국어지만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좀 낫게 들리는 역시 부당한 경향이 좀 있다. 디즈니 만화, 지브리 만화라고 하기 보다는 디즈니 에니매이션, 지브리 에니매이션이라 흔히들 부른다. 그러면 나이 먹고 그런걸 즐기며 주착이나 떤다는 비난은 좀 피해 갈려나? 어쨌든 나는 디즈니, 지브리스튜디오 시리즈와 크레용 신짱이라면 지금까지도 사족을 쓰지 못한다. 철들려면 멀었다는 증거다. 진작부터 열렸던 지브리 스튜디오 입체모형전. 전부터 봐야된다는 생각이 의무처럼 나를 괴롭혔다. 지브리 스튜디오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다. 명절연휴에 제 몸을 비틀며 무료함에 몸부림 치는 조카 데리고 함 가봤다. 티켓과 브로슈어부터가 감동적이다. 쬐끔 비싸다. 조카가 이미 대학을 졸업한데다 인터넷 예매도 안했으니 할인은 짤없다. 쬐매 비싸다. 더 비싸다고 안봐? 주착없는 충성심인가? 그래도 볼 것 같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에는 작고 귀여운 신개념의 캐릭터들이 등장하곤 한다. 입체조형전을 알리는 행사장 입구에는 센과 치히로에 나왔던 연기 그을음의 요정들이 그려져 있다. 졸귀.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매이션 포스터가 길게 깔려 있다. 탐난다. 천천히 걸으며 하나하나 보다 보니 의외로 안본게 많다. 그래 놓고도 팬이라 말하긴 좀...
하울의 움직이는 성. 전진은 안하지만 진짜로 움직이긴 한다. 고물딱지를 주워섬겨 형태를 갖춘 채 헤빌렐레 벌린 주둥이가 인상적이다. 최근 재상영까지 쫓아가 한 번 더 봤다. 봐도봐도 정감간다.
마녀의 주술로 빼치카에 갇힌 귀여운 불귀신 캘시퍼.
청소하는 소피할매와
이를 내려다 보는 하울.
원령공주의 메인 캐릭터. 리얼한 만듦새가 눈길을 끈다.
숲의 정령이었던가...?
늑대의 보호를 받는 원령공주의 모습.
이 번 전시에서 가장 엉성해 보이는 너구리 캐릭터.
엉성한 캐릭터가 동정심을 불러 일으킨다. 얘네들 나오는 애니메이션은 안봤다. 아니 못봤다.
이웃집 토토로의 한 장면을 입체화한 디오라마. 애니 캐릭터의 형상화지만 무척 리얼하게 꾸며 놓아 눈길을 한참 사로잡는다.
토토로의 졸개들을 구멍을 통해 보게 만들었다.
빠꼼! 남의 사생활은 왜 들여다 보냐 짜샤. 아~ 뇌~ 죄송~
토토로는 코를 곯며 숨을 쉬게 만들어 놓았다. 애니메이션에 들어간 듯한 착각이 든다.
참견하고 싶을만큼 실감나고 정감있게 만들어진 이웃집 토토로 영화의 한 장면. 버스를 타지도 않고 기다리는 사람도 없으면서 괜스리 주인공 옆에서 무관심한 척 능청을 떠는 토토로 괴물. 속내가 뭐였는지는 아직도 오리무중. 미스테이크라니깐. 아니 참, 미스테리덩가?
붉은 돼지. 편안함이 세상없이 부럽다. 은퇴 후의 일상을 꿈꾸는 나의 로망이다. 외모는 안부럽다.
저주로 인해 돼지로 변한 부모와 헤어져 영혼들에 쫓기는 치히로의 여정의 시작점.
귀신들의 목욕탕을 운영하는 헬머니.
영령들에 쫓겨 당도한 귀신들의 목욕탕 앞에 선 치히로.
영화 속 가장 인상적인 장면의 하나다. 뒷모습만 보이는 치히로의 얼굴을 옆으로 돌아가 들여다 봤다. 읔. 얼굴이 없다. 눈도 입도 음따. 뒤통수만 보여줄려던 계획인진 몰라도 눈코입 좀 그리지 그랬어?
온천장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철부지 귀신의 행패 디오라마.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였던 물 위를 달리는 기차 내부. 철부지 귀신의 다소곳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전시의 마지막 부분이다. 이 곳이 무척 인기가 있어 많은 이들이 여기서 기념 촬영을 하고 나간다.
백화점 특별전시관 대관해 봐야 공간 크기 뻔하다. 그래서 당초부터 규모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았다. 천천히 둘러봐도 30~40분이면 뒤집어 쓸 작은 전시회다. 티킷이 조금 비싼듯은 하지만 구경하기엔 손색이 없이 오밀조밀 예쁘고 아름답다. 특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웃집 토토로 위주로 꾸며져 있어 보는 즐거움은 더욱 크다. 더 이상 새로운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을 볼 수없다는 것이 조금은 섭섭하다. 나 철들려면 멀었나 보다. 죽으면 철들까. 누가 나 좀 말려 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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